제3회 유엔인권정책아카데미 <역사로서의 현재>
4강 : 과거의 원폭, 현재의 원전
- 이유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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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기지의 문제에서 원폭까지
우연히 대학생 환경대탐사 프로그램에 당선이 되어 필리핀에 가게 되었다. 두 가지가 특히 기억에 남았다.
하나는 쓰레기산이다. 김포의 매립지처럼 쓰레기가 산을 이루고 있는 곳이 있었고 그곳에서는 빈민들이 쓰레기더미 속에서 뒤져 수집한 종이로 집을 만들어 살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쓰레기산이 거대한 터전이었다. 방문했을 때 어린이들이 뛰어나와 반겼는데, 한 아이가 자신이 먹던 아이스크림을 건넸다. 그 손은 너무도 지저분했다. 그 아이스크림을 받아먹으며 그 아이의 삶과 미래에 대해 생각을 했던 순간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또 하나는 필리핀의 한 해변이다. 이때에도 방문했을 때 아이들이 뛰어나왔는데 절반 이상은 장애가 심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너무 아름다운 그 해변에는 미군이 주둔했다가 이전한 과거가 있었고 그 터에 사람들이 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하수는 이미 벤젠과 톨루엔 등으로 오염되어 있었다. 때문에 엄마들이 오염되고 그들이 출산한 아이들에게 전달되어 기형이 그토록 많았던 것이다.

▲ 필리핀 쓰레기산 (출처: 녹색연합)
이를 계기로 환경문제가 인권, 사람, 생명, 그리고 미래를 파괴한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에도 전국에 미군기지가 93개소가 있다. 용산기지에서 포름알데히드라는 독극물을 하수구에 그냥 버린 사건이 있었다. 제보를 받아 기지에 몰래 들어가 보니 영안실 건물이었다. 미군 병사가 죽으면 시신의 피를 뽑고 포름알데히드로 방부처리를 했는데, 그를 위한 포름알데히드 상자 300여개를 그대로 하수구에 버린 것이었다.
자연스럽게 해군기지 건설 반대운동을 하기 위해 일본을 오고갔다. 형체만 남아있는 건물들을 보며, 관련자들의 이야기를 접하게 되면서 원폭이 전쟁무기로서 얼마나 잔혹했고 사람들에게 상처를 남겼는지 보게 되었다.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서도 징용으로 끌려갔던 사람들이 피폭되었고 2세에게 대물림 되었던 아픔과 고통이 있었다.
현재 원자력발전소의 현황
핵폭탄이 사람들에게 건강의 위험과 아픔을 줬듯이, 현재 원전도 비슷한 상황으로 운영 및 관리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23개의 원전이 있으며 이는 우리나라 전체 전력의 30% 가량을 생산하고 있다. 그런데 앞으로 이 비중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하면 2029년까지 13개의 원전을 더 지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리나라가 원전에 집중하게 된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처음 원전이 필요하다며 과학자들을 미국에 가서 배워오도록 한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었다. 그로부터 40년의 세월이 흘렀다. 원전은 한 번 지어 계속 가동하는 것이 아니라 30년을 설계수명으로 하기 때문에 수명이 완료되는 원전이 생겨나고 있다.
1978년 가동되기 시작한 고리 1호기의 수명은 2007년에 끝났다. 수명이 끝났으니 폐쇄를 할 줄 알았는데 정부는 주요 부품만 교체하여 2017년까지 연장하여 가동하기로 결정했다. 그 시점으로부터 추가로 10년을 연장하자는 이야기도 있었으나 후쿠시마 사건과 세월호 사건 등이 터지면서 고리 1호 폐쇄운동이 벌어졌다. 그래서 다행히 2017년에 폐쇄하는 것으로 결정이 되었다. 고리 1호를 시작으로 앞으로 고리 2호, 영광 1호, 월성 1호 등 원전들이 차례대로 수명이 완료되는 시점이 올 것이다.
원전을 짓는 과정에서 상당히 많은 환경적 문제도 있으나, 인권과 관련한 문제도 수없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일례로, 원전이 들어서면 원전 주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과 건강에 문제가 발생한다. 그리고 원전에서 한꺼번에 생산되는 많은 양의 전기를 필요한 곳으로 전달하려면 송전탑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밀양과 같은 상황, 즉 송전탑 아래 살고 있는 주민들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 하나의 위협, 기후변화
▲ '당나귀에게 과도하게 짐을 지웠을 때 발생되는 상황' (출처: 강의 PPT 자료)
과연 지구가 70억 인구를 감당할 수 있을까. 지구가 감당할 수 없는 환경들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향후 심각한 전개 중 하나는 기후변화이다. 물론, 지금도 이미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일례로, 지구 온도는 0.85도 올랐다. 1도도 안 오른 현재 북극의 절반이 녹았다. 인도는 우기에 태풍까지 몰려와 100명이 죽고 800만명이 집을 잃었다.
우리나라는 영향을 크게 못 느낀다고 하지만 지난 1월, 10명 가까운 청년이 사망했던 경주 마우나 리조트 붕괴 사건을 생각해보자. 보통 사고가 나면 공무원에게 책임을 묻는데 이 사건은 공무원에게 모든 책임을 묻게 하기에 무리가 있다. 왜냐하면 경주에 이 정도의 눈이 내린 적이 없었고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만일 같은 정도의 눈이 강원도에 내렸다면 그 지역은 준비가 되어있었을 것이다. 즉, 평소에 경험하지 않았던 상황에 처했을 때는 피해가 늘어난다. 가령 중동에 비가 5mm만 와도 배수시설이 안되어 있기 때문에 홍수가 난다.
기후변화도 불평등한 측면이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보면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는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적다. 그런데 피해가 어디에 집중되는지 살펴보면 같은 지역이다. 즉, 기후변화 원인 물질 배출 지역과 피해 지역이 다르다.

▲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 규모로 재구성한 세계지도 (출처: 강의 PPT자료)
지금까지 선진국들은 교토의정서에 의해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했다. 또한 녹색기후기금(Green Climate Fund, GCF)도 만들어 피해지역에 환경적응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배출량 1위 중국, 2위 미국, 3위 인도가 교토의정서에 안 들어가 있다는 문제점이 제기되어왔다. 7위인 한국 역시 참여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교토의정서 체제를 넘어서는 신 기후체제로 가고 있다. 이는 2020년부터 시작될 예정인 이 체제에 따라서는 모든 나라가 예외없이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 각 나라가 감축목표를 세우는 시기가 올해, 2015년이다. 다가오는 12월, 프랑스에서 기후변화 역사상 가장 뜨거운 회의가 개최될 예정이다.
▲ 2015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하게 될 COP21에서는
1,000Gt을 196개국이 어떻게 나눌 것인가의 문제가 논의될 예정이다.
온실가스 배출량 7위인 우리나라의 경우, 온실가스의 75%가 에너지 분야에서 나온다. 때문에 에너지 정책을 잘 세워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감축목표는 경제수준(세계 11위)과 온실가스 배출량에 비해 황당할 정도로 적은 수준이다.
기후변화도 원전이 문제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대안이 있어야한다는 주장이 나왔었고, 탄소포집저장기술, 재생에너지, 그리고 원전이 대안으로 제시되었었다.
그런데 탄소포집저장기술의 경우 석탄화력발전소를 그대로 사용하되 이산화탄소를 굴뚝에서 포집하여 그대로 땅 속에 묻어버리는 것이다. 어쨌든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가 방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안이었다. 그런데 이를테면 지진이 나서 묻어두었던 이산화탄소가 한꺼번에 대기중으로 방출되었을 경우, 이에 대한 대비책이 없다는 점에서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다.
원전의 경우, ‘원자력 르네상스’라 칭하며 한국, 일본, 영국이 목소리 높여 주장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원폭의 아픔이 있는 일본이 국제회의에서 앞장서 원전을 기후변화에 대한 공식대안으로 인정하고 원전을 배출권 거래제에서 거래할 수 있는 요소로 인정해달라고 주장했었다. 그런데 후쿠시마 사고가 일어났다.


▲ (좌)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사진 (우)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따른 태평양 방사능 오염
이 사고는 원전 전원공급이 끊기면서 냉각수가 공급되지 못하여 온도 상승으로 인하여 폭발이 일어난 사건이다. 그 결과, 방사능 물질이 대기 중으로 방출되었다. 이 사고 이후, 일본은 더 이상 기후변화 회의에서 기후변화 대안으로 원전을 주장하지 않게 되었다. 다른 국가들 역시 방사능 사고를 감수하고라도 원전을 해야한다고 외치지 않게 되었다.
원전 사고 이후 주민들의 삶
후쿠시마 방문을 했을 때 여러 사람을 만났었다. 첫 이야기는 그런 사고가 날 줄 몰랐으며 이러한 상황에 부딪혔을 때 정부가 이렇게 무능하고 자신들을 버릴 줄 몰랐다는 것이었다. 일례로, 일본정부는 사고지점으로부터 20km 반경 안에 살고 있는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그런데 바람의 방향에 따라 20km 밖 지역인데도 원전 주변지역과 같은 높은 방사능 농도를 가진 지역이 있었다. 그 지역 주민들에게는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아 대피를 하지 않았고 20km 반경 밖에 있었음에도 많은 피해를 입게 되었다.
특히 25-30km 반경에 있던 지역 주민들은 피난을 가야하는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야만 했다. 정부가 20km 반경 안의 주민들에게만 경제적 책임을 지고 구호물품을 줬기 때문이다.
나는 25km 반경에 살고 아이들이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방사능 계측기를 보며 농도를 확인한다. 앞으로 계속 아이들과 살아야할지, 이사를 가야할지 모르겠다. 하루는 한 대학교수가 와서 여기 있으면 안 된다며 빨리 이주를 하라고 조언했다. 그런데 얼마 뒤 다른 교수는 이 정도는 사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고 조언했다. 유명한 교수 두 명이 찾아와 한 사람은 떠나라, 한 사람은 있으라고 하니 판단을 어떻게 하겠나. 동시에 두 사람을 내 앞에 두고 결정해달라고 하고 싶은 심정이다.”
놀라웠던 것은 후쿠시마에 도착했을 때 그 지역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마스크도 안 하고 너무도 평온했다는 점이었다. 이에 대해 누구는 '엘리트 패닉 현상'이라 일컬었다. 후쿠시마의 기득권 엘리트들이 후쿠시마 인구가 줄어드는 것을 원치 않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원전 오염의 심각성에 관한 자료를 은폐 또는 확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우려를 발설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아베 정부는 피난 가있던 주민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내는 것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방사능이 남아있는 동네에 다시 가라고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주장과 이제는 후쿠시마도 희망을 찾아야한다는 주장이 논쟁에 붙여졌다. 이를 보며 일본 정부도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는 혹독한 정부라는 생각을 했다.
원전의 위협을 파헤쳐보다
핵이 분열되면 엄청난 열과 에너지가 나온다. 이 때문에 무기도 있지만 원전은 이를 에너지로 돌리는 것이다. 그런데 핵이 분열되면서 20여종의 방사능 물질이 나오고 이러한 물질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노출이 계속되면 요오드는 갑상선, 세슘은 암, 플루토늄은 뼈 등에 문제를 일으킨다. 한 번 방사능이 방출되면 스스로 에너지를 잃기 전까지는 그를 중화시키거나 없앨 방법이 없다. 그저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 방사능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출처: 강의 PPT 자료)
그런데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실로 어마어마하다. 세슘의 반감기는 30년이나 플루토늄의 경우 반감기가 무려 2만4천년이다. 적어도 10만년 가까이는 인간하고 격리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10만년짜리 폐기물은 어떻게, 어디에 저장해야하나. 이것이 원전이 남기는 유산이며 전 세계적인 숙제이다. 오직 핀란드만 자국에 처분장을 하나 짓고 있다. 일전에 녹색연합에서 대만에서 시위했던 적이 있는데, 그 이유는 대만 정부가 자국의 핵 폐기물을 북한에다 저장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몽골이 핵 폐기물 처분장으로 국제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즉, 선진국에서 몽골을 원조하는 대신 핵 폐기물을 그곳에 저장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아직 핵 폐기물을 처분해본 적이 없다. 즉,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면서 무작정 원전을 시작했고 앞으로도 13개나 더 짓겠다고 추진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 2편에서 우리나라의 상황을 집중 조명하고 지속가능한 대안에 대한 소개가 이어질 예정입니다.
제3회 유엔인권정책아카데미 <역사로서의 현재>
4강 : 과거의 원폭, 현재의 원전
- 이유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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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기지의 문제에서 원폭까지
우연히 대학생 환경대탐사 프로그램에 당선이 되어 필리핀에 가게 되었다. 두 가지가 특히 기억에 남았다.
하나는 쓰레기산이다. 김포의 매립지처럼 쓰레기가 산을 이루고 있는 곳이 있었고 그곳에서는 빈민들이 쓰레기더미 속에서 뒤져 수집한 종이로 집을 만들어 살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쓰레기산이 거대한 터전이었다. 방문했을 때 어린이들이 뛰어나와 반겼는데, 한 아이가 자신이 먹던 아이스크림을 건넸다. 그 손은 너무도 지저분했다. 그 아이스크림을 받아먹으며 그 아이의 삶과 미래에 대해 생각을 했던 순간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또 하나는 필리핀의 한 해변이다. 이때에도 방문했을 때 아이들이 뛰어나왔는데 절반 이상은 장애가 심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너무 아름다운 그 해변에는 미군이 주둔했다가 이전한 과거가 있었고 그 터에 사람들이 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하수는 이미 벤젠과 톨루엔 등으로 오염되어 있었다. 때문에 엄마들이 오염되고 그들이 출산한 아이들에게 전달되어 기형이 그토록 많았던 것이다.
▲ 필리핀 쓰레기산 (출처: 녹색연합)
이를 계기로 환경문제가 인권, 사람, 생명, 그리고 미래를 파괴한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에도 전국에 미군기지가 93개소가 있다. 용산기지에서 포름알데히드라는 독극물을 하수구에 그냥 버린 사건이 있었다. 제보를 받아 기지에 몰래 들어가 보니 영안실 건물이었다. 미군 병사가 죽으면 시신의 피를 뽑고 포름알데히드로 방부처리를 했는데, 그를 위한 포름알데히드 상자 300여개를 그대로 하수구에 버린 것이었다.
자연스럽게 해군기지 건설 반대운동을 하기 위해 일본을 오고갔다. 형체만 남아있는 건물들을 보며, 관련자들의 이야기를 접하게 되면서 원폭이 전쟁무기로서 얼마나 잔혹했고 사람들에게 상처를 남겼는지 보게 되었다.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서도 징용으로 끌려갔던 사람들이 피폭되었고 2세에게 대물림 되었던 아픔과 고통이 있었다.
현재 원자력발전소의 현황
핵폭탄이 사람들에게 건강의 위험과 아픔을 줬듯이, 현재 원전도 비슷한 상황으로 운영 및 관리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23개의 원전이 있으며 이는 우리나라 전체 전력의 30% 가량을 생산하고 있다. 그런데 앞으로 이 비중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하면 2029년까지 13개의 원전을 더 지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리나라가 원전에 집중하게 된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처음 원전이 필요하다며 과학자들을 미국에 가서 배워오도록 한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었다. 그로부터 40년의 세월이 흘렀다. 원전은 한 번 지어 계속 가동하는 것이 아니라 30년을 설계수명으로 하기 때문에 수명이 완료되는 원전이 생겨나고 있다.
1978년 가동되기 시작한 고리 1호기의 수명은 2007년에 끝났다. 수명이 끝났으니 폐쇄를 할 줄 알았는데 정부는 주요 부품만 교체하여 2017년까지 연장하여 가동하기로 결정했다. 그 시점으로부터 추가로 10년을 연장하자는 이야기도 있었으나 후쿠시마 사건과 세월호 사건 등이 터지면서 고리 1호 폐쇄운동이 벌어졌다. 그래서 다행히 2017년에 폐쇄하는 것으로 결정이 되었다. 고리 1호를 시작으로 앞으로 고리 2호, 영광 1호, 월성 1호 등 원전들이 차례대로 수명이 완료되는 시점이 올 것이다.
원전을 짓는 과정에서 상당히 많은 환경적 문제도 있으나, 인권과 관련한 문제도 수없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일례로, 원전이 들어서면 원전 주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과 건강에 문제가 발생한다. 그리고 원전에서 한꺼번에 생산되는 많은 양의 전기를 필요한 곳으로 전달하려면 송전탑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밀양과 같은 상황, 즉 송전탑 아래 살고 있는 주민들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 하나의 위협, 기후변화
▲ '당나귀에게 과도하게 짐을 지웠을 때 발생되는 상황' (출처: 강의 PPT 자료)
과연 지구가 70억 인구를 감당할 수 있을까. 지구가 감당할 수 없는 환경들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향후 심각한 전개 중 하나는 기후변화이다. 물론, 지금도 이미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일례로, 지구 온도는 0.85도 올랐다. 1도도 안 오른 현재 북극의 절반이 녹았다. 인도는 우기에 태풍까지 몰려와 100명이 죽고 800만명이 집을 잃었다.
우리나라는 영향을 크게 못 느낀다고 하지만 지난 1월, 10명 가까운 청년이 사망했던 경주 마우나 리조트 붕괴 사건을 생각해보자. 보통 사고가 나면 공무원에게 책임을 묻는데 이 사건은 공무원에게 모든 책임을 묻게 하기에 무리가 있다. 왜냐하면 경주에 이 정도의 눈이 내린 적이 없었고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만일 같은 정도의 눈이 강원도에 내렸다면 그 지역은 준비가 되어있었을 것이다. 즉, 평소에 경험하지 않았던 상황에 처했을 때는 피해가 늘어난다. 가령 중동에 비가 5mm만 와도 배수시설이 안되어 있기 때문에 홍수가 난다.
기후변화도 불평등한 측면이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보면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는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적다. 그런데 피해가 어디에 집중되는지 살펴보면 같은 지역이다. 즉, 기후변화 원인 물질 배출 지역과 피해 지역이 다르다.
▲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 규모로 재구성한 세계지도 (출처: 강의 PPT자료)
지금까지 선진국들은 교토의정서에 의해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했다. 또한 녹색기후기금(Green Climate Fund, GCF)도 만들어 피해지역에 환경적응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배출량 1위 중국, 2위 미국, 3위 인도가 교토의정서에 안 들어가 있다는 문제점이 제기되어왔다. 7위인 한국 역시 참여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교토의정서 체제를 넘어서는 신 기후체제로 가고 있다. 이는 2020년부터 시작될 예정인 이 체제에 따라서는 모든 나라가 예외없이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 각 나라가 감축목표를 세우는 시기가 올해, 2015년이다. 다가오는 12월, 프랑스에서 기후변화 역사상 가장 뜨거운 회의가 개최될 예정이다.
▲ 2015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하게 될 COP21에서는
1,000Gt을 196개국이 어떻게 나눌 것인가의 문제가 논의될 예정이다.
온실가스 배출량 7위인 우리나라의 경우, 온실가스의 75%가 에너지 분야에서 나온다. 때문에 에너지 정책을 잘 세워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감축목표는 경제수준(세계 11위)과 온실가스 배출량에 비해 황당할 정도로 적은 수준이다.
기후변화도 원전이 문제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대안이 있어야한다는 주장이 나왔었고, 탄소포집저장기술, 재생에너지, 그리고 원전이 대안으로 제시되었었다.
그런데 탄소포집저장기술의 경우 석탄화력발전소를 그대로 사용하되 이산화탄소를 굴뚝에서 포집하여 그대로 땅 속에 묻어버리는 것이다. 어쨌든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가 방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안이었다. 그런데 이를테면 지진이 나서 묻어두었던 이산화탄소가 한꺼번에 대기중으로 방출되었을 경우, 이에 대한 대비책이 없다는 점에서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다.
원전의 경우, ‘원자력 르네상스’라 칭하며 한국, 일본, 영국이 목소리 높여 주장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원폭의 아픔이 있는 일본이 국제회의에서 앞장서 원전을 기후변화에 대한 공식대안으로 인정하고 원전을 배출권 거래제에서 거래할 수 있는 요소로 인정해달라고 주장했었다. 그런데 후쿠시마 사고가 일어났다.
▲ (좌)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사진 (우)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따른 태평양 방사능 오염
이 사고는 원전 전원공급이 끊기면서 냉각수가 공급되지 못하여 온도 상승으로 인하여 폭발이 일어난 사건이다. 그 결과, 방사능 물질이 대기 중으로 방출되었다. 이 사고 이후, 일본은 더 이상 기후변화 회의에서 기후변화 대안으로 원전을 주장하지 않게 되었다. 다른 국가들 역시 방사능 사고를 감수하고라도 원전을 해야한다고 외치지 않게 되었다.
원전 사고 이후 주민들의 삶
후쿠시마 방문을 했을 때 여러 사람을 만났었다. 첫 이야기는 그런 사고가 날 줄 몰랐으며 이러한 상황에 부딪혔을 때 정부가 이렇게 무능하고 자신들을 버릴 줄 몰랐다는 것이었다. 일례로, 일본정부는 사고지점으로부터 20km 반경 안에 살고 있는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그런데 바람의 방향에 따라 20km 밖 지역인데도 원전 주변지역과 같은 높은 방사능 농도를 가진 지역이 있었다. 그 지역 주민들에게는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아 대피를 하지 않았고 20km 반경 밖에 있었음에도 많은 피해를 입게 되었다.
특히 25-30km 반경에 있던 지역 주민들은 피난을 가야하는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야만 했다. 정부가 20km 반경 안의 주민들에게만 경제적 책임을 지고 구호물품을 줬기 때문이다.
놀라웠던 것은 후쿠시마에 도착했을 때 그 지역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마스크도 안 하고 너무도 평온했다는 점이었다. 이에 대해 누구는 '엘리트 패닉 현상'이라 일컬었다. 후쿠시마의 기득권 엘리트들이 후쿠시마 인구가 줄어드는 것을 원치 않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원전 오염의 심각성에 관한 자료를 은폐 또는 확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우려를 발설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아베 정부는 피난 가있던 주민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내는 것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방사능이 남아있는 동네에 다시 가라고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주장과 이제는 후쿠시마도 희망을 찾아야한다는 주장이 논쟁에 붙여졌다. 이를 보며 일본 정부도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는 혹독한 정부라는 생각을 했다.
원전의 위협을 파헤쳐보다
핵이 분열되면 엄청난 열과 에너지가 나온다. 이 때문에 무기도 있지만 원전은 이를 에너지로 돌리는 것이다. 그런데 핵이 분열되면서 20여종의 방사능 물질이 나오고 이러한 물질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노출이 계속되면 요오드는 갑상선, 세슘은 암, 플루토늄은 뼈 등에 문제를 일으킨다. 한 번 방사능이 방출되면 스스로 에너지를 잃기 전까지는 그를 중화시키거나 없앨 방법이 없다. 그저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 방사능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출처: 강의 PPT 자료)
그런데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실로 어마어마하다. 세슘의 반감기는 30년이나 플루토늄의 경우 반감기가 무려 2만4천년이다. 적어도 10만년 가까이는 인간하고 격리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10만년짜리 폐기물은 어떻게, 어디에 저장해야하나. 이것이 원전이 남기는 유산이며 전 세계적인 숙제이다. 오직 핀란드만 자국에 처분장을 하나 짓고 있다. 일전에 녹색연합에서 대만에서 시위했던 적이 있는데, 그 이유는 대만 정부가 자국의 핵 폐기물을 북한에다 저장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몽골이 핵 폐기물 처분장으로 국제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즉, 선진국에서 몽골을 원조하는 대신 핵 폐기물을 그곳에 저장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아직 핵 폐기물을 처분해본 적이 없다. 즉,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면서 무작정 원전을 시작했고 앞으로도 13개나 더 짓겠다고 추진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 2편에서 우리나라의 상황을 집중 조명하고 지속가능한 대안에 대한 소개가 이어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