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권정책아카데미 엿보기
코쿤은 지난 1월 29일부터 2월 28일까지 제1회 유엔 인권정책아카데미를 진행했다. 10개의 인권 강의로 구성된 이번 프로그램에서 인상깊었던, 또 각각의 강의 내용을 짐작할 만한 강의 일부를 싣는다.
1강 인권의 역사와 개념 - 인권 기본 개념 알기
강사: 조효제(성공회대 교수)
“활동가나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인권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절대적인 논리를 적용하는 것이 여전히 필요하다. 그래서 가장 적용하기 쉬운 논리가 자연권사상이다. 이게 바로 미국 독립선언문, 프랑스 대혁명 인권선언문, 48년의 세계인권선언에도 나오는 자연권적 인권옹호론이다. 그런데 이것이 사상적 기원을 따져보면 서구의 유대 그리스도교적 사상 배경을 가지고 있다. 물론 세계인권선언은 보편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서구적 냄새를 없애고 보편적인 언어로 표현하려 노력했다. 그럼에도 세계인권선언조차 비서구인이 보면 굉장히 서구적인 텍스트로 느껴진다는 거다. 따라서 보편이란 말을 쓸 때에는 따옴표라도 치면서, 보편이란 말이 가지고 있는 특정성을 읽어내자는 의미에서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다. 인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조차도 과거처럼 인권을 무조건 하나의 잣대로 ‘보편적 인권’이라 말하기에는 세계가 많이 바뀌었다.”
2강 자유권과 사회권, 유엔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진 조약
강사: 류은숙(인권연구소 ‘창’ 활동가)
“인권은 탄생하자마자 두 개로 갈라졌다. 세계인권선언을 만들고 나서 바로 냉전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하나로 만들려다가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것보다는 두 개로 쪼개어 만들면 각국에서 알아서 선택하고 비준하지 않겠느냐는 뜻에서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자유권 규약)과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사회권 규약)으로 나누어졌다. 인권은 총체적인 것인데 자유와 평등으로 인위적으로 갈라놓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자유와 평등을 이야기할 때 동전의 양면이라 이야기한다. 연대는 말하자면 이 동전을 이 사회에 유통시킬 수 있는 힘이다. 세계인권선언의 가장 마지막 조항은 이 연대의 의무에 관한 내용이다. 흔히 자유에 대한 오해가 내 맘대로 하는 것이란 착각인데 자유는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것이고 인권도 사람들 사이의 관계 속에 있다. 평등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앞으로 어떤 인권을 판단하던지 자유, 평등, 연대를 계속 생각해야 한다. 지금의 정책, 지금의 주장이 과연 인권 원칙에 맞는 것인가. 지금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인권에 부합하는 것인가 측정해봐야 하는데, 그 측정의 기준이 자유, 평등, 연대라는 트라이앵글이다.”
3강 국가가 보호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유엔의 역할 - 인종범죄, 전쟁범죄를 해결하는 국제형사재판소
강사: 박선기 (前 유엔 르완다국제형사재판소 재판관)
“1995년에 유엔 역사상 처음으로 2개의 국제 형사법정을 설립한다. 하나는 보스니아 세르비아 내전에 관한 법정(ICTY), 다른 하나가 르완다 내전에 관한 형사법정(ICTR)이다. 이 두 개의 법정은 모든 범죄를 다루는 것이 아니고 특별히 제노사이드 범죄를 다룬다. 르완다 재판을 담당하면서 느낀 것은 돈의 문제도 아니고, 법률의 문제도 아니며 인간이란 ‘쟤들이 네 것을 빼앗을 것이다.’라고 겁만 줘도 굉장히 단결한다는 사실이었다. 자기 것을 나누고 공유하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 그러면서 겉으로 내세우는 명분이 정의, 애국, 애족 같은 관념들이라는 사실이다. 내가 관여하는 것은 절대선이고 절대정의라고 하면서 타자를 배척하는 행위들을 경계해야 한다.”
4강 유엔과 인권 - 유엔 전체에서 인권이사회의 의미와 유엔 인권메커니즘
강사: 진주 (광주 트라우마센터 연구원)
“유엔을 비롯한 국제 무대에서는 크고 작은 싸움들이 많다. 활동가들이 일하는 방식은 유엔에 속한 전문가 집단들과 협의를 해서 함께 일하는 것이다. 좀 더 적극적으로 일하는 방식은 유엔 소속의 위원회라든가 전문가 집단에 위원으로서 일하는 것이다. 유엔에서 말하는 인권은 일종의 ‘협의의’ 인권이다. 앞서 1강, 2강에서 들은 원칙적이고 철학적인 의미의 인권이 아니라, OHCHR에서 말하는 인권은 국제법적인 인권, 조약적인 인권이다. 조금 더 좁혀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유엔 인권메커니즘에서 말하는 인권이 중요한 이유는 정부 간 약속이고 그것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데 이를 감시하는 임무가 바로 유엔 전문가 그룹과 시민사회에 있기 때문이다.”
5강 노동과 인권 - 세계화 시대에 노동권이란
강사: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대학장)
“어떤 나라들은 학교에서 노동교육을 정말 철저히 한다. 독일 초등학교에서는 수업 시간에 경영자와 노동자 대표를 설정하고 모의 단체교섭 시간을 갖는다. 대부분의 학생은 노동자가 되는데 한국에서는 다들 사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선진국의 학생들은 스스로가 노동자가 될 것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반값 등록금, 무상교육이 북유럽 사회에서는 가능한데 한국의 경제 규모에서도 이런 정책이 충분히 가능하지만 안 되는 이유는 부유층 세금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에 그런 제도가 만들어진 것은 노동운동의 성과였다. 어떤 분야의 노동자가 되든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가지려 노력하는 것은 노동운동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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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강 여성인권과 유엔
강사: 신혜수 (前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위원, 유엔 사회권위원회 위원)
“여성차별철폐협약(CEDAW) 제1조에서 이야기하는 여성에 대한 차별은 시민적 정치적, 사회 문화적 차별을 모두 포함한다. 남녀 동등함에 기초해서,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인식‧향유‧행사하는 것을 저해하거나 무효화하는 효과 또는 목적을 가지는 ‘性’에 근거한 모든 구별‧배제‧제한을 의미한다. ‘너는 남성이고, 너는 여성이다’라고 구별하는 것이 차별인가? 여성을 여성으로 구별하는 것 자체가, 성에 근거한 구별이 여성이 권리를 누리는 데 영향을 미친다면 차별이다. CEDAW는 성평등 보장을 국가의 의무로 규정한다. 여기서 말하는 평등이란 법적인 평등뿐만이 아니며 실질적 평등을 보장해야 한다. 협약에서 빠진 중요한 한 가지가 있는데, 바로 여성폭력(violence against the women)이다. 협약이 제정된 79년까지는 여성폭력이 국제적인 의제로 이슈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성폭력은 80년대에 급진적인 페미니즘의 노력으로 담론화된 것이다. 따라서 나중에 ‘여성폭력철폐선언’을 따로 만들었다.”
7강 국제분쟁지역의 시선에서 본 유엔과 국제사회
강사: 김재명 (프레시안 국제분쟁전문기자)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때 사람들은 다시 한 번 낙관적인 환상을 가졌다. 냉전이 해소되면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는. 그러나 이후 더 많은 전쟁이 벌어졌다. 냉전 체제에서는 한번 벌어지면 핵전쟁이기 때문에 가급적 전쟁을 하지 않으려 했으나, 한 축이 무너지자 마구 전쟁을 벌이게 된 것이다. 다만, 냉전 이후 강대국이 다른 영토에서 벌이는 대리전이 없어진 것은 사실이다. 2001년부터 10년 사이에 1천 명 이상 사망한 전쟁이 아프간과 이라크 외에는 대부분 내전이었다는 통계가 있다. 특히 1992년에 곳곳에서 전쟁이 많았다. 3백 만, 180만 명이 사망한 전쟁들이 아프리카에서 벌어졌는데 우리는 몰랐다. 만약 이런 일이 유럽 땅에서 벌어졌다면 3차 대전이 벌어졌다고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왜 개입하지 않는가? 현재 시리아에도 개입하려면 벌써 개입해야 했다. 결국에는 이익이 있어야 개입한다는 국제 사회의 뿌리 깊은 논리가 있는 셈이다.”
8강 국제 현장에 필요한 사람
강사: 김성태 (월드비전 국제구호 본부장)
“국제사회에는 후원자(donor)와 수혜자(beneficial), ngo 및 국제기구(agency)가 있다. 정부가 ODA를 집행하는데 대부분의 엔지오들은 정부의 눈치를 본다. ngo들이 느끼는 감정이 바로 갑을 관계에 대한 불쾌감이다. 그렇다면 ngo와 수혜자 중 어느 그룹이 좀 더 힘이 있을까? 에이전시다. 후원자에게 받은 돈이 있기 때문이다. 사업장에 가게 되면 비포장도로에 흙먼지 날리면서 하얀 지프차가 온다. 이 차는 대부분 유엔과 엔지오들의 차다. 차에서 내리면 구두에 정장, 선글라스를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수혜자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ngo들 안에도 ‘우리가 사업 해주는 거잖아, 우리가 돈 들고 왔잖아.’ 하는 마음이 있다. 인권과 배치되는 모습이다. 국제사회의 큰 오류 중 하나가 바로 이런 부분이다. 우리는 답을 가지고 있고 받는 당신들은 잘 모른다는 의식.
최근 개발과 지원 분야에서 윤리성이 강조되고 있다. 의사들도 환자를 치료할 때 특별히 어떤 사항들은 윤리 위원회를 거친다. 인간의 이슈에 대해서는 함께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논문을 쓸 때도 윤리위원회를 통과해야 한다. 논문을 접근하는 방법들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는가 안 되는가를 검증해야 한다. 개발과 인도적 지원 역시 인권 침해의 가능성이 있다면 윤리적 검증을 거쳐야 한다.”
9강 장애인인권과 유엔
강사: 조한진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장애란 무엇일까? 정확히 말하면 장애가 아닌 손상을 지닌 사람이다. 태생부터 갖고 있던 특질, 사고, 질병 등에 의하여 장애의 원인을 규정하는 관점을 ‘의료적 관점’이라 한다. 70년대 말부터는 장애를 다르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장애의 원인을 사고나 질병이 아닌 사회의 장벽으로 보는 것이다. 물리적 접근성, 사회의 태도 등 그 사람의 개인적 원인이 아닌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서 장벽을 찾는 것이다. 이를 ‘사회적 모델’이라 한다. 예산이 한정돼 있는데 어떻게 사회정책으로 다 해결하는가? 맞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장애는 몸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있다. 여러분 자신, 국가의 정책, 법률, 시각, 선입견 등이 장애를 구성하는 것들이다. 이건 훈련이 필요한 문제다. 이 개념을 이해하는 것만으론 충분치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료적 관점에 찌들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엔에서도 장애인권리협약을 만들면서 장애에 대한 개념 합의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CRPD에는 장애인에 대한 정의가 있을 뿐 장애의 정의가 없다.”
10강 활동가는 ‘네트워크’다
강사: 한상봉 (가톨릭뉴스 ‘지금 여기’ 편집국장)
“인권 활동가든 인권 단체든, 우리안의 민주주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외부를 향해 이야기하는 것은 진정성이 없기에 힘이 없다. 진정성을 갖고 있다면 그건 외부에 알려지게 돼 있다. 또, 인권운동을 하는 사람의 내면에 가장 자리잡고 있어야 하는 것은 인간에 대한 신뢰다. 내가 함께 가고자 하는 많은 시민에 대한, 인간 일반에 대한 깊은 신뢰. ‘내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면 그 사람이 나를 지지할 거야.’라는 신뢰가 없다면 그 일을 할 수 없다. 그 신뢰는 자기 자신의 선에 대한 신뢰이기도 하다. 활동가 스스로가 내 안의 선함을 믿으면 타인의 선의에 대한 신뢰도 있다. 그걸 믿고 그냥 가는 거다.”
유엔 인권정책아카데미 엿보기
코쿤은 지난 1월 29일부터 2월 28일까지 제1회 유엔 인권정책아카데미를 진행했다. 10개의 인권 강의로 구성된 이번 프로그램에서 인상깊었던, 또 각각의 강의 내용을 짐작할 만한 강의 일부를 싣는다.
1강 인권의 역사와 개념 - 인권 기본 개념 알기
강사: 조효제(성공회대 교수)
“활동가나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인권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절대적인 논리를 적용하는 것이 여전히 필요하다. 그래서 가장 적용하기 쉬운 논리가 자연권사상이다. 이게 바로 미국 독립선언문, 프랑스 대혁명 인권선언문, 48년의 세계인권선언에도 나오는 자연권적 인권옹호론이다. 그런데 이것이 사상적 기원을 따져보면 서구의 유대 그리스도교적 사상 배경을 가지고 있다. 물론 세계인권선언은 보편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서구적 냄새를 없애고 보편적인 언어로 표현하려 노력했다. 그럼에도 세계인권선언조차 비서구인이 보면 굉장히 서구적인 텍스트로 느껴진다는 거다. 따라서 보편이란 말을 쓸 때에는 따옴표라도 치면서, 보편이란 말이 가지고 있는 특정성을 읽어내자는 의미에서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다. 인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조차도 과거처럼 인권을 무조건 하나의 잣대로 ‘보편적 인권’이라 말하기에는 세계가 많이 바뀌었다.”
2강 자유권과 사회권, 유엔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진 조약
강사: 류은숙(인권연구소 ‘창’ 활동가)
“인권은 탄생하자마자 두 개로 갈라졌다. 세계인권선언을 만들고 나서 바로 냉전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하나로 만들려다가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것보다는 두 개로 쪼개어 만들면 각국에서 알아서 선택하고 비준하지 않겠느냐는 뜻에서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자유권 규약)과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사회권 규약)으로 나누어졌다. 인권은 총체적인 것인데 자유와 평등으로 인위적으로 갈라놓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자유와 평등을 이야기할 때 동전의 양면이라 이야기한다. 연대는 말하자면 이 동전을 이 사회에 유통시킬 수 있는 힘이다. 세계인권선언의 가장 마지막 조항은 이 연대의 의무에 관한 내용이다. 흔히 자유에 대한 오해가 내 맘대로 하는 것이란 착각인데 자유는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것이고 인권도 사람들 사이의 관계 속에 있다. 평등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앞으로 어떤 인권을 판단하던지 자유, 평등, 연대를 계속 생각해야 한다. 지금의 정책, 지금의 주장이 과연 인권 원칙에 맞는 것인가. 지금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인권에 부합하는 것인가 측정해봐야 하는데, 그 측정의 기준이 자유, 평등, 연대라는 트라이앵글이다.”
3강 국가가 보호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유엔의 역할 - 인종범죄, 전쟁범죄를 해결하는 국제형사재판소
강사: 박선기 (前 유엔 르완다국제형사재판소 재판관)
“1995년에 유엔 역사상 처음으로 2개의 국제 형사법정을 설립한다. 하나는 보스니아 세르비아 내전에 관한 법정(ICTY), 다른 하나가 르완다 내전에 관한 형사법정(ICTR)이다. 이 두 개의 법정은 모든 범죄를 다루는 것이 아니고 특별히 제노사이드 범죄를 다룬다. 르완다 재판을 담당하면서 느낀 것은 돈의 문제도 아니고, 법률의 문제도 아니며 인간이란 ‘쟤들이 네 것을 빼앗을 것이다.’라고 겁만 줘도 굉장히 단결한다는 사실이었다. 자기 것을 나누고 공유하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 그러면서 겉으로 내세우는 명분이 정의, 애국, 애족 같은 관념들이라는 사실이다. 내가 관여하는 것은 절대선이고 절대정의라고 하면서 타자를 배척하는 행위들을 경계해야 한다.”
4강 유엔과 인권 - 유엔 전체에서 인권이사회의 의미와 유엔 인권메커니즘
강사: 진주 (광주 트라우마센터 연구원)
“유엔을 비롯한 국제 무대에서는 크고 작은 싸움들이 많다. 활동가들이 일하는 방식은 유엔에 속한 전문가 집단들과 협의를 해서 함께 일하는 것이다. 좀 더 적극적으로 일하는 방식은 유엔 소속의 위원회라든가 전문가 집단에 위원으로서 일하는 것이다. 유엔에서 말하는 인권은 일종의 ‘협의의’ 인권이다. 앞서 1강, 2강에서 들은 원칙적이고 철학적인 의미의 인권이 아니라, OHCHR에서 말하는 인권은 국제법적인 인권, 조약적인 인권이다. 조금 더 좁혀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유엔 인권메커니즘에서 말하는 인권이 중요한 이유는 정부 간 약속이고 그것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데 이를 감시하는 임무가 바로 유엔 전문가 그룹과 시민사회에 있기 때문이다.”
5강 노동과 인권 - 세계화 시대에 노동권이란
강사: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대학장)
“어떤 나라들은 학교에서 노동교육을 정말 철저히 한다. 독일 초등학교에서는 수업 시간에 경영자와 노동자 대표를 설정하고 모의 단체교섭 시간을 갖는다. 대부분의 학생은 노동자가 되는데 한국에서는 다들 사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선진국의 학생들은 스스로가 노동자가 될 것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반값 등록금, 무상교육이 북유럽 사회에서는 가능한데 한국의 경제 규모에서도 이런 정책이 충분히 가능하지만 안 되는 이유는 부유층 세금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에 그런 제도가 만들어진 것은 노동운동의 성과였다. 어떤 분야의 노동자가 되든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가지려 노력하는 것은 노동운동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과 같다.”
6강 여성인권과 유엔
강사: 신혜수 (前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위원, 유엔 사회권위원회 위원)
“여성차별철폐협약(CEDAW) 제1조에서 이야기하는 여성에 대한 차별은 시민적 정치적, 사회 문화적 차별을 모두 포함한다. 남녀 동등함에 기초해서,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인식‧향유‧행사하는 것을 저해하거나 무효화하는 효과 또는 목적을 가지는 ‘性’에 근거한 모든 구별‧배제‧제한을 의미한다. ‘너는 남성이고, 너는 여성이다’라고 구별하는 것이 차별인가? 여성을 여성으로 구별하는 것 자체가, 성에 근거한 구별이 여성이 권리를 누리는 데 영향을 미친다면 차별이다. CEDAW는 성평등 보장을 국가의 의무로 규정한다. 여기서 말하는 평등이란 법적인 평등뿐만이 아니며 실질적 평등을 보장해야 한다. 협약에서 빠진 중요한 한 가지가 있는데, 바로 여성폭력(violence against the women)이다. 협약이 제정된 79년까지는 여성폭력이 국제적인 의제로 이슈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성폭력은 80년대에 급진적인 페미니즘의 노력으로 담론화된 것이다. 따라서 나중에 ‘여성폭력철폐선언’을 따로 만들었다.”
7강 국제분쟁지역의 시선에서 본 유엔과 국제사회
강사: 김재명 (프레시안 국제분쟁전문기자)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때 사람들은 다시 한 번 낙관적인 환상을 가졌다. 냉전이 해소되면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는. 그러나 이후 더 많은 전쟁이 벌어졌다. 냉전 체제에서는 한번 벌어지면 핵전쟁이기 때문에 가급적 전쟁을 하지 않으려 했으나, 한 축이 무너지자 마구 전쟁을 벌이게 된 것이다. 다만, 냉전 이후 강대국이 다른 영토에서 벌이는 대리전이 없어진 것은 사실이다. 2001년부터 10년 사이에 1천 명 이상 사망한 전쟁이 아프간과 이라크 외에는 대부분 내전이었다는 통계가 있다. 특히 1992년에 곳곳에서 전쟁이 많았다. 3백 만, 180만 명이 사망한 전쟁들이 아프리카에서 벌어졌는데 우리는 몰랐다. 만약 이런 일이 유럽 땅에서 벌어졌다면 3차 대전이 벌어졌다고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왜 개입하지 않는가? 현재 시리아에도 개입하려면 벌써 개입해야 했다. 결국에는 이익이 있어야 개입한다는 국제 사회의 뿌리 깊은 논리가 있는 셈이다.”
8강 국제 현장에 필요한 사람
강사: 김성태 (월드비전 국제구호 본부장)
“국제사회에는 후원자(donor)와 수혜자(beneficial), ngo 및 국제기구(agency)가 있다. 정부가 ODA를 집행하는데 대부분의 엔지오들은 정부의 눈치를 본다. ngo들이 느끼는 감정이 바로 갑을 관계에 대한 불쾌감이다. 그렇다면 ngo와 수혜자 중 어느 그룹이 좀 더 힘이 있을까? 에이전시다. 후원자에게 받은 돈이 있기 때문이다. 사업장에 가게 되면 비포장도로에 흙먼지 날리면서 하얀 지프차가 온다. 이 차는 대부분 유엔과 엔지오들의 차다. 차에서 내리면 구두에 정장, 선글라스를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수혜자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ngo들 안에도 ‘우리가 사업 해주는 거잖아, 우리가 돈 들고 왔잖아.’ 하는 마음이 있다. 인권과 배치되는 모습이다. 국제사회의 큰 오류 중 하나가 바로 이런 부분이다. 우리는 답을 가지고 있고 받는 당신들은 잘 모른다는 의식.
최근 개발과 지원 분야에서 윤리성이 강조되고 있다. 의사들도 환자를 치료할 때 특별히 어떤 사항들은 윤리 위원회를 거친다. 인간의 이슈에 대해서는 함께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논문을 쓸 때도 윤리위원회를 통과해야 한다. 논문을 접근하는 방법들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는가 안 되는가를 검증해야 한다. 개발과 인도적 지원 역시 인권 침해의 가능성이 있다면 윤리적 검증을 거쳐야 한다.”
9강 장애인인권과 유엔
강사: 조한진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장애란 무엇일까? 정확히 말하면 장애가 아닌 손상을 지닌 사람이다. 태생부터 갖고 있던 특질, 사고, 질병 등에 의하여 장애의 원인을 규정하는 관점을 ‘의료적 관점’이라 한다. 70년대 말부터는 장애를 다르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장애의 원인을 사고나 질병이 아닌 사회의 장벽으로 보는 것이다. 물리적 접근성, 사회의 태도 등 그 사람의 개인적 원인이 아닌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서 장벽을 찾는 것이다. 이를 ‘사회적 모델’이라 한다. 예산이 한정돼 있는데 어떻게 사회정책으로 다 해결하는가? 맞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장애는 몸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있다. 여러분 자신, 국가의 정책, 법률, 시각, 선입견 등이 장애를 구성하는 것들이다. 이건 훈련이 필요한 문제다. 이 개념을 이해하는 것만으론 충분치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료적 관점에 찌들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엔에서도 장애인권리협약을 만들면서 장애에 대한 개념 합의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CRPD에는 장애인에 대한 정의가 있을 뿐 장애의 정의가 없다.”
10강 활동가는 ‘네트워크’다
강사: 한상봉 (가톨릭뉴스 ‘지금 여기’ 편집국장)
“인권 활동가든 인권 단체든, 우리안의 민주주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외부를 향해 이야기하는 것은 진정성이 없기에 힘이 없다. 진정성을 갖고 있다면 그건 외부에 알려지게 돼 있다. 또, 인권운동을 하는 사람의 내면에 가장 자리잡고 있어야 하는 것은 인간에 대한 신뢰다. 내가 함께 가고자 하는 많은 시민에 대한, 인간 일반에 대한 깊은 신뢰. ‘내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면 그 사람이 나를 지지할 거야.’라는 신뢰가 없다면 그 일을 할 수 없다. 그 신뢰는 자기 자신의 선에 대한 신뢰이기도 하다. 활동가 스스로가 내 안의 선함을 믿으면 타인의 선의에 대한 신뢰도 있다. 그걸 믿고 그냥 가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