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제네바 인권연수를 다녀와서
11기 인턴 이OO
이번 제네바 인턴십은 수업에서만 듣고 배우던 유엔 메커니즘의 일부에 직접 참관하고 기여할 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다. 초반에 기대했던 것 이상을 얻어왔고 인권 분야에서 나의 목표를 한층 명확하게 해주는 기회였으며 인권에 대해 색다른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기회였다.
제네바 현지활동에 앞서 한국에서 있었던 사전교육, 보고서 및 리서치 내용을 숙지하며 국내의 인권문제에 대해 배운 점이 많았다. 사전교육 중 유엔 메커니즘, 난민, 이주노동자 등 하나하나 유익한 시간이었고 그 중 인권연구소 ‘창’ 활동가이신 류은숙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인권의 트라이앵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인권의 3대 원칙인 자유, 평등, 연대 중 하나라도 빠뜨리거나 소홀히 한다면 인권의 어느 것도 이룰 수 없다는 뜻이다. 이 중 지금까지 인권이라 하면 자유와 평등은 쉽게 연관이 되었지만 연대라는 요소를 통해 인권을 색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었다. 또한 이주노동자, 난민에 대한 법이나 정책을 숙지하며 사회의 질서와 인권보장을 위해 만들어진 것들이 누군가에게 악용되어 다른 누군가의 질서를 망가뜨리는 아이러니한 현상에 대해 전과 달리 조금은 다른 차원에서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질문하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였다. 특정한 법이나 정책이 개선되거나 바뀐다고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답이 나오기보다는 꼬리를 무는 질문이 더 늘어나며 사회의식 같은 근본적인 문제들이 다루어져야 함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현지에서 초반 일정을 위해 세계평화의 역사적 그리고 상징적 의미가 있는 Broken Chair을 지나 유엔본부에 들어서며 예술적 의미가 돋보이는 천장화가 눈에 띄는 방에서 제9차 UNHRCAC (유엔 인권이사회 자문위원회) 회의를 참관하였다.
자문위원회의 지역별로 배분된18명의 인권 위원들 사이에 오가는 비판과 찬사 속에 어떠한 정치적 맥락이 숨겨져 있는지 유심히 듣고 생각해 보리라 하는 마음으로 회의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전통적 가치 (traditional value) 같은 문화적으로 다소 민감한 주제에서는 생각과 달리 너무나도 확연한 정치적 개입이 된 발언들이 오고 갔다. 또한 위원님들의 지역이나 출신과 상관 없이 국제적인 분석을 기대했던 나의 생각과 달리 전문가의 각 출신나라의 예를 집중적으로 들고 한 주제나 계획안을 출신나라 혹은 지역에만 맞춘 발언이 대다수였다. 한편으론 각 나라에서 오신 분들로 구성되어있기에 광범위한 인권이란 주제 그리고 듣기엔 좋은 인권 사안이라도 모든 지역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역사적 여건을 최대한 고려하며 적용 가능한 것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 외에도 강의시간에 많이 읽던 국제협약들이 어떤 절차를 밟고 만들어지는지 일부 체험하며 말로만 듣던 단어와 문구선정의 중요성을 직접 목격하며 이것 또한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절차인 것을 깨달았다.
특히 이번 제9차 UNHRCAC회의 때는 ‘광주인권도시’에 대한 계획안이 발표되었다. 계획안에 대한 논의가 한창일 무렵 한 위원님이 인권도시라는 개념은 현재 존재하는 국가적 차원의 인권 권한과 책임을 지역적 차원에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적∙지역적 차원의 책임이 공존하며 함께 강화 되는 것이라고 말씀하신 부분은 꼭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인권을 주제로 한 계획안을 국제적 차원에서 앞서 추진한다는 점에 뿌듯해졌다. 한편으로는 인권도시 구상이 인권역사에 단지 상징적인 의미나 명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국제적으로 적용될 수 있고 국내적으로도 실천 가능한 개념으로 거듭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외에 제네바에 있는 국제이민정책연구원(IOM),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국제연대(IMADR), 유엔난민기구(UNHCR), 세계무역기구(WTO), 지적재산권기구(WIPO) 등 여러 국제기관을 방문하고 그곳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유익한 말씀을 듣는 기회도 있었다. 그 중 개인적으로 유엔사회개발연구소(UNRISD)에서 오신 이일청 박사님의 말씀이 인상 깊었다. 세계인권선언문 중 그 동안 읽고 또 읽어도 별 생각 없이 지나쳤던 제12조에 쓰여있는 “사회보장을 받을 권리”에 담겨있는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 그리고 그 한 문장이 보장하는 권리가 누구에겐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누구에겐 목숨만큼 소중한 권리임을 마음으로 깨닫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또한 정치 경제 사회 역사 등 내가 항상 생각하고만 있던 요소들 외에 근본적이고 철학적인 시각으로도 사안을 보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우친 시간이었다.
이번 인턴십의 주요 목적은 제81차 인종차별철폐위원회 한국정부 심의 때 국내 인종차별 이슈, 특히 이주노동자, 이주여성, 이주아동, 난민 등의 인종차별과 인권에 대해 NGO보고서를 바탕으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알려 CERD최종견해에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었다. 한국심의 전 주엔 피지와 세네갈 심의를 참관하며 유엔위원님들의 질문 성향 및 관심분야를 파악하는 시간을 가졌다. 일부 참관한 회의 때도 느꼈지만 외교에 적지 않은 시간을 투자하는 부분도 볼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비효율적인 부분이 있었지만 역시 유엔도 정치사회의 일부로써 외교력은 어김없이 존재한다는 것을 내 눈과 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CERD 심의를 통해 시민사회는 너무나도 중요한 역할과 막중한 임무를 갖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민변과 공감에서 오신 변호사님들과 함께 한국정부 심의를 맡은 크릭클리 위원님과 면담을 가질 기회도 있어 NGO보고서에 대한 추가 설명 및 서로의 의문점을 나눌 수 있는 귀한 시간을 보냈다. 뜻밖에도 많은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했고 시민사회 의견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셨으며 심의 당일 날 발표를 하실 땐 정부보고서와 NGO보고서 둘 다 객관적이고 예리한 판단으로 읽고 준비하셨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유엔 위원들은 한국정부 심의 전 NGO와의 비공식 면담에서 한국NGO들이 힘을 모아서 쓴 NGO보고서에 의존하는 부분이 적지 않아 보였다. 정부나 NGO 둘 중 한쪽의 입장만이 존재했다면 인정해야 할 것은 인정하고 비판해야 하는 것은 비판하는 균형 잡힌 분석을 하는 데 큰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직접 번역 및 통역, 로비 활동에 조금이나마 이바지했던 부분의 내용이 회의 때 논의되는 것을 보고 뿌듯하기도 하였다.
한 정부를 심의하는데 이틀 동안 약 6시간을 소요하는 것은 터무니없이 짧은 시간이기도 하다. 어떻게 한 국가의 국내 인종차별 사안과 이슈를 몇 시간 안에 논의하고 답을 낸다는 말인가. 그리고 국제차원의 논의인 만큼 큰 의미가 있지만 실질적으론 국내 인종차별문제나 인권 전체적인 이슈의 표면을 겨우 훑는다는 한계점이 보일 수밖에 없었다. 최종견해도 “recommends”, “encourages”, “requests” 라는 단어가 주인, 결국 강제력은 부족해 보이는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CERD같은 조약 기구, 더 크게 보면 유엔 전체에서 세계 인권이슈들의 해결책과 결과도 중요하지만 유일무이한 시스템과 가치를 가진 수많은 회원국들이 한자리에 모여 해결책을 함께 찾고 타협하려는 과정을 가능케 하는 자리가 존재한다는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특히CERD 심의에서도 정부보고서를 몇 년간 제출하지 않은 회원국도 있음을 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회원국들은 회원국의 책임을 다 하기 위해 공개적인 자리에 불리할 수도 있는 국제평가를 받으러 온다는 것이다. 이는 유엔의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실질적 강제력이 부족한 문서이지만 시민사회에서는 그 무엇보다도 막강한 도구로 사용되기에, 세계에 지속적이고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점도 깨달았다. 물론 지금까지 수 많은 논문과 책에 쓰여있는 바와 같이 정치적, 경제적 등의 개입이 유엔에 대한 신뢰성을 약화시킨다는 점, 그 외에도 유엔 시스템의 비효율성 같은 부분에 대해는 지속적인 비판과 그에 대한 응답과 실천이 필요하다.
사실 이번 인권연수는 나에게 해답보다는 더욱 복잡한 질문들을 남겨주었다. 질문은 학습과 소통의 시작이고 비판적 분석적 사고로 앞서 나아갈 수 있는 힘의 원천이라고 생각하며 나의 사상에 대해 다시 한번 돌이켜 볼 수 있는 기회였다. 국제학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써 어느 분야를 깊게 파헤치고 싶은지에 대해 확고한 마음을 심어주고 한 이슈를 볼 때 조금은 더 큰 그림을 그려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짧지만 길었던 2주간 즐겁고 소중한 시간을 함께 보냈던 모든 인턴들과 이가원 팀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유엔 제네바 인권연수를 다녀와서
11기 인턴 이OO
이번 제네바 인턴십은 수업에서만 듣고 배우던 유엔 메커니즘의 일부에 직접 참관하고 기여할 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다. 초반에 기대했던 것 이상을 얻어왔고 인권 분야에서 나의 목표를 한층 명확하게 해주는 기회였으며 인권에 대해 색다른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기회였다.
제네바 현지활동에 앞서 한국에서 있었던 사전교육, 보고서 및 리서치 내용을 숙지하며 국내의 인권문제에 대해 배운 점이 많았다. 사전교육 중 유엔 메커니즘, 난민, 이주노동자 등 하나하나 유익한 시간이었고 그 중 인권연구소 ‘창’ 활동가이신 류은숙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인권의 트라이앵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인권의 3대 원칙인 자유, 평등, 연대 중 하나라도 빠뜨리거나 소홀히 한다면 인권의 어느 것도 이룰 수 없다는 뜻이다. 이 중 지금까지 인권이라 하면 자유와 평등은 쉽게 연관이 되었지만 연대라는 요소를 통해 인권을 색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었다. 또한 이주노동자, 난민에 대한 법이나 정책을 숙지하며 사회의 질서와 인권보장을 위해 만들어진 것들이 누군가에게 악용되어 다른 누군가의 질서를 망가뜨리는 아이러니한 현상에 대해 전과 달리 조금은 다른 차원에서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질문하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였다. 특정한 법이나 정책이 개선되거나 바뀐다고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답이 나오기보다는 꼬리를 무는 질문이 더 늘어나며 사회의식 같은 근본적인 문제들이 다루어져야 함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현지에서 초반 일정을 위해 세계평화의 역사적 그리고 상징적 의미가 있는 Broken Chair을 지나 유엔본부에 들어서며 예술적 의미가 돋보이는 천장화가 눈에 띄는 방에서 제9차 UNHRCAC (유엔 인권이사회 자문위원회) 회의를 참관하였다.
자문위원회의 지역별로 배분된18명의 인권 위원들 사이에 오가는 비판과 찬사 속에 어떠한 정치적 맥락이 숨겨져 있는지 유심히 듣고 생각해 보리라 하는 마음으로 회의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전통적 가치 (traditional value) 같은 문화적으로 다소 민감한 주제에서는 생각과 달리 너무나도 확연한 정치적 개입이 된 발언들이 오고 갔다. 또한 위원님들의 지역이나 출신과 상관 없이 국제적인 분석을 기대했던 나의 생각과 달리 전문가의 각 출신나라의 예를 집중적으로 들고 한 주제나 계획안을 출신나라 혹은 지역에만 맞춘 발언이 대다수였다. 한편으론 각 나라에서 오신 분들로 구성되어있기에 광범위한 인권이란 주제 그리고 듣기엔 좋은 인권 사안이라도 모든 지역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역사적 여건을 최대한 고려하며 적용 가능한 것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 외에도 강의시간에 많이 읽던 국제협약들이 어떤 절차를 밟고 만들어지는지 일부 체험하며 말로만 듣던 단어와 문구선정의 중요성을 직접 목격하며 이것 또한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절차인 것을 깨달았다.
특히 이번 제9차 UNHRCAC회의 때는 ‘광주인권도시’에 대한 계획안이 발표되었다. 계획안에 대한 논의가 한창일 무렵 한 위원님이 인권도시라는 개념은 현재 존재하는 국가적 차원의 인권 권한과 책임을 지역적 차원에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적∙지역적 차원의 책임이 공존하며 함께 강화 되는 것이라고 말씀하신 부분은 꼭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인권을 주제로 한 계획안을 국제적 차원에서 앞서 추진한다는 점에 뿌듯해졌다. 한편으로는 인권도시 구상이 인권역사에 단지 상징적인 의미나 명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국제적으로 적용될 수 있고 국내적으로도 실천 가능한 개념으로 거듭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외에 제네바에 있는 국제이민정책연구원(IOM),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국제연대(IMADR), 유엔난민기구(UNHCR), 세계무역기구(WTO), 지적재산권기구(WIPO) 등 여러 국제기관을 방문하고 그곳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유익한 말씀을 듣는 기회도 있었다. 그 중 개인적으로 유엔사회개발연구소(UNRISD)에서 오신 이일청 박사님의 말씀이 인상 깊었다. 세계인권선언문 중 그 동안 읽고 또 읽어도 별 생각 없이 지나쳤던 제12조에 쓰여있는 “사회보장을 받을 권리”에 담겨있는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 그리고 그 한 문장이 보장하는 권리가 누구에겐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누구에겐 목숨만큼 소중한 권리임을 마음으로 깨닫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또한 정치 경제 사회 역사 등 내가 항상 생각하고만 있던 요소들 외에 근본적이고 철학적인 시각으로도 사안을 보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우친 시간이었다.
이번 인턴십의 주요 목적은 제81차 인종차별철폐위원회 한국정부 심의 때 국내 인종차별 이슈, 특히 이주노동자, 이주여성, 이주아동, 난민 등의 인종차별과 인권에 대해 NGO보고서를 바탕으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알려 CERD최종견해에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었다. 한국심의 전 주엔 피지와 세네갈 심의를 참관하며 유엔위원님들의 질문 성향 및 관심분야를 파악하는 시간을 가졌다. 일부 참관한 회의 때도 느꼈지만 외교에 적지 않은 시간을 투자하는 부분도 볼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비효율적인 부분이 있었지만 역시 유엔도 정치사회의 일부로써 외교력은 어김없이 존재한다는 것을 내 눈과 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CERD 심의를 통해 시민사회는 너무나도 중요한 역할과 막중한 임무를 갖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민변과 공감에서 오신 변호사님들과 함께 한국정부 심의를 맡은 크릭클리 위원님과 면담을 가질 기회도 있어 NGO보고서에 대한 추가 설명 및 서로의 의문점을 나눌 수 있는 귀한 시간을 보냈다. 뜻밖에도 많은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했고 시민사회 의견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셨으며 심의 당일 날 발표를 하실 땐 정부보고서와 NGO보고서 둘 다 객관적이고 예리한 판단으로 읽고 준비하셨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유엔 위원들은 한국정부 심의 전 NGO와의 비공식 면담에서 한국NGO들이 힘을 모아서 쓴 NGO보고서에 의존하는 부분이 적지 않아 보였다. 정부나 NGO 둘 중 한쪽의 입장만이 존재했다면 인정해야 할 것은 인정하고 비판해야 하는 것은 비판하는 균형 잡힌 분석을 하는 데 큰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직접 번역 및 통역, 로비 활동에 조금이나마 이바지했던 부분의 내용이 회의 때 논의되는 것을 보고 뿌듯하기도 하였다.
한 정부를 심의하는데 이틀 동안 약 6시간을 소요하는 것은 터무니없이 짧은 시간이기도 하다. 어떻게 한 국가의 국내 인종차별 사안과 이슈를 몇 시간 안에 논의하고 답을 낸다는 말인가. 그리고 국제차원의 논의인 만큼 큰 의미가 있지만 실질적으론 국내 인종차별문제나 인권 전체적인 이슈의 표면을 겨우 훑는다는 한계점이 보일 수밖에 없었다. 최종견해도 “recommends”, “encourages”, “requests” 라는 단어가 주인, 결국 강제력은 부족해 보이는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CERD같은 조약 기구, 더 크게 보면 유엔 전체에서 세계 인권이슈들의 해결책과 결과도 중요하지만 유일무이한 시스템과 가치를 가진 수많은 회원국들이 한자리에 모여 해결책을 함께 찾고 타협하려는 과정을 가능케 하는 자리가 존재한다는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특히CERD 심의에서도 정부보고서를 몇 년간 제출하지 않은 회원국도 있음을 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회원국들은 회원국의 책임을 다 하기 위해 공개적인 자리에 불리할 수도 있는 국제평가를 받으러 온다는 것이다. 이는 유엔의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실질적 강제력이 부족한 문서이지만 시민사회에서는 그 무엇보다도 막강한 도구로 사용되기에, 세계에 지속적이고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점도 깨달았다. 물론 지금까지 수 많은 논문과 책에 쓰여있는 바와 같이 정치적, 경제적 등의 개입이 유엔에 대한 신뢰성을 약화시킨다는 점, 그 외에도 유엔 시스템의 비효율성 같은 부분에 대해는 지속적인 비판과 그에 대한 응답과 실천이 필요하다.
사실 이번 인권연수는 나에게 해답보다는 더욱 복잡한 질문들을 남겨주었다. 질문은 학습과 소통의 시작이고 비판적 분석적 사고로 앞서 나아갈 수 있는 힘의 원천이라고 생각하며 나의 사상에 대해 다시 한번 돌이켜 볼 수 있는 기회였다. 국제학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써 어느 분야를 깊게 파헤치고 싶은지에 대해 확고한 마음을 심어주고 한 이슈를 볼 때 조금은 더 큰 그림을 그려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짧지만 길었던 2주간 즐겁고 소중한 시간을 함께 보냈던 모든 인턴들과 이가원 팀장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