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자] 하나의 인권 - 차O현

2013-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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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인권

- KOCUN 제네바 유엔인권연수를 다녀와서

 

제12회 유엔인권연수 참가자 차o현

 

 

제네바로 떠나기 전 국장님께서 이번 연수는 기존의 연수와는 달리 조금 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왜냐하면 제12회 코쿤 제네바 인권연수 시기가 제10차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심의와 맞물려 있어서 유엔장애인권리협약 NGO 보고서를 작성하시는 DPO 분들과 함께 심의에 참관 하는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이었다. 이 경험 덕분에 그간 심도 깊게 생각해 보지 못했던 장애인 인권에 대한 인식의 지평이 넓어지는 계기가 되었고, 함께 동행한 장애인 DPO분들의 활동과 이번 심의에 직접적인 관계자였던 호주와 오스트리아 DPO들의 활동을 지켜보며 국제 사회에서 NGO의 역할에 대한 이해가 명확해 지는 계기가 되었다.

연수 첫 주차 CRPD에서 겪었던 NGO의 역할은 실로 중요했다. 우리는 오전, 오후 각 세 시간씩 치러지는 본 심의 이외에 런치 브리핑 시간을 통해 오스트리아와 오스트레일리아 NGO가 위원회 위원들을 상대로 본 국 인권의 실태를 낱낱이 밝히는 것을 직접 보았다. 본 심의 보다 훨씬 더 실감나고 박진감 넘치는 실례들을 접할 때는 이것이 마치 암행어사의 암행을 보는 것 같았다. 위원들은 이 시간을 통해서 전달 받은 정보들을 고스란히 다음 심의에서 질문과 취조가 묘하게 섞인 형식으로 국가대표단에게 분명히 전달하였다. 이것을 보며 정확한 인권 실태를 밝히기 위해서는 NGO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고, 동시에 심의 기간 동안 NGO가 위원들에게 하는 로비가 얼마나 중요할 지도 깨닫게 되었다.

이 외에 대한민국 장애인 인권 연대 대표들과 오스트리아와 오스트레일리아 DPO들이 사석에서 간담회를 가지기도 하였다. 장애인 연대는 현재 NGO 보고서를 준비하고 있는 과정인지라 이에 필요한 실질적이고 급박한 정보들을 얻기 위해 노력하였고, 심의를 미리 경험한 분들과의 교류의 장을 만들어 단순히 자문을 얻는 것뿐만 아니라 하나의 연대를 이룬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었다. 장애라는 범주 안에서는 국경도, 지위도 어떤 차이도 없이 하나되는 모습이었다. 나아가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가 그렇게 허물어지는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도 들었다.

장애인권리위원회 심의 참관 활동을 끝낸 후 둘째 주부터는 유엔인권이사회 제 24차 정기 세션의 첫 주 세션을 참관하는 기회를 가졌다. 다양한 주제로 열리는 특별 보고관들의 보고와 국가별 보고, NGO발언과 right to reply로 이루어진 세션 그리고 여러 군데의 소회의실에서 열리는 각종 사이드 이벤트를 참관하며 국제사회에서 자행되는 엄청난 규모와 범위의 인권 침해 행태들을 직접 귀로 듣고, 조금이나마 공감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연수 첫 주차 활동과는 다르게 다루는 인권의 범위가 매우 넓었기 때문에 우리가 경험하고 느끼는 스펙트럼 또한 다양했다. 우리는 아동과 무력 분쟁, 위협 물질과 깨끗한 물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 진실, 정의, 재발 방지, 현대판 노예제, 개발의 권리에 대한 특별 보고관들의 세션에 참가하였다. 이 외에는 사형 선고를 받은 부모를 둔 아이들의 인권, 성 소수자들의 인권, 카슈미르 분쟁 지역에서의 아동의 교육권, 일본의 전쟁 시 군사 성 노예 생존자들의 정의와 인권, post MDG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 사이드 이벤트에 참관하면서 평소에 쉽게 접해 보지 못했던 국제 사회에서의 인권 분야를 접하고, 인권의 범위가 이만큼 넓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더불어 2 주차 활동에서는 일주일 동안 UNHCR에 머물게 됨으로써 유엔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를 명확하게 하는 기회를 가졌다.

국제 사회에서 인권이 다루어지는 메커니즘은 정치적인 이해 관계에 기반해서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 General debate에서는 비록 형식적이고 수사적이지만 각국의 보고를 통해 개별 국가가 얼마나 인권의 실태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를 밝힐 수 있고, 타 국가의 발언을 통해 자국을 feedback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절차가 국가별 이해관계에 따라 이루어지며 인권을 다루는 국제 회의임에도 불구하고 국제 정치와 떼려야 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짧게나마 강력한 NGO들의 호소가 울려 퍼질 수 있는 기회 또한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적절한 자정 역할을 통해 하모니를 이루고 회의가 더욱 완성도 있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또 한 번 NGO 역할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 가운데 또 한 가지 느낀 것은 인권의 장 안에도 소외 받는 인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우연히 카슈미르 분쟁 지역의 아동 교육을 다룬 사이드 이벤트에 참여했을 때였는데, 자금이 부족해서인지 영어 통역사 한 명도 배치되어 있지 않았고, 참관하는 인권이 관계자 이외에는 없었다. 나에게도 카슈미르라는 나라뿐 아니라, 그곳에서 끊임없이 분쟁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고통 받는 많은 여성과 아동이 있다는 사실 자치가 생소했다. 어떤 세션에는 시작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회의 장 앞에서 대기하지만 이렇게 아무도 참가하지 않는 회의도 있다. UNISD의 이일청 박사님 그리고 ILO의 이상헌 박사님을 만나면서 배운 인권의 보편성의 원칙에 대해 다시 한 번 떠올릴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제네바에서 2 주간의 인권 연수를 통해 인권을 침해 당하는 많은 부류의 사람들을 간접적으로 접하면서 인권은 하나이지만 인간은 모두 다 다른 모양의 인권을 누리며 살아간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더불어 이러한 차이를 없애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큰 틀에서 유엔 인권 이사회와 여러 가지 조약 기구들의 활동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였다. 우리나라에도 아주 작은 NGO부터 큰 정부 기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떠올려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인간은 누구나 존엄하며 누구나 존중 받아야 할 가치가 있다. 지금은 비록 모두가 제 각각의 모양의 인권을 가진 것처럼 살아가지만 우리 사회가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내 것이 소중한 만큼 타인의 것도 소중하며, 너와 나의 인권이 하나의 인권이라는 밝혀야만 하며, 이것을 먼저 깨달은 사람들이 땀을 흘려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연수를 마치며 귀한 기회를 주신 코쿤 관계자 여러분들께 감사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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