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자] 다양한 국제인권메커니즘을 접했던 소중한 기회 - 이OO

2013-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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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KOCUN 제네바 유엔인권연수 참가 후기 

 

제12회 유엔인권연수 참가자 이OO

 

   지난 2주간의 일들을 떠올려보니 꿈같이 스쳐 지나간 듯 하다. 직장인이면서 대학원생인 나로써 제네바 행에 오르는 길이 쉽지 않았는데 어렵게 다녀 온 연수인 만큼 국제학을 공부하는 나에게 너무 소중한 경험의 시간이 되었고 견문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모든 프로그램의 시작이었던 OHCHR(인권최고대표사무소)가 있는 Palais Wilson에서 명찰을 받고 설렘으로 들어서던 그 순간이 생각난다. 첫 주는 호주, 오스트리아, 엘살바도르의 장애인권리협약(이하 CRPD) 이행 심의를 위한 조약기구 위원회를 중점으로 연수가 진행되었고 2014년 한국 심의를 준비하는 장애인권리협약 NGO 보고서 작성을 위해 조직된 준비단과 함께 회의를 참여할 수 있게 되어서 더욱 더 의미가 있었고 위원회, 국가대표, NGO대표들의 한마디 한마디를 놓치지 않으려고 더 집중했다. 연수를 떠나기 전 사전에 교육을 받으며 유엔의 인권 메커니즘에 대해 강의를 들을 때 그냥 학습하듯이 듣던 심의과정들이 실제로 눈앞에 펼쳐지는 것을 보며 보다 효과적으로 그 메커니즘을 습득할 수 있었다.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가 국가보고서를 보고 그 나라의 권리협약 이행실태를 심의하고 국가대표단은 이에 국가차원의 입장에서 대변하고 국가가 외면하거나 미처 돌보지 못하는 세심한 부분들이 NGO대표단들에 의해 절실히 지적되는 일련의 과정들이 긴박하고 흥미로웠다. 국가 중심에서 국제기구를 통한 국가들간의 연합이 이뤄지고 그 가운데 NGO(비정부기관)들의 역할이 중요해지며 보다 긴밀히 개인의 인권이 우선시 다뤄지는 다차원의 세계체제가 이뤄지는 현장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이번 연수팀에게는 내년에 있을 우리나라의 장애인인권 심의를 준비하는 NGO보고서 연대를 위해 매 회의의 내용을 보고서로 작성하는 중요한 임무가 주어졌고 덕분에 더 진지하게 회의에 집중할 수 있었다. 회의에 참석하는 중간중간 마련된 각국의 NGO들간의 면담과 OHCHR에서 중요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무관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들도 있었는데 이 또한 국제관계에서 각 행위자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2주차에는 유엔인권이사회에 참석하였는데 모든 유엔회원국과 관련 기관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는 팔레 데 나시옹(Palais Des Nation)의 큰 회의장에 들어서며 그 웅장함과 근엄한 분위기 속에 나는 설레는 긴장감으로 한껏 들떠 있었다. 인권최고대표의 연례보고서로 회의가 시작되었고 그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의 중점적으로 이뤄지는 인권의 침해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번 유엔인권연수 중 가장 기대되었던 것이 전세계가 집중하는 나라별 인권상황의 현안을 파악하고 그에 따른 나라들의 정치경제적 이해관계 및 NGO의 역할을 파악하는 것이었는데 실제로 국제사회에서의 인권에 대한 긴장감, 나라간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과 국제사회의 안보와 평화에 대한 진지함을 보고 들을 수 있어 너무나도 흥미로웠다. 그 가운데 우리나라가 처해있는 경제수준에 비해 그 위상이 나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해 조금 실망스러웠고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미국과 대표적인 유럽국가들의 패권의식들을 체감하면서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사회가 진행되는 중간중간에 나라, 기구, NGO들에 의해 개최되는 사이드이벤트(side event)가 열렸는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개행사에 참석할 수 있는 기회들이 있었는데 가장 인상적인 행사는 일본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일본의 공식 사과와 보상을 촉구하는 것이었다. 김복동 할머니를 비롯해 베트남, 대만, 말레이시아, 네덜란드 등의 많은 나라의 희생자들이 한 목소리로 전쟁은 끝났지만 우리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며 정의 실현을 위한 바램이 가슴을 아프게 했다.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나이 들고 병들어 있는 할머니들의 인권투쟁이 하루 빨리 끝날 수 있길 바랄 뿐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의식하지 않는 저 어디선가에서 아직도 고문 받고 강제실종 당하고 내란으로 난민이 되어 인간이 보장받을 최소한의 권리를 주장하지 못한 채 고통 받고 있을 영혼들에 대해 생각하며 숙연해졌다.

    

인권이사회뿐만 아니라 국제노동기구, 유엔난민기구 등의 국제기구 등을 방문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고 각 부분별 전문가를 만나 기관들이 하는 일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며 학문적인 식견을 넓힐 뿐만 아니라 간접적으로 나마 현장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유엔사회개발연구소의 개발전문가이신 이일청 박사님을 만나 뵌 것인데 개발과 사회권으로 대표되는 인권을 보장받기 위한 가능성과 접근성들에 대한 강의가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논문주제에 대해 전문가의 고견을 들을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이기도 했다.


연수기간 내내 팀원들간 협력하여 참석한 회의의 내용을 보고서로 작성하고 방문하는 기관 및 인권이사회 주제별 내용들을 조사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다양하고 많은 범위의 내용들을 팀원들 간의 정보제공 및 교류하는 시간을 통해 더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어 힘들었지만 그 또한 굉장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연수 과정의 전반적인 프로그램 내용들이 나의 앎에 대한 욕구를 채워줬고 더 신중하게 미래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너무 만족스러웠고 감사한 시간들이었다.

  

모든 과정을 준비해주신 분들께 감사하고 인권을 보장 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소리 없는 외침을 위해 지금 이 시간에도 노력하는 인권운동가 분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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