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 아카데미] 2강 - 진실 정의 배상 재발방지

201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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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5회 유엔인권정책아카데미 2강: 진실·정의·배상·재발방지


이성준, 17기 제네바 유엔인권연수 참가자


진실, 정의는 무엇이고 어떻게 실현시킬 수 있는가? 이러한 물음은 누구나 한 번쯤 머릿속을 스쳐갈 수 있는 물음일 것이다. 살다보면 본인의 생각과 달리 비상식적이라고 생각되는 일이 많이 일어나며, 때로는 억울한 일을 직접 겪거나 제 3자가 억울한 일을 겪고 그에 대해서 배상을 받지 못하는 일이 많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대표적으로 드러나는 일이, ‘위안부’라는 이름으로, 일본군의 성노예가 되어서 고통 받은 어르신들이 아직 충분한 사과를 받지 못한 일이나 모 회사의 가습기 살균제가 일으킨 피해에 대한 사과 및 배상 문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본인도 그다지 오래 산 것은 아니지만 짧은 인생동안 나름대로 부당하고 억울한 처우를 경험하고, 방관하며, 때로는 스스로 누군가에게 억울한 기분을 안기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 자책감과 답답함을 느끼고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억울한 일에 대해서 사과를 충분히 하고, 사과를 받고, 이러한 문제를 현명하게 풀어나갈 수 있는지 고민이 들곤 했는데, 이번 인권 아카데미에서 많은 배움을 얻어서 이에 대한 내용의 감상과 의견을 공유하고 싶다.


애도의 의무

애도란 정확히 무엇이고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는지 사람들은 흔히 스스로의 정의를 내리고 그에 따라서 애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때로는 애도의 중요성이나 애도를 충분히 하기 위해서 필요한 점들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 왜냐하면 필자는 지금 우리 사회가 다른 이들의 애도를, “이 정도면 충분하다.”라며 당사자, 피해자들이 충분히 슬퍼하고 애도할 여유를 주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사건이 있다. 아직까지 완전한 진상 규명, 사과, 배상 등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안타까운 부분은, 많은 사람들이 “이제 이만하면 됐다, 그만 잊어야 한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속으로 아직 이런 말을 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왜 아직 잊을 때가 아닌지 명확하게 이유를 말하기 어려웠는데 이번 아카데미 교육을 통해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 이유는, 애도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애도는 피해자와 유족만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인정, 함께 슬퍼해주는 목격자,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사회를 필요로 한다. 인간은 혼자서 살수 없기에 ‘우리’, ‘사회’라는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간다. 그런데 이 사회 안에서 괴롭고 슬픈 일을 겪었는데 그 고통과 슬픔을 이해받지 못하면 피해자와 유족들은 그 슬픔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특히, 억울한 일로 소중한 이를 잃었을 때는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를 알고, 사망한 이들의 시신의 장례를 치러서 떠나보내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과 사과가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이 무엇 하나 소홀히 이루어지지 않고 진행되어야 애도가 잘 이루어질 수 있다.

몇몇 사람들은 이러한 애도의 완전한 과정이 말로는 쉽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거나 너무 큰 비용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어느 정도 타협이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래서는 사회가 존재하는 의의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사회는 사회 구성원들이 모두 안전하고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성을 지키고 살아가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회 구성원들이 겪은 비극, 억울한 상황에 대해서 충분한 도움을 주지 못하고 애도를 하기 힘들게 한다면 언젠가 마찬가지로 힘든 일을 겪을 가능성이 있는 우리 모두에게 큰 문제이다. 따라서 비단 비극을 겪은 소수의 사람들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보다 나은 사회에서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서 자신의 슬픔을 누그러뜨리고 다른 사람의 슬픔을 누그러뜨리는 것도 적극적으로 돕는 ‘애도의 의무’가 실현되길 바란다.


국가범죄

국가범죄는 인권아카데미가 열린 당일, 필자가 처음으로 들은 표현이었다. 인권 분야에 관심을 갖고 나름대로 공부한 학생이었지만 ‘국가범죄’라는 표현은 무척 생소했다. 그리고 아카데미 교육을 들으면서 이 ‘국가범죄’라는 표현이 어느 문제 이상으로 중요한 문제라고 느끼고 앞으로도 국가범죄에 대해서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국가범죄란 말 그대로 국가가 범하는 범죄로, 정치적, 민족적 범죄, 국제법상의 범죄, 강제불임(특정 집단의 개체수를 줄이기 위해 여성을 불임으로 만드는 행위), 녹화사업(특정 인물들을 군대로 보내어 일반사회에서 분리시키는 행위)등이 있다. 모두 끔찍한 인권 침해이자 국가의 특정 목적을 위한 불법적 행위이다. 그러나 이러한 국가의 불법행위를 지칭하는 ‘국가범죄’라는 표현은 법전에 없다. 어마어마한 권력을 지닌 국가가 불법을 저지를 가능성을 인정하기 때문일 것이다. 국가, 정부도 특정한 목적, 성격을 띠며 인간의 창조물로써 완벽하지 않으며 실제로 정부실패 및 정부 요인의 부정부패가 가능하고 현실로 나타나는 이상, ‘국가범죄’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한 일이다.

따라서 필자를 포함하여 모든 사람이 국가범죄에 대해서 알고 공부하며 이러한 일을 막기 위해서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국가범죄에 의해서 크게 피해를 입었음에도 아직까지 그 피해에 대해 보상은 커녕, 그러한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일이 우리 모두에게 일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러한 일을 예방하거나 해결하기 위해서 모두 국가범죄에 대해서 공부하고 경계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류은숙 선생님의 강의 덕분에 나치의 잔혹한 반인륜적 행위, 군부독재 시절에 만연하던 강제수용, 강제전형, 녹화사업 등의 사건과 그 심각성을 알게 되었다. 그 많은 사건이나 사건을 분류, 지칭하는 표현들은 이번 강의를 통해서 처음 접한 것이었다. 우리들은 겉으로 조금 드러난 비극과 범죄에 대해서 조금 인지하고 있을 뿐 아직도 수많은 국가의 불법행위와 폭력에 노출되어 보호받거나 배상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엔 인권피해자 권리구제원칙: 국제 인권법의 중대한 위반행위와 국제인도법의 심각한 위반행위의 피해자 구제와 배상권리에 관한 기본원칙과 가이드라인> (유엔총회, 2006) 과거청산의 규범적 원칙에 따라 권리구제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러한 규범적 원칙은 ① 진실 규명, ② 책임자 처벌, ③ 피해 배상, ④ 제도 개혁, ⑤ 문화적 구축이다.

앞의 ①~④의 원칙은 모두가 예상할 수 있고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원칙일 것이다. 하지만 ⑤ 문화적 구축의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문화적 구축이 어떻게 ‘국가 범죄’를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막연하게 보일 것 같다. 필자도 막연하게 느껴지던 이 원칙이 강의를 듣고 가장 기억에 남아서 내용을 공유하고 싶다.

문화적 구축 부분의 강의를 들으며 ‘압제에 저항하고 다수의 폭력에 굴하지 않는 시민만이 공동체를 정의롭게 하며, 특정 권력이나 집단이 아니라 오로지 양심을 가진 개인들만이 정의로운 사회를 만든다는 관점의 전파, 정당한 “시민불복종 개념”이 시민윤리의 일부로 자리 잡아야 한다. 군인과 경찰과 불복종의 논리를 학습해야 한다.’라는 내용의 문구를 자료에서 읽었다.

우리 모두가 힘들고 여유가 없는 시대를 살면서 ‘양심’을 잃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든다는 관점과 의지를 많이 잃고 있는 것 같다. 필자도 이제껏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있다고 해서 다른 이들에게 못되게 행동하거나 정의롭지 못하고 잘못된 행동에 사과하지 못한 일이 많다. 우리가 더 나은 사회에서 살기 위해서 조금 더 양심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느낀다.

‘군인과 경찰과 불복종의 논리를 학습해야 한다.’라는 것과 ‘시민불복종 개념’도 크게 다가온다. 우리는 충성의 미덕은 쉽게 접해도 부당한 명령은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은 흔히 접하지 못했다. 독일의 경우 나치의 명을 따라 반인륜적인 행위를 한 군인들은 “명령을 따랐을 뿐이다.”라고 변명을 해도 처벌을 받았고, 독일 군대에서도 “군인은 군복을 입은 시민이다.”라고 강조한다고 한다. 우리 모두 어떠한 권위나 법에 앞에 인간으로서 양심과 정의를 먼저 두고 늘 올바른 선택을 취할 각오와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이 든다.

인권아카데미를 들으면서 잘 알지 못했던 중요한 인권 이슈에 대해서 많이 배우고, 삶을 사는 태도와 생각에도 많은 긍정적 영향을 받았다. 국가범죄 및 다른 인권 문제에 대해서 알고 해결해나가서, 우리 모두가 잘 사는 사회를 이루어나가기 위해서는 이러한 인권 교육을 찾아 듣는 것이 인권을 지켜나가는 “문화적 구축”의 출발점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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