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자]백문이불여일견: 국제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상을 구체화 하는 기회-장OO

2011-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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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OO


나에게 더 큰 과제와 책임을 안겨준 뉴욕인권연수. 이번 기회가 아니었다면 나는 또 마냥 세계의 인권문제 해결을 위해서 유엔이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고, 내가 그 일원이 되기 위해선 무슨 노력을 해야 하는지 만을 궁리하며 대학원 2년을 보낼 것이었다. 국제 관계를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유엔은 언제나 친숙한 개념이었고 대부분의 국제관계를 공부하는 학생이 그러하듯, 자연스럽게 유엔은 내가 목표로 하는 이른바 이었다. 그렇기에 뉴욕으로 떠나기 전, 얼마나 설레고 부푼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손꼽아 기다렸던지 모르겠다. 하지만 연수의 반이 채 지나기도 전, 나는 꿈의 유엔에 너무도 실망해버렸다.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보다 못하다는 옛말이 이렇게도 절실하게 다가왔던 적은 처음이었다.

 

세계의 다양한 인권문제가 심도 있게 다루어 지는 유엔현장에서의 몇몇 실무자들의 태도는 때로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전시 중 여성지위 관련 문제에 대한 CEDAW 회의가 이루어 질 때, 3분밖에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NGO들이 각국의 인권 상황에 대해 호소를 해야 했다. NGO 대표단은 구구절절 자신들의 답답한 상황을 눈물로, 또는 냉철한 마음으로 위원들에게 호소하고 있었지만 몇몇 위원들은 마치 나와는 다른 세계의 생활인 냥 자리를 뜨는 위원들도 있었고, 주위사람들과 잡담을 나누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위원들도 사람이거늘, 장시간의 회의로 지쳤을 수도 있다고 이해해보려 했지만 그러기엔 NGO들의 호소가 너무도 가슴에 와 닿았다. 특히 이것이야 말로 백 번 들어도 절대 알 수 없는 현장에서의 생생한 현실인데 몇몇 위원들의 대수롭지 않아하는 태도는 보는 이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유엔 기관 방문에서도 이러한 실망감은 없지 않았다. 실무자들의 태도에 대한 실망감 이라기 보단, 유엔 체제의 한계에 대한 실망감이라고 표현 할 수 있겠다. 이를테면, 실무자들은 항상 일정 기간의 업무가 끝나면 이 기관에서 저 기관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정말 한 분야의 전문가라기 보단 넓은 영역에서 두루 유용하게 자신들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트레인 되어 있는 듯 했다. 어찌 보면 효율적인 인력의 분배라고 이해 될 수 있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그저 관료제의 틀 속에서 자신들에게 주어진 역할을 수행할 뿐 이라는 안타까움을 떨칠 수 없었다. 한 분야의 전문가만이 가질 수 있는 전문적인 색채와 그에 대한 사명감은 당연히 떨어지게 마련이었다. 또한, 역시 현실세계가 당면한 문제들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으며 막연히 평화에 기여한다는 사명감으로 활동할 뿐, 어떠한 이들이 어떠한 문제들로 인해 어떠한 고통을 받고 있는지에 대해선 전문적이지 못한 듯 보였다.

 

내가 너무 이상주의자였던 것일까? 너무 순진했던 것일까? 어찌 보면 어느 조직에서나 당연히 찾아 볼 수 있는 이러한 관료제의 폐해가 유엔도 예외가 아니었던 답답한 실상을 접하고서 꿈의 유엔에 대한 실망감은 커질 수 밖에 없었다. 유엔만큼은 아니지만, 다시 한번 그들의 색채와 그로 인한 안타까움을 느끼게 해 준 것이 있었다. 바로 각국 정부들의 인권에 대한 태도 이다. 대한민국 CEDAW심의에 앞서 있던 이티오피아의 심의에 우리 연수팀도 참관을 했다. 멀고 먼 아프리카의 여성인권 상황은 어떠한지, 이슈화 되고 있는 문제들은 무엇인지 이티오피아 정부 대표단과 CEDAW위원들 사이의 접전을 통해 그들의 문제들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위원들의 질문공세에 정부 대표단은 앞으로 노력하겠다’, ‘현재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등의 뻔한 답들로 둘러대고 정말 필요한 핵심적 요소들은 교묘히 피해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와는 다르지만 한국대표단을 방문했을 때도 비슷한 것을 경험했는데, 인권문제에 있어서도 정부의 입장에선 자신들의 국제적 지위와 이해관계가 최우선의 고려 요소 라는 점이 너무도 확연히 드러났다. 물론 정부의 역할에 맞는 인권정책 등, 무조건적인 인권신장을 위한 노력은 정부에게 바랄 수 없는 범위겠지만 인권문제에 있어서도 이해관계를 최우선시 하는 모습이 너무 안타깝고 답답했다.

 

이번 연수에서 실망만 하고 돌아왔는가? 그건 아니다. LGBT center, HRW, Equality Now, 뉴욕가정상담소, Center for Reproductive Rights, Center for Anti-Violence Education 등의 NGO들을 방문하면서 현실의 문제에 직접 대응하여 소수자 들의 인권 하나하나에 집중하여 활동하고 있는 활동가들을 보면서 인권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학생으로서 정말 뿌듯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각각의 전문적인 분야에서 그 분야의 다양한 문제들을 국제사회로 이끌어 내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문제점을 알리고, 소수자 들의 권리를 위해 활동하는 모습을 보니 유엔에서의 실망감이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나도 그들의 일원으로 국제사회에 기여하고 싶다는, 지금까지 보다 더 크지만 구체적인 계획을 생각하게 되었다. 대학원 전공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던 시절이 떠오르며, 결국엔 국제공공정책이라는 분야를 선택하게 된 것에 감사했고, 좀 더 많은 이들의 인권신장에 기여할 수 있는 성공적인 정책 메이커, 혹은 정책 결정자가 되어야겠다는 굳은 결심을 했다.

 

이번 연수에 같이 참여한 친구들에게서도 정말 배울 점이 많았다. 각자 다른 분야를 공부하지만 관심사가 같았던 덕에 쉽게 친해질 수 있었고 각자들의 지식과 정보 등을 공유하며 우리들의 머리와 마음도 한결 풍성해졌다. 같은 관심사를 가지고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노력하여 훗날에 꼭 서로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다짐하고 약속하며 우리는 이 무대에서 꼭 다시 만날 것을 기약했다.

 

내가 이번 연수에 오지 않았다면 너무도 큰 것을 간과하며 공부를 지속해야 했을 것이다. 유엔이나 정부들에게서 받은 실망감이며, NGO 기관들에게서 받은 감동이며, 이번 연수를 통하지 않았다면 생각하고 느낄 수 없었던 것들이다.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내 울타리 안의 미디어나 책을 통해 보여지는 유엔을 동경만 하며 지내게 될 것이었다. 그렇기에 유엔에게선 받은 실망감 마저 내가 직접 보고 느낀 아주 값진 공부가 되었다. 이번 경험을 통하여 나는 진정한 세계평화를 위해 무엇이 필요하고 요구되는가를 절실히 깨달을 수 있었고, 관료제의 폐해로 인한 유엔의 실상을 접하면서 차세대 유엔의 과제와, 개개인의 인권신장을 위해 노력하는, 국제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상을 구체화 할 수 있었다. 현실세계의 경험과 책상 위에서의 지식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그러한 인재가 되기 위하여, 나의 오랜 꿈인 세계평화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나의 위치에서 열심히 노력한다. 이렇게 직접 보고 깨닫게 해 준 이번 연수에 정말 감사한다. 백문이 불여일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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