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가정폭력 미흡대처에 관한 긴급 토론회

2012-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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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12,경찰의 가정폭력 미흡대처, 이대로 안 된다는 주제의 긴급 토론회가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 4월 수원에서 한 여성이 경찰에 성폭력 신고를 했지만 무참히 살해당한 뒤에도 경찰의 미흡한 대처로 여성폭력 및 가정폭력 피해자가 끊이지 않는 현실에 대해 시급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기획됐다. ‘한국여성의전화주관으로 개최된 토론회에는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남윤인순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오지원 변호사,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국장 등이 참석해 발제와 토론을 진행했다. 특히 이번 토론회에서는 여성폭력 피해 여성 및 피해자 가족이 피해 정황을 증언하는가 하면, 경찰청 여성보호 담당자가 여성계 활동가들과 폭력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질의에 응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경찰의 미흡한 대처, 2차 피해에 명백한 책임이 있다

이번 토론회의 가장 중요한 대목은 경찰의 미흡 대처가 2차 피해를 키운다는 점이다. 이는 여성폭력 상담을 진행하는 실무자들이 여성폭력 대응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누차 지적해온 바이기도 했다.

일례로, 12시간 동안 동거남에게 폭행을 당하던 여성이 가해자가 화장실에 간 사이 경찰에 신고했으나, 경찰은 전화를 끊은 후 여성의 집에 다시 연락을 취해 폭행당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를 확인한 사건이 있었다. 경찰의 확인 전화를 받은 가해자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대답한 뒤 상대 여성을 더욱 잔인하게 폭행해 피해자는 갈비뼈 3대와 허리뼈에 금이 가는 중상을 입었다.

얼마 전 있었던 중국 동포 이주여성 살해 사건도 비슷한 사례이다. 이 여성은 2005년부터 계속 남편에게 폭행을 당해왔고, 사건 당일에도 지구대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여성이 지구대에 피신해 있다가 집으로 귀가한 뒤, 가해자는 지구대에 들러서 여성의 행방을 물었고 경찰의 대답을 듣고는 흉기로 여성을 살해했다.

 

모두 경찰의 안이하고 비상식적인 대응으로 벌어진 2차 피해였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담소장은 이 같은 2차 피해의 원인으로, 대부분의 경찰이 가정폭력을 가정사로 인식하며 가정폭력의 책임을 일정부분 피해자에게 전가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이 같은 경찰의 대처는 가해자로 하여금 가정폭력이 범죄임을 인식하지 못한 채 폭력을 계속 행사하게끔 방치한다는 것이다. 고미경 소장은 대안으로서 경찰이 피해 여성의 신고를 절박하고도 긴급한 신호로 인식하고 즉시 출동할 것, 또한 가정폭력을 집안일이 아닌 인권 문제로 인식할 것을 주문했다.

 

이주여성의 경우 피해가 더욱 심각하다. 강성의 한국이주여성센터 사무처장은, 이주여성이 한국사회에서 소수자라는 특수성 때문에 폭력에 대한 대응에 더욱 무력하다고 지적했다. 얼마 전 살해당한 중국 동포 이주여성 역시 2005년부터 폭력을 당해왔고 수 차례 이웃의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으나 정작 당사자는 구제 절차에 대해 무지했다. 한국 사회의 법적 상식 및 사회적 구제 절차에 대해 상대적으로 무지한 이주여성에게 경찰은 쉼터를 제공한다거나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을뿐더러, 외려 형사처벌 소송 등 이주여성으로서는 혼자 감당하기 힘든 방법을 제안할 뿐이다.

 

문제는 가정폭력방지법이 아닌 경찰의 인권의식

이날 박상진 경찰청 여성보호계장은 이 자리에 참석한 경찰로서, 또 남성으로서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라고 운을 뗐다. 박상진 계장은 경찰의 미흡한 대처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가정폭력방지법의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지난 5월 개정된 가정폭력방지법은 경찰의 현장출입 및 조사권을 신설했으나, 가해자가 경찰의 현장출입을 거부할 경우 처벌할 수는 없기에 사건 초기에 적극적인 수사가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이번에 개정되는 아동복지법과 비교하면, 아동복지법의 경우 아동학대가 접수되면 경찰의 가해자 처벌과 아동보호기관의 피해 아동 보호가 동시에 이뤄지는 데 비해, 가정폭력방지법은 보호전문기관의 피해자 보호가 법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이는 앞서 고미경 상담소장이 지적했듯, 법적 미비의 문제이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법조차 현실에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찰의 인권의식 및 의지 부족의 문제이다. 또한 가정폭력을 집안일 내지는 개인사로 보는 관점의 근저에는 여성 인권 침해를 사소하게 생각하는 가부장적 사회의 뿌리 깊은 문제가 있다. 살인과 같은 극단적인 폭력이 발생하기 전에 가정폭력을 가정사가 아닌 명백한 범죄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그것은 남녀가 평등하게 보장받아야 할 인권을 여성이라는 이유로 침해 당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토론에 참석한 유엔인권정책센터 신혜수 대표는 유엔 여성폭력 특별보고관의 방문을 요청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경찰의 미흡한 대처로 비슷한 종류의 사건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사안의 심각성을 국제 사회에 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서다. 주최측은 이 같은 제안을 받아들여, 유엔 여성폭력 특별보고관의 방문을 여성폭력 공동행동의 실제적 대응 방침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가 명시한 여성폭력의 인권침해성

2005,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는 헝가리의 가정폭력 피해자가 낸 개인 진정 사례에서헝가리 정부가 여성폭력 예방 의무를 불이행한 데 대해 즉각적인 시정 권고를 내린 바 있다. 위원회는 결정문에서 헝가리가 여성차별철폐협약의 제2, 5, 16조를 위반하였다고 결론지었다. 이 권고는 정부가 여성폭력 가해자의 폭력 행위를 방치했다는 점에 대해 정부의 책임을 묻고, 진정을 낸 피해자에 대한 정부의 배상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 긴급 토론회에서 언급된 여러 사례는 국가가 여성폭력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고, 사실상 방기했을 때 발생한 여성폭력 사건들이었다. 이 같은 경찰의 대응에서 보이는 것은 여성폭력, 가정폭력은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없는 개인의 문제라는 무력한 의식이다. 또한 이번 긴급 토론회의 주요 피해 사례들은 폭력이 발생한 상황뿐 아니라, 이에 대한 국가의 대응에서도 성 불평등 요소가 광범위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일찍이,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가 낸 여성폭력에 관한 일반 권고’(General Recommendation on VAW/1992)차별에는 을 근거로 한 폭력이 포함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국 정부와 경찰이 여성폭력 범죄 자체뿐 아니라 2차 피해로 이어진 정부 대응이 성 불평등 요소를 안고 있으며 이것이 인권침해라는 점을 성찰하지 않는다면 여성폭력은 근절되기 힘들다. 그리고 한국의 여성들은 끊임없이 공포에 떨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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