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기고] 코쿤 인권강좌를 듣고

2012-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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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쿤 인권강좌를 듣고



 

 

유엔인권정책센터 인턴 박지영


 

지난 2 6일부터 8일까지 유엔인권정책센터(KOCUN코쿤)가 주최한 인권강좌 “국제인권전문가와 국내인권활동가에게 듣는 인권이야기가 진행되었다이번 인권강좌에는 유엔인권정책센터가 진행하는 제네바 유엔인권연수 참가자, NGO활동가인권에 관심이 있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참여하였다나는 유엔인권정책센터의 인턴으로 활동하기에 앞서 이번 강좌에 참여하게 되었다인권이 소중한 가치라는 것은 알면서도 막상 현실에서 인권이 어떻게 적용되는지는 애매모호하기도 했는데이 강좌를 통해서 인권이 현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지금부터 인권강좌를 들으며 새롭게 알게 된 것들과 느낀 점들을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인권교육센터 의 묘랑 상임활동가가 강연하신 1 “인권감수성 교육같은 경우 재미있는 게임을 통해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서 정말 신선했다사람들이 나란히 서서 터널을 만들어서돌아가면서 그 사이를 지나가면서 그 사람이 사회적 소수자(직장야유회에 나온 휠체어장애인비혼모 여고생아이를 입양하려는 동성커플쉼터 가기를 거부하는 노숙인한국인 여자와 사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라고 가정하고 편견이 담긴 말을 쏟아내는 게임이었다인권을 재미있게 설명한다는 게 쉽지 않을 텐데게임을 통해서 재미있게 풀어내시는 강사님의 능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청소년의 인권과 관련하여 ‘청소년들의 미성숙성 담론의 문제점에 대한 강사님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청소년들이 미성숙하기 때문에 자기결정권을 주면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하지만 성숙이 반드시 나이에 비례하는 건 아니다그리고 예전에 여성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여자는 미성숙해서’ 혹은 ‘이성적이지 못해서였다. ‘미성숙성 담론을 한 꺼풀 벗겨 생각해보면 논리적 근거라기보다는 권리를 보장하지 않기 위한 핑계일 따름인 것이다.


 

오늘날에는 대놓고 차별적 발언을 하는 경우는 별로 없고 은근한 시선과 분위기를 통해 차별을 한다대놓고 차별하면 쉽게 항의할 수 있는데은근한 차별에 대해선 항의하는 게 더 어려운 게 사실이다인권감수성을 키운다는 건 그런 은근한 차별도 놓치지 않고 예민하게 인지하는 능력을 키운다는 의미가 있는 것 같다은근하고 자잘한 일상 속의 차별을 인지하는 능력이 있어야 인권을 보장하고 보장받는 것이 가능하니까 말이다.


 

인권연구소 의 류은숙 인권활동가의 2 “인권의 원칙과 가치”, 인권운동사랑방 미류 상임활동가의 3 “사람답게 산다는 것에 대한 질문에서는 인권의 역사성과 현실적 적용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현대사회에는 누구에게나 보편적 인권이 있다고 하는데보편적 인권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다인권은 현실적인 사회적 맥락 속에서 권리를 얻기 위해 투쟁하고 합의하는 과정을 거친 끝에 얻어낸역사성을 지니는 것이다오늘날에는 ‘인권’, ‘권리와 같은 말들이 보편화되면서 남발되는 경향이 있다하지만 인권이라는 말을 사용할 때는 인권의 역사성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18세기 영국의 시민혁명이 ‘재산권’ 혹은 ‘자유권을 주장했을 때이는 절대적 힘을 가진 군주가 마음대로 세금을 걷고 전쟁을 일으키는 것에 대항하는 목숨을 건 저항이었다오늘날의 ‘재산권은 권리라기보다는 가진 자의 횡포로 사용되는 경향이 있는데이는 권리의 역사성을 무시하고 단어를 함부로 사용하는 것이다


 

오늘날과 같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이윤을 기준으로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이는 인권과는 대척점에 있는 생각이라고 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 ‘자유로운 경쟁과 같은 것들은 그럴싸해 보이지만이런 분위기 속에서 인권을 말하기는 어렵다이윤 앞에서 사람들은 더욱 상품화되고불안정한 고용에 시달리게 될 뿐이기 때문이다인권의 관점에선 ‘민영화는 결국 부자들의 ‘사유화를 의미하고, ‘탈규제화 ‘무보호’, ‘개방화 ‘무방비’를 의미하는 것이다끝없는 경쟁이 아닌 상생공존연대의 가치 속에서야 인권이 제 빛을 발할 수 있다.


 

이렇게 인권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는 것은 기존의 사회적 시각을 탈피해서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은 사람이기에 모두가 우열 없이 존엄하다는 생각은 사실 매우 새로운 생각이다남을 앞지르는 게 중요한 경쟁사회에서 우리는 타인을 인권의 눈으로 바라보지 않고 살아왔기 때문이다보통 우리는 부학벌성별외모업적능력 등으로 한 사람의 가치를 판단한다타인뿐만 아니라 자신도 그렇게 평가해왔다내가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가내가 사회적 기준에 잘 맞추고 있는가 등의 시선으로 스스로의 가치를 매기며 검열하기도 했다하지만 인권은 사람을 능력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이유 그 하나만으로 존엄하다라는 생각으로 사람을 존중한다업적으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기에 어린이도 동등한 인권이 있고 범죄자라고 해도 인권이 있는 것이다사회적 잣대는 매우 임의적이고 시대와 공간에 따라 변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 사람의 가치를 사회적 잣대를 통해 평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사람의 가치의 경중을 평가한다는 생각이 히틀러의 대학살을 가능하게 했었다나와 타인그리고 이 세상을 인권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것은 모두를 위하여 꼭 필요한 일인 것 같다.


 

2, 3강에서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는 것은모든 권리는 양도 불가능하고 나중을 위해 미룰 수 있는 것이 아닌지금 이 순간 누구에게나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라는 점이다어떤 권리를 위해 다른 권리를 양보해야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권리의 시급성 정도를 매겨서 ‘어떤 권리는 아직은 좀 이르다라고 말하는 것은 권리를 보장하지 않기 위한 변명일 뿐이다강좌를 통해 ‘사회권(인간다운 삶을 위해 필요한 조건을 국가에 요구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한국사회에서 ‘사회권은 아직 생소한 권리인 것 같다하지만 사회보장의 결여로 인해 인권이 침해될 수도 있는 것이다돈이 없다는 소리도 우선순위가 인권에 있다면 나올 수 없는 말이다사회권도 다른 권리와 마찬가지로 똑같이 중요한 권리라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하루빨리 이루어지길 바란다.


 

신혜수 UN사회권 위원의 5 “여성인권과 여성차별철폐협약과 정진성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의 8 “유엔인권이사회와 유엔메커니즘을 통해서 UN과 같은 국제기구가 무슨 일을 하는지그리고 ‘국제사회라는 개념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유엔은 2차 세계대전 이후다시는 인류가 그런 참혹한 일을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발전, 안보(평화), 인권’의 가치를 모토로 형성되었다. 유엔에서는 국제사회가 따라야 할 합리적 기준을 국제사회의 논의를 통해 정한다. 따르겠다고 하는 국가들은 그에 걸맞은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하지만 유엔에 강제력은 없기 때문에 실제로 유엔의 지침사항을 따르는가는 국가의 책임이다. 유엔은 한국에 국가보안법 폐지를 여러 번 권고했으나 아직까지 폐지되고 있지 않다. 유엔은 권고를 하고 국제사회를 통해 압박하는 역할까지만 할 수 있는 것이다. 세계적 역학관계에 따라 경제력이 센 국가들의 입김이 세고, 관료제의 한계, 자국의 이익을 위하기 때문에 외교에서 모순되는 모습을 보인다는 한계, 강제적 구속력이 없다는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엔이 국제사회가 따를만한 기준을 선정하여 실천하도록 유도한다는 매우 의미 있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국제사회’가 무슨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왜 한국사회뿐만 아니라 한국 밖에서 일어나는 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진보넷 장여경 상임활동가의 4강 “정보인권과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 유엔정책센터 김현덕 사무국장의 6강 “이주를 말하다”, 난민인권센터 최원근 팀장의 7강 “난민의 정의와 권리 그리고 국제난민실태”를 듣고 알게 되고 느낀 것들은 간략하게만 적어보겠다.

 

한국은 인터넷 강국이라고 하는데 표현의 자유는 심하게 억압당하고 있다. 특히 현 정권 들어서 더 심각해졌다. 의사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반이다. 그런데 공권력을 사용하여 ‘허위사실 유포죄’라는 명목으로 시민들의 자유로운 정치적 의사표현을 막아버렸다. 그냥 자기 생각만 말해도 ‘허위사실 유포죄’라며 자유로운 발언을 못하게 겁을 주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의사표현의 자유에 관한 유엔 특별 보고관이 한국 보고서에서 인터넷 표현의 자유에 특별한 관심을 할애하였다고 한다. 악플 문제와 표현의 자유 문제는 엄연히 다른 문제니 둘을 혼동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또 프라이버시가 제대로 보장되어야 한다. 사이트 가입할 때 주민등록번호를 반드시 입력해야 하는 국가는 거의 없다고 한다. 국가권력이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이주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력이 약한 나라 사람들이 이주를 하게 되는 이유는 강대국의 다국적기업들이 그런 나라에 가서 대자본을 이용하여 단물을 쪽 빼먹고 시골지역의 경제를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도시의 임금은 너무 낮고 일자리 구하기도 힘들다. 이렇게 어려운 경제적 상황으로 인해 이주해 온 사람들의 배경을 생각한다면 그들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절감하게 될 것이다. 한국에서도 처음에 이주민들이 온 건 3D업종과 같은 곳에 노동력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강사님은 ‘노동력이 필요했는데 사람이 왔다’라는 말을 생각해보라고 하셨다. 강대국은 이주민들이 일만 하고서 자기 나라로 가길 원했지만, 온 것은 노동력이 아니라 사람이다. 일만 하는 기계가 아니라 인간답게 살고 싶은, 똑같은 권리를 가진, 먹고 자고 소비하고 문화생활도 즐기고 친구도 사귀고 싶고 사랑도 하고 싶은 사람이 온 것이다. 출신국가의 인권수준이 미비하고 임금 수준이 낮다고 그 수준에 맞추는 건 정말 편협한 짓이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다 보니 비용을 줄이려고 자꾸 머리를 굴리게 되지만 그 전에 먼저 인권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또 생각해볼 것은 ‘다문화’라는 것이다. 요새는 한국에서도 ‘다문화’를 많이 언급한다. 그런데 과연 외국인에게 한국문화를 강요하는 것이 다문화일까? 아니면 그 반대가 다문화일까? 다문화라는 건 사실 모호한 개념이고, 우리문화와 다른 문화가 만날 때 어떻게 받아들이고 행동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난민은 내가 전혀 모르던 분야였다. 7강을 듣고 나서 세계에는 정치적, 종교적, 인종적, 사상적 등 여러 이유로 생긴 수많은 난민이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불안정한 상태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도 국제사회의 눈치를 보고서 난민을 받아주는 것은 시작했지만 권리보장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한다. 선진국일수록 적극적으로 난민수용을 해야 할 것이고, 한국도 진정한 선진국이 되고 싶다면 난민권리 보장에 힘을 써야 할 것이다.

 

중간중간 간단한 게임이 있기도 했지만 3일 동안 아침부터 저녁까지 강의를 들으려니 좀 힘들 때도 있었으나(다행히 늘 간식이 비치되어 있었다!) 다른 곳에서 듣기 어려운 정말 값지고 남는 것이 많은 인권강좌였다. 빡빡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참가자들은 높은 출석률을 보이고 열심히 강좌를 들으며 질문도 주도적으로 해주었다. 코쿤 인권강좌가 또 열린다면 많은 사람들이 와서 많은 것을 배우고 좋은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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