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 아카데미] 3강 - 민간군대와 경비업체

2016-10-04
조회수 1566

 [후기] 제5회 유엔인권정책아카데미 3강: 민간경비업체

눈 앞의 폭력과 너머의 폭력, 그리고 안전으로서의 인권을 생각하다


이다솜, 17기 제네바 유엔인권연수 참가자


이번 제네바 유엔인권연수를 준비하며 나는 용병(mercenaries)’ 및 그와 관련된 활동에 민간 군사 및 보안업체(private military and security companies, 이하 PMSC)가 포함되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하지만 한국에 두 발 붙이고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이 논의를 어떻게 이해하고 적용해야 하는지, 또 용병과 PMSC는 어떠한 차이와 유사성을 가지는지 잘 이해하기 어려웠던 점이 있었다. 영화나 소설 속에서만 보던 민간업자의 모습이 아닌, 보다 피부에 와닿는 논의를 기대하며 강의를 듣게 되었다.

한국에서 민간 보안업체의 대표적 얼굴은 재개발사업과 함께 등장한 용역업체이다. 주로 철거민을 진압하는 데 투입되었던 용역은 이후 파업으로부터 사용자의 생산수단을 경비하는 역할까지 하게 되었다. 그러나 용역의 활동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받아내야 했던 이들이 목격한 것은 소위 용역깡패들이 현장에서 휘두르는 무자비한 폭력이었다.

폭력을 행사하는 민간업체들은 비전시상황을 전쟁 또는 분쟁과 다름없는 상태에 이르게 하고 심각한 인권침해를 야기할 수 있다. 동시에 민간보안업체와 군사업체는 용어적으로 전자는 지키고 후자는 싸운다는 차이가 있으나, 현실에서는 이 둘의 구분이 모호하다. 경비 업무를 하다가도 필요해지면 무력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보안업체는 사설 군대가 될 수 있고, 보안과 군사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회사들도 많은 상황이다.

 

용병은 왜 아직도 존재하는가

역사적으로 볼 때 용병은 가장 오래된 직업 중 하나이다. 척박한 환경을 가진 스위스는 몸과 결부된 전투력을 팔았고, 바티칸 교황청의 경호를 지금까지 독점하는 등 우수한 실력을 자랑해오고 있다. 독일의 란츠크네히트나 프랑스의 외인부대는 다른 민족 또는 낮은 경제적 계급의 출신들이 주로 용병에 지원한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예다.

1990년 냉전은 종식되었으나 그 부산물인 이데올로기 대립과 군수물자사업을 유지시켜야 할 필요를 느끼는 이들은 군사활동을 기업화시켰다. 동시에 신자유주의가 세계적으로 확대되며 점점 공적인 영역이 시장에 장악되었고, 군대 역시 마찬가지였다. 9.11테러는 이러한 민간업자들에게 절호의 기회였다. 해외용병시장이 열리게 되었고, 물자조달, 배급, 장비유지, 전투훈련 등 전쟁에 필요한 모든 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훈련된 수만 명의 민간인들이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을 누비게 되었다.

국가들은 왜 용병을 사용하는 것일까? 먼저 군인을 뽑고 훈련시키고 전투에 배치하는 모든 과정을 국가가 하지 않아도 된다는 편리함이 있다. PMSC를 운영하는 이들은 저비용-고효율이라는 점을 내세우기도 하지만, 계약 후 이들의 활동과 비용 사용을 면밀히 감독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용병사용의 경제성은 확보되기 어렵다. 결국 전쟁에 용병을 고용하는 것의 가장 큰 장점은 외교적, 도덕적 차원 등의 이유로 인해 공식적 군대가 수행하기 부담스럽고 더러운, 그래서 숨기고자 하는 활동들을 대신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용병제도를 유지시키고 이에 참여하는 이들 역시 특정한 집단이다. 냉전시대를 살던 사람들, 즉 그 당시에서부터 전세계적인 긴장의 시대의 최대 수혜자였던 PMSC들이 정치영역과 결부되어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한다. 전직 군인이나 경찰 등 무력을 사용하는 데 이미 익숙한 사람들이 경제적 이득을 볼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여 은퇴 후 가담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업무에 대한 구체적인 훈련을 받지 않고 투입되어 인권침해의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실제 이라크 포로 학대사건 당시 교도소에서 심문업무를 담당하던 민간업체 직원들의35%가 아무 훈련도 받지 않고 임무를 수행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렇게 고용된 용병들이 수행하는 업무에는 사실상 한계가 없으며 정부의 공식 군대가 아니기에 이들의 활동에 대한 공식적인 통계나 자료를 찾기도 어렵다. 성폭력, 인신매매, 약물거래, 납치, 고문 등 심각한 인권침해가 발생함에도 직접적 가해를 한 당사자를 처벌하기도 어렵고, 그 뒤에서 이러한 행위들을 실제적으로 명령하는 주체가 불분명하다는 점이 책임을 묻는 작업을 더욱 어렵게 한다. 또 용병들은 정규군이 수행하기에 더러운임무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한 일도 하게 된다. 공식 군대도, 민간업체도 이들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지 않기 때문에 수시로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이다. 용병과 PMSC에 대한 국제사회의 원칙은 존재하나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

 

어떠한 접근이 필요한가

여기까지 강의를 듣고 나니 책임주체가 명확하지 않은, 오히려 애초부터 그 책임을 피하기 위해 고용되는 용병과 이미 전쟁에 깊숙이 참여하고 있는 PMSC에 대해 어떠한 대응을 해야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과 답답함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강연자는 국가의 테러와 안보에 대해 연구해온 이계수 교수의 접근을 적용해보자는 제안을 했다. 대게 사람들은 직접 용역폭력을 마주할 때, 바로 눈 앞의 폭력행사자에게서 느껴지는 비인간성과 잔인함만을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대안을 생각할 때에는 그 이상을 보아야 한다는 것이 이 교수의 주장이다. 특히 경찰이 현장에서의 폭력을 감시하게 하는 것은 경찰과 용역 사이에 있는 불가분의 관계를 고려한다면 전혀 효력이 없을 것이다. 경비업과 관련된 법을 만드는 것 역시 이미 이루어지는 행위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할 수 없고, 오히려 그 행동의 근거를 마련해줄 수도 있기에 위험하다. 따라서 우리는 그 너머의 폭력을 볼 수 있어야 한다. 폭력을 의뢰하는 자의 폭력을 인식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안의 시작이다. 가령 한국사회의 용역폭력은 국가권력의 직·간접적인 관여를 바탕으로 한 기업폭력이자 자본폭력일 수 있다.

그 다음에는 무엇을 할 것인가. 아렌트는 폭력의 반대말은 비폭력이 아닌 권력이며, 권력을 사람들의 공동행동과 상호지지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정통성을 가진 힘으로 이해했다. 폭력에 대항하기 위해서 일반의 사람들은 제휴하고 행동하는 힘으로서의 권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용역폭력의 대립물은 결국 주권을 가진 국민들의 의지에 기반을 두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국가권력이다. 법률을 개정하고 입안한다 해도 그것은 경비업법이 아닌, 강제퇴거금지법 혹은 노사관계의 민주화를 가능하게 하는 노동관계법을 만드는 방향으로 이어져야 하는 이유다.

 

또 다른 문제, ‘안전의 민영화

사적으로 동원되는 폭력의 모습은 더 이상 파업이나 철거의 현장에만 존재하지 않으며안전의 민영화라는 매우 밀접한 문제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안전만큼은 국가가 보장해야 하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개인의 능력에 따라 안전을 구매하거나 스스로 자신의 치안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일례로, 이미 많은 아파트에서는 경비시스템을 구축해놓고 있으며, 이를 관리하는 민간경비업체들은 경보가 울리면 경찰보다 더 빠르게 출동한다. 안전이 민영화된다는 것은 국가가 제공하는 안전 및 치안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에도 불평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골은 실질적인 치안공백지대인데 비해, 도심의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경찰들이 투입되고 있다. 민생치안의 비중보다는 사이버테러대응업무 등 과도하게 고도화, 전문화되는 업무의 비중이 높아지고, 이것은 민간업체에의 의존도 역시 증가함을 의미한다. 동시에 지역 곳곳에서는 안전귀가도우미 등의 이름으로 시민들이 스스로의 안전을 지키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결국 안전을 인권으로 만드는 작업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학교를 세우고 교사를 충원해도 제3세계 여아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등교길과 학교에서의 안전이 보장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안전이 담보되지 않으면 사실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안전의 민영화 경향 속에서 인권은 점점 지켜내기 어려워지게 된다. 안전이 구매해야 얻을 수 있는 상품이라는 것은 가격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인권을 보장하면서 안전을 지키려면 가격이 비싸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안전을 위해 인권은 가장 먼저 버려질 가치가 될 것이고, 안전이 사영화되는 것은 결국 우리의 인권을 먼저 포기하는 것이 되는 것이다. 민간보안업체가 점점 힘이 세져 안전의 가치를 매기는 권력을 얻기 전에, 이러한 시도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더불어 안전을 인권으로 인식하고 만들어가는 것이 국내적으로도, 국제적으로도 필요한 작업임을 강조하며 강연은 끝이 났다.

강의 이후 비용을 지불하고 폭력을 살 수 있다는 것은 나를 지키기 위한 물리력 역시 살 수 있다는 인식으로 귀결되며, 이는 결국 그를 구매할 수 없는 자의 안전할 권리를 기본적으로 보장하지 못하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구매력이 늘 충분하게 유지될 것이라는 보장 역시 없으므로, 안전의 민영화는 결국 나의 권리를 유보시키는 기제이다.

생각해보니 이미 나는 유사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번화가에서 약간 떨어진 골목에서 자취했을 때, 여러모로 현관문이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대안으로 자연스럽게 전자도어락 설치를 떠올렸으나, 집주인은 설치 비용을 부담할 수 없다고 했고 결국 고민 끝에 도어락을 설치하지 않기로 했었다. 강의를 듣고 난 지금 당시 상황에 대해 몇 가지 생각이 든다. 단순히 문을 잠그는 것 만으로는 충분히 안전하다고 느낄 수 없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는 것, 그리고 위험에 대한 걱정으로 나는 매우 개인적인 대책을 시도(해야)했다는 것,그리고 아직 도어락을 달지 못하고 그 집에 살고 있는 친구들이 떠오른다.

언제부턴가 도어락이 달리지 않은 건물을 보기 힘들어졌다는 생각을 들면서, 왜 우리는 몇 십만원의 비용을 자발적으로 부담해가며 도어락을 달게 되었나 궁금해진다. 경보만 울리면 달려오는 사설보안업체의 이름들은 점점 익숙해지는데, 어째서 누군가를 보호하는 공권력보다 진압하는 공권력의 이미지가 더 자연스럽게 다가오는지도 덩달아 의문이다


c4dcf188c503b.jpeg

  • (04542) 서울시 중구 청계천로 100, 서관 10층 1058호(수표동, 시그니처타워)  
  • Tel. 02)6287-1210  
  • E-mail. kocun@kocun.org

  •  
  • 사무실 운영시간: 월-금 9:00 ~ 17:00 / 휴무. 토,일,공휴일  

  •  

(사)유엔인권정책센터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UN ECOSOC) 특별협의 지위를 획득한 비영리 민간단체입니다.


©KOCU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