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 성교육 교사 활동 보고>
공동협력사업인 미혼모 성교육 교사 양성 프로그램이 지난 12월 16일 간담회를 끝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미혼모들은 대안학교에서 성교육 교사로 활동했고 이번 교육을 계기로 미혼모 당사자 단체를 창립하게 됐습니다. 프로그램 참가자의 수기를 통해 미혼모에게 교육 및 역량강화 프로그램이 주는 의미를 생각해봅니다.
성교육 강사가 되어 미혼모 테두리를 넘다
전근미, ''미혼모, 성교육 멘토 되다'' 이수자
같은 동네에 살면서 친하게 지내는 언니가 한명 있습니다. 그 언니는 2살 남자아이를 키우고 있는 미혼모입니다. 저 역시 4살 된 남자아이를 키우고 있는 미혼모이고요.
평소처럼 동네에서 만나 얘기를 나누던 중에 언니에게서 성교육강사가 될 수 있는 교육을 받을 거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그냥 흘려들었습니다.
뭐 잘되면 강사로 나가서 살림에 보탬이 되면 좋고, 아니어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배워두면 나쁠 게 없지 하는 생각에 잘해보라고 격려를 해줬습니다. 그렇게 남의 일로만 생각하고 있던 차에 언니가 '같이 공부하던 친구 중 한 명이 그만두게 됐는데 같이 한번 해보지 않을래?' 하고 동참 의사를 물었습니다. 그동안 아버지 친구 회사에서 하던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새로운 일거리를 찾고 있기도 했고, 저 역시 아이를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성교육을 받아 나쁠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알겠다고 하고 이미 2번의 수업이 진행된 그 모임에 참여를 하게 된 것이지요. 알고보니 본격적인 성교육은 아직 시작하지 않은 단계였고 ''뿌리의집''이라는 입양인 및 입양을 보낸 엄마들을 위한 단체에서 인권 관점과 감수성에 관한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신기했습니다.
미혼모들이 모여 있다는 사실에, 게다가 제가 생각했던 미혼모랑은 많이 다른 모습에 말이지요. 솔직히 저도 미혼모이면서 미혼모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십대미혼모가 먼저 떠올랐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몇 몇 동료 미혼모들은 번듯하게 제사업을 하고 있기도 했고, 기자출신 언니도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중 한 명은 제가 본 영화의 배우였습니다. 그 영화는 미혼모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 <미스맘마>였지요.
게다가 모인 장소가 입양인의 집이라니…. 뭔가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본격적인 성교육에 앞선 기초체력 다지기에 해당하는 교육을 몇 주에 걸쳐 받은 후 신촌에 위치한 청소년성교육 전문기관인 ''탁틴내일''에서 본격적으로 80시간의 교육을 이수하게 되었습니다.
돌아보면 참 덥고 징그럽게 비가 많이 온 2013년의 여름이었습니다. 첫날 신촌으로 가는 길에 스마트폰으로 이것저것 검색하다가 코피노 관련 기사를 보면서 갔어요. ''나쁜 인간들 참 많네.''라고 생각하면서 수업을 들어갔는데 정말이지 신기하게도 제가 오면서 본 기사 인터뷰에 실렸던 바로 그분이 그곳에 계시더라구요. 탁틴내일 대표님이신 이현숙 선생님이었습니다. 괜히 친해진 기분이었습니다.
탁틴내일에서 성교육을 받으면서 여러 선생님들도 뵙고 배우고 공부하면서 제 안에서 무언가가 끓어오르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자꾸 성교육 관련 동영상이나 기사 같은 자료를 찾아보게 되고, 자려고 누워서는 아이들 앞에 서있는 저 자신을 상상하게 되었습니다.
알면 알수록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그렇게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드디어 인천에 있는 청담학교에 3번의 강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인천청담학교. 대안학교라고 들었습니다. 대안학교? 그건 뭐지? 인천은 너무 멀다...
학교를 검색해보고 대안학교가 뭔지 알게 된 저는 두려움이 먼저 생겼습니다. 일반학교에서 적응을 못한 아이들이 모인 곳임을 알게 되자 아이들이 많이 거칠지는 않을까, 수업을 진행할 수는 있을까 여러 가지 고민으로 마음이 심란했습니다.
어쨌든 수업준비를 해야 했습니다. 제가 같은 학교에서 3회를 먼저 진행하고, 뒤에 3회를 다른 미혼모 강사가 진행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저는 그중에서 ''성문화'', ''소중한 내 몸'', 그리고 ''데이트와 성''이란 주제로 강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첫 강의인 성문화에 대해 여러 측면으로 고심한 끝에 ''야동''을 주제로 강의를 하기로 했습니다. 수많은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성인물에 노출이 너무나 쉬운 아이들, 그리고 호기심이 많은 우리아이들에게 야동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려주는 강의였습니다.
강의의 골자는 '돈이 만들어낸 가짜 성에 속지말자!'였고, 아이들은 그 결론에 대해서도, 결론까지 이르는 과정에서도 흥미로워 했습니다.
2회기 강의는 학교 담당 선생님이랑 상의하여 ''데이트와 성'' 주제를 먼저 다루기로 했습니다. 데이트와 성에서 제가 핵심으로 잡은 부분은 ''성적자기결정권''이었습니다. 데이트 중 일어나는 여러 가지 상황과 그 대처법을 설명했고, 피임 등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논의도 했습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아마 이런 방식의 성교육은 처음인 듯했습니다.
3회기 교육인 ''소중한 내 몸''은 지난 주제들을 정리하는 동시에 심화시키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1~2회차 교육 때 아이들이 많이 했던 질문에 답변해주는 토크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3회기 때 가장 공부할 게 많았고 준비해야 할 것도 많았습니다.
물론 제가 준비도 많이 했지만, 인생 선배로서도 아이들에게 서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다른 어른과는 나눌 수 없는 얘기를 나랑 한번 나눠 볼래?' 하는 의미이기에 가장 긴장되었고, 또 즐거웠습니다.


처음 강의제의를 받은 인천청담학교. 대안학교란 얘기에 긴장도 많이 했는데 그런 제가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아이들은 제가 미혼모라는 사실에 놀라기는 했지만 전혀 거부감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편견에 사로잡혀 있던 것은 오히려 저였습니다. 아이들은 쉬는 시간에 제게 와서 노래도 불러주고 개인기도 보여주는 등 손을 먼저 내밀어 주었습니다.
단 3번의 만남이었지만, 몇 달이 지난 지금도 아이들과 문자를 주고받고 있습니다. 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제 걱정도 해주는 착한 아이들입니다.
성교육을 받고 또 하면서 저는 많은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를 가진 뒤 낳고 키우면서 웅크려 지내던 저였습니다. 미혼모라면 다들 저같이 지내는 줄 알았습니다. 아니, 관심이 없었습니다.
부모님 도움으로 아이를 어느 정도 키우고 나서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는 정도로 인생계획을 세웠습니다. 밤에 한 번씩 미친 듯이 우울하면서도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존감이란 단어를 잊고 지냈습니다. 그렇기에 이번 성교유강사 양성과정에 참여한 일은 제게 아주 큰 의미입니다. 아이를 낳기 전의 나로 돌아갈 수 있는, 아니 어쩌면 그보다도 더 자존감이 높아질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이번 성교육의 가장 큰 수혜자는 바로 저입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미혼모 성교육 교사 활동 보고>
공동협력사업인 미혼모 성교육 교사 양성 프로그램이 지난 12월 16일 간담회를 끝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미혼모들은 대안학교에서 성교육 교사로 활동했고 이번 교육을 계기로 미혼모 당사자 단체를 창립하게 됐습니다. 프로그램 참가자의 수기를 통해 미혼모에게 교육 및 역량강화 프로그램이 주는 의미를 생각해봅니다.
성교육 강사가 되어 미혼모 테두리를 넘다
전근미, ''미혼모, 성교육 멘토 되다'' 이수자
같은 동네에 살면서 친하게 지내는 언니가 한명 있습니다. 그 언니는 2살 남자아이를 키우고 있는 미혼모입니다. 저 역시 4살 된 남자아이를 키우고 있는 미혼모이고요.
평소처럼 동네에서 만나 얘기를 나누던 중에 언니에게서 성교육강사가 될 수 있는 교육을 받을 거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그냥 흘려들었습니다.
뭐 잘되면 강사로 나가서 살림에 보탬이 되면 좋고, 아니어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배워두면 나쁠 게 없지 하는 생각에 잘해보라고 격려를 해줬습니다. 그렇게 남의 일로만 생각하고 있던 차에 언니가 '같이 공부하던 친구 중 한 명이 그만두게 됐는데 같이 한번 해보지 않을래?' 하고 동참 의사를 물었습니다. 그동안 아버지 친구 회사에서 하던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새로운 일거리를 찾고 있기도 했고, 저 역시 아이를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성교육을 받아 나쁠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알겠다고 하고 이미 2번의 수업이 진행된 그 모임에 참여를 하게 된 것이지요. 알고보니 본격적인 성교육은 아직 시작하지 않은 단계였고 ''뿌리의집''이라는 입양인 및 입양을 보낸 엄마들을 위한 단체에서 인권 관점과 감수성에 관한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신기했습니다.
미혼모들이 모여 있다는 사실에, 게다가 제가 생각했던 미혼모랑은 많이 다른 모습에 말이지요. 솔직히 저도 미혼모이면서 미혼모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십대미혼모가 먼저 떠올랐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몇 몇 동료 미혼모들은 번듯하게 제사업을 하고 있기도 했고, 기자출신 언니도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중 한 명은 제가 본 영화의 배우였습니다. 그 영화는 미혼모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 <미스맘마>였지요.
게다가 모인 장소가 입양인의 집이라니…. 뭔가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본격적인 성교육에 앞선 기초체력 다지기에 해당하는 교육을 몇 주에 걸쳐 받은 후 신촌에 위치한 청소년성교육 전문기관인 ''탁틴내일''에서 본격적으로 80시간의 교육을 이수하게 되었습니다.
돌아보면 참 덥고 징그럽게 비가 많이 온 2013년의 여름이었습니다. 첫날 신촌으로 가는 길에 스마트폰으로 이것저것 검색하다가 코피노 관련 기사를 보면서 갔어요. ''나쁜 인간들 참 많네.''라고 생각하면서 수업을 들어갔는데 정말이지 신기하게도 제가 오면서 본 기사 인터뷰에 실렸던 바로 그분이 그곳에 계시더라구요. 탁틴내일 대표님이신 이현숙 선생님이었습니다. 괜히 친해진 기분이었습니다.
탁틴내일에서 성교육을 받으면서 여러 선생님들도 뵙고 배우고 공부하면서 제 안에서 무언가가 끓어오르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자꾸 성교육 관련 동영상이나 기사 같은 자료를 찾아보게 되고, 자려고 누워서는 아이들 앞에 서있는 저 자신을 상상하게 되었습니다.
알면 알수록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그렇게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드디어 인천에 있는 청담학교에 3번의 강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인천청담학교. 대안학교라고 들었습니다. 대안학교? 그건 뭐지? 인천은 너무 멀다...
학교를 검색해보고 대안학교가 뭔지 알게 된 저는 두려움이 먼저 생겼습니다. 일반학교에서 적응을 못한 아이들이 모인 곳임을 알게 되자 아이들이 많이 거칠지는 않을까, 수업을 진행할 수는 있을까 여러 가지 고민으로 마음이 심란했습니다.
어쨌든 수업준비를 해야 했습니다. 제가 같은 학교에서 3회를 먼저 진행하고, 뒤에 3회를 다른 미혼모 강사가 진행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저는 그중에서 ''성문화'', ''소중한 내 몸'', 그리고 ''데이트와 성''이란 주제로 강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첫 강의인 성문화에 대해 여러 측면으로 고심한 끝에 ''야동''을 주제로 강의를 하기로 했습니다. 수많은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성인물에 노출이 너무나 쉬운 아이들, 그리고 호기심이 많은 우리아이들에게 야동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려주는 강의였습니다.
강의의 골자는 '돈이 만들어낸 가짜 성에 속지말자!'였고, 아이들은 그 결론에 대해서도, 결론까지 이르는 과정에서도 흥미로워 했습니다.
2회기 강의는 학교 담당 선생님이랑 상의하여 ''데이트와 성'' 주제를 먼저 다루기로 했습니다. 데이트와 성에서 제가 핵심으로 잡은 부분은 ''성적자기결정권''이었습니다. 데이트 중 일어나는 여러 가지 상황과 그 대처법을 설명했고, 피임 등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논의도 했습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아마 이런 방식의 성교육은 처음인 듯했습니다.
3회기 교육인 ''소중한 내 몸''은 지난 주제들을 정리하는 동시에 심화시키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1~2회차 교육 때 아이들이 많이 했던 질문에 답변해주는 토크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3회기 때 가장 공부할 게 많았고 준비해야 할 것도 많았습니다.
물론 제가 준비도 많이 했지만, 인생 선배로서도 아이들에게 서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다른 어른과는 나눌 수 없는 얘기를 나랑 한번 나눠 볼래?' 하는 의미이기에 가장 긴장되었고, 또 즐거웠습니다.
처음 강의제의를 받은 인천청담학교. 대안학교란 얘기에 긴장도 많이 했는데 그런 제가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아이들은 제가 미혼모라는 사실에 놀라기는 했지만 전혀 거부감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편견에 사로잡혀 있던 것은 오히려 저였습니다. 아이들은 쉬는 시간에 제게 와서 노래도 불러주고 개인기도 보여주는 등 손을 먼저 내밀어 주었습니다.
단 3번의 만남이었지만, 몇 달이 지난 지금도 아이들과 문자를 주고받고 있습니다. 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제 걱정도 해주는 착한 아이들입니다.
성교육을 받고 또 하면서 저는 많은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를 가진 뒤 낳고 키우면서 웅크려 지내던 저였습니다. 미혼모라면 다들 저같이 지내는 줄 알았습니다. 아니, 관심이 없었습니다.
부모님 도움으로 아이를 어느 정도 키우고 나서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는 정도로 인생계획을 세웠습니다. 밤에 한 번씩 미친 듯이 우울하면서도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존감이란 단어를 잊고 지냈습니다. 그렇기에 이번 성교유강사 양성과정에 참여한 일은 제게 아주 큰 의미입니다. 아이를 낳기 전의 나로 돌아갈 수 있는, 아니 어쩌면 그보다도 더 자존감이 높아질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이번 성교육의 가장 큰 수혜자는 바로 저입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