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권리협약과 성년후견제도의 문제점

2013-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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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년후견제도의 개선이 필요한 이유

권오용 변호사 (한국정신장애연대 사무총장)

 

올해 7월 1일부터 성년후견제도가 시행된다. 민법 개정 이전에는 법적인 의사결정 능력이 없거나 제한된다고 판단되는 성인에 대하여, 당사자의 주변 사람이 법원에 신청하면 당사자를 금치산자 또는 한정치산자로 선고하여 후견인이 그 법률행위를 대리하도록 한 제도가 시행되어 왔었다.

국회는 올해 3월 4일 가사소송법 개정안과 후견등기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로써 가사재판을 담당하는 판사가 후견을 결정하고 후견자의 후견업무를 감독하며, 의사결정능력이 약한 정신장애인, 지적장애인, 치매노인 등에 대한 후견이 결정되면 그 사실을 후견등기부에 등기하는 성년후견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게 될 예정이다.

개정된 민법의 후견제도에서 후견의 종류는 성년후견, 한정후견, 특정후견, 임의후견 4가지 종류로 구분된다. 성년후견의 경우, 피후견인의 법률행위능력은 인정되지 않으며 후견인이 피후견인을 대리하여 법률행위와 신상보호를 위한 일을 하게 된다. 한정후견은 가정법원이 후견인의 동의를 받아야 할 법률행위를 정해주고 이러한 법률행위에 있어서 피후견인이 후견인의 동의를 받지 않으면 취소할 수 있다.

장애인권리협약은 제12조 2항에서 “협약국은 장애인이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다른 사람과 동일한 기반 위에서 법적 능력(legal capacity)을 누린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제3항에서는 “협약국은 장애인이 자신의 법적 능력을 행사함에 있어서 필요할 수 있는 지원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제4항은 협약국은 “정신장애인의 법적능력 행사와 관련이 있는 모든 입법 또는 기타 조치들이 국제인권법에 반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권리협약 제12조는 그 규정의 내용 그대로 장애인이 장애를 이유로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완전한 법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을 확인하고 각국에 대하여 장애인의 권리행사 능력을 조력하는 제도를 마련할 것을 규정한 것이다.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와 선진 각국은 위 협약의 규정을 종전의 장애인의 의사결정을 대체하는 제도(substituted decision-making system)인 성년후견제도를 폐지하고 장애인의 법적능력의 행사를 조력하는 의사결정 지원제도(supported decision-making system)를 권장하는 내용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와 관련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는 2012년 9월 중국정부에 대하여 중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장애인의 의사결정을 대체하는 성년후견제도를 폐지하고 의사결정을 보완하는 제도(supported decision-making)로 고쳐서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라고 권고하였다.

 

 

이처럼 장애인권리협약 제12조의 내용이나 UN장애인위원회의 중국정부에 대한 권고에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에서 시행될 성년후견제도는 장애인권리협약 위반에 해당되며, 협약에 따른 검토와 민법 등 성년후견제도에 관한 법률에 대한 재개정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정신장애인의 의사결정권이 무시되고 가족이나 지방자치단체장에 의한 강제입원의 비율이 전체 입원환자의 80%를 초과하는 것이 현실이다. 성년후견제가 시행될 경우 후견결정이 된 정신장애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후견인의 의사에 따라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강제치료를 받게 되는 피해상황이 더 심각해질 우려가 있다.

이와 같이 성년후견제도는 장애인권리협약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법적인 평등을 보장하는 원칙과 규정에 분명히 반하는 것이므로 외국에서는 성년후견제도에 대한 대체입법이 연구되고 있다. 예를 들자면, 성년후견인이 지정되더라도 그 후견인이 피후견인의 의사에는 반하여 후견인의 재산 또는 신상에 관한 결정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방법, 후견이 결정되더라도 피후견인인 장애인 본인이 언제든지 후견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 등 여러 가지 후견제도를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장애인권리협약에 반하는 성년후견제도의 시행을 보류하고 장애인의 의사능력을 보충하고 조력하는 제도를 연구하여 시행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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