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권 인간의조건] 하얀 정글 속에서 싸우다, 반올림

2013-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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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후기]

 

하얀 정글 속에서 싸우다, 반올림

 

- KOCUN <사회권 인간의조건> 1기 캠페인단 노동권팀 최천은

 

 반올림은 2007년 ‘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진상규명과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한 대책위원회’에서 출발 했습니다. 현재는 삼성반도체뿐만 아니라 전자산업 모든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차가운 바람이 부는 가을밤, 사회권 캠페인단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을 방문했습니다. 반올림은 주택가 사이에 아늑하게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사무실 내부에는 <또 하나의 가족>, <사람냄새> 등 반도체 노동자들의 비극을 그린 영화와 만화 등의 포스터로 빼곡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노력이 느껴졌습니다. 대표 이종란 노무사님과 상임활동가 권영은님, 임자운님께 반올림의 주요한 활동과 최근 현황 등을 들어보았습니다.

 

 반올림의 활동은 2007년 고 황유미 씨의 사망 이후 시작되었습니다. 삼성전자 계열 직업병은 현재 백혈병이 가장 많고, 뇌종양, 유방암 등 대부분 암 피해자 입니다. 유산, 불임, 생리불순, 기형아 출산 문제 등 생식계통 피해자도 다수 있다고 합니다. 하이닉스나 매그나칩, LG전자, 전자하청회사 등 삼성 외 사업장의 제보도 조금씩 늘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은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인정을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반올림은 피해자들과 함께 산업재해 인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삼성 반도체 공장 직업병 피해자들의 사례를 자세히 둘러볼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반도체에 대해 ‘수출 1위 제품’, ‘깨끗한 산업’,‘효자산업’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반도체는 클린 산업’이라는 인식은 허구임이 외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밝혀졌습니다. 반도체 산업은 수 백 가지의 화학물질을 집약적으로 밀폐된 환경에서 사용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작업하는 노동자들은 신체를 보호할 장비도 갖추지 못하고 일하고 있습니다.

 

 산업재해, 특히 화학물질에 노출되어 질병에 걸리는 경우는 사후 치료보다 사전 예방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삼성을 비롯한 반도체 기업에서는 이러한 사전예방의 원칙(precautionary principle)’을 준수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전 예방의 원칙이란1992년 유엔환경개발회의의 리오선언에서 규정된 것으로 어떤 물질이나 화학물질이 안전하다고 증명되기 전까지는 그 물질을 위험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반도체 산업 현장에서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자신이 다루는 화학물질의 위험성을 모릅니다. 오히려 기업은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영업비밀이라며 숨기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반도체 노동자들의 질병, 사망에 대해 산업재해로 인정받는 것이 힘들다고 합니다. 이는 질병과 노동환경 사이의 관계를 찾는 ‘입증’의 문제 때문입니다. 현재 ‘입증 책임’은 노동자 측에 있습니다. 그러나 백혈병, 뇌종양, 재생불량성빈혈 등은 병은 대부분 생활환경, 직업환경과의 인과관계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병들입니다. 이에 더불어 반도체 노동자들이 일했던 작업환경에 대해서 명확히 밝히기가 힘듭니다.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작업 환경이 매우 빠르게 바뀌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입증책임의 문제 때문에 산업재해 인정을 요구한 사람들 대부분은 근로복지공단에 의해 거절당했습니다.

 

 이에 대해 반올림은 입증책임의 주체를 전환하는 것과 입증의 기준을 완화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입증의 기준을 완화하는 것에 대해 법원은 이를 점차 받아들이고 있다고 합니다. 2009 12 2일 선고된 부비동암 판결에서는 노동자의 발병에 대해 노동 환경 이외에 원인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 없다면 산재로 보아야 한다고 인정하였습니다. 또한 이런 맥락에서 2011년에는 고 황유미, 고 이숙영 씨의 산재를 인정하는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전혀 이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공단 측은 반도체 노동자들의 산업재해 인정을 거부하고 법원에서 산업재해 판결이 날 경우 이에 불복해 항소하고 있습니다.

 

'전자산업 노동자의 생명과 인권을 존중하라'  

 

 우리는 아프지 않고 건강할 권리, 행복하게 노동할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회는 이를 보장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사회는 외면하고 있습니다. 기업은 자금과 권력으로 은폐하려 하고, 공공기관은 이에 협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들을 외면하지 말아야 합니다. 산업재해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합당한 인정과 보상을 받아야 합니다.

 

 밤이 되어서야 나서는 길, 가을 바람이 더 차갑게 느껴졌습니다. 골목길을 빠져나오며 우리는 이분들에게 어떻게 힘을 보태줄 수 있을까 얘기해 보았습니다. 이분들이 보장받아야 할 권리는 사회권 입니다. 오래 전 국제사회에서 인정한 권리이지만, 아직 인간에게 완전히 보장되지 않은 미완의 권리입니다. 인간은 그 권리를 완성해 나가는 길에 있습니다. 우리도 지금 우리의 자리에서 사회권 알리기에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를 통해 사회권을 향한 긴 여정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야 할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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