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학생인권조례안 통과와 성소수자 인권
유엔인권정책센터 인턴 이지은
새해를 보름 정도 앞둔 지난 12월 19일, 학생,교사,인권활동가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서울시 학생인권조례가 주민발의안의 내용을 적극 반영한 형태의 수정동의안으로 통과되었다. 경기도와 광주시를 이어 세 번째로 통과된 이번 학생인권조례는 그 원안이 “차별받지 않을 권리”에서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의 근거를 포함시킨 것에 대해 일부 보수 집단을 중심으로 한 반대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됨에 따라 그 통과 절차가 지연되어 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가 통과시킨 수정동의안에는 위의 두 가지 차별 근거가 그대로 포함되어 있을 뿐더러, 제한 조건은 있으나 인권조례 최초로 학생의 집회의 자유가 포함되기도 하였다. 이처럼 많은 이들의 우려와는 달리 학생들의 다양한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이 한국 사회에서 점차 확산되고 있다.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통과에 있어서 가장 큰 난관이 되었던 “‘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성’에 근거한 차별 금지”는 전 세계적인 인권 현안 중 하나이다. 이는 통념에 어긋난 성적 지향 또는 성 정체성을 가진 것으로 간주되는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이나 괴롭힘, 따돌림 등의 차별적 대우가 여전히 만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지금과 같이 인권이 광범위하게 보장받는 시대가 없다고도 하겠지만, 인권 활동가 및 인권 침해의 직접적인 피해자들은 여전히 수많은 인권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사회적인 편견이라는 무형의 압박이 강하게 작용하는 성소수자 인권 문제가 최근에 주목을 받게 된 것은 “감격스럽다”고 할 만큼 주변화 되었던 인권 이슈이다.
앞서 지난 8일 세계 인권의 날을 기념하기 위한 유엔의 행사들 중 하나로 “성적 지향 및 성 정체성에 근거한 폭력과 차별 근절에 관한 패널 토의”가 개최되었다. 본 행사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 금지 및 관련 법규를 제정할 것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이반 시모노비치(Ivan Simonović) 유엔 인권사무차장보를 통해 대신 전달하였다. 반 총장은 성적 지향 또는 성 정체성을 근거로 지속적인 언어폭력 및 조롱, 그리고 심각한 육체적 공격에 처한 아동들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이와 같은 육체적·정신적 억압은 “도덕적으로 잔혹한 행위이자 인권의 심각한 침해이며 공공 보건의 위기”임을 주장하였다. 또한 “국가들이 해당 문제를 극복하려는 법적인 의무 하에 있으며 국제인권법 하에서 모든 국가들이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을 근거로 하는 것을 포함한 폭력과 차별로부터 모든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필수 조치들을 이행”할 것을 요청하였다.
이러한 반 총장의 메시지는 지난 10월 아동권리협약 이행 대한민국 3, 4차 국가보고서 심의에 따른 유엔 아동권리위원회(CRC)의 최종견해와 그 맥을 같이 한다. 최종견해에 따르면 '2007년 12월 한국의 차별금지법 초안이 폐기된 것과 함께 차별에 대한 입법적 정의가 성적 지향으로 인한 차별 금지를 명시하지 않은 것“에 대한 유감을 표하며 “성적 지향에 따른 학생 등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기 위한 법안을 신속히 제정할 것”을 촉구하였다.
한편 서울시 학생인권조례안이 통과되기 얼마 전인 올해 말 “성적 지향 및 성 정체성에 근거하여 개인들에게 가해지는 차별적인 법률과 관습, 폭력 실태(Discriminatory laws and practices and acts of violence against individuals based on their sexual orientation and gender identity)”에 관한 유엔인권최고대표의 보고서가 발표되었다. 이는 인권, 성적 지향 및 성 정체성에 관한 유엔의 최초의 보고서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지니며, 보고서 작성의 임무를 담은 지난 6월의 제 17차 인권이사회 정기세션의 결의안 또한 성적 지향 및 성 정체성에 관한 것으로는 최초이다.
보고서는 우선 각국 정부들에게 모든 사람들이 성적 지향 및 성 정체성, 또는 그 표현에 관계없이 자신의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게 함으로써 적용 가능한 국제 기준 및 의무를 들어 국제법이 규정하고 있는 노력과 의무를 다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성소수자에게 가해지는 살인이나 고문 등의 잔인한 폭력의 현실을 상세히 다룬 한편, 그들이 위험에 처해 있을 때 구호를 제공할 것을 요구하였다. 뿐만 아니라 합의를 한 성인들 간의 동성애 관계 범죄화나 고용·의료·표현 및 집회·결사의 자유에 있어서의 차별 등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적인 법률 및 관습의 실태를 지적하였다. 해당 보고서는 결의안의 내용에 따라 내년 3월에 있을 제 19차 인권이사회 정기세션에서 정식 발표되며 인권, 성적 지향 및 성 정체성 이슈를 다루는 최초의 패널토론 또한 동시에 개최될 예정이다.
보고서의 내용 중에서 특별히 “교육 분야에서의 차별” 파트는 우리나라의 학생인권조례 제정과 밀접하게 연관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성소수자인 학생들에 대한 학교 또래 친구들 및 선생님의 따돌림과 괴롭힘이 그들의 학교생활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신체적·정신적 고통이 심한 경우 그들로 하여금 자살까지 결심하게 만든다. 또한 보고서는 또래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는 언론 매체가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조장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한편, 교육권에 근거한 성교육이 다양성을 강조하는 포괄적이고 정확하며 연령에 맞는 성생활에 관한 정보를 포함할 것을 요구하였다. 학교에서의 동성애 혐오적인 차별에 관해서는 앞서 언급한 아동권리위원회 뿐만 아니라 자유권 및 사회권 위원회 또한 큰 우려를 표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성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체적 발달이 이루어지지 않은 아동·청소년들은 정신적으로도 미숙할 것이라는 사회적 통념으로 인해 자신의 성 정체성을 명확하게 표현하기가 더욱 어려우며 그마저도 억압을 받고 있다. 한채윤 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대표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실제로 ‘성적 지향’ 및 ‘성 정체성’에 근거한 차별이 다양한 차별들 중에서도 그 고통의 정도가 가장 심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아이들이 인생에서 굉장히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학교이며 학생도 한 명의 사람으로서 그들을 위한 인권조례는 곧 모든 사람이 존중받을 가치가 있음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심각한 차별을 묻어두는 학생인권조례는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의 말처럼 성소수자 학생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인권조례는 곧 성소수자 전체에게 있어 희망과 같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에 맞서는 세계의 인권 동향에 따라 우리나라 또한 학생인권조례의 제정과 같은 제도적 개선을 확대시킴과 동시에 국가 차원에서도 그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잘못된 선입견을 없애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참고 자료-
·UN releases ground-breaking report on sexual orientation and gender identity
(http://www.ishr.ch/council/376-council/1224-un-releases-ground-breaking-report-on-sexual-orientation-and-gender-identity)
·Call for States to tackle homophobic bullying
(http://www.ohchr.org/EN/NewsEvents/Pages/CallforStatestotacklehomophobicbullying.aspx)
·서울학생인권조례, 시의회 교육위 통과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510818.html)
·반기문 '성적지향에 따른 괴롭힘 금지는 법적 의무' - ''성적지향'' 조항으로 대립 중인 서울학생인권조례 관련 내용 눈길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72389)
·'레즈비언 의심된다며 교실바닥서 밥 먹여서야...' [인터뷰] 한채윤 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대표 '서울 학생인권조례 원안 통과해야'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72509&CMPT_CD=A0278)
서울시 학생인권조례안 통과와 성소수자 인권
유엔인권정책센터 인턴 이지은
새해를 보름 정도 앞둔 지난 12월 19일, 학생,교사,인권활동가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서울시 학생인권조례가 주민발의안의 내용을 적극 반영한 형태의 수정동의안으로 통과되었다. 경기도와 광주시를 이어 세 번째로 통과된 이번 학생인권조례는 그 원안이 “차별받지 않을 권리”에서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의 근거를 포함시킨 것에 대해 일부 보수 집단을 중심으로 한 반대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됨에 따라 그 통과 절차가 지연되어 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가 통과시킨 수정동의안에는 위의 두 가지 차별 근거가 그대로 포함되어 있을 뿐더러, 제한 조건은 있으나 인권조례 최초로 학생의 집회의 자유가 포함되기도 하였다. 이처럼 많은 이들의 우려와는 달리 학생들의 다양한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이 한국 사회에서 점차 확산되고 있다.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통과에 있어서 가장 큰 난관이 되었던 “‘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성’에 근거한 차별 금지”는 전 세계적인 인권 현안 중 하나이다. 이는 통념에 어긋난 성적 지향 또는 성 정체성을 가진 것으로 간주되는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이나 괴롭힘, 따돌림 등의 차별적 대우가 여전히 만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지금과 같이 인권이 광범위하게 보장받는 시대가 없다고도 하겠지만, 인권 활동가 및 인권 침해의 직접적인 피해자들은 여전히 수많은 인권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사회적인 편견이라는 무형의 압박이 강하게 작용하는 성소수자 인권 문제가 최근에 주목을 받게 된 것은 “감격스럽다”고 할 만큼 주변화 되었던 인권 이슈이다.
앞서 지난 8일 세계 인권의 날을 기념하기 위한 유엔의 행사들 중 하나로 “성적 지향 및 성 정체성에 근거한 폭력과 차별 근절에 관한 패널 토의”가 개최되었다. 본 행사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 금지 및 관련 법규를 제정할 것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이반 시모노비치(Ivan Simonović) 유엔 인권사무차장보를 통해 대신 전달하였다. 반 총장은 성적 지향 또는 성 정체성을 근거로 지속적인 언어폭력 및 조롱, 그리고 심각한 육체적 공격에 처한 아동들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이와 같은 육체적·정신적 억압은 “도덕적으로 잔혹한 행위이자 인권의 심각한 침해이며 공공 보건의 위기”임을 주장하였다. 또한 “국가들이 해당 문제를 극복하려는 법적인 의무 하에 있으며 국제인권법 하에서 모든 국가들이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을 근거로 하는 것을 포함한 폭력과 차별로부터 모든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필수 조치들을 이행”할 것을 요청하였다.
이러한 반 총장의 메시지는 지난 10월 아동권리협약 이행 대한민국 3, 4차 국가보고서 심의에 따른 유엔 아동권리위원회(CRC)의 최종견해와 그 맥을 같이 한다. 최종견해에 따르면 '2007년 12월 한국의 차별금지법 초안이 폐기된 것과 함께 차별에 대한 입법적 정의가 성적 지향으로 인한 차별 금지를 명시하지 않은 것“에 대한 유감을 표하며 “성적 지향에 따른 학생 등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기 위한 법안을 신속히 제정할 것”을 촉구하였다.
한편 서울시 학생인권조례안이 통과되기 얼마 전인 올해 말 “성적 지향 및 성 정체성에 근거하여 개인들에게 가해지는 차별적인 법률과 관습, 폭력 실태(Discriminatory laws and practices and acts of violence against individuals based on their sexual orientation and gender identity)”에 관한 유엔인권최고대표의 보고서가 발표되었다. 이는 인권, 성적 지향 및 성 정체성에 관한 유엔의 최초의 보고서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지니며, 보고서 작성의 임무를 담은 지난 6월의 제 17차 인권이사회 정기세션의 결의안 또한 성적 지향 및 성 정체성에 관한 것으로는 최초이다.
보고서는 우선 각국 정부들에게 모든 사람들이 성적 지향 및 성 정체성, 또는 그 표현에 관계없이 자신의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게 함으로써 적용 가능한 국제 기준 및 의무를 들어 국제법이 규정하고 있는 노력과 의무를 다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성소수자에게 가해지는 살인이나 고문 등의 잔인한 폭력의 현실을 상세히 다룬 한편, 그들이 위험에 처해 있을 때 구호를 제공할 것을 요구하였다. 뿐만 아니라 합의를 한 성인들 간의 동성애 관계 범죄화나 고용·의료·표현 및 집회·결사의 자유에 있어서의 차별 등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적인 법률 및 관습의 실태를 지적하였다. 해당 보고서는 결의안의 내용에 따라 내년 3월에 있을 제 19차 인권이사회 정기세션에서 정식 발표되며 인권, 성적 지향 및 성 정체성 이슈를 다루는 최초의 패널토론 또한 동시에 개최될 예정이다.
보고서의 내용 중에서 특별히 “교육 분야에서의 차별” 파트는 우리나라의 학생인권조례 제정과 밀접하게 연관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성소수자인 학생들에 대한 학교 또래 친구들 및 선생님의 따돌림과 괴롭힘이 그들의 학교생활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신체적·정신적 고통이 심한 경우 그들로 하여금 자살까지 결심하게 만든다. 또한 보고서는 또래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는 언론 매체가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조장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한편, 교육권에 근거한 성교육이 다양성을 강조하는 포괄적이고 정확하며 연령에 맞는 성생활에 관한 정보를 포함할 것을 요구하였다. 학교에서의 동성애 혐오적인 차별에 관해서는 앞서 언급한 아동권리위원회 뿐만 아니라 자유권 및 사회권 위원회 또한 큰 우려를 표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성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체적 발달이 이루어지지 않은 아동·청소년들은 정신적으로도 미숙할 것이라는 사회적 통념으로 인해 자신의 성 정체성을 명확하게 표현하기가 더욱 어려우며 그마저도 억압을 받고 있다. 한채윤 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대표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실제로 ‘성적 지향’ 및 ‘성 정체성’에 근거한 차별이 다양한 차별들 중에서도 그 고통의 정도가 가장 심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아이들이 인생에서 굉장히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학교이며 학생도 한 명의 사람으로서 그들을 위한 인권조례는 곧 모든 사람이 존중받을 가치가 있음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심각한 차별을 묻어두는 학생인권조례는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의 말처럼 성소수자 학생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인권조례는 곧 성소수자 전체에게 있어 희망과 같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에 맞서는 세계의 인권 동향에 따라 우리나라 또한 학생인권조례의 제정과 같은 제도적 개선을 확대시킴과 동시에 국가 차원에서도 그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잘못된 선입견을 없애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참고 자료-
·UN releases ground-breaking report on sexual orientation and gender identity
(http://www.ishr.ch/council/376-council/1224-un-releases-ground-breaking-report-on-sexual-orientation-and-gender-identity)
·Call for States to tackle homophobic bullying
(http://www.ohchr.org/EN/NewsEvents/Pages/CallforStatestotacklehomophobicbullying.aspx)
·서울학생인권조례, 시의회 교육위 통과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510818.html)
·반기문 '성적지향에 따른 괴롭힘 금지는 법적 의무' - ''성적지향'' 조항으로 대립 중인 서울학생인권조례 관련 내용 눈길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72389)
·'레즈비언 의심된다며 교실바닥서 밥 먹여서야...' [인터뷰] 한채윤 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대표 '서울 학생인권조례 원안 통과해야'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72509&CMPT_CD=A02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