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독서리뷰 1] 우리는 모두 집을 떠난다

2016-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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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우리는 모두 집을 떠난다. 김현미 저



가원

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으나 누구나 삶에 대한 일종의 방황과 불안한 감정을 느낀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만 같은 막연한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 삶이 암담하거나, 미래를 떠올릴 때 밀려드는 아득함과 별개로 딱히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삶을 변화시키려는 실천을 하거나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적이 별로 없다. 대신 지금과 다른 세상에 나를 옮겨 심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할 뿐이다. 소위 해외 이주를 자주 꿈꾸지만 결단을 내리기 좀처럼 쉽지 않다. 기실 이주의 행위는 상당한 용기와 삶을 주체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상당한 의지가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 책의 저자는 한국으로 오는 이주 노동자, 이주 여성, 난민 등은 복잡다단한 목적을 가지고 자기 삶을 능동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행위자로 바라보는 한편 한국사회가 어떻게 이주민 개개인의 가능성과 특성을 삭제하고 집단적 정체성을 부여하여 차별과 배제를 당연시하는지를 드러낸다.

저자는 이주자에게만 적응과 변화를 요구하는 한국의 다문화 담론을 비판한다. 이른바 ‘사회통합’은 흔히 이주자를 주류 문화에 적극적으로 참여시켜 소외나 사회적 불안 등과 같은 갈등 상황을 줄여나가는 것을 의미한다지만, 저자에 따르면 한국의 다문화 담론은 선주민과 이주민 간의 분리나 위계를 전제하여 이주민의 일방적인 동화만을 주장한다고 한다. 이러한 방식은 결국 이주자의 사회 참여를 제한하고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 놓이게 함으로써 능동적인 시민 주체가 아닌 한시적인 지원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효과를 낳게 된다.

내가 지금껏 이주를 실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어쩌면 이 사회가 이주민을 대하는 태도를 내면화한 까닭이 아닐까. 내가 향하고 싶은 그 사회도 별반 다르지 않을거라는 막연한 두려움의 실체는 바로 내가 이 땅에서 누리고 있는 이주민과 선주민의 불평등한 관계에서 시작 된 건지 모르겠다. 이 책이 나와 같은 두려움을 마주하고 있는 사람에게 그래서 소중하다. 이주자들이 품을 법 한 한국 사회에 대한 호기심과 삶에 대한 기대와 긍정이 지극히 인간적임과 동시에 한국사회가 다문화라는 이름으로 퉁쳐진 혹은 그 범주에도 속하지 못하는 이들에 가하는 불평등한 영향력이 얼마나 비인간적인가 하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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