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예감 ‘을’들의 이어말하기

2013-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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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예감 ‘을’들의 이어말하기 - 차별의 자리, 자리의 차별을 다녀와서

- KOCUN 활동가 가원

예컨대 우리 사회에 있어도 없는 사람처럼, 차별을 받아도 마땅한 사람처럼, 숨겨진 사람처럼 목소리가 늘 묵음처리 되는 사람들이 있다. 좀처럼 들리지 않는 그들의 이야기, 과연 들리지 않는 걸까, 아니면 듣지 않으려고 하는 걸까? 그래서 그들이 대한문에 모였다. 내 이야기 좀 들어보라고. 나 여기 당신과 함께 살아간다고.

지난 6월 18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중심이 되어 평등예감, <‘을’들의 이어말하기>라는 행사가 진행되었고 그 두 번째 시간으로 ‘차별의 자리, 자리의 차별’이라는 주제로 우리사회 도처에 깔려있는 차별과 머무르는 공간에서 쫓겨나고, 삶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 힘겨운 사람들의 이야기로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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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첫 번째 이야기는 일터와 숙소에 화장실이 없어 용변을 보기 위해 삽을 들고 9개월을 버티다 작업장을 이탈한 이주노동자들의 기막힌 사연이다. 문제는 현재의 고용허가제 아래 작업장 이탈은 곧 체류할 자격, 즉 머무를 수 있는 자격과 직결되기 때문에 이들에게 살만한 공간을 항변할 자격은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곧 불법 체류자가 되기 싫으면 9개월 아니라 그 더한 세월을 삽과 함께 용변을 봐야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한마디로 사람답게 생존할 권리가 일터에 머무를 자격에 저당 잡힌 것이다.

사람이 살만한 공간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B형 간염 보균자라는 이유로 인간답게가 아닌 병덩어리로 낙인찍힌 삶으로 이어졌다. 10대 시절 학교에서는 늘 경계대상 외톨이로, 20대에는 법적으로 취업이 금지되어 인생이 발목 잡혔으니 특정한 병의 보균자라는 사실이 수많은 삶의 기회를 차단하고 삶을 무기력에 빠뜨리는 가공할 만한 위력을 지닌 셈이다.

세번째 자리의 차별은 일터와 동료를 잃고 대한문을 지키는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에 대한 것이었다. 회사의 경영과 회계는 조작되었고 그로 인해 24명의 동료들이 죽음에 이르렀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라는 ‘딱지’는 달고는 취업하기가 막막하다.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파업에 따른 손배가압류는 430억이 넘는다. 그래서 이들이 대한문에 모여 죽어간 동료들을 위한 추모공간도 만들고 복직을 요구하며 연좌농성도 한다. 하지만 이들 농성자들에게 지난해만도 1억 원이 넘는 벌금이 부과되었다. 과연 그들이 대한문에서 지키고자 하는 일상이 무심한 눈으로 대한문의 농성장을 바라보는 이들의 그것과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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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순서의 마지막은 보이지 않는 사람처럼 살아가야하는 성소소수자들의 이야기로 채워졌다.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이성애 중심사회에서 성소수자는 사회의 차별과 편견 속에서 살 것인지 아니면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살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이들에게 세상은 좀처럼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받기가 쉽지 않은 하나의 거대한 차별적 공간이다.

이어말하기에 참여한 네 명은 각기 다른 차별과 배제의 경험을 말하였지만 우리사회가 좀처럼 들으려 하지 않는 목소리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늦은 밤 대한문을 지나는 사람은 많았고 간간히 이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멈춰선 걸음들이 있었다. 그 짧은 멈춤이 세상이 듣지 않는, 보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차별과 배제에 저항하는 연대의 몸짓이다.

7월 9일, 이어말하기는 다시 찾아온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을 그날 대한문에서 만나고 싶다. 일상의 자리를 빼앗기고 배제된 이들을 향한 연대의 몸짓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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