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중개업을 통한 단기속성 국제결혼의 문제는 단순한 여성상품화가 아닌 '착취'에 있음을

2012-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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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원 (유엔인권정책센터 활동가)


 

‘혼기’가 꽉찬 친구가 소개팅으로 만난 남자와 3개월도 채 만나지 않고 전격적으로 결혼하기로 결정했다. 첫인상이 퍽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자꾸 보니 정이가고 집안배경, 경제력, 학벌을 고려할 때 이만하면 결혼해도 되겠다 싶었단다. 우리 사회에서 결혼이 열렬히 사랑한 두 사람의 완전한 결합이 아닌지 오래다. 실상 많은 문화권에서 사랑을 전제로 한 결혼의 역사는 그리 길지도 않지 않던가.



사회마다 소위 결혼 적령기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한국사회에서 나는 대략 그 정점에서 약간 벗어난 듯하다. 그래서일까, 부모는 한 살 두 살 나이를 까먹고 있는 내 존재가 초조하다. 이제는 결혼정보회사 운운하며 딸래미 배우자 찾기에 골몰하는 모습을 연출해내기에 이르렀다. 막상 부모와의 대화에 결혼정보회사라는 말까지 등장하니 머릿속이 복잡하다. 최근 한 국제결혼정보회사에 등록된 여성들의 프로필 사진과 매니저 추천 인물 코너가 떠올랐다. 마치 쇼핑몰에서 ‘MD’s Pick’이라는 코너처럼 인간이 상품적 가치로 환원되는 것은 국제결혼‘시장’이나 국내결혼‘시장’이나 매한가지란 생각이 든다.

 

지난 11월20일부터 25일까지 필리핀 마닐라, 세부를 방문하였다. 이번 방문은 필리핀 정부의 결혼이주정책과 동향을 파악하고 필리핀 해외이주위원회(Commission on Filipinos Overseas, 이하 CFO)와 우리단체가 진행하는 한국행 결혼이민자에게 제공하는 사전정보 교육프로그램을 참관하기 위한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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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필리핀으로 귀환한 여성을 지원하는 단체인 ‘BATIS’에서


필리핀은 중국과 인도 뒤를 이어 세계 3위의 최다 이민자 수출국으로 대략 천만 명에 가까운 인구가 이주민의 삶을 택하고 있다. 기실 대부분의 노동 송출국가들이 그러하듯 이들 해외거주 필리핀인이 보내는 송금액이 이 국가의 주요한 외화수입원이라고 하니 국가로서는 마땅히 할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일까, 필리핀에 머무는 동안 국가가 정책적으로 국민을 해외로 내몰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이제 한국도 어느덧 미국, 독일, 뉴질랜드처럼 필리핀인들이 이주를 선택하는 주요한 목적국 반열(?)에 올랐다. 한국으로의 이주는 주로 결혼이주 혹은 이주노동의 형태를 띠는데 지난해만도 대략 2천명을 조금 넘는 수가 한국으로의 결혼이주를 선택했다. 문제는 이러한 대규모 결혼행렬이 대부분 중개업을 통한 단기속성 결혼이라는 점인데, 더 심각한 것은 필리핀에서는 중개업 뿐 아니라 중개(소개)행위 자체가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말인즉, 필리핀에서는 소개팅이 법으로 금지되어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필리핀인과 한국인간 중개인(업)을 통한 결혼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필리핀 정부가 결혼중개업을 허용하는 한국의 국제결혼 정책 및 제도를 암묵적으로 동의하다고 있다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었다.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결혼비자 발급 인터뷰

이번 일정이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 것은, 한국대사관의 결혼 비자 발급 인터뷰를 참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주로 여성들이 상대 남성에 대한 기본적인 신상정보를 정확히 파악하고 단기속성 중개업을 통해 불거질 수 있는 문제나 어려움을 고지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인터뷰에 참여한 열댓 명의 여성들 중 한두 명을 제외하고는 20대 초중반이었다. 영사는 결혼 상대자의 이름, 남성의 직업, 한국 내 남성의 집주소, 남성의 나이와 본인의 나이, 혼인기록, 여성의 가족관계, 소개받은 경로 등 몇 가지 정해진 질문을 통해 여성들의 결혼의사를 확인하고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와 남성의 실제 서류상 정보를 대조하는 작업을 했다. 영사재량으로 한 사람당 5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그룹 인터뷰였다. 이들 여성들의 결혼상대 중에는 이미 이혼 경력이 있거나 혹은 자녀를 두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한 여성은 남편과의 나이가 무려 24살이 났다. 사실 결혼이주여성과 한국인 배우자간 연령차가 큰 것이 뭐 그리 새삼스러운 사실이었던가? 그럼에도 인터뷰 내내 흠칫거렸고 행여나 그런 모습이 여성들 눈에 들킬까 노심초사했다. 


 

대략 40분 정도의 인터뷰가 끝나고 영사는 한껏 낮춘 목소리로 여성들을 향해 몇 가지 주의사항을 전달했다. 한마디로 국제결혼이 장밋빛인생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결혼이주여성들이 남편에 의한 살해 혹은 자살 등 극단적인 사례도 소개했다. 방의 공기가 축 내려앉았다. 유쾌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괴기스럽기까지 했다. 그런 분위기를 의식해선지 어쨌든 잘사는 사람이 훨씬 많다며 영사는 심심한 위로도 잊지 않았다. 영사 인터뷰 이후 결혼을 포기하는 여성도 더러 있다고 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여성들은 결혼을 선택한다고 한다. 


 

긴 독재와 오랜 식민지배의 외상일까. 상위 10%가 국부의 90%이상을 소유하고 있는 극단적인 양극화를 경험하고 있는 필리핀에서 빈곤한 여성들에게 결혼이주는 보다 나은 삶을 위한 도구로서의 선택임이 분명해보였다. 문제는 결혼중개업을 통한 단기속성 국제결혼은 단순히 그것이 여성이든 남성이든 결혼 당사자를 상품화하는데서 비롯된 것이라기보다는, 그 성혼의 목적 자체가 착취에 있다는 점이다.


 

최근 한 국제결혼중개업자가 만들어낸 한국어 교재의 부록에 실린 내용을 보니 ‘한국에서 결혼한 여성은 바로 아이를 출산하여야 하며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아이 양육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혹은 ‘한국에 오자마자 직업을 갖는다고 하면 당신이 돈 때문에 결혼한 여성으로 오해하여 가정에 불화가 될 수 있음을 명실할 것’이라는 등의 이야기가 버젓이 실려 있었다. 한술 더 떠서 ‘가출하면 형사처벌을 받는다’랄지, ‘결혼한 여성 범인검거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잡힌다’는 둥 결혼이주 여성의 체류와 관련한 협박성 메시지도 빼놓지 않고 있었다. 


 

이러 와중에 법무부는 최근 영주권 전치주의를 도입하기로 결정해 이주여성지원 및 인권단체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이는 귀화신청에 필요한 국내거주기간을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상향조정하고 나아가 귀화신청의 전제 조건으로 영주자격을 취득한 후 국내에 2년 거주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조치로 인해 결혼이주여성의 법적지위가 더 취약해서 폭력피해에 더욱 심각하게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1년 유엔여성차별철페위원회는 한국정부의 협약 이행 심의를 하고 한국정부에 결혼중개자, 인신매매업자 및 배우자들의 착취와 학대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입법 및 여타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이러한 중개업을 통한 인신매매성 성혼을 인정하고 이를 개선하라는 권고는 이미 여러 차례 반복된 바 있다.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르며 국제결혼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이해관계 속에 실제 이해당사자인 결혼이주여성들의 권리는 어디쯤에 위치하고 있는지 아니 물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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