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그야카르타 원칙, 성소수자와 인권을 말한다.

2011-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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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그야카르타 원칙, 성소수자와 인권을 말한다.

 

 

2006년 11월, 인도네시아 요그야카르타에서 초대 유엔인권최고대표인 메리 로빈슨을 비롯한 30여 명의 국제인권법 전문가들이 모여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을 이유로 한 폭력, 학대와 차별 금지에 관한 요그야카르타 원칙을 채택했다. 

 

총 29개의 조항으로 구성된 이 원칙은 인권의 보편적 향유와 공정한 재판, 구금 시 인권, 사회보장 및 기타 사회적 보호 조치, 가족 구성의 권리, 공적·문화적 생활 참여 권리 등을 포함하고 있다. 원칙의 후반부에는 유엔 인권기구, 각국의 인권연구소, 미디어, 비영리기구 등을 위한 구체적인 권고사항을 담고 있다.

 

성소수자와 관련된 국제적인 기준설정과 유엔 논의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현재 70개 이상의 국가에서 동성애가 형사처벌의 대상이라고 알려져 있고 형사처벌이 아니라 할지라도 성적지향과 성정체성에 근거한 광범위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은 전세계에 만연하다. 한국사회도 예외일 수 없다. 성적 지향과 성정체성을 근거로 하는 차별금지를 포함하고 있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이 2007년 입법 예고된 이후 현재까지 제정되지 못하고 있다. 이미 이 법안이 규정하고 있는 차별금지 근거에 성적지향, 학력 및 병력, 출신국가, 언어, 범죄전력,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이 무더기로 잘려나가 누더기 법안이 된지 오래다. 역시 같은 이유로 서울시 학생인권조례도 제정되지 못할 위기에 놓여 있다. 

 

또한 지난 3월 31일, 군대 내에서 동성애 행위를 하다 적발된 경우 강제성 여부에 관계없이 형사처벌을 허용하는 군형법 제 92조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림으로써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사법부의 낮은 인식을 드러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2010년 12월 유엔 반기문 사무총장은 성적 지향 및 성정체성에 근거한 폭력 철폐에 관한 연설에서 민주주의의 발전을 토대로 차이와 다양성을 인정하는 목소리가 커졌음에도 뿌리 깊은 사회적, 문화적 통념으로 성소수자에 가해지는 차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나아가 반 총장은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보편적 인권의 관점에서 보호해야 할 것을 국제사회에 강력하게 요구했다. 

 

같은 해 9월, 제네바의 고위급 패널 토론에서 내비 필레이(Navy Pillay) 유엔인권최고대표 역시 성소수자에 대한 형사처벌은 곧 임의적 체포, 구금, 고문 등의 위험과 직결되어 있는 문제라며 성별과 피부색이 형사처벌의 근거가 될 수 없듯이 성적지향에 근거한 처벌 혹은 차별 역시 반드시 철폐되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같은 성적지향을 근거로 한 차별 철폐를 주장하는 목소리에 힘입어 올해 7월 제 17차 정기 유엔인권이사회는 “인권, 성적 지향 그리고 성 정체성”에 관한 최초의 결의안을 채택하였다. 결의안은 세계 인권선언,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 협약, 시민 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 협약 등에 내제된 인권의 보편성을 제창하며 모든 사람은 그 권리와 존엄성에 있어 평등하며, “그 어떠한 형태의 구분 없이 모든 권리와 자유를 누릴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결의안 채택과 그 시기를 같이 하며 최근 미국 뉴욕 주에서 동성 혼인이 합법화되어 성소수자 당사자를 비롯한 수많은 인권옹호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또한 최근 호주 정부는 성전환자 또는 간성인에 대한 차별을 금하고 본인이 지향하는 성정체성을 인정하여 여권상 기재할 수 있는 결정을 내렸다.

 

이렇듯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금지에 대한 국제사회의 열망과 요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정부는 지난 8월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로부터 성적지향을 근거로 한 차별 금지 조항을 포함한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을 신속히 제정할 것을 권고 받았다. 이미 한국정부는 사회권 위원회(2009), 여성차별철폐위원회 (2007)등으로부터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권고를 받아온 터였지만 구체적으로 성적지향을 근거로 한 차별금지를 언급함으로써 위원회의 국내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에 대한 우려를 직접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현시점에서 이러한 위원회의 권고는 성소수자인권의 국내 운동에 상징적으로 큰 의미가 있을 뿐 아니라 민감한 이슈로서 유엔내 성소수자 인권 이슈가 잘 드러나지 않았던 과거에 비해 매우 진보적인 권고가 아닐 수 없다.

 

인류는 존재한 이래로 끊임없이 사회적, 제도적, 문화적 차별의 도전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보편적 인권에의 끊임없는 갈구는 늘 그러한 장벽을 넘게 하는 동력이 되어 왔다. 현존하는 모든 국제인권법을 망라하여 만들어진 요그야카르타 원칙을 단 한 줄로 요약하면 모든 인간은 존엄하다 일 것이다. 모든 인간은 존엄하다는 사실을 존중할 때 비로소 성소수자들의 인권이 보편적 인권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국내외적으로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논의가 꿈틀대고 있는 지금, 요그야카르타 원칙을 찾아 읽으며 모든 인간의 존엄성이 존중받는 세상을 꿈꿔본다.

 

>> 참고자료

 

· UN “Confront prejudice, speak out against violence, Secretary-General says at event on ending sanctions based on sexual orientation, gender identity” (2010.12.10)

-http://www.un.org/News/Press/docs/2010/sgsm13311.doc.htm

 

· International Service for Human Rights “Ground-breaking statement on sexual orientation and gender identity by record number of 85 States”(2011.03.24)

-http://www.ishr.ch/council/376-council/1033-ground-breaking-statement-on-sexual-orientation-and-gender-identity-by-record-number-of-85-states

 

· OHCHR “Pillay welcomes Australian decision on identity for transgender and intersex people”(2011.09.16)

-http://www.ohchr.org/en/NewsEvents/Pages/DisplayNews.aspx?NewsID=11384&LangID=E

 

· 요그야카르타 원칙 (원문)

-http://yogyakartaprinciples.org/principles_en.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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