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거리캠페인, 서울광장에서 변화의 희망을 체험하다
- KOCUN 사회권포럼 '사회권, 인간의 조건' 1차 거리캠페인 후기
맑은 날이었다.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주말이 될 것이라는 예보처럼, 가을의 끝자락이 지나가고 겨울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듯 차가운 날이었지만 하늘은 청량했다. 그 전 주말에 비가 오는 바람에 이미 한 번 일정을 연기했던 터라 맑은 날씨가 더욱 반가웠다. 11월 10일 일요일 오전, KOCUN 활동가들과 캠페인단은 준비물을 챙겨 함께 서울광장으로 출발하기로 하고 사무실에 모였다. 그간 공을 들여 만들었던 피켓과 스티커보드를 챙기면서 기대감으로 한껏 마음이 부풀어 올랐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주최한 노동자 대회가 열리는 날이었기에 도착했을 때 서울광장은 이미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대회를 맞아 여러 단체에서 각각 진행하는 사업이나 캠페인 홍보를 위해 테이블을 설치하고 있었는데, KOCUN도 광장 잔디밭 옆길에 자리를 잡았다. 1차 캠페인 전 주요하게 공부했던 주거권과 노동권을 주제로 만든 피켓과 인식조사를 위한 스티커보드를 설치하고, 사회권규약 선택의정서의 의미와 중요성을 담아 제작한 유인물과 선택의정서 비준 촉구 서명지를 테이블 위에 꺼내놓았다.
테이블과 피켓 설치를 마친 후
거리캠페인을 준비하면서 가장 걱정했던 점은 사회권규약과 그 선택의정서는 물론이고 사회권의 의미 전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었다. 사회권은 세계인권선언에 명시돼 있는 대로 모든 사람이 당연하게 누릴 수 있는 권리이고 나아가 사회권규약 비준국인 대한민국의 구성원으로서 우리 모두는 국가로부터 그를 보장받을 권리를 지닌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회권은 낯선 개념이며 사회권규약과 그 선택의정서의 존재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사실 사회권에 대한 대중 인식 증진은 KOCUN 사회권포럼 캠페인단의 주요한 활동 목적이고, 그래서 비단 거리캠페인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그러나 막상 시민들을 직접 만나 사회권의 의미와 사회권규약 선택의정서의 비준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려 하자니 기대와 각오만큼 걱정도 피어올랐다. 바쁘게 거리를 걷는 사람들에게 다소 생소할 수도 있는 이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할 수 있을까. 국제법규와 국내 실태에 대해 공부하면서 우리가 느끼고 체험했던 것들이 그들에게도 똑같이 의미 있는 것일까.
캠페인 시작 시간인 오후 한시가 되자 모두 분주해졌다. 캠페인단은 유인물을 들고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다가가 캠페인의 취지를 전달하고, 관심을 갖고 KOCUN 테이블을 들여다보는 분들께는 사회권규약 선택의정서가 무엇인지 설명하며 서명운동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젤에 올려둔 스티커보드도 직접 들고 움직이며 인식조사를 진행했다. 스티커보드는 주거와 노동, 건강 등 사회권 세부 권리들을 놓고 포기할 수 있는 한 가지 권리는 무엇인지, 해당 권리들이 사회권에 포함된다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대한민국이 사회권규약의 당사국인지 알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으로 구성됐다.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시민들이 가던 걸음을 멈춰서고 또는 하던 일을 멈추고 인식조사에 참여해 네 시간 동안 꽤 많은 스티커가 붙여졌다.
시민들이 스티커보드를 활용한 사회권 인식조사에 참여하고 있다.
조사 결과 중 가장 두드러졌던 것은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사회권의 한 부분으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사회권규약은 제 2조 2항에서 ‘규약에서 선언된 권리들이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기타의 의견, 민족적 또는 사회적 출신, 재산, 출생 또는 기타의 신분 등에 의한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없이 행사되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 또 제 3조에서 ‘이 규약에 규정된 모든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를 향유함에 있어서 남녀에게 동등한 권리를 확보할 것을 약속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모든 사람이 성별, 국적, 민족, 사상 등의 어떠한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고 기본 권리들을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보통 ‘복지’로 거론되는 권리들, 즉 주거․노동․건강․교육권 등은 사회권에 속하는 권리로 인식하고 있는 시민들이 많았으나 차별받지 않을 권리에 대해서는 사회권에 속한다고 답한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또한 대한민국이 사회권규약의 비준국임을 알고 있냐는 질문에는 ‘그렇다’와 ‘아니다’의 비율이 약 1:4로 집계됐다. 사회권규약과 그 선택의정서에 대한 국내 사회 인식을 제고하는데 있어서, 특히 앞으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주제로 한 스터디와 거리캠페인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캠페인단의 역할을 되새겨보게 되었다.
스티커보드를 활용한 인식조사 외에 서명운동 역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준비해간 총 100장 중 82장이 사회권규약 선택의정서 비준을 촉구하고자 뜻을 모아준 시민들의 서명으로 채워졌다. KOCUN 사회권포럼 캠페인단은 향후 선택의정서 비준 국회 발의를 위해 직접 입법자와 면담하는 기회를 갖고자 하는데, 그때 이날 확보된 소중한 서명지들을 전달할 예정이다. 덧붙여 소정의 활동비를 마련하고자 준비한 따뜻한 코코아와 율무차 역시 일손이 부족할 만큼 바쁘게 팔렸다.
사회권규약 선택의정서 비준 촉구지에 서명하고 있는 한 시민
캠페인단 활동비 모금함 '인간의 조건 실현에 동참해주세요!'
첫 거리캠페인이었기에 그 준비과정이 단번에 맞는 길을 찾아가듯 수월했던 것은 아니다. 캠페인단은 수차례 회의를 통해 캠페인 진행의 틀을 잡아내고, 거리를 지나쳐가는 누구의 마음에도 가 닿을 수 있는 홍보물을 만들기 위해 거듭 수정을 거친 끝에 피켓과 유인물을 완성해냈다. 그래도 캠페인단 스스로 의미 있는 일이라고 자신했기 때문에 모든 과정이 즐거웠다. 그리고 거리캠페인 당일 캠페인단은 그 ‘의미’를 모두와 나눌 수 있음을 경험했다. 많은 시민들이 KOCUN 사회권포럼의 활동에 관심을 보였고, 사회권규약과 그 선택의정서에 대해 더욱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으며, 흔쾌히 서명운동에도 동참했다. 현재는 사회권의 실질적 실현이 요원하지만 앞으로는 지금과 같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이 바로 이날 거리캠페인에서 얻은 가장 큰 결실이다. 그 희망의 기반은 사회권 이슈와 관련 국제규범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에 있다. 사회권의 존재를 인식하고 그 보장 수단에 대해 알고자 하는 시민들이 늘어날수록 한국 사회의 사회권 보장 실태는 조금씩 개선돼 갈 것이다.
사회권은 모든 사람이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삶의 최소이자 기본적인 조건들을 국가에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사회권규약의 비준 당사국인 대한민국에서 모든 사회 구성원이 권리의 주체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마련되길 바란다. KOCUN 사회권포럼 캠페인단 역시 더욱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의 '인간의 조건'을 실현해 갈 수 있도록 정부에 대한 사회권규약 선택의정서 비준 촉구 활동을 힘차게 이어가고자 한다.
첫 거리캠페인, 서울광장에서 변화의 희망을 체험하다
- KOCUN 사회권포럼 '사회권, 인간의 조건' 1차 거리캠페인 후기
맑은 날이었다.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주말이 될 것이라는 예보처럼, 가을의 끝자락이 지나가고 겨울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듯 차가운 날이었지만 하늘은 청량했다. 그 전 주말에 비가 오는 바람에 이미 한 번 일정을 연기했던 터라 맑은 날씨가 더욱 반가웠다. 11월 10일 일요일 오전, KOCUN 활동가들과 캠페인단은 준비물을 챙겨 함께 서울광장으로 출발하기로 하고 사무실에 모였다. 그간 공을 들여 만들었던 피켓과 스티커보드를 챙기면서 기대감으로 한껏 마음이 부풀어 올랐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주최한 노동자 대회가 열리는 날이었기에 도착했을 때 서울광장은 이미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대회를 맞아 여러 단체에서 각각 진행하는 사업이나 캠페인 홍보를 위해 테이블을 설치하고 있었는데, KOCUN도 광장 잔디밭 옆길에 자리를 잡았다. 1차 캠페인 전 주요하게 공부했던 주거권과 노동권을 주제로 만든 피켓과 인식조사를 위한 스티커보드를 설치하고, 사회권규약 선택의정서의 의미와 중요성을 담아 제작한 유인물과 선택의정서 비준 촉구 서명지를 테이블 위에 꺼내놓았다.
테이블과 피켓 설치를 마친 후
거리캠페인을 준비하면서 가장 걱정했던 점은 사회권규약과 그 선택의정서는 물론이고 사회권의 의미 전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었다. 사회권은 세계인권선언에 명시돼 있는 대로 모든 사람이 당연하게 누릴 수 있는 권리이고 나아가 사회권규약 비준국인 대한민국의 구성원으로서 우리 모두는 국가로부터 그를 보장받을 권리를 지닌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회권은 낯선 개념이며 사회권규약과 그 선택의정서의 존재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사실 사회권에 대한 대중 인식 증진은 KOCUN 사회권포럼 캠페인단의 주요한 활동 목적이고, 그래서 비단 거리캠페인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그러나 막상 시민들을 직접 만나 사회권의 의미와 사회권규약 선택의정서의 비준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려 하자니 기대와 각오만큼 걱정도 피어올랐다. 바쁘게 거리를 걷는 사람들에게 다소 생소할 수도 있는 이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할 수 있을까. 국제법규와 국내 실태에 대해 공부하면서 우리가 느끼고 체험했던 것들이 그들에게도 똑같이 의미 있는 것일까.
캠페인 시작 시간인 오후 한시가 되자 모두 분주해졌다. 캠페인단은 유인물을 들고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다가가 캠페인의 취지를 전달하고, 관심을 갖고 KOCUN 테이블을 들여다보는 분들께는 사회권규약 선택의정서가 무엇인지 설명하며 서명운동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젤에 올려둔 스티커보드도 직접 들고 움직이며 인식조사를 진행했다. 스티커보드는 주거와 노동, 건강 등 사회권 세부 권리들을 놓고 포기할 수 있는 한 가지 권리는 무엇인지, 해당 권리들이 사회권에 포함된다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대한민국이 사회권규약의 당사국인지 알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으로 구성됐다.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시민들이 가던 걸음을 멈춰서고 또는 하던 일을 멈추고 인식조사에 참여해 네 시간 동안 꽤 많은 스티커가 붙여졌다.
시민들이 스티커보드를 활용한 사회권 인식조사에 참여하고 있다.
조사 결과 중 가장 두드러졌던 것은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사회권의 한 부분으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사회권규약은 제 2조 2항에서 ‘규약에서 선언된 권리들이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기타의 의견, 민족적 또는 사회적 출신, 재산, 출생 또는 기타의 신분 등에 의한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없이 행사되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 또 제 3조에서 ‘이 규약에 규정된 모든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를 향유함에 있어서 남녀에게 동등한 권리를 확보할 것을 약속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모든 사람이 성별, 국적, 민족, 사상 등의 어떠한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고 기본 권리들을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보통 ‘복지’로 거론되는 권리들, 즉 주거․노동․건강․교육권 등은 사회권에 속하는 권리로 인식하고 있는 시민들이 많았으나 차별받지 않을 권리에 대해서는 사회권에 속한다고 답한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또한 대한민국이 사회권규약의 비준국임을 알고 있냐는 질문에는 ‘그렇다’와 ‘아니다’의 비율이 약 1:4로 집계됐다. 사회권규약과 그 선택의정서에 대한 국내 사회 인식을 제고하는데 있어서, 특히 앞으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주제로 한 스터디와 거리캠페인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캠페인단의 역할을 되새겨보게 되었다.
스티커보드를 활용한 인식조사 외에 서명운동 역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준비해간 총 100장 중 82장이 사회권규약 선택의정서 비준을 촉구하고자 뜻을 모아준 시민들의 서명으로 채워졌다. KOCUN 사회권포럼 캠페인단은 향후 선택의정서 비준 국회 발의를 위해 직접 입법자와 면담하는 기회를 갖고자 하는데, 그때 이날 확보된 소중한 서명지들을 전달할 예정이다. 덧붙여 소정의 활동비를 마련하고자 준비한 따뜻한 코코아와 율무차 역시 일손이 부족할 만큼 바쁘게 팔렸다.
사회권규약 선택의정서 비준 촉구지에 서명하고 있는 한 시민
캠페인단 활동비 모금함 '인간의 조건 실현에 동참해주세요!'
첫 거리캠페인이었기에 그 준비과정이 단번에 맞는 길을 찾아가듯 수월했던 것은 아니다. 캠페인단은 수차례 회의를 통해 캠페인 진행의 틀을 잡아내고, 거리를 지나쳐가는 누구의 마음에도 가 닿을 수 있는 홍보물을 만들기 위해 거듭 수정을 거친 끝에 피켓과 유인물을 완성해냈다. 그래도 캠페인단 스스로 의미 있는 일이라고 자신했기 때문에 모든 과정이 즐거웠다. 그리고 거리캠페인 당일 캠페인단은 그 ‘의미’를 모두와 나눌 수 있음을 경험했다. 많은 시민들이 KOCUN 사회권포럼의 활동에 관심을 보였고, 사회권규약과 그 선택의정서에 대해 더욱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으며, 흔쾌히 서명운동에도 동참했다. 현재는 사회권의 실질적 실현이 요원하지만 앞으로는 지금과 같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이 바로 이날 거리캠페인에서 얻은 가장 큰 결실이다. 그 희망의 기반은 사회권 이슈와 관련 국제규범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에 있다. 사회권의 존재를 인식하고 그 보장 수단에 대해 알고자 하는 시민들이 늘어날수록 한국 사회의 사회권 보장 실태는 조금씩 개선돼 갈 것이다.
사회권은 모든 사람이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삶의 최소이자 기본적인 조건들을 국가에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사회권규약의 비준 당사국인 대한민국에서 모든 사회 구성원이 권리의 주체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마련되길 바란다. KOCUN 사회권포럼 캠페인단 역시 더욱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의 '인간의 조건'을 실현해 갈 수 있도록 정부에 대한 사회권규약 선택의정서 비준 촉구 활동을 힘차게 이어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