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인권기준, 공무원 및 교원의 정치적 자유 보장해야..

2012-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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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학교운영 민주화, 빈곤층 학생 지원 및 학생인권 보장, 국가 공권력 남용에 대한 사과, 표현의 자유 보장, 사회적 약자 배려, 한반도 대운하 재추진 의혹 해소 등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에 대해 대법원이 결국 국가공무원법 위반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교사들의 시국선언이 국가공무원법 제 66조 1항에서 명시한 ‘공무원은 노동운동이나 그 밖에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위반했다고 판시했는데 이는 사법부가 교사들의 시국선언을 정치활동으로 해석했음을 의미한다. 사법부의 이번 결정에 대해  전교조는 교원노조의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있는 교원노조법 3조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이다. 전교조는 이에 강한 유감을 표시하고 제기한 헌법소원 위헌 판결이 날 때 이번 대법원 판결도 재심 청구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공무원과 교원에 대한 정치적 자유 허용이 많은 논란과 반대에 부딪히는데는 무엇보다도 공무원에게 정치적 자유를 허용했을 때  업무의 중립성이 훼손 되는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공무원의 정치적 자유를 곧 업무 중립성 훼손으로 등치시키는 것은 공직수행주체이자 기본권 주체인 국민으로서의 이중적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사진출처 indianmuslimobserver.com

우리 헌법 제 12조는 모든 국민이 시민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에 있어 차별받지 않음을 보장함으로써  원칙적으로 공무원의 기본권 주체성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헌법 제 7조 제 2항은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보장된다'고 규정하여 기실 하위법령인 국가공무원법, 공무원 노조법, 정당법, 공직선거법 등에 의해 공무원의 기본권이 포괄적으로 제한되고 있다. 공무원이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정치적 당파성을 띄고 업무 중립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그 책임을 당연히 물어야 한다. 하지만 그 보다 먼저 한 개인으로서의 기본권인 정치적 자유를 포괄적으로 보장하는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편 국제적으로 공무원에 대한 정치적 자유는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비교적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협소하게 허용하고 있는 일본의 예만 보더라도 선거운동, 정치자금 모금 및 기부, 서명운동등의 정치활동을 허용하고 있다.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주요한 OECD 국가들은 일반 공무원과 교육공무원의 정치적 활동을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며 미국, 독일 등도 일반 공무원의 정치활동에 대해서 제한적으로 허용하더라도 교원에 대한 정치적 활동은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공무원은 공직수행주체인 동시에 기본권 주체인 일반 시민으로서, 헌법이 보장하는 시민권을 누릴 자유가 있으며 정치적 자유는 시민권의 핵심내용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나아가 표현의 자유는 정치적 자유를 실현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공무원의 정치활동과 의사표현의 자유와 관련하여 지난 2010년 한국을 공식 방문조사한 프랑크 라뤼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한국의 공직자들은 정치적으로 중립의무를 지켜야 한다는 이유에서 개인의 정치의사표현이 금지되고 있지만, 중립성의 원칙에 근거하여 어느 누구도 자신의 의사 표현에 제약을 받아서는 안되며, 교육정책과 같은 공공의 이익과 관련된 사항 - 특히 그것이 공적인 업무 이외에 행해졌을 때 - 의사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보장되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공무원의 정치적 자유는 헌법의 기본정신과 부합해야 함은 물론이고, 국제적이고 보편적인 기준에 부합하는 범위에서 정치적 기본권 특히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포괄적으로 허용되어야 한다. 유엔 시민적 정치적 권리규약 제 19조는 '모든 사람은 외부로부터 간섭받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가질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중략..이러한 권리는 일정한 의무와 책임이 수반되며 따라서 제한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제한은 법에 규정된 경우에만 가능하며, 타인의 권리나 명성을 보호하기 위하거나 국가안보나 공공질서 또는 공중보건이나 사기를 보호하기 위한 경우에 한정된다.' 라고 명시하고 있다. 해당 규약의 당사국인 한국정부는 공무원을 포함한 모든 사람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할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전수안 등 5명의 대법관은 “헌법에서 보장한 표현의 자유 안에서 특정 사안에 정부 정책과 국정 운영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낸 것으로 공공의 안녕을 해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는 소수의견을 내주었다. UN 사회권 위원회와 자유권 위원회도 이미 여러차례 공무원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고, 공무원 정치자유 제한에 대한 한국정부의 시정을 요청하며 공무원의 기본권을 폭넓게 해석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교원노조의 정치활동 금지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심판이 제기된 가운데 우리 헌법 제 7조는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곧 공무원은 직무수행에 있어 국민 전체의 복리를 고려해야 함을 의미하는데 역설적으로 국민의 이익에 반하는 공무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는 것 또한 공무원의 당연한 책무이자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헌법재판소가 국제적 인권기준에 합당한 보편타당한 결정을 내려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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