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국가별인권상황정례검토(UPR) 한국정부에 대한 2차 심의 및 권고

2012-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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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5일, 제14회기 유엔 국가별인권상황정례검토(Universal Periodic Review, UPR)의 한국정부에 대한 2차 심의가 열렸다. 한국은 지난 2008년 5월 UPR 심의를 통해 국가보안법 폐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대한 대체복무제 도입 등 총33개의 권고를 받은 바 있으며 이번 2차 심의에서는 지난 권고의 이행과 새로 부상한 인권문제에 대한 검토가 이뤄졌다.

지난 2006년 3월 유엔 총회에서 인권이사회 출범에 대한 결의안을 채택함과 함께 도입한 UPR은 193개 전체 유엔 회원국의 인권상황을 보다 포괄적이고 효과적으로 감시하기 위해 고안됐다. 국가들의 인권상황을 감시하는 기존의 인권조약기구의 경우 협약 당사국이 아닌 국가들은 협약이행 의무가 없다는 점, 협약 비준 당사국이라 해도 협약 내용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는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조약기구의 역할을 보완하는 대표적인 제도로 자리매김해가고 있다. 모든 유엔 회원국은 4년마다 UPR 심의에 앞서 전반적인 인권 상황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고 인권이사회 회원국으로 구성된 실무그룹(working group) 회의에서 인권상황에 대한 검토와 그에 따른 권고를 받고 답변할 의무가 있다.

 

UPR 보고서 검토와 질의 모습

 

먼저, 한국 정부에 대한 제2차 UPR 심의에 앞서 한국 시민사회는 심의 참여국들에 한국 정부의 인권 이행상황에 대하여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애썼다. 시민사회는 지난 4월 표현의 자유 및 집회 결사의 자유, 국가보안법 남용,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자의 대체복무 불허 및 구금,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 여성에 대한 법적·현실적 차별, 이주노동자 차별,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 침해 등의 사안을 포괄하는 보고서를 유엔에 전달했다. 그런 후에는 심의 두 달 전부터 한국의 UPR 심의에 참여할 국가들의 주한 대사관을 방문하여 해당 국가의 관심 인권이슈를 파악하고, 국내에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인권 사안을 집중적으로 로비했다. 한국 NGO측은 유엔 인권이사회가 있는 제네바에서 심의에 참여하는 각국 대표들과도 접촉하면서 NGO 보고서의 내용을 요약하여 적극적으로 알렸다.

그러나 한국정부에 대한 UPR 심의 결과는 다소 아쉽다. 여성인권, 아동인권, 이주노동자와 난민 인권 등 취약계층 인권 개선에 대한 권고가 쏟아진 반면, NGO 현장 로비단이 사안의 시급성을 강조했던 표현의 자유 및 집회 결사의 자유, 군대 내 성적지향에 따른 차별,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 같은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권고가 적었고 정부측 답변도 새로울 게 없었다.

 

여성과 아동인권, 이주민 인권

여성과 아동 인권 권고 중 눈에 띄는 것은 비혼모, 직장내 성차별을 포함한 여성에 대한 법적 실질적 차별, 아동 입양과 인신매매에 관한 권고들이다. 코스타리카, 독일, 헝가리, 멕시코, 노르웨이 등의 국가가 비혼모 차별에 관하여 ‘비혼모와 자녀의 상황에 우려를 표하며 국가 지원을 권고’(독일), ‘비혼모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차별을 방지하기 위해 임신한 여성에 대한 고용 보호 강화’(헝가리) 등의 권고를 내렸다. 또, ‘여성의 고용 불안 해결을 위한 노력, 직장 내 성희롱을 범죄화하는 법령 제정 및 이를 감시하는 체계 구축’(네덜란드), ‘여성 및 비혼모가 직업을 가질 권리 보장’(벨기에) 외 많은 국가가 여성인권 전반에 관한 권고를 했다.

이에 여성가족부는 정부가 그간 여성인권 보장을 위해 기울여온 노력들을 언급하면서 여성 권리를 넓혀가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정부 답변은 권고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정책 변화 의지를 담기보다는 기존의 정책에 대한 상찬이거나, 법이 있기는 하지만 실질적 보장은 어려운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변명에 가까웠다.

아동인권에 관한 권고들은 정부에 새로운 정책 도입과 국제협약 비준을 권장하는 내용이 많았다. 비혼모 자녀를 포함한 입양아 문제에 대한 권고는 크게 ‘헤이그협약’ 비준과 출생등록시스템의 개선으로 나뉜다. 총 7개 국가가 아동의 비밀입양과 인신매매 방지에 관한 협약인 헤이그 협약 비준을 권고했고, 현재 부모의 이주지위에 영향을 받는 이주아동 혹은 난민아동의 출생등록과 관련하여 ‘출생 즉시 자동으로 출생 등록을 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개선할 것’이라는 요지의 권고가 많았다. (캐나다, 스위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멕시코, 노르웨이)

이에 정부는 헤이그 협약에 대해서는 협약 비준을 위해 부처 간 준비를 해왔다며 협약 비준 의지를 보였다. 출생등록 시스템 개선에 대해서는 ‘입양으로 인한 출생등록의 문제는 관련법 개정을 통해 바로잡았다’고 답변했으나 현재 출생등록 시스템의 문제는 입양아뿐 아니라 불법 이주노동자의 자녀들에게 불리한 제도라는 점을 생각하면 역시 실효성 없는 답변이었다.

차별에 대해서는 여성차별, 이주노동자 차별,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을 포함한 모든 차별을 금지하는 포괄적 차별 금지법 제정 관련 권고가 10여 개로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체코는 한국 정부가 포괄적인 차별 금지법 도입을 추진했다가 2009년 무산되었던 것과 관련하여 차별금지법 제정이 지연되고 있는 이유를 물었다.

 

 질의에 대한 정부 답변 중

 

표현의 자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국가보안법 문제

표현의 자유 및 집회 결사의 자유 관련해서는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 확보’(일본), ‘2008년 이래 한국의 표현의 자유 제한이 많아졌다는 유엔 표현의자유 특별보고관의 보고를 상기’(폴란드),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특별법 제정’(남아공) 등의 권고가 있었다.

표현의 자유권과 관련한 국가보안법 개정과 철폐를 권고하는 국가도 다수 있었다. 여기에는 ‘국가보안법의 임의적 적용과 남용적인 해석을 방지하도록 국가보안법을 개정할 것’(노르웨이), ‘평화적 시위자들에 대한 공권력 남용을 금지하는 메커니즘을 세울 것’(폴란드), ‘국가보안법의 정당한 집행을 위한 교육 실시’(미국) 등의 권고가 포함됐다.

정부는 국가보안법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상황에 대해 ‘국가보안법은 국가가 근거하는 민주주의 질서의 뿌리를 흔드는 경우만 적용되기에 이 법은 학술적 자유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완고한 답변을 내놓았다.

국가보안법은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자, 군대 내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과 관련해서도 권고에 자주 등장했다. 총 8개 국가가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자 구금 대신 대체 복무를 허가하라고 권고했는데, 이에 정부는 국가보안법은 자유민주주의 시스템을 보안하기 위해 고안되었다고 답하며 대체복무제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형성되지 못했기에 도입이 어렵다고 밝혔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 밖에도 사형제의 궁극적 폐지, 국제협력 기여도를 높일 것, 이주노동자협약·고문방지협약 선택의정서·여성과 아동에 관한 매매를 방지하기 위한 팔레르모 조약·국내 노동자에 대한 ILO 조약 189·아동권리협약 제3선택의정서·초국가적 조직 범죄에 대한 UN 조약 등 아직 비준하지 않은 유엔 및 국제협약 비준에 대한 권고들이 있었다.

 

이번 UPR 심의 결과에 대해 시민사회는 인권 침해를 야기하는 국가인권위원회 및 방송통신위원회의 독립성, 국가보안법의 남용과 무리한 적용, 포괄적인 차별 금지법 문제가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점을 우려하고 있다. UPR 2차 심의 및 권고는 전체적으로 만족스럽지 않지만, 한국 NGO들은 정부가 긍정적으로 답변하지 않은 사안들에 대해서도 꾸준히 감시하며 이행 체계의 변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유엔인권정책센터는 심포지엄을 개최해 한국정부 제2차 UPR 심의 결과와 의미를 짚어보고자 한다. 심포지엄에서는 유엔 인권권고의 효과적 실행을 위한 행정부 이행 메커니즘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지난해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아동권리위원회 권고 이후 이행사항을 점검하고 더불어 UPR 심의결과 및 이행메커니즘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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