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유엔인권권고 분야별 이행사항 점검 심포지엄 후기

2012-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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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유엔인권권고 이행 점검 심포지엄을 돌아보며 - 정부의 이행 의지감시․강제할  체계가 필요하다

 

지난 12월 6일 유엔인권정책센터와 대한변호사협회는 공동으로 제2회 유엔인권권고 분야별 이행사항 점검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 심포지엄은 2011년 처음 열린 행사로 보편적정례검토(UPR), 자유권규약(ICCPR), 여성차별철폐협약(CEDAW), 인종차별철폐협약(CERD) 등 한국이 비준한 유엔 인권협약의 권고들을 입법, 사법, 행정, 시민사회 등 권고 이행에 책임이 있는 주체들의 이행 현실과 계획을 점검하고자 기획됐다. 제1회 심포지엄이 유엔 인권조약 분야 중 자유권과 사회권, 아동인권, 여성인권, 장애인인권, 보편적정례검토(UPR) 등 유엔 인권권고 전반을 포괄적으로 다뤘다면 올해 제2회 심포지엄은 좀 더 압축적이고 심화된 논의를 진행하자는 취지에서 아동(CRC)과 여성(CEDAW), UPR, 유엔 인권권고 이행 메커니즘 이렇게 4개의 분야로 범위를 좁혔다.

 

아동권리협약(CRC) - 아동권리침해를 감시하는 기구의 실질적 독립성 확보

첫 순서는 2011년 권고를 받은 유엔 아동권리협약 이행 사항 점검이었다. 국제 아동인권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이 대표 발제를 맡아 2011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에 제출한 3․4차 정부보고서 내용 및 위원회의 권고를 간략히 소개했다. 먼저 권고 이행에 방해가 되는 정부 조직의 비효율성, 예산 분배 등 행정 체계상의 문제점을 중요하게 다뤘다. 2011년 아동권리위원회는 당시 한국아동권리모니터링센터 같은 독립적인 감시 기구 설립을 환영하면서도 보건복지부의 예산으로 운영된다는 점, 기구 내 아동권 침해를 적극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옴부즈맨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들어 독립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발제자는 이 권고 이후에도 아동권리모니터링센터는 정부 위탁 운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데다 예산도 터무니없이 적은 상황이며 옴부즈맨 제도 또한 완전한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포괄적인 차별금지법 관련한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이 있었다. 아동권리위원회의 권고 중에는 이주아동, 탈북아동, 난민아동, 청소년 비혼모에 대한 정부의 지원 배제를 우려하는 부분이 포함됐으나, 관련 정부 정책은 여전히 미흡하다. 2012년 8월 정부는 ‘다문화인 차별금지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성소수자 및 소수자, 이주민을 포괄하는 차별금지법이 아닌 다문화만을 대상으로 한 법안이다.

학생인권조례에 관한 권고 이행 상황도 비중 있게 다뤘다. 학생의 표현과 결사, 집회의 자유가 포함된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교과부는 집행정지결정 신청을 한 상태이다. 발제자는 이는 아동권리위원회가 “결사와 표현의 자유를 모든 아동이 완전히 향유할 수 있도록 교육부의 지침과 학교 교칙을 수정하라”고 권고한 것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후 토론에서 전문가측 발제자인 황옥경 교수는 아동권리 실현을 위한 정부의 조치가 부분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어 전체적으로 실효성이 없다고 평하며 그 대안을 몇 가지 제안했다. 정책대상자로서 아동의 지위를 향상시키고, 독립성과 공적 권한이 부여된 아동권리모니터링 기구를 운영해야 하며, 아동정책 및 사업을 조정하는 중앙 차원의 정책조정기구를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부 이행 주체인 보건복지부는 모니터링센터가 국가인권위원회와 역할을 분담해 운영하고 있는데 두 부처 간 관계를 조정할 예정이라고 답변했고, 예산 할당에서도 개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정작 논안의 중심에 있는 학생인권조례, 학생 체벌의 실질적 개선 등에 대해서는 확실한 계획을 말해주지 않았다.

 

여성차별철폐협약(CEDAW) - 여성폭력에 대한 포괄적․거시적 차원의 대응

CEDAW 부분은 2013년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중간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주제인 여성폭력 관련 권고 이행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특히 여성인권 분야의 권고 이행 점검은 국회 내 여성차별철폐협약 이행정책 심사 소위원회 위원인 민주통합당 남윤인순 의원의 참석으로, 유엔 인권권고 이행을 위한 입법부 차원의 대응을 들어볼 수 있었다.

2011년 여성차별철폐위원회의 권고 중 주요 사안 중 하나는 성폭력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가해자를 기소할 수 있는 친고제 폐지에 관한 것이었다. 친고제는 지난 11월 폐지되어 일단 일부 개선이 된 것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대표 발제를 맡은 한국여성단체연합 조영숙 국제연대센터장은 여성폭력사건이 극악해지고 있는 현실에 비해 신고율과 기소율, 실현 선고율은 현저히 낮은 현실을 지적하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안으로 단속의 전문성과 지속성을 담보할 전담기구 설치와 여성폭력범죄의 신고율과 고소율, 불기소 사유에 관한 경․검찰 통계 마련을 제안했다. 또, 위원회의 “경찰이 성인지적인 방식으로 여성폭력 사건들을 다룰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권고에 대한 정부 대책이 거의 없음을 비판했다.

나아가 더욱 거시적인 대안으로서 여성부 강화와 ‘성평등위원회’ 설치의 필요성을 거론했다. 여성폭력 문제를 비롯한 여성인권 확보와 성차별 해소 등 한국이 성평등 국가로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서는 여성정책전담부서의 위상 강화가 필요하다. 현재의 여성부는 국가적으로 성평등을 주도하기 사실상 어려우므로 여성 관련 부처의 위상을 높임으로써 이를 가능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 여성차별철폐협약(cedaw) 이행 심사 소위 대표로 나온 남윤인순 의원은 권고 이행에서 입법부의 성과로 친고제 폐지를 꼽았다. 남윤인순, 이미경, 김희정 의원 등은 국회 ‘아동·여성대상 성폭력 대책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친고제 및 반의사불벌죄 폐지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바 있다.

그러나 cedaw 이행 심사 소위 회의가 아직 개최된 적이 없는 등 입법부 차원의 실질적인 대응은 미흡한 실정임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소위원회가 성폭력 개정 내용에 대한 정부의 집행 과정을 주기적으로 점검․평가하여 입법의 효과를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19대 국회에서는 여성가족부 기능강화, 성주류화 정책의 효과적 이행을 위한 조정기구 설치에 관한 입법적 논의가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전문가측 발제자로 나온 양현아 교수는 사법적 차원의 대응을 광범위하게 제시했다. 양현아 교수는 여성폭력에 관한 정부의 이행 대책이 가해자 처벌 위주로 되어 있어 피해자 보호나 재판 과정에서의 피해자 배려 등이 제대로 다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친고제 폐지를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와의 합의가 있으면 형이 가벼워지는 법 관행의 문제를 비판했다. 이에 대해 성폭력 법제 기본틀의 개혁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국가별인권상황 정례검토(UPR) - 시민사회 의견을 수렴할 상시 통로 마련

UPR 부분 대표 발제자로 나선 민변 국제연대위원회의 장영석 변호사는 정부가 그동안 모든 권고에 대해 시민사회화의 토론을 통한 접근을 시도하기보다는 동일한 사유를 근거로 권고 수용을 거부했던 기존 입장을 반복해왔다고 비판했다.

일례로, 주요 부처는 UPR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한 국가인권위 독립성 강화에 대한 이행 계획을 밝힌 바 없다. 권고에서 지적된 인권위의 예산 배분 문제에 대해서도 북한인권 예산만 증액한 채 다른 분야의 예산 증액은 고려하지 않았다. 또, UPR에서는 국가인권정책협의회에 시민사회의 참여를 보장할 것을 권고하고 NAP에 시민단체의 참여를 배제한 것을 지적한 바 있으나 정부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은 적이 없다. 또한, 정부는 이주노동자협약, 고문방지협약 선택의정서, ILO 5개 주요 협약 등 국제협약 비준 유보에 대해서도 주로 ‘국내법과 조화시킬 필요’와 같은 논리로 상황을 회피하고 있다.

장 변호사는 특히 UPR 때마다 가장 많은 권고를 받는 사안인 대체복무제 허용, 국가보안법 개정에 대해 정부가 고수하고 있는 태도를 비판했다. 정부는 한국 내 병역거부로 인한 수감자 수가 세계에서 가장 많음에도 불구하고 ‘대체복무에 대한 국민여론’을 이유로 반복해서 권고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장영석 변호사는 설사 여론이 형성되어 있지 않더라도 같은 사안으로 인권 침해가 오랫동안 지속돼오고 있다면 이에 대한 인식재고를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때 유엔의 권고를 받아들여 대체복무제를 시행하기로 했다가 취소한 적이 있음을 감안하면 법무부의 의지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 백가윤 간사는 UPR 심의 과정에서 정부가 보인 자세와 권고 대응에 대해 좀 더 내적인 비판을 가했다. UPR 제도는 권고를 받은 후 다음 심의를 받을 때까지 정부가 4년간 권고사항을 이행하도록 되어 있다. 지난 2008년 1차 심의 이후 시민단체들이 외교통상부에 권고 이행방안에 관한 공개 질의서를 제출했으나 정부는 답변하지 않았다. 2012년 2차 UPR 심의 후에 27개 국가가 자발적으로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에 중간 이행평가 보고서를 제출했지만 한국 정부는 제출하지 않았다. 또, 정부는 2차 UPR 보고서에서 1차 UPR의 권고사항 이행을 위해 16개 부처 협의회를 구성해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을 논의했다고 했지만, 여기 인권위나 시민사회는 참여할 수 없다. 이러한 정부의 준비과정 때문에 시민사회는 UPR에 임하는 정부의 대응이 요식행위에 불과하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백가윤 간사는 그 대안으로 정부가 권고에 대해 구체적이고, 측정가능하며, 성취할 수 있고, 구체적인 기한이 명시된 이행 계획을 발표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이번 심포지엄에서 UPR 분야에 대한 시민사회 측 비판과 대안이 구체적인 데 비해 정부의 답변은 기존 정부 보고서와 다를 바 없었다. 그 답변들은 정부의 보수성을 합리화하거나 당연시하는 내용이었다. 일례로, 법무부 인권정책과 서기관은 UPR에서 많은 권고를 받은 사안 중 하나인 차별금지법 추진이 중단된 이유에 대해 “차별금지법 추진 진행 과정을 투명하게 밝히기 어려운 내부 사정이 있다”고 답했다. 비슷한 이유로 국가보안법 개정이나 대체복무제 허용에 대해 정부의 보수적인 분위기 속에서 논의되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다고 밝혔는데, 이는 정부가 국제 인권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에 부끄러움을 느껴야 할 일이지 정부의 의무 불이행을 합리화하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

 

권고 이행메커니즘 - 정부 압박할 입법부 역할 중요

마지막 섹션에서는 위의 권고들을 포함해 유엔의 인권권고를 성공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이행 메커니즘에 관해 논의했다.

발제를 맡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황필규 변호사는 국제법적, 헌법적 근거를 들어 유엔 인권권고를 정부가 이행해야 할 정당성을 설명했다. 요는, 유엔 인권권고가 강제성을 띠고 있지는 않지만 분명히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고 있고, 헌법의 국제 협력 정신 및 보편적 인권기준의 존중이라는 점에서 이행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어 이행메커니즘 확립 방안을 제시했는데 시민단체의 일원으로서 다년간 인권 심의에 참여하면서 느낀 바, 정부의 이행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형식적인 인권정책 계획이 아닌 전반적인 인권 정책 내용과 이를 시행하기 위한 절차를 규정한 ‘인권기본법’의 제정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또, 황변호사는 인권 관련 부서 중심으로 대응이 이뤄지고 있는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정부의 권고 이행 개선이 실질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고 보고, 정부 정책 수립, 시행, 법제 개선 등의 모든 정책 과정에서 ‘인권’이 중심이 된 ‘인권주류화’를 이루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선 NGO 발표자들과 마찬가지로 유엔 인권 심의를 전후하여 시민사회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토론에서 쟁점이 된 것은 권고 이행을 향한 정부의 의지였다. 시민사회 대표로 지정토론을 맡은 토론자들은 공통적으로 정부의 의지 부재를 지적했다. 아무리 유엔의 협약과 심의 체계가 잘 되어 있다 하더라도 국내에서 이를 작동시키는 것은 정부의 의지인데, 정부의 비합리적인 보수성 내지는 나태한 인권의식이 권고 이행에 가장 큰 벽이라는 비판이었다. 토론을 참관하던 한 일반 참석자는 분명 유엔의 인권권고 및 국제법이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발휘함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는 유엔 권고가 판례에 적용되지 않는 상황을 문제시했다. 행정부뿐 아니라 사법부의 인권협약에 대한 의식수준도 마찬가지라는 것이었다. 이에 대한 정부 답변 역시 그간 유엔 인권협약의 효력과 의미를 축소시켜온 구태 그대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 측 토론자들의 몇 가지 제안은 의미 있었다. 오재창 변호사는 권고의 성공적 이행 가능성을 정부의 의지에 맡겨두어서는 안 되며, 정부를 압박하고 견제하는 입법부의 역할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산하에 유엔 인권권고 이행 기구와 함께, 국제인권규범의 이행과 감독을 총괄하는 기구도 두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참여연대 백가윤 간사는 권고 이행 상황을 좀 더 정교하게 평가함으로써 정부의 이행 현실을 객관적으로 검토하게 하자는 제안을 했다. 그 방법으로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가 발표한 ‘인권지표’를 활용할 것을 제시했는데, 이 지표는 국가의 인권 정책을 ‘구조’와 ‘절차’, ‘결과’로 나누어 평가하여 현실적이고 수치적인 근거와 함께 종합적인 검토가 가능하게 한다.

 

이행 상황을 점검하는 기회 더 많아져야

유엔 인권권고 전반을 점검해보자는 취지의 심포지엄이지만 1년에 1회만으로는 그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 많은 시민사회 대표들이 지적한 것처럼 법무부, 외교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등 권고 이행에 책임 있는 부처들과 시민사회 간 수시적인 논의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또, ‘정부의 의지’라는 추상적이고도 뾰족한 수가 없는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를 압박할 입법부내 기구, 독립적인 감시 기구 같은 압력 기관이 필요하다는 점이 명백해 보인다.

이번 심포지엄에 임하는 각 부처들의 태도는 인권권고 이행에 대한 정부의 태도를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토론에 앞서 준비하는 토론문 작성에서 시민사회에 비해 현저히 미흡한 고민과 결과물을 보여주었고, 심포지엄 당일 정부 측의 구태의연한 답변은 시민단체 및 일반 참가자들의 인권권고 자체에 대한 냉소와 실망을 이끌어 냈다.

유엔 인권권고는 그 자체로 완전하지도 않고, 이행해야 할 의무는 있으나 강제성이 없어 국가의 자율에 맡겨져 있다. 그럼에도 7대 유엔 인권협약에 비준하고 매년 시민사회와 정부가 유엔의 심의를 받는 이유는 그 중요성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이 공감대를 바탕으로 시민사회와 정부 간, 또 정부와 입법부․사법부 간 권고 이행을 논의하는 기회가 더 늘어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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