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인권옹호자들과 국제 기준

2013-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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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인권옹호자들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나?

- 홍승기 (KOCUN 상근인턴)

 

내부고발자란 기업이나 정부기관 내에 근무하는 자로서 조직의 불법이나 부정거래를 신고하는 사람을 말한다. 내부고발을 행하는 사람들은 대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지 않고 개인적 양심에 따라 공익을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이다. 중앙대 박흥식 교수가 2002년부터 2011년까지 부패행위 조사기관의 사건들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내부신고를 통한 부패혐의 적발률이 74.3%로 외부신고를 통한 적발률인 67.5% 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부정부패를 적발하기 위해서는 내부고발자의 역할이 중요하며 그들을 보복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다.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 마가렛 세카그야는 2012년 11월에 아일랜드를 방문했다. 그때 아일랜드 내부고발자들의 인권 상황에 대한 보고가 있었고 내부고발자들이 보복의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는 사실도 부각됐다. 아일랜드 정부는 1999년부터 여러 차례 내부고발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을 제정하려 했지만 아직까지 큰 성과를 거두지 못 했다. 2010년에 부패방지법의 개정을 통하여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복행위를 범죄로 규명하고 있고 비리를 폭로하는 직원을 보호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은 은행과 기업부문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2012년에는 공익신고자 보호 법안이 제정되었지만 이 법안에는 자영업자나 자원봉사자가 포함되지 않았다. 또한, 익명으로 제보하는 사람들은 보호되지 않으며 고발자들의 신분의 비밀도 보장되지 않아 여전히 문제점이 남아있다.

한국도 아일랜드와 마찬가지로 내부고발자 보호 체계에 문제점이 남아있다. 2001년 부패방지법을 제정하여 공공기관과 기업의 부패행위를 척결하고 내부고발자의 보호 촉진을 꾀하려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법이 통과되기 직전에 업무 외 소득 제한, 금지된 선물 목록과 처리 절차, 부정공직자 취업 제한, 재산등록 의무자 확대 등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방지하는 주요 조항이 모두 삭제되어 실질적인 효과가 없는 법으로 전락했다. 2011년에는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제정되었지만, 예상보다 보호 범위가 좁아져 논란이 되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은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상법, 형법 등 기업의 불법비리 행위와 관련 있는 법률들이 공익신고 대상 법률에서 모두 제외되어, 차명계좌, 분식회계, 배임 및 횡령 등 기업의 부패 행위에 대한 공익신고는 보호대상이 되지 못 한다.

얼마 전 방사능 피폭 위험이 있는 업체를 산업기능요원이 신고한 일이 있었다. 원자력안전기술원과 고용노동부가 조사한 결과 위법사실이 드러났고, 업체는 과징금과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이 산업기능요원은 국민권익위원장 표창을 받기도 했지만 병무청에서는 440일을 더 복무하라는 행정처분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병무청은 병역법에 따라 그가 제조나 생산 분야에서 일했어야 했지만 기획 분야에서 일한 점을 문제 삼고 있다. 고발자는 이에 민원을 제기했고 조사에 나선 국민권익위원회는 고발자가 기획 분야에서 일했던 것은 사업주의 일방적인 지시사항이었으며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따라 감경을 해야 한다고 병무청에 권고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에는 “공익신고 등과 관련하여 공익신고자 등의 범죄행위가 발견된 경우에는 그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라고 명시되어 있지만 병무청은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형’이나 ‘징계’가 아닌 행정처분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며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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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게이트 사건의 내부고발자로 알려진 마크 펠트. 마크 펠트의 신원은 30년 후인 2005년에야 공개됐다.

 

 

우리나라에서 내부고발자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인권침해는 꾸준히 일어나고 있다. 올해도 내부고발자에 부당한 징계와 폭행까지 행사한 기관들이 적발되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해당 기관들에 징계취소 요청을 하고 과태료를 물리는 등 조치를 취했지만 더 강경한 조치는 물론 사전에 내부고발자들을 보호 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정이 부정부패 없는 사회로 나아가는데 계기가 되었다고는 하나 정부기관과 기업의 인식은 변하지 않고 있다. 정부 또한 적극적으로 내부고발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있어 여전히 내부고발자들이 부당한 처우를 받고 있다. 게다가 아직 공익신고자 보호법은 물론 부패방지법의 적용 범위에 허점이 많아 실질적으로 보호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은 극히 일부로 제한된다. 내부고발자들을 보호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에는 문화적인 요인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내부고발자들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내부고발자를 공익을 위해 자신에게 돌아올 불이익을 감수한 의인으로 보기보다는 단체의 기강을 해한 자 또는 배신자로 보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정부가 내부고발자들을 보호하지 않는다면 생계 수단을 잃으면서까지 부정행위를 신고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또한, 정부가 적극적으로 법을 시행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부정부패를 묵인하겠다는 뜻으로밖에 볼 수 없다.

 

표현의 자유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일반적으로 표현의 자유 침해를 생각하면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에서 일어나는 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한국은 경제적, 사회적 안정을 찾은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간 언론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정부에 의해 통제되는 일이 증가했다.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은 2012년 9월에 튀니지를 방문했다. 튀니지에서 2010년부터 2011년까지 튀니지 혁명이 일어나 24년간 독재정권을 이어온 벤 알리 대통령이 물러났다. 튀니지는 민주주의가 자리 잡기 시작한 단계의 국가이며 혁명 이전보다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잘 보장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개선해야 할 점이 많고 인권침해가 일어나고 있다. 튀니지에서는 종교적 가치 보호와 풍기단속을 이유로 언론종사자들을 “부도덕 행위”, “공공질서 위반” 등으로 기소하는 경우가 많다. 인권 문제를 다루는 블로거들이 공격과 불법침입의 대상이 되었으며 중요정보가 저장된 컴퓨터가 도난당하는 사례도 있었다. 언론사 DarAssabah의 경우 대표를 정부에서 임의로 임명한 일이 있었다. 해당 기관의 직원들을 임명된 대표가 부적합한 인물이라고 하며 파업까지 단행하며 반대를 했다. 결국 대표가 사임하며 사건이 일단락 지어졌다. 이후에 튀니지 정부는 2012년에 독립적인 방송협회를 설립하는 법을 마련하여 보도자료의 감시가 독립적으로 이루어지고 정부와 언론의 갈등이 중재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이 사건들을 보면 우리나라의 상황과 닮은 부분이 있어 눈여겨볼만하다. 하지만 이미 민주주의가 공고히 자리 잡고 상당한 경제적 지위를 가진 한국에서는 더 많은 자유를 누릴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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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총회 의장을 만나러 방문한 튀니지의 트위터리안들 (2011)

 

표현의 자유 침해는 한국에서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문제이다. 언론종사자 및 표현의 자유 옹호자들에 대한 직접적인 폭력행사는 보통 없지만 부당 해고라든지 부당 기소 등의 조치가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은 2008년 이후로 표현의 자유 침해가 증가해왔다. 국제 언론감시단체인 ‘프리덤하우스’(Freedom House)는 2011년 보고서에서 한국을 ‘부분적 언론자유국(partly free)’으로 평가했다. 그동안 ‘언론자유국’으로 평가를 받아온 한국이 ‘부분적 언론자유국’으로 지위가 떨어진 것이다. 프리덤하우스는 한국 정부의 검열과 감시 증가를 강등 이유로 꼽았다. 또한, 한국을 “부분적 인터넷 자유국”으로 평가하고 있어 인터넷상의 검열과 통제도 문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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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제19차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개최됐던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 토론회

 

몇 년 전 G20 정상회의 홍보 포스터에 쥐 그림을 그린 대학강사와 연구원이 기소된 일이 있었다. 이들은 공용물건 손상 등의 혐의로 기소되었고 각각 징역 10월과 8월을 구형 받았다. 공용물건 손상 정도로 징역형을 구형하는 것은 억지스럽다는 주장이 많았으며 외국 사이트에서 구명 운동이 시작되었고 국내에서도 영화감독들이 서울중앙지법에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결국은 이들에게 벌금형이 선고되었지만 대중의 눈에는 정부가 사소한 일에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 사건으로 보였다.

정부는 주요 언론기관의 낙하산 인사정책을 통하여 친정부 여론형성에 유리한 환경조성을 꾀하는 등 한국의 언론 자유를 제한하는 데 원인을 제공 했다. 또한, 국가보안법의 적용 범위를 넓혀 북한을 찬양하는 사람들에게만 제재를 가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운동가를 포함한 진보 활동가들을 공격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지난 몇 년간 온라인상에서 반정부적 시각의 글들이 동의 없이 삭제되는가 하면 게시자가 구속되어 심문을 받은 경우도 있다. 2012년에 사진가 박정근 씨가 북한 홍보 사이트 ‘우리민족끼리’가 운영하는 트위터 계정의 게시글을 공유했다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된 사례가 있었다. 박 씨는 북한 정권을 풍자하기 위해서 한 일이라고 해명했지만 경찰이 박 씨를 여러 차례에 걸쳐 장시간 심문하고 사진관에 들이닥쳐 압수수색을 벌였다. 경찰의 압수수색이 벌어지는 동안 사진관을 운영할 수 없어 박 씨의 생계도 영향을 받았으며 스트레스로 인해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다. 결국 법원은 박 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미국의 공영방송 NPR은 이 사건을 두고 한국 정부의 지나친 탄압이 한국식 매카시즘의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했다.

국가보안법의 제1조 1항은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을 규제함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명시한다. 그러나 2항에는 “이 법을 해석 적용함에 있어서는 제1항의 목적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하며, 이를 확대 해석하거나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일이 있어서는 아니 된다.”라고도 되어 있다. 분명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일은 규제할 필요가 있지만 이를 빌미로 표현의 자유까지 통제한다는 것은 법은 물론 상식에도 맞지 않다. 상식에서 벗어난 법의 확대해석을 통하여 개인의 풍자와 의견표현까지 제한하려고 한다면 힘들게 쟁취한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것이다.

 

*참고자료

공익신고자 보호법:

http://www.law.go.kr/lsInfoP.do?lsiSeq=111351&efYd=20110930#0000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 방문보고서:

http://daccess-dds-ny.un.org/doc/UNDOC/GEN/G13/115/33/PDF/G1311533.pdf?OpenElement

 

프리덤하우스 한국보고서:

http://www.freedomhouse.org/country/south-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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