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차 인권이사회] 유엔인권이사회, 알비니즘의 문제를 자각하다

2015-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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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인권이사회, 알비니즘의 문제를 자각하다

 

   지난달, 프라이버시권에 관한 특별절차가 신설되었음을 알린 바 있다(바로가기). 절차를 신설한다는 것은 해당 인권이슈에 관하여 독립적인 전문가를 임명하여 그로 하여금 국제적, 그리고 특정 국가 내 인권침해 현황, 장벽과 과제, 좋은 사례 등을 수집하고 법적·제도적·관행적 개선에 필요한 권고를 하도록 함으로써, 보다 체계적이며 정기적으로 해당 인권이슈를 다루겠다는 국제사회의 의지표명이다.

 

그런데 사실 지난 28차 인권이사회에서는 프라이버시권 외에도 신설된 특별절차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알비니즘(albinism)이다. 알비니즘은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선천성백색증또는 선천성색소결핍증으로 일컬어지는데, 머리카락과 피부, 눈 등의 부위에 멜라닌 색소가 부족함으로써 발생되는 희귀한 비전염성의, 그리고 유전성의 상태(condition)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몇몇 대륙별 통계를 제시하기도 했지만, 국가별 알비니즘의 현황에 대한 통계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 알비니즘을 가진 홍콩 출신의 재즈 가수이자 모델, 코니 치우(Connie Chiu). 

4 남매 중 막내이며, 유일하게 알비니즘을 갖고 있다.

 

알비니즘에 대한 접근

 

   새로운 판을 짤 때는 그의 기본이 되는 프레임워크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이번 특별절차를 신설하며 알비노(albino)라는 용어보다는 알비니즘을 가진 사람(persons with albinism)‘이라는 용어를 선호한다고 전면에 내세우며 알비노가 부정적인 뉘앙스를 내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이라고 했을 때는 우선적으로 질환 또는 질병과 연결시키기 쉬운데, 앞서 언급되었다시피 알비니즘은 개인이 직면한 특수한 상태일 뿐이며, 의학적인 진단 또는 분류에 따른 접근은 인권적 접근과 상충될 수 있다.

 

이러한 알비니즘에 대한 공통의 이해를 제고하고 그에 기반한 차별에의 대응 필요성에 대한 합의를 이루기 위한 노력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36, 23차 인권이사회는 결의안(바로가기)을 통해 알비니즘을 가진 사람에 대한 공격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국가들이 효과적으로 그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과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알비니즘을 가진 사람에 대한 차별에 대한 첫 보고서(바로가기)를 작성할 것을 요구했다. 이 보고서에서 소수자 이슈에 관한 독립전문가는 알비니즘을 가진 사람이 직면한 가장 핵심적인 과제 중 하나는 바로 사회적인 압력으로 인해 당사자의 가족조차 그들을 거부하고 버리는 것이라고 강조했으며, 한 당사자의 진술을 다음과 같이 담고 있다.

 

저는 살면서 행복을 알 수 있었던 적이 없습니다. 저의 미래를 생각하면 눈물부터 나고 나도 언젠가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아직도 저의 어려웠던 어린 시절을 기억합니다. 저의 아버지는 제가 알비노이기 때문에 저를 거부하셨고 어느 날, 저의 남자 형제들에게 제가 악마의 자식이며 자신의 딸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아버지는 저를 학교에 보내지 않으셨지만 삼촌은 저를 공립학교에 보내셨고 저는 초등학교 3학년까지 학교를 다녔습니다. 교사들과 동기들은 제가 칠판을 볼 수 없다며 놀렸고 저는 그러한 모욕을 참을 수 없어 중퇴했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꼼짝없이 거리에 나앉게 되었습니다. 시장에서 물건을 팔려고 했을 때, 사람들은 제가 파는 물건을 사고 싶어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한 남성에게 강간을 당하여 현재 15개월짜리 아이가 있습니다. 저는 지금 자포자기한 심정이고 갈 곳을 잃었습니다.

 

이후 201412, 총회는 결의안을 통과시켜 613일을 국제 알비니즘 인식의 날(International Albinism Awareness Day)로 지정했다. 그리고 드디어 20153, 알비니즘을 가진 사람에 관한 특별절차가 신설된 것이다.

 

알비니즘은 장애인가?

 

   사실 알비니즘이 장애의 유형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대중적인, 그리고 당사자들 간의 합의가 존재하지 않는다. 알비니즘을 가진 사람은 시각장애를 가질 확률이 높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장애의 정의에 따라 장애인으로 볼 수도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 시각장애보다는 외모의 다름으로 인해 겪는 사회적인 고통이 크기 때문에 모호한 점도 있다.

 

국제적인 합의는 존재할까. 장애인권리협약에 따르면 장애인은 다양한 장벽과의 상호 작용으로 인하여 다른 사람과 동등한 완전하고 효과적인 사회 참여를 저해하는 장기간의 신체적, 정신적, 지적, 또는 감각적인 손상을 가진 사람을 포함한다(1). 이 정의는 시각장애가 있는 알비니즘을 가진 사람은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 역시 포괄한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남들과는 다른외모로 인해 동등한 완전하고 효과적인 사회 참여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마다 장애인에 대한 법적 정의에 따라 포함 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는 장애인에 대한 법적 정의가 해당 개인이 국가로부터 제공받을 수 있는 혜택과 서비스의 문제와 연동되어 있기 때문인데, 그 기준이 어떠하든 국가는 장애인과 장애인에 속하지 않은 알비니즘을 가진 사람을 동등하게 보호할 의무가 있다.

 

특별절차의 신설, 그 이후

 

   결의안이 통과된 이후,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서는 알비니즘에 관한 별도의 홈페이지(바로가기)를 개설했다. 이 홈페이지에서는 알비니즘을 가졌으나 가수, 모델, 운동선수 등으로 활약하고 있는 당사자들과 그들의 삶이 나아질 수 있도록 활동하고 있는 인권옹호자, 의사, 약사 등의 이야기를 공유한다. 또한 알비니즘을 가진 사람들의 권리와 여러 가지 링크 및 자료를 제공한다.

 

홈페이지에는 숨겨진 사실이 하나 있다. 모든 화면의 배경이 붉은 또는 푸른 계열의 파스텔 색감을 띄고 있는데, 이는 특정 색(특히 선명하고 강렬한)을 인식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알비니즘을 가진 사람을 포함하여 모두가 웹사이트를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홈페이지의 제목이다. “알비니즘을 가진 사람들 : 유령이 아닌 인간(People with albinism: Not ghosts but human beings)”이라는 문구를 내걸고 있다. 겉모습이 다른 사람보다 희다는 이유만으로 동등한 인간으로 대우받지 못하고 마법을 부릴 줄 안다는 것에서부터 지적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야기까지 갖가지 괴담에 시달려온 그들의 삶을 대표한다




▲ 알비니즘에 관한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의 홈페이지 메인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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