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권옹호자 방한에 즈음하여 본 국내 인권옹호자 인권보장 실태

2013-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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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을 위해 일하는 모든 사람이 인권옹호자임을 

- 가원 (KOCUN 활동가)

 

지난 3월 제 22차 정기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주목할만한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결의의 내용은 인권옹호자의 활동을 지지하고 이들을 보복, 협박, 공격, 괴롭힘으로부터 보호하자는 것이다. 이번 결의안에서 특별히 주목할 점은 인권옹호 행위에 제재를 가하거나 이를 범죄화하기 위해 국내법을 남용하는 행위는 엄연한 국제법 위반이며 이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된다고 밝히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인권이사회 결의안 채택보다 훨씬 앞선 지난 1998년 세계인권선언 채택 50주년을 맞아 ‘인권옹호자 선언(Declaration on Human Rights Defenders)’이 유엔 총회에서 채택되어 인권옹호자에 대한 보복이나 폭력 근절을 위해 국가들이 공동의 선을 이루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인권옹호자 선언을 들여다보면 인권옹호자에 대한 개념은 상당히 광범위하다. 인권보호 및 증진 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권옹호자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즉 인권옹호자란 어떠한 특정 직업 혹은 소위 인권단체 활동가를 지칭하는 것이 아닌 인권옹호 행위를 하는 모든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세계인권선언 채택 50주년 행사에서 열린 세계의 인권옹호자 시상식 (1998)

 

인권옹호자에 대한 국제적 합의가 이러한데, 오는 5월29일부터 6월 7일까지 유엔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이 한국을 공식 방문한다고 하여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미 한국에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과 이주민 인권 특별보고관이 공식 방문한 적이 있다.

유엔특별보고관이 공식적으로 국가를 방문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대개 유엔 특별보고관들은 국가를 공식 방문하여 조사하기에 앞서 개인 혹은 단체의 인권침해 주장에 대한 진정을 접수받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 사실을 수집하고 이를 확인하는 과정이 선행된다. 그 과정에서 특별보고관은 해당 정부에 해명이나 적절한 조치를 요구하기도 하고 방문 조사를 요청하여 입국 조사를 하기도 한다.

그간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의 국가방문 보고서를 보면 특별보고관이 눈여겨보는 인권옹호의 범주는 매우 포괄적이다. 환경운동가에서부터 기자, 내부고발자, 인권변호사, 예술가, 교사, 노동조합원, 민주화 운동(혁명) 참가자, 성소수자 인권단체 활동가에 이르기까지 그 분야와 행위자의 면면이 다양하다.

그렇다면 특별보고관이 주목할 만한 국내 인권옹호자들에 대한 인권침해는 무엇일까? 대표적으로는 2007년부터 강정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강정주민, 평화활동가, 환경운동가, 예술인에 대한 탄압이다. 공무집행 방해, 집시법 위반, 경범죄 위반 등의 자의적 법적용이 이뤄졌다. 2012년 12월까지 기소건만 473명에 달하고 2012년 4월까지 연행자 수는 543명으로 집계된다. 한편 노동자들의 쟁의행위나 파업에 대해 불법으로 간주하고 업무방해를 적용하고 구속, 손해배상 청구하는 것은 전혀 새로울 게 없는 현실이다. 특히 쟁의행위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와 같은 경제적 제재는 인권옹호자들의 생계와 직결되어 있어 그 문제가 아주 심각하다. 정부사업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사직을 종용받고, 대통령 선거 개입 내용 제보에 따라 파면 혹은 징계처분을 받는 등 부패나 비리를 고발하는 내부고발자나 양심선언자에 대한 인권보호도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또 하나 특별보고관이 주목할 만한 분야는 성적지향에 따른 괴롭힘이나 차별이다. 지난해 11월 성소수자의 인권증진을 위한 캠페인 현수막에 대해 내용 수정을 요청하며 게시 불가 방침을 내린 지역구청의 조치가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러한 행위를 차별행위로 판단하고 이와 유사한 조치를 내린 구청에 재발방지대책을 권고한바 있다. 성소수자 혹은 성소수자 옹호자들이 처한 녹록치 않은 현실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노력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성적지향을 차별금지 근거로 두고 있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며, 성정체성이나 성적지향에 대해 노골적인 혐오를 드러내는 발언을 하는 집단이 등장하여 이들 성적 소수자 및 옹호자들에 대한 차별행위가 조장되고 있다.

그 외에도 언론인, 인권활동가, 정치인에 대한 전방위적인 사찰이나, 국가보안법에 의한 기소,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처벌, 장애인 인권 활동가에 대한 물리적 폭력 등 사회 곳곳에서 인권옹호행위에 대한 인권침해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이 최근 들어 가장 우려하는 바는 국가보안법, 명예훼손죄, 불경죄, 손해배상 적용 등 합법적 테두리안에서 다양한 인권 옹호 활동에 대한 탄압이 이뤄진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탄압은 ‘법적으로 하자가 없기 때문에 문제가 아니다’ 식의 논리를 강화시키기 때문에 인권옹호 활동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흔드는 중요한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인권옹호행위 저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인권옹호자나 인권침해피해자를 보호하는 법의 제정이나 진정제도와 같은 제도적 장치가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마가렛 세카그야(Margaret Sekkagya)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

 

1998년의 인권옹호자 권리 선언은 인권 및 기본적 자유를 증진, 보호하는 주된 책임과 의무는 국가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 선언에서 언급하는 권리 및 자유가 효과적으로 보장되도록 필요한 입법, 행정 및 기타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의 방문이 인권옹호자들이 처한 현실에 어떤 구체적인 변화를 가져올지는 두고 봐야 하겠다. 적어도 이번 방한이 인권옹호를 위해 정당한 권리를 행사한 결과로 만연한 폭력이나 위협, 사실상 또는 법률상의 피해를 입고 있는 수많은 인권옹호자에 대한 국가의 책임방기를 드러내고 이들에 대한 국가의 의무를 대중적으로 알리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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