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 이주아동의 기본권 실태와 개선방안 토론회 후기

2013-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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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추방 된 미등록이주아동, 이대로 둘 것인가?

- 안정아 (KOCUN 인턴)


작년 10월 또래와의 다툼에 휘말린 한 몽골출신 학생이 지구대로 연행되었고, 신원조회 후 미등록인 것으로 나오자 사건 발생 4일만에 홀로 본국으로 강제 출국된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대한 시민사회의 목소리와 정부관계자들의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4월 10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미등록이주아동의 기본권 실태와 개선방안에 대한 토론회가 진행되었다.


정부가 법만 잘 준수했더라도 발생하지 않았을 사건

몽골인 학생 추방 사건의 문제점과 해결방향에 대한 발제를 맡은 황필규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는 이 사건을 두고 '관련 부처와 공무원들이 법만 잘 준수했더라도 발생하지 않았을 사건'이라고 역설했다.

경찰당국은 모든 법적 절차를 준수하였다고 밝혔고, 법무부는 당사자가 원했기 때문에 몽골로 보내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해당 공무원들은 이 학생을 강제연행, 불법구금 했고, 보호자에게 알리지 않은 채 출입국 당국으로 인계했다. 또 구금과 강제 출국 집행 과정에서 미성년 아동에 대한 특별한 보호나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황필규 변호사는 한국 학생들의 인종차별적인 언행에서 시작된 이 사건이 인종차별적인 공권력의 행사로 인하여 한 이주아동에 대한 심각한 인권침해로 귀결된 것이 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애초에 강제출국 과정에서 발생한 법적 절차가 부당했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이 학생의 귀국을 도모하고, 입국 후에도 교육권을 보장해야 한다. 또 이러한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기 위해 관련 공무원을 엄중히 처벌하고, 적절한 교육이 필요하며, 이주아동에 대한 관련 법제도 개선이 시급함을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법무부 이민조사과 사무관은 불법체류를 조장할 수 있는 미등록 이주 아동에 대한 교육권 보장의 어려움에 대해 해명했다. 김 사무관은 법무부가 불법체류 아동에 대한 학습권을 부정한 적은 없지만, 동의하기는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또, 미국에서 불법체류중인 학생을 강제퇴거 된 사례가 있다고 소개하며, 인권과 체류질서를 조화롭게 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사회를 맡은 이양희 대표 전 유엔아동권리위원회 위원장은 우리가 미국의 인권에 반하는 제도시행을 벤치마킹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일축했다.

 


지난 4월 10일 개최된 이주아동 기본권에 관한 국회인권포럼


아동은 특별한 보호가 필요해 아동권리협약이 탄생하게 된 것

2부 순서는 미등록 이주아동의 교육권 및 건강권과 같은 기본권 실태와 더불어 개선방안에 대해 국제조약과 기준을 통한 법률 제, 개정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석원정 소장(외국인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은 국내 이주 아동의 체류자격이 아동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교육진입, 학교생활, 미래설계, 단속과 추방으로 나누어 설명했다. 학교에서 비자여부에 따라 입학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고, 교육청을 통해 해결할 수 있지만 부모와 아동이 겪는 고충이 크다는 점, 입학 후에도 장학금, 수학여행, 교육사이트 가입, 경시대회 출전 시 외국인등록번호가 필요해 학교생활에서 배제되는 점, 또 미등록 이주아동은 수능을 보더라도 입학서류를 갖추지 못해 대학을 갈 수 없고 이는 방황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점, 마지막으로 미등록 지위로 인한 불안으로 학교를 가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는 점과 부모가 단속되면 아동은 학업을 중단하고 본국으로 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석원정 소장은 불법체류 경력이 있는 아동이 한국입국에도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주었다.

따라서 미등록이주아동에게도 국제협약에 따라 학습권을 보장하고, 범죄경력이 없는 미등록이주아동을 범죄자 취급하지 말고, 미등록이주아동의 추방 이후 한국입국에 장애를 두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설파하면서 발제를 마무리했다.

김미선 상임이사(한국이주민건강협회)는 건강은 국민의 권리 이전에 인간의 권리임을 밝히면서 미등록 이주아동의 건강권에 대한 발표를 시작했다. 미등록 이주아동이 의료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실태와 응급의료제도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먼저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경우 임신사실을 숨기고 일을 하게 되어 조산 및 사산의 문제가 빈번히 발생하고, 이 경우 보험이 없기 때문에 비싼 의료비를 부담해야 하고, 미등록 이주아동은 태어나면서부터 체류자격과 치료비 부담 등으로 의료서비스 접근에 어려움을 갖는다. 응급의료제도의 경우 심사기간이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의료기관에서 활용을 기피하고 있고, 또 다른 문제점으로 보건복지부에서 실시하는 소외계층 의료지원 사업도 절차를 까다롭게 진행하고 있어 질병발생 시 정부지원사업을 이용하는 것이 불편하다는 점을 주목했다.

따라서 제도 절차의 간소화와 의사소통 해결을 우선할 것, 그리고 이주민 의료지원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형성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또, 전 세계적으로 채택한 밀레니엄개발목표(MDGs)의 8가지 목표 중 목표4와 5가 각각 아동사망률 감소, 산모건강증진이며 공적개발원조를 적극 시행하는 한국에서 국내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황옥경 교수(서울신학대학교 보육학과)는 세계인권선언에서 모든 인간에 대한 권리를 말한다. 그럼에도 아동권리협약이 탄생하게 된 것은 아동이 신체적, 사회적으로 특별한 보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라고 아동권리협약의 탄생배경을 국내 입법 및 법무부에서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몽골출신 미등록 이주아동 강제퇴거 사건과 연결하여 발제를 시작했다.

비차별의 원칙인 아동권리협약 제12조 1항을 보면, 국가는 영토 내 모든 아동에 대해 모든 형태의 차별이나 처벌로부터 아동이 보호되도록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음을 인용하면서, 몽골출신 미등록아동의 강제퇴거 조치는 법무부가 이를 간과했기에 발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의사표현의 원칙에 따라 의사결정과정에서 아동의 의사가 우선되고 통역 및 보호자 동반 등이 필요한데 본 사건의 내용을 보면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황옥경 교수는 이 사례를 통해서 국내에서도 아동의 위치가 성인에 비해 열등한 위치임을 다시 한번 확인 할 수 있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제도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나 교육은 그 시기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아동의 교육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밝히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소라미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는 우리나라가 본 협약을 비준한지 22년이 지났지만, 국내법 상에서 그 효력을 찾을 수가 없다는 점에 탄식하면서 교육권, 보호와 지원을 받을 권리, 건강권, 단속 및 구금, 강제퇴거, 출생등록으로 나누어 해당 법 제도를 살펴보았다.

교육권에 있어 외국인 자녀의 경우 취학통지서가 발급되지 않기 때문에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과 고등학교는 의무교육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고등학교 진학이 보장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미등록 이주아동의 교육접근이 교육부 및 법무부의 지침에 의거한 것이라 한정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주아동 인권 옹호를 위한 기본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동복지법은 보호와 지원이 필요한 아동이 입양 등 아동보호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인종에 따른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있지만, 이주아동에 대한 명시가 없어서 보호와 지원이 필요한 이주아동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현재 이주아동들 중 보호가 필요한 아동이 많기 때문에 국적과 불문하게 법제도 개선을 통해 이들이 아동복지법 내로 편입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소라미 변호사는 앞서 김미선 상임이사가 강조하였듯, 미등록 이주아동이 의료서비스 및 건강보험 적용에서 배제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필수예방접종의 경우에도 지침으로만 시행되고 있어 이 내용도 법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단속, 구금, 강제퇴거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점은 아동이 성인취급을 받는 것과 미등록 이주민을 알게 된 경우 출입국관리소에 통보하지 않아도 되는 예외조항이 있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출입국관리법 내에 아동인권에 대한 규정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주아동이 부모 또는 보호자와 분리되지 않도록 보호장치를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또 우리나라에서 출생신고는 가족관계법에 따라 국민에게만 해당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동의 경우라도 한국에서 출생신고를 할 수 없어서 자신의 출생을 증명할 수 없는 아이들이 발생하게 되고, 이 아이들은 기본권에 접근조차 못하게 된다. 일부 지자체에서 이주아동의 출생신고 서류를 수리하고 출생신고수리증명원을 발급하기도 하는데, 출생사실만 증명하는 것이 권리와 연동되어 다양한 권리에 접근성을 제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소라미 변호사는 앞서 법무부 사무관이 이러한 이주아동에 대한 권리보장에 대해서 아동을 이용해서 부모들이 불법체류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발언한 것에 대해,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에 반작용이 있을 수 있고 그렇다면 보완하는 제도가 만들어지면 되는 것인데 이는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격이라고 일축했다.


아동권리협약 비준한지 22년 지났지만

법무부 관계자와 시민사회의 의견차이는 인권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에서부터 삐걱거렸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한지 22년이 지나도록 답보상태인 것은 비단 관련 부처 탓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주민에 대한 의료서비스 접근성을 개선코자 개정법안이 발의되었으나 반대여론에 부딪혔던 일만 보더라도, 아동의 권리에 대한 정부, 시민사회, 국민 모두의 인식과 논의가 부족했기 때문이 아닐까.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특히나 모든 권리에서 배제되는 미등록 이주아동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법 개정에 힘을 모으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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