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집회의 자유 특별보고관 “최소한의 제재, 최대한의 자유”
- 홍승기 (KOCUN 상근 인턴)
뉴스를 보면 세계 곳곳에서 집회와 시위는 항상 일어나는 사건이다. 한국에서도 시위는 언제나 있어왔다. 그러나 최근 사회 분위기를 보면 시위를 과격하고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집회의 자유는 민주주의 국가라면 반드시 보장해야 하는 권리이며, 집회와 시위를 지나치게 통제하는 행태는 정부, 기업, 단체, 개인 간의 소통을 단절하겠다고 천명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요즘 ‘갑과 을’, ‘갑의 횡포’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사회적으로 ‘을’의 위치에 놓인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현하고 부조리에 항의할 수 있는 수단이 집회인 만큼 철저하게 이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이나 키아이(Maina Kiai) 집회와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올해 제출한 집회와 결사의 자유에 대한 보고서에서 몇 가지 사항을 강조했다. 먼저, 국가가 국제인권법에 의해 평화적 집회를 보호하고 평화적 집회의 권리의 행사 또한 용이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은 비폭력 집회만을 보호하고 있는데 소수의 폭력 행위나 범법 행위가 발생한다고 하여 평화적인 집회를 하는 다수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별보고관은 참가자들이 정당한 통제에 따르지 않는 경우 적절한 제재가 필요하지만, 이러한 제재가 향후 집회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마이나 키아이 특별보고관
또한, 특별보고관은 평화적 집회에 사전 허가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불가피한 경우 사전신고를 하도록 할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통제나 허가가 아닌 공공질서 및 안전 유지를 위한 목적을 띠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집회 주최자들이 사전신고를 하지 않았더라도 집회를 해산하는 것은 과도한 제한이며 주최자들이 벌금 또는 구금과 같은 법적 제재를 받아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도 2011년에 대법원이 금지통보된 집회, 미신고집회라도 평화적 집회에 대해서 경찰이 해산시킬 수 없다고 판결했지만, 아직도 경찰이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한문 쌍용차 분향소의 경우에서도 볼 수 있듯이 시위를 하기 위해서 공간 확보는 상당히 중요하다. 특별보고관은 스페인 헌법 재판소의 판결을 인용해, “도시공간은 통행을 위한 공간만이 아니라 참여를 위한 공간이기도 하다”라고 했다. 또, 미주인권위원회(IACHR)는 집회의 권리 행사는 대중의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지만, 이것은 다원적 사회의 일부이며 다양하고 상반되는 의견들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했다. 제22차 유엔인권이사회에서는 결의안 22/10을 채택하여 국가가 평화적 시위자들에게 공간을 제공하고 위험으로부터 보호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시위자들을 ‘과격주의자’로 보는 시각의 과격성
특별보고관은 올해 1월에 영국을 공식 방문했다. 우리나라와 영국의 상황이 비슷하여 참고할 점이 많다. 영국은 민주주의 국가이며 평화적 집회의 자유가 널리 보장되고 있다. 경찰의 자료에 의하면 런던 및 기타 지역에서 연간 4000건의 집회가 이루어지며 대부분 문제 없이 이루어진다. 대부분의 행사는 사전에 계획되고 있고 하루 10~15건 정도가 즉흥적으로 일어난다. 영국 정부는 평화적 집회를 보호하고 용이하게 할 의무가 있지만 또한 평화적 집회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을 의무도 있다.
영국에서는 2009년 런던 G20 정상회의 동안 경찰의 과도한 무력 사용으로 행인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함으로써 집회와 시위 대응에 대한 검토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이를 계기로 영국에서 공공질서 유지를 위한 무력사용 기준의 부재, 시대에 뒤떨어진 경찰 교육 및 지도 방법 등 경찰의 시위 대응 활동에 대한 문제점이 발견되었다. 경찰은 검토를 통하여 드러난 잘못을 인정하고 개선에 나섰다. 특별보고관은 이에 대해 경찰이 법을 이해하고 무력사용에 따르는 법적 책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했다.
집회와 시위 통제에서 또 하나의 큰 문제점은 시위에 적용하는 ‘과격주의’의 해석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것이다. 본래 과격주의자란 법 또는 정책에 영향을 주기 위해 민주 절차를 벗어난 행위를 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사실상 시위를 하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영국에서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특정 집단이나 개인을 ‘전문시위꾼’ 또는 ‘과격주의자’라 규정하여 반정부 세력이라고 여긴다. 경찰은 과격 시위자와 평화적 시위자를 구분하기도 하지만 때로 둘을 묶어 모두 범법 행위자라고 치부하며 합법적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막기도 한다. 국가는 국민의 안전과 국가 안보를 보장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이것을 빌미로 개인과 단체의 자유를 침해하고 제한하는 사례들이 있다. 영국에서도 몇몇 비영리단체나 특정 인종, 종교 단체가 테러지원을 했다는 증거가 없음에도 이를 이유로 활동이 금지되는 경우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시위자들을 ‘종북세력’이라고 낙인찍는 것과 비슷한 경우라고 생각한다.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사람이라고 규정하는 순간 정부 입장에서는 통제하기 위한 명분을 세우기 용이해진다.
7월 20일 울산 현대자동차 희망버스 시위에서 집회 참가자들과 경찰 사이의 충돌
경찰과 사측은 폭력 사태의 책임을 시위자들에게만 전가하고 있다.(출처: 참소리)
특별보고관은 영국도 세계 대부분 국가와 같이 경기침체로 인하여 민심 동요가 일어나고 있어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언급했다. 특별보고관이 영국 방문 후 권고한 사항들 중 한국정부도 참고할만한 사항들이 있어 눈여겨볼만하다.
- 시민사회 및 이해관계자들과 대화를 통하여 평화적 집회의 권리를 보호하고 용이하게 하는 법을 채택할 것
- ‘과격주의’의 해석범위를 좁히고 경찰이 평화적 시위자를 과격 시위자로 분류하지 않도록 지도할 것
- 경찰이 평화적 집회의 권리를 침해했을 때 이에 대한 책임을 묻고 지휘책임도 추궁할 것
의견의 다양성이 세상을 이롭게 한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시위라는 것이 과격하고 불법적 요소를 가지고 있는 행위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파업의 천국이라 불리는 프랑스의 예를 들면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기는 할까 하는 의문이 생길 정도로 집회와 시위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시위진압전문경찰인 공화국안전수비대(CRS)가 있어 집회 관리를 담당하며 통제와 진압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시위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참가자들이 보호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까지 한다. 물론 프랑스도 관련 법이나 정책이 완벽한 것이 아니고 올바른 시위문화가 자리 잡기까지 여러 어려움과 충돌도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당장 모든 것이 개선되고 고쳐질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이러한 권리를 점점 탄압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옳지 않다.
특별보고관은 제20차 유엔인권이사회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의견의 다양성이야말로 세상을 다채롭고 이롭게 하는 것이다.” 정부는 현재도 미래에도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이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당연한 일이며 정부와 반대되는 의견을 가지고 있는 집단을 반정부 집단이라고 낙인찍어 탄압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사회 발전의 토대로 쓸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엔 집회의 자유 특별보고관 “최소한의 제재, 최대한의 자유”
- 홍승기 (KOCUN 상근 인턴)
뉴스를 보면 세계 곳곳에서 집회와 시위는 항상 일어나는 사건이다. 한국에서도 시위는 언제나 있어왔다. 그러나 최근 사회 분위기를 보면 시위를 과격하고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집회의 자유는 민주주의 국가라면 반드시 보장해야 하는 권리이며, 집회와 시위를 지나치게 통제하는 행태는 정부, 기업, 단체, 개인 간의 소통을 단절하겠다고 천명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요즘 ‘갑과 을’, ‘갑의 횡포’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사회적으로 ‘을’의 위치에 놓인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현하고 부조리에 항의할 수 있는 수단이 집회인 만큼 철저하게 이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이나 키아이(Maina Kiai) 집회와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올해 제출한 집회와 결사의 자유에 대한 보고서에서 몇 가지 사항을 강조했다. 먼저, 국가가 국제인권법에 의해 평화적 집회를 보호하고 평화적 집회의 권리의 행사 또한 용이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은 비폭력 집회만을 보호하고 있는데 소수의 폭력 행위나 범법 행위가 발생한다고 하여 평화적인 집회를 하는 다수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별보고관은 참가자들이 정당한 통제에 따르지 않는 경우 적절한 제재가 필요하지만, 이러한 제재가 향후 집회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마이나 키아이 특별보고관
또한, 특별보고관은 평화적 집회에 사전 허가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불가피한 경우 사전신고를 하도록 할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통제나 허가가 아닌 공공질서 및 안전 유지를 위한 목적을 띠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집회 주최자들이 사전신고를 하지 않았더라도 집회를 해산하는 것은 과도한 제한이며 주최자들이 벌금 또는 구금과 같은 법적 제재를 받아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도 2011년에 대법원이 금지통보된 집회, 미신고집회라도 평화적 집회에 대해서 경찰이 해산시킬 수 없다고 판결했지만, 아직도 경찰이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한문 쌍용차 분향소의 경우에서도 볼 수 있듯이 시위를 하기 위해서 공간 확보는 상당히 중요하다. 특별보고관은 스페인 헌법 재판소의 판결을 인용해, “도시공간은 통행을 위한 공간만이 아니라 참여를 위한 공간이기도 하다”라고 했다. 또, 미주인권위원회(IACHR)는 집회의 권리 행사는 대중의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지만, 이것은 다원적 사회의 일부이며 다양하고 상반되는 의견들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했다. 제22차 유엔인권이사회에서는 결의안 22/10을 채택하여 국가가 평화적 시위자들에게 공간을 제공하고 위험으로부터 보호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시위자들을 ‘과격주의자’로 보는 시각의 과격성
특별보고관은 올해 1월에 영국을 공식 방문했다. 우리나라와 영국의 상황이 비슷하여 참고할 점이 많다. 영국은 민주주의 국가이며 평화적 집회의 자유가 널리 보장되고 있다. 경찰의 자료에 의하면 런던 및 기타 지역에서 연간 4000건의 집회가 이루어지며 대부분 문제 없이 이루어진다. 대부분의 행사는 사전에 계획되고 있고 하루 10~15건 정도가 즉흥적으로 일어난다. 영국 정부는 평화적 집회를 보호하고 용이하게 할 의무가 있지만 또한 평화적 집회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을 의무도 있다.
영국에서는 2009년 런던 G20 정상회의 동안 경찰의 과도한 무력 사용으로 행인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함으로써 집회와 시위 대응에 대한 검토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이를 계기로 영국에서 공공질서 유지를 위한 무력사용 기준의 부재, 시대에 뒤떨어진 경찰 교육 및 지도 방법 등 경찰의 시위 대응 활동에 대한 문제점이 발견되었다. 경찰은 검토를 통하여 드러난 잘못을 인정하고 개선에 나섰다. 특별보고관은 이에 대해 경찰이 법을 이해하고 무력사용에 따르는 법적 책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했다.
집회와 시위 통제에서 또 하나의 큰 문제점은 시위에 적용하는 ‘과격주의’의 해석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것이다. 본래 과격주의자란 법 또는 정책에 영향을 주기 위해 민주 절차를 벗어난 행위를 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사실상 시위를 하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영국에서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특정 집단이나 개인을 ‘전문시위꾼’ 또는 ‘과격주의자’라 규정하여 반정부 세력이라고 여긴다. 경찰은 과격 시위자와 평화적 시위자를 구분하기도 하지만 때로 둘을 묶어 모두 범법 행위자라고 치부하며 합법적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막기도 한다. 국가는 국민의 안전과 국가 안보를 보장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이것을 빌미로 개인과 단체의 자유를 침해하고 제한하는 사례들이 있다. 영국에서도 몇몇 비영리단체나 특정 인종, 종교 단체가 테러지원을 했다는 증거가 없음에도 이를 이유로 활동이 금지되는 경우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시위자들을 ‘종북세력’이라고 낙인찍는 것과 비슷한 경우라고 생각한다.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사람이라고 규정하는 순간 정부 입장에서는 통제하기 위한 명분을 세우기 용이해진다.
7월 20일 울산 현대자동차 희망버스 시위에서 집회 참가자들과 경찰 사이의 충돌
경찰과 사측은 폭력 사태의 책임을 시위자들에게만 전가하고 있다.(출처: 참소리)
특별보고관은 영국도 세계 대부분 국가와 같이 경기침체로 인하여 민심 동요가 일어나고 있어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언급했다. 특별보고관이 영국 방문 후 권고한 사항들 중 한국정부도 참고할만한 사항들이 있어 눈여겨볼만하다.
- 시민사회 및 이해관계자들과 대화를 통하여 평화적 집회의 권리를 보호하고 용이하게 하는 법을 채택할 것
- ‘과격주의’의 해석범위를 좁히고 경찰이 평화적 시위자를 과격 시위자로 분류하지 않도록 지도할 것
- 경찰이 평화적 집회의 권리를 침해했을 때 이에 대한 책임을 묻고 지휘책임도 추궁할 것
의견의 다양성이 세상을 이롭게 한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시위라는 것이 과격하고 불법적 요소를 가지고 있는 행위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파업의 천국이라 불리는 프랑스의 예를 들면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기는 할까 하는 의문이 생길 정도로 집회와 시위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시위진압전문경찰인 공화국안전수비대(CRS)가 있어 집회 관리를 담당하며 통제와 진압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시위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참가자들이 보호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까지 한다. 물론 프랑스도 관련 법이나 정책이 완벽한 것이 아니고 올바른 시위문화가 자리 잡기까지 여러 어려움과 충돌도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당장 모든 것이 개선되고 고쳐질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이러한 권리를 점점 탄압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옳지 않다.
특별보고관은 제20차 유엔인권이사회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의견의 다양성이야말로 세상을 다채롭고 이롭게 하는 것이다.” 정부는 현재도 미래에도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이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당연한 일이며 정부와 반대되는 의견을 가지고 있는 집단을 반정부 집단이라고 낙인찍어 탄압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사회 발전의 토대로 쓸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