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 및 소개
유엔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 마가렛 세카기야(Margaret Sekaggya)는 2013년 5월 29일부터 6월 7일까지 한국을 공식 방문하였다. 방문목적은 ‘보편적으로 인정된 인권과 기본적 자유의 증진 및 보호를 위한 개인, 집단 및 기관들의 권리와 의무에 관한 선언(이하 ‘인권옹호자 선언’)’에 따라 한국의 인권옹호자들의 상황을 평가하기 위함이었다.
특별보고관(special rapporteur)이란? 특별보고관이란 유엔의 특별절차(special procedures)의 일부로, 특정 인권주제나 특정 국가 내 인권상황에 대해 보고하고 견해를 제공할 임무를 부여받은 독립적인 인권전문가이다. 현재, 37개의 주제와 14개의 국가에 대한 특별절차가 있으며, 특히 인권침해가 심각한 분야들이라고 할 수 있다. 특별보고관은 국가 방문, 인권침해에 대한 개인진정 접수, 국가 및 관련 주체들과 소통, 주제별 연구 등을 통해 유엔의 다른 인권 보장 및 증진 활동과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다. 매해 그간의 활동을 정리한 보고서를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할 의무가 있으며, 대부분 유엔 총회에도 보고할 의무가 있다. |
유엔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이하 ‘인권옹호자 특보’)은 2008년 채택된 인권이사회 결의안 16/5(A/HRC/RES/16/5)에 의거해 기존의 인권옹호자 상황에 대한 유엔 사무총장 특별대표의 역할을 이어받으며, 최우선적으로 인권옹호자 선언의 효과적이고 포괄적인 이행을 증진할 의무를 부여받았다. 동 결의안은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증진 및 보호하는데 있어서 개인과 비정부기구, 국가인권기구 등을 포함한 시민사회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권옹호자 선언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세계인권선언 채택 50주년을 기념하며 1998년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동 선언은 기본적으로 인권옹호자들에 대한 지원과 보호를 목적으로 한다. 새로운 인권개념을 제시하기보다는 기존의 권리들이 인권옹호자들이 처한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원칙과 권리들을 열거하고 있다. 이는 비단 국가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인권보호 의무와 인권옹호자들의 평화로운 활동에 대한 의무 또한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최우선적인 인권보장 책임은 국가에 있다고 강조한다(제2조).
주요하게 인권옹호자들이 동 선언에 의해 보장받고 또 지키고자 하는 권리는, (1) 평화로운 만남과 집회에 대한 권리, (2) 효과적 구제의 혜택을 받을 권리, (3) 인권옹호자의 직무를 합법적으로 이행할 권리, (4) 국가의 인권침해에 대한 평화로운 대응을 법적으로 보호받을 권리 등이 있다. 이와 관련해 국가들은 (1) 관할권 내 모든 사람들의 사회‧경제‧정치적 권리 및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의무, (2) 이러한 권리와 자유를 효과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입법‧행정적 조치를 취할 의무, (3) 인권침해 피해자에 대한 효과적 구제를 제공할 의무, (4) 인권침해 주장에 대한 즉각적이고 공정한 수사를 진행할 의무, (5) 폭력‧협박‧보복‧차별 등 자의적 행위로부터 인권옹호자들을 보호할 의무, (6) 모든 단계에서 인권에 대한 교육‧훈련을 증진 및 촉진할 의무 등이 있다.
인권옹호자 선언은 ‘인권옹호자’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있지 않다. 그러나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인권옹호자’를 ‘인권을 증진 또는 보호하기 위하여 개인적으로 또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활동하는 사람’으로 정의내리며, 무엇보다 인권옹호자를 정의하는 것은 그들이 하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인권단체 활동가나 평화로운 집회시위자를 비롯한 특정 직업을 가진, 혹은 특정 상황에 처한 사람에 한정된 개념이 아니며, 보편적인 인권가치를 추구하고 그를 옹호하는 모든 사람을 포괄한다.
II. 한국정부의 국제적 과제
한국 상황에 대한 인권옹호자 특보의 보고서는 우선 국제적인 차원에서 정부의 노력이 필요한 부분을 언급한다. 현재 한국은 7개의 유엔 핵심인권조약을 비준하였는데, 비준하지 않은 협약 중 특히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에 관한 국제협약(이주노동자권리협약)’의 비준을 강조한다. 이는 지난 유엔인권이사회의 국가별인권상황정기검토(Universal Periodic Review, UPR)에서도 권고를 받은 사안이다. 가장 최근 진행된 제2차 UPR 심의에서 한국정부는 총 70개의 권고를 받았는데, 그중 사실상 불수용 의사를 밝힌 28개의 권고 중에서도 평화로운 시위자에 대한 경비업체들의 무력사용을 감시하기 위한 체계 구축과 국가보안법 내 조항들의 개정 또는 보다 명확한 정의에 대한 권고들을 재조명했다. 이와 별도로 특별절차로부터 받은 권고들을 이행하고 법‧정책‧행정적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대부분의 유엔 핵심인권조약들은 협약에 명시된 권리들의 침해에 대한 개인진정을 보장하는 선택의정서(optional protocol)를 별도로 두고 있다. 이는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법원 판결 등 국내적 절차를 모두 소진하였음에도 구제를 받지 못했을 경우 사용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으로, 관련 협약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다면 특별히 비준을 미룰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대한 국제규약(사회권규약)과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아동권리협약), 장애인의 권리에 대한 협약(장애인권리협약) 등 아직 몇몇 선택의정서는 비준하지 않고 있다. 이 문서들은 추가적인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아닌 실효적 구제를 위한 절차적 보완수단이기 때문에 비준한 협약들에 대한 진정성 있는 이행의지가 있다면 바로 비준해야 한다.
III. 한국정부의 국내적 과제
인권옹호자 특보는 한국의 상황에 대해, 일반적으로 인권옹호자들은 큰 장벽없이 활동을 펼칠 수 있으며 시민사회는 잘 조직되어 있고 인권이슈에 대해 매우 활발히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인권옹호자들이 활동하는 환경이 상당히 양극화되어 있고 인권증진활동을 위한 환경이 충분히 열려있지는 않으며 인권옹호자와 당국간 신뢰가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국내 법‧제도적 과제로는 의사 및 표현의 자유와 평화로운 집회의 자유, 결사의 자유 및 노동권,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을 다루고 있고, 이어 언론종사자, 조합원 및 노동인권 옹호자, 환경옹호자, 이주인권옹호자, 학생인권옹호자, 내부고발자, 성소수자 인권옹호자, 그리고 장애인 인권옹호자를 언급한다. 다양한 인권이슈와 영역을 다루는데도 불구하고, 반복적으로 지적되는 법‧제도적, 관행적 문제들이 있다. 이는 한국정부와 기업이 인권옹호자를 탄압할 때 일정한 양상이 있음을 뜻하고, 이에 대해 국내 시민사회도 인권옹호자 특보에게 전달한 보고서를 통해 언급한 바 있다.
1) 소송제기와 과도한 처벌
인권옹호자에 대한 소송은 사실여부와 공익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제기가 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인권옹호자 특보의 보고서에는 인권옹호자에 대한 소송이 정부에 대한 반발이나 공적권한을 가진 자를 비판하는 사람을 겨냥한다고 언급하고 있다(para. 25). 온라인 활동을 포함한 의사 및 표현의 자유와 언론종사자, 내부고발자에 대해서는 주로 명예훼손죄를, 노동인권 옹호자, 환경권 옹호자 등 광범위하게는 업무방해죄를 적용하고 있다. 전자에 대해 인권옹호자 특보는 인권옹호자 선언 제6조와 제8조를 상기시킨다. 제6조는 모든 인권과 기본적 자유에 대한 의견, 정보, 지식을 다른 사람에게 자유롭게 발행, 제공 또는 배포할 수 있으며(제6조 나항), 모든 인권 및 기본적 자유가 법적으로 또한 실제적으로 어떻게 준수되고 있는지 조사, 토의하고 이에 대하여 의견을 형성, 유지할 수 있으며, 여타 적절한 방법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하여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다(제6조 다항)고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이야 말로 인권옹호자들의 핵심적인 역할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대개의 경우 형법에 따라 손해배상 청구와 과도한 벌금부과, 그리고 경우에 따라 징역형을 선고한다는 것이다. 보편적으로 법 집행에 있어서 비례적 정의(proportional justice)가 인정되고 있는데, 기본적 권리 또는 자유의 행사의 결과로 지나친 처벌을 내리는 것은 보편적 정의에도 어긋난다.
의사와 표현의 자유 헌법 제21조는 의사와 표현에 대한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데, 동 조항 제4항은 명예훼손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형법 제307조에 따라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되어 있고,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일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제309조 제2항). 집회 및 시위의 자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8조는 특정 집회나 시위가 공공의 평화나 질서를 위협하는 경우, 경찰이 해당 집회나 시위에 대한 금지를 통고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동법 제22조는 ‘제8조에 따라 금지를 통고한 집회 또는 시위를 주최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업무방해에 대한 형법 제314조는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
상기 법률들에 대해, 인권옹호자 특보는 인권옹호자들의 권리행사를 제한하고, 그들의 발언권을 위축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에 우려를 표했다. 2011년 한국을 방문한 의사와 표현의 자유에 관한 특별보고관 역시 형법상 명예훼손에 관한 조항들을 철회할 것을 권고하였고, 2009년 유엔 사회권위원회는 파업을 비롯한 쟁의행위에 대해 형법상의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는 것을 재검토하라는 권고를 한 바 있다(E/C12/KOR/CO/3, para. 20).
손해배상 청구와 벌금부과는 단순히 인권옹호자들의 정당한 직무 행사에 대한 통제를 넘어서서 활동을 아예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특히 문제가 심각하다. 인권옹호자 특보에게 전달된 시민사회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1월까지 민주노총이 집계한 손해배상 청구 총합은 약 1,307억원, 가압류 청구 총합은 약 77억 4천만원이며, 2012년 12월 한진중공업의 쟁의행위에 대해 회사 측이 노조에 청구한 손해배상액 158억원 때문에 조합간부가 자살한 사례도 있었다. 2012년 8월에는 장애인권 활동가 8명이 생계급여보다 많은 벌금을 납부할 수 없어 자진 노역을 신청하기도 했다. 이처럼 일반적으로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은 인권옹호자들의 생계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문제이며, 그러한 상황을 이용해 인권옹호 활동을 포기하게 만드는 악의적 법 집행으로 볼 수 있다.
2) 국내법상 모호한 또는 협소한 정의
「국가보안법」 제7조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는데, 이 때 ‘반국가단체’는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를 변란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외의 결사 또는 집단으로서 지휘통솔체제를 갖춘 단체’로 정의되고 있다(제2조 제1항). 이에 대해 인권옹호자 특보는 ‘반국가단체’에 대한 모호한 정의가 인권옹호자들의 기소로 이어졌으며, 2006년 해당 조항을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이하 ‘자유권규약’)에 부합하도록 개정하라는 유엔 자유권위원회의 권고를 상기시킨다(CCPR/C/KOR/CO/3, para. 18).
자유권규약 제19조 1. 모든 사람은 간섭받지 아니하고 의견을 가질 권리를 가진다. 2. 모든 사람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 이 권리는 구두, 서면 또는 인쇄, 예술의 형태 또는 스스로 선택하는 기타의 방법을 통하여 국경에 관계없이 모든 종류의 정보와 사상을 추구하고 접수하며 전달하는 자유를 포함한다. 3. 이 조 제2항에 규정된 권리의 행사에는 특별한 의무와 책임이 따른다. 따라서 그러한 권리의 행사는 일정한 제한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그 제한은 법률에 의하여 규정되고 또한 다음 사항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만 한정된다. (a) 타인의 권리 또는 신용의 존중 (b) 국가안보 또는 공공질서 또는 공중보건 또는 도덕의 보호 |
「국가보안법」에 대해 한국정부는 2008년과 2012년 제1‧2차 UPR과 더불어 1992년부터 지속적으로 국제인권기구로부터 권고를 받아왔다. 동법에 의한 탄압은 특정 정치적 성향을 가진 단체를 ‘이적단체’ 혐의로 또는 개인을 찬양고무죄로 기소하는 양상을 띄는데, 2008년부터 2012년 8월까지 검거된 수는 482명이며, 네티즌이나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무더기 수사 또는 기소로 이어진 경우도 있다.
법률상 모호한 정의는 자의적 해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문제며, 특히 모든 사람들의 종교 및 사상의 자유를 옹호하는 인권옹호자들에 대한 부당한 기소 및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가 특수한 지역정치적 상황에 놓여있다고는 하나, 그를 세계인권선언 및 국제인권법에 명시된 기본적 자유를 억압하는데 이용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으며 오히려 민주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그 근간을 뒤흔드는 행위다. 국가보안법이 더욱 위험한 이유는 ‘반국가’ 또는 ‘종북’ 등의 단어를 사용해 인권옹호단체나 활동가에 대한 낙인과 반감을 확산시켜 그들을 고립시키는 효과를 낳기 때문에 인권옹호활동에 상당한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대로 지나치게 협소한 정의 또한 문제가 된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노동쟁의를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간에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하여 발생한 분쟁상태’로 정의하고 있다(제2조 제5항). 시민사회보고서에 따르면, 이로 인해 노동관련 법제도의 개정에 관한 ‘정치적 요구’와 정리해고, 공장폐쇄 및 이전 등 실제로 노동자의 임금 및 근로조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들은 ‘경영권 사항’으로 분류되어 쟁의행위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어 법적으로 인정되는 테두리 안에서 활동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또한, 인권옹호자 특보는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협소한 해석으로 인해 정리해고나 공장이전, 외주화와 같이 노동자의 경제적‧사회적 권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사안에 대해 파업을 한 경우에도 법원에서는 불법으로 판단함에 우려를 표했다(para. 70).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합법적인 쟁의행위로 인정받으려면 (1) 주제 (2) 절차 (3) 방법 (4) 목적 등 4가지 요소를 인정받아야 하는데, 세부내용이 제한적이어서 대부분 ‘불법 쟁의행위’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노동인권 옹호자들은 업무방해죄에 따른 천문학적 수치의 손해배상액을 청구받고 있는데, 이에 대해 인권옹호자 특보는 노조 간부 및 조합원들의 활동을 범죄화하여 다른 이들로 하여금 그들의 노동권 보장을 위해 노조에 가입하는 것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우려를 한다고 덧붙였다(para. 70).
3) 관행적 문제 : 국내법 불이행 및 국제법 위반
인권옹호자 특보는 또한 노조의 설립에 관해 사실상 허가제가 운영되고 있음에 우려를 표한다(para. 72). 노동조합의 조직‧가입에 대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5조는 ‘근로자는 자유로이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공무원과 교원에 대해서는 별도로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과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을 두고 있다. 그런데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한다는 이유로 법적 지위를 획득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러한 사실상 허가제는 노조 자율성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para. 72).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이하 ‘이주노조’)의 경우, 2005년부터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위해 활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법적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2007년 서울고등법원이 노조로 인정하였으나,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항소를 제기했고 대법원은 현재까지도 판결을 미루고 있다. 인권옹호자 특보는 그 결과로 이주노조가 지난 8년간 법적 지위가 없었으며 이주노동자의 단체교섭권과 파업권이 거부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한다(para. 84). 또한 법적 지위와 상관없이 모든 이주노동자의 결사권과 단체교섭권에 대한 기본적 권리를 보호할 것을 당국에 촉구한다(para. 86).
헌법 제21조는 모든 국민의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으며 그러한 자유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희망버스를 비롯하여 인권옹호자들이 주최하는 집회나 시위는 대다수의 경우 합리적이지 않은 사유와 절차를 근거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인권옹호자는 헌법에 보장된 신고제가 사실상 경찰에 의한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음을 우려하며 이러한 관행은 헌법 제21조에 대한 위반일뿐 아니라 인권옹호자 선언 제5조의 정신에도 어긋남을 강조한다(para. 39). 특히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6조(옥외집회 및 시위의 신고 등) 제1항과 제8조(집회 및 시위의 금지 또는 제한 통고), 제12조(교통 소통을 위한 제한)가 문제적이라고 지적한다(para. 40). 최근 시민사회 공간(civil society space)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명색이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인 한국정부는 이러한 국제적 흐름에 반하여 오히려 공공과 공익을 위한 활동공간을 축소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유엔 인권옹호자 선언 제5조 인권 및 기본적 자유를 증진, 보호하기 위하여, 모든 사람은 단독으로 또는 다른 사람과 공동으로 다음과 같은 국내외적 권리를 가진다: 가. 평화적 회합 또는 집회 나. 비정부기구, 협회, 또는 집단의 결성, 가입 및 참여 다. 비정부 또는 정부간 기구와의 소통 |
4) 무력 및 폭력 사용
인권옹호자 특보는 보고서에서 집회나 시위의 상황에서 경찰 등 국가는 과도한 무력 사용을 통해 평화로운 집회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한 사례들을 언급하고 있다(para. 42). 대표적인 사례만 해도 2009년 경찰이 거주자들을 폭력적으로 강제퇴거 시키는 과정에서 6명이 사망했던 용산참사, 한국전력공사가 고용한 노동자와 사설 경비용역들이 시위자에게 위협, 괴롭힘, 물리적 폭력 등을 행사한 밀양 765kV 송전탑 건설반대 현장, 평화로운 시위자에 대한 위협, 괴롭힘, 폭력적 대우와 해외 인권옹호자의 강제출국과 입국거부가 있었던 제주 강정 해군기지 건설반대 현장, 경찰이 최루가스와 물대포를 포함해 과도한 무력을 행사한 한진중공업과 희망버스 등 그 발생빈도와 인권침해 강도가 상당하다.
이에 대해 인권옹호자 특보는 경찰을 대상으로 유엔 ‘법집행공직자행동강령’과 ‘법집행관의 무력 및 화기 사용 기본원칙’ 등 기본적 인권기준에 대한 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para. 81). 재차 강조되어야 할 것은 바로 지극히 평화로운 방법으로 집회나 시위를 진행했음에도 괴롭힘과 언어적‧물리적 폭력이 가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며 심한 경우 인권옹호자들은 응급차에 실려가는 등 생명의 위협까지 느낀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히 원론적인 차원에서 집회‧시위에 대한 자유가 침해가 중요하다는 문제제기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생명권을 위협하고 자의적 체포나 구금 등 신체의 자유의 침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분명 매우 심각한 문제다.
인권옹호자 특보는 또한 경찰의 직접적인 무력행사 외에도 집회나 시위 주변에 경찰버스를 줄지어 주차하는 관행을 지적한다. 버스들이 경찰들의 이동을 위해 쓰인다는 점은 인지하나, 이는 지나가는 사람들로부터 시위를 막거나 숨기고 집회나 행진 참여자들을 위협하는 효과를 낳기 때문이다(para. 44). 이와 관련해 평화로운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 마이나 키아이(Maina Kiai)의 보고서를 언급하고 있는데, 이 보고서는 집회나 결사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반드시 필요할 경우에만 가해지고, 추구하는 목적에 부합해야한다고 재차 언급한다(A/HRC/20/27 para. 40). 또한, 모든 제한적 조치는 표적대상이 보고 들을 수 있는 위치에서 촉진되어야 한다고 덧붙인다.
유엔 안보협력기구(OSCE) 산하 민주제도 및 인권사무소(ODIHR)의 ‘평화로운 집회의 자유에 대한 가이드라인’에 따른 6가지 원칙 원칙1. 집회 보장을 위한 간주 기본적 권리로써 평화로운 집회에 대한 자유는 가능한 한 규제없이 향유될 수 있어야 한다. 법률에 명시적으로 금지되지 않은 한 허용된다고 간주해야 하고 집회를 열고자 하는 이들에게 허가를 받도록 의무화해서는 안 된다. 법률로써 해당 자유의 보장을 위한 간주를 명확하고 명시적으로 확립해야 한다. 원칙2. 평화로운 집회를 보호해야 할 국가의 의무 국가는 집회의 자유가 실질적으로 향유될 수 있고 부당하게 행정적 규제를 받지 않도록 보장하기 위한 적절한 체계와 절차를 수립해야할 의무가 있다. 원칙3. 적법성 어떠한 제한도 법률상 공식적인 근거가 있어야 한다. 법 자체도 국제인권법에 부합해야 하며 충분히 구체적이어야 한다. 따라서 개인이 스스로의 행동이 법에 위반되는지, 위반에 따른 결과가 무엇인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원칙4. (비례)적절성 집회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비례)적절해야 한다. 당국은 정당한 목표를 추구하고, 그 달성을 위해 가장 침해적이지 않은 방법을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집회의 해산은 오직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 따라서 (비례)적절성의 원칙은 당국이 일상적으로 행진경로를 도시 외곽으로 설정하는 등과 같이 행사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결과를 초래하는 제한적 조치를 취하지 못하도록 한다. 법적 규제를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과도하게 포괄적인 경향이 있으며, 개별 사례의 특수한 상황들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비례)적절성 기준에 어긋난다. 원칙5. 참된 행정 모든 사회구성원은 어느 기구가 집회의 자유를 규제하였는지 알아야 하고, 이는 법률에 명시되어 있어야 한다. 규제당국은 모든 사회구성원이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적절히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하고, 접근가능하며 투명한 방법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원칙6. 비차별 가. 평화로운 집회의 자유는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데 있어서 관련 당국은 인종, 피부색, 성별, 언어, 종교, 정치 또는 기타 사상, 출신 국가 또는 사회, 재산, 출생 및 기타의 지위를 기반으로 개인이나 집단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 공공 집회 조직 및 참여에 대한 자유는 개인과 기업, 소수자 및 원주민, (무국적자과 난민, 망명신청자, 이주민, 관광객을 포함한) 내국인과 외국인, 여성과 남성, 정신장애인을 포함하여 완전한 법적 권한이 없는 사람 등 모두에게 보장되어야 한다. 나. 법률은 평화로운 집회에 참여하고 조직할 아동의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 아동의 발달능력을 적절히 고려하여 주최자 연령제한 또는 부모나 법적 후견인의 동의 요구와 같은 제한을 둘 수 있다. 다. 경찰 또는 군인의 집회의 자유는 그들의 의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 직무를 고려하여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한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 |
5)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해서 인권옹호자 특보는 조심스럽게 평가하고 있다. 인권옹호자들을 위한 전담관을 두고 인권에 대한 인식제고 및 교육캠페인을 활발히 전개한 것에 대해서는 만족스러우나, 최근 정부와의 독립성에 대해 시민사회로부터 비판을 받아왔고 때로는 독립성이 흔들린 것처럼 보인다고 표현하고 있다(para. 56). 이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정부로부터 기능적 자율성이 보장되지 못하고 있고, 국제조정위원회 승인소위원회(Sub-Committee on Accreditation of the International Coordinating Council)가 우려한 바와 같이 위원장과 위원들의 임명에 있어서 공식적으로 시민사회와의 공적 협의 및 그들의 참여를 허용하고 있지 않은 점 때문이다(para. 57). 또한, 인권옹호자들이 제기한 진정을 부당하게 무시하고 기각하였으며 지나치게 결정을 연기하고 인권옹호자들의 요구를 무시하는 경향에 대해 지적한다(para. 59).
시민사회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옹호자 보호 의무를 방기하는 경향은 크게 세 가지다. (1) 정부나 기업이 인권옹호자들을 탄압해도 이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방식, (2) 인권옹호자 탄압에 대한 진정을 무기한 연장하며 결정을 내리지 않는 방식, 그리고 (3) 인권옹호자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인권옹호자를 직접 탄압하는 방식이 있다. 대표적으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고공 크레인 농성을 하던 김진숙 씨에게 회사가 전기를 공급하지 않아 요청된 긴급구제에 대해 ‘위법한 활동’이라며 기각한 사례, 마포구청이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옹호하는 현수막을 거는 것을 거부한 차별사건에 대한 결정을 ‘자료가 부족하다’며 5개월이 넘도록 내리지 않은 사례, 2010년 장애인권 활동가들이 현병철 위원장 사퇴와 장애인 3대제도 개선을 요구하며 점거농성을 벌일 때 단전과 난방 중단 등 인권침해를 한 사례 등이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1조에 따라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그 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고 민주적 기본질서의 확립에 이바지 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때 ‘인권’의 정의에는 한국이 가입‧비준한 국제인권조약 및 국제관습법에서 인정하는 권리들도 포함한다(제2조). 비록 그 권한이 준사법적으로 한정되어 있으나, 국가인권위원회는 인권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기구이자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차별시정 및 인권보호를 촉진해야 하는 기구이다. 이 때문에 그 독립성은 기본적인 인권상황 및 인권옹호자들의 활동환경과 직결되어있는 문제로, 인권옹호자 특보뿐 아니라 UPR과 유엔 인권조약기구 심의 등을 통해 받은 권고들을 신중히 고려하여 반영해야할 것이다.
참고자료
1. 인권옹호자 선언
(원문) http://www.ohchr.org/Documents/Issues/Defenders/Declaration/declaration.pdf
(한글번역본) http://www.ohchr.org/Documents/Issues/Defenders/Declaration/DeclarationHRDKorean.pdf
2. 2013 한국 인권옹호자 실태 보고대회 자료집
http://www.peoplepower21.org/?module=file&act=procFileDownload&file_srl=1028076&sid=99b5aef9cc412b0c660ff7c577df2a3e
3. ‘평화로운 집회의 자유에 대한 가이드라인’ 원문
http://www.osce.org/odihr/24523
I. 서론 및 소개
유엔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 마가렛 세카기야(Margaret Sekaggya)는 2013년 5월 29일부터 6월 7일까지 한국을 공식 방문하였다. 방문목적은 ‘보편적으로 인정된 인권과 기본적 자유의 증진 및 보호를 위한 개인, 집단 및 기관들의 권리와 의무에 관한 선언(이하 ‘인권옹호자 선언’)’에 따라 한국의 인권옹호자들의 상황을 평가하기 위함이었다.
특별보고관(special rapporteur)이란?
특별보고관이란 유엔의 특별절차(special procedures)의 일부로, 특정 인권주제나 특정 국가 내 인권상황에 대해 보고하고 견해를 제공할 임무를 부여받은 독립적인 인권전문가이다. 현재, 37개의 주제와 14개의 국가에 대한 특별절차가 있으며, 특히 인권침해가 심각한 분야들이라고 할 수 있다.
특별보고관은 국가 방문, 인권침해에 대한 개인진정 접수, 국가 및 관련 주체들과 소통, 주제별 연구 등을 통해 유엔의 다른 인권 보장 및 증진 활동과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다. 매해 그간의 활동을 정리한 보고서를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할 의무가 있으며, 대부분 유엔 총회에도 보고할 의무가 있다.
유엔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이하 ‘인권옹호자 특보’)은 2008년 채택된 인권이사회 결의안 16/5(A/HRC/RES/16/5)에 의거해 기존의 인권옹호자 상황에 대한 유엔 사무총장 특별대표의 역할을 이어받으며, 최우선적으로 인권옹호자 선언의 효과적이고 포괄적인 이행을 증진할 의무를 부여받았다. 동 결의안은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증진 및 보호하는데 있어서 개인과 비정부기구, 국가인권기구 등을 포함한 시민사회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권옹호자 선언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세계인권선언 채택 50주년을 기념하며 1998년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동 선언은 기본적으로 인권옹호자들에 대한 지원과 보호를 목적으로 한다. 새로운 인권개념을 제시하기보다는 기존의 권리들이 인권옹호자들이 처한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원칙과 권리들을 열거하고 있다. 이는 비단 국가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인권보호 의무와 인권옹호자들의 평화로운 활동에 대한 의무 또한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최우선적인 인권보장 책임은 국가에 있다고 강조한다(제2조).
주요하게 인권옹호자들이 동 선언에 의해 보장받고 또 지키고자 하는 권리는, (1) 평화로운 만남과 집회에 대한 권리, (2) 효과적 구제의 혜택을 받을 권리, (3) 인권옹호자의 직무를 합법적으로 이행할 권리, (4) 국가의 인권침해에 대한 평화로운 대응을 법적으로 보호받을 권리 등이 있다. 이와 관련해 국가들은 (1) 관할권 내 모든 사람들의 사회‧경제‧정치적 권리 및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의무, (2) 이러한 권리와 자유를 효과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입법‧행정적 조치를 취할 의무, (3) 인권침해 피해자에 대한 효과적 구제를 제공할 의무, (4) 인권침해 주장에 대한 즉각적이고 공정한 수사를 진행할 의무, (5) 폭력‧협박‧보복‧차별 등 자의적 행위로부터 인권옹호자들을 보호할 의무, (6) 모든 단계에서 인권에 대한 교육‧훈련을 증진 및 촉진할 의무 등이 있다.
인권옹호자 선언은 ‘인권옹호자’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있지 않다. 그러나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인권옹호자’를 ‘인권을 증진 또는 보호하기 위하여 개인적으로 또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활동하는 사람’으로 정의내리며, 무엇보다 인권옹호자를 정의하는 것은 그들이 하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인권단체 활동가나 평화로운 집회시위자를 비롯한 특정 직업을 가진, 혹은 특정 상황에 처한 사람에 한정된 개념이 아니며, 보편적인 인권가치를 추구하고 그를 옹호하는 모든 사람을 포괄한다.
II. 한국정부의 국제적 과제
한국 상황에 대한 인권옹호자 특보의 보고서는 우선 국제적인 차원에서 정부의 노력이 필요한 부분을 언급한다. 현재 한국은 7개의 유엔 핵심인권조약을 비준하였는데, 비준하지 않은 협약 중 특히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에 관한 국제협약(이주노동자권리협약)’의 비준을 강조한다. 이는 지난 유엔인권이사회의 국가별인권상황정기검토(Universal Periodic Review, UPR)에서도 권고를 받은 사안이다. 가장 최근 진행된 제2차 UPR 심의에서 한국정부는 총 70개의 권고를 받았는데, 그중 사실상 불수용 의사를 밝힌 28개의 권고 중에서도 평화로운 시위자에 대한 경비업체들의 무력사용을 감시하기 위한 체계 구축과 국가보안법 내 조항들의 개정 또는 보다 명확한 정의에 대한 권고들을 재조명했다. 이와 별도로 특별절차로부터 받은 권고들을 이행하고 법‧정책‧행정적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대부분의 유엔 핵심인권조약들은 협약에 명시된 권리들의 침해에 대한 개인진정을 보장하는 선택의정서(optional protocol)를 별도로 두고 있다. 이는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법원 판결 등 국내적 절차를 모두 소진하였음에도 구제를 받지 못했을 경우 사용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으로, 관련 협약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다면 특별히 비준을 미룰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대한 국제규약(사회권규약)과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아동권리협약), 장애인의 권리에 대한 협약(장애인권리협약) 등 아직 몇몇 선택의정서는 비준하지 않고 있다. 이 문서들은 추가적인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아닌 실효적 구제를 위한 절차적 보완수단이기 때문에 비준한 협약들에 대한 진정성 있는 이행의지가 있다면 바로 비준해야 한다.
III. 한국정부의 국내적 과제
인권옹호자 특보는 한국의 상황에 대해, 일반적으로 인권옹호자들은 큰 장벽없이 활동을 펼칠 수 있으며 시민사회는 잘 조직되어 있고 인권이슈에 대해 매우 활발히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인권옹호자들이 활동하는 환경이 상당히 양극화되어 있고 인권증진활동을 위한 환경이 충분히 열려있지는 않으며 인권옹호자와 당국간 신뢰가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국내 법‧제도적 과제로는 의사 및 표현의 자유와 평화로운 집회의 자유, 결사의 자유 및 노동권,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을 다루고 있고, 이어 언론종사자, 조합원 및 노동인권 옹호자, 환경옹호자, 이주인권옹호자, 학생인권옹호자, 내부고발자, 성소수자 인권옹호자, 그리고 장애인 인권옹호자를 언급한다. 다양한 인권이슈와 영역을 다루는데도 불구하고, 반복적으로 지적되는 법‧제도적, 관행적 문제들이 있다. 이는 한국정부와 기업이 인권옹호자를 탄압할 때 일정한 양상이 있음을 뜻하고, 이에 대해 국내 시민사회도 인권옹호자 특보에게 전달한 보고서를 통해 언급한 바 있다.
1) 소송제기와 과도한 처벌
인권옹호자에 대한 소송은 사실여부와 공익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제기가 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인권옹호자 특보의 보고서에는 인권옹호자에 대한 소송이 정부에 대한 반발이나 공적권한을 가진 자를 비판하는 사람을 겨냥한다고 언급하고 있다(para. 25). 온라인 활동을 포함한 의사 및 표현의 자유와 언론종사자, 내부고발자에 대해서는 주로 명예훼손죄를, 노동인권 옹호자, 환경권 옹호자 등 광범위하게는 업무방해죄를 적용하고 있다. 전자에 대해 인권옹호자 특보는 인권옹호자 선언 제6조와 제8조를 상기시킨다. 제6조는 모든 인권과 기본적 자유에 대한 의견, 정보, 지식을 다른 사람에게 자유롭게 발행, 제공 또는 배포할 수 있으며(제6조 나항), 모든 인권 및 기본적 자유가 법적으로 또한 실제적으로 어떻게 준수되고 있는지 조사, 토의하고 이에 대하여 의견을 형성, 유지할 수 있으며, 여타 적절한 방법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하여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다(제6조 다항)고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이야 말로 인권옹호자들의 핵심적인 역할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대개의 경우 형법에 따라 손해배상 청구와 과도한 벌금부과, 그리고 경우에 따라 징역형을 선고한다는 것이다. 보편적으로 법 집행에 있어서 비례적 정의(proportional justice)가 인정되고 있는데, 기본적 권리 또는 자유의 행사의 결과로 지나친 처벌을 내리는 것은 보편적 정의에도 어긋난다.
의사와 표현의 자유
헌법 제21조는 의사와 표현에 대한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데, 동 조항 제4항은 명예훼손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형법 제307조에 따라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되어 있고,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일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제309조 제2항).
집회 및 시위의 자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8조는 특정 집회나 시위가 공공의 평화나 질서를 위협하는 경우, 경찰이 해당 집회나 시위에 대한 금지를 통고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동법 제22조는 ‘제8조에 따라 금지를 통고한 집회 또는 시위를 주최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업무방해에 대한 형법 제314조는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상기 법률들에 대해, 인권옹호자 특보는 인권옹호자들의 권리행사를 제한하고, 그들의 발언권을 위축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에 우려를 표했다. 2011년 한국을 방문한 의사와 표현의 자유에 관한 특별보고관 역시 형법상 명예훼손에 관한 조항들을 철회할 것을 권고하였고, 2009년 유엔 사회권위원회는 파업을 비롯한 쟁의행위에 대해 형법상의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는 것을 재검토하라는 권고를 한 바 있다(E/C12/KOR/CO/3, para. 20).
손해배상 청구와 벌금부과는 단순히 인권옹호자들의 정당한 직무 행사에 대한 통제를 넘어서서 활동을 아예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특히 문제가 심각하다. 인권옹호자 특보에게 전달된 시민사회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1월까지 민주노총이 집계한 손해배상 청구 총합은 약 1,307억원, 가압류 청구 총합은 약 77억 4천만원이며, 2012년 12월 한진중공업의 쟁의행위에 대해 회사 측이 노조에 청구한 손해배상액 158억원 때문에 조합간부가 자살한 사례도 있었다. 2012년 8월에는 장애인권 활동가 8명이 생계급여보다 많은 벌금을 납부할 수 없어 자진 노역을 신청하기도 했다. 이처럼 일반적으로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은 인권옹호자들의 생계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문제이며, 그러한 상황을 이용해 인권옹호 활동을 포기하게 만드는 악의적 법 집행으로 볼 수 있다.
2) 국내법상 모호한 또는 협소한 정의
「국가보안법」 제7조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는데, 이 때 ‘반국가단체’는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를 변란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외의 결사 또는 집단으로서 지휘통솔체제를 갖춘 단체’로 정의되고 있다(제2조 제1항). 이에 대해 인권옹호자 특보는 ‘반국가단체’에 대한 모호한 정의가 인권옹호자들의 기소로 이어졌으며, 2006년 해당 조항을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이하 ‘자유권규약’)에 부합하도록 개정하라는 유엔 자유권위원회의 권고를 상기시킨다(CCPR/C/KOR/CO/3, para. 18).
자유권규약 제19조
1. 모든 사람은 간섭받지 아니하고 의견을 가질 권리를 가진다.
2. 모든 사람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 이 권리는 구두, 서면 또는 인쇄, 예술의 형태 또는 스스로 선택하는 기타의 방법을 통하여 국경에 관계없이 모든 종류의 정보와 사상을 추구하고 접수하며 전달하는 자유를 포함한다.
3. 이 조 제2항에 규정된 권리의 행사에는 특별한 의무와 책임이 따른다. 따라서 그러한 권리의 행사는 일정한 제한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그 제한은 법률에 의하여 규정되고 또한 다음 사항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만 한정된다.
(a) 타인의 권리 또는 신용의 존중
(b) 국가안보 또는 공공질서 또는 공중보건 또는 도덕의 보호
「국가보안법」에 대해 한국정부는 2008년과 2012년 제1‧2차 UPR과 더불어 1992년부터 지속적으로 국제인권기구로부터 권고를 받아왔다. 동법에 의한 탄압은 특정 정치적 성향을 가진 단체를 ‘이적단체’ 혐의로 또는 개인을 찬양고무죄로 기소하는 양상을 띄는데, 2008년부터 2012년 8월까지 검거된 수는 482명이며, 네티즌이나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무더기 수사 또는 기소로 이어진 경우도 있다.
법률상 모호한 정의는 자의적 해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문제며, 특히 모든 사람들의 종교 및 사상의 자유를 옹호하는 인권옹호자들에 대한 부당한 기소 및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가 특수한 지역정치적 상황에 놓여있다고는 하나, 그를 세계인권선언 및 국제인권법에 명시된 기본적 자유를 억압하는데 이용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으며 오히려 민주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그 근간을 뒤흔드는 행위다. 국가보안법이 더욱 위험한 이유는 ‘반국가’ 또는 ‘종북’ 등의 단어를 사용해 인권옹호단체나 활동가에 대한 낙인과 반감을 확산시켜 그들을 고립시키는 효과를 낳기 때문에 인권옹호활동에 상당한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대로 지나치게 협소한 정의 또한 문제가 된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노동쟁의를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간에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하여 발생한 분쟁상태’로 정의하고 있다(제2조 제5항). 시민사회보고서에 따르면, 이로 인해 노동관련 법제도의 개정에 관한 ‘정치적 요구’와 정리해고, 공장폐쇄 및 이전 등 실제로 노동자의 임금 및 근로조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들은 ‘경영권 사항’으로 분류되어 쟁의행위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어 법적으로 인정되는 테두리 안에서 활동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또한, 인권옹호자 특보는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협소한 해석으로 인해 정리해고나 공장이전, 외주화와 같이 노동자의 경제적‧사회적 권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사안에 대해 파업을 한 경우에도 법원에서는 불법으로 판단함에 우려를 표했다(para. 70).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합법적인 쟁의행위로 인정받으려면 (1) 주제 (2) 절차 (3) 방법 (4) 목적 등 4가지 요소를 인정받아야 하는데, 세부내용이 제한적이어서 대부분 ‘불법 쟁의행위’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노동인권 옹호자들은 업무방해죄에 따른 천문학적 수치의 손해배상액을 청구받고 있는데, 이에 대해 인권옹호자 특보는 노조 간부 및 조합원들의 활동을 범죄화하여 다른 이들로 하여금 그들의 노동권 보장을 위해 노조에 가입하는 것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우려를 한다고 덧붙였다(para. 70).
3) 관행적 문제 : 국내법 불이행 및 국제법 위반
인권옹호자 특보는 또한 노조의 설립에 관해 사실상 허가제가 운영되고 있음에 우려를 표한다(para. 72). 노동조합의 조직‧가입에 대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5조는 ‘근로자는 자유로이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공무원과 교원에 대해서는 별도로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과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을 두고 있다. 그런데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한다는 이유로 법적 지위를 획득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러한 사실상 허가제는 노조 자율성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para. 72).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이하 ‘이주노조’)의 경우, 2005년부터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위해 활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법적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2007년 서울고등법원이 노조로 인정하였으나,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항소를 제기했고 대법원은 현재까지도 판결을 미루고 있다. 인권옹호자 특보는 그 결과로 이주노조가 지난 8년간 법적 지위가 없었으며 이주노동자의 단체교섭권과 파업권이 거부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한다(para. 84). 또한 법적 지위와 상관없이 모든 이주노동자의 결사권과 단체교섭권에 대한 기본적 권리를 보호할 것을 당국에 촉구한다(para. 86).
헌법 제21조는 모든 국민의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으며 그러한 자유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희망버스를 비롯하여 인권옹호자들이 주최하는 집회나 시위는 대다수의 경우 합리적이지 않은 사유와 절차를 근거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인권옹호자는 헌법에 보장된 신고제가 사실상 경찰에 의한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음을 우려하며 이러한 관행은 헌법 제21조에 대한 위반일뿐 아니라 인권옹호자 선언 제5조의 정신에도 어긋남을 강조한다(para. 39). 특히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6조(옥외집회 및 시위의 신고 등) 제1항과 제8조(집회 및 시위의 금지 또는 제한 통고), 제12조(교통 소통을 위한 제한)가 문제적이라고 지적한다(para. 40). 최근 시민사회 공간(civil society space)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명색이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인 한국정부는 이러한 국제적 흐름에 반하여 오히려 공공과 공익을 위한 활동공간을 축소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유엔 인권옹호자 선언 제5조
인권 및 기본적 자유를 증진, 보호하기 위하여, 모든 사람은 단독으로 또는 다른 사람과 공동으로 다음과 같은 국내외적 권리를 가진다:
가. 평화적 회합 또는 집회
나. 비정부기구, 협회, 또는 집단의 결성, 가입 및 참여
다. 비정부 또는 정부간 기구와의 소통
4) 무력 및 폭력 사용
인권옹호자 특보는 보고서에서 집회나 시위의 상황에서 경찰 등 국가는 과도한 무력 사용을 통해 평화로운 집회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한 사례들을 언급하고 있다(para. 42). 대표적인 사례만 해도 2009년 경찰이 거주자들을 폭력적으로 강제퇴거 시키는 과정에서 6명이 사망했던 용산참사, 한국전력공사가 고용한 노동자와 사설 경비용역들이 시위자에게 위협, 괴롭힘, 물리적 폭력 등을 행사한 밀양 765kV 송전탑 건설반대 현장, 평화로운 시위자에 대한 위협, 괴롭힘, 폭력적 대우와 해외 인권옹호자의 강제출국과 입국거부가 있었던 제주 강정 해군기지 건설반대 현장, 경찰이 최루가스와 물대포를 포함해 과도한 무력을 행사한 한진중공업과 희망버스 등 그 발생빈도와 인권침해 강도가 상당하다.
이에 대해 인권옹호자 특보는 경찰을 대상으로 유엔 ‘법집행공직자행동강령’과 ‘법집행관의 무력 및 화기 사용 기본원칙’ 등 기본적 인권기준에 대한 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para. 81). 재차 강조되어야 할 것은 바로 지극히 평화로운 방법으로 집회나 시위를 진행했음에도 괴롭힘과 언어적‧물리적 폭력이 가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며 심한 경우 인권옹호자들은 응급차에 실려가는 등 생명의 위협까지 느낀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히 원론적인 차원에서 집회‧시위에 대한 자유가 침해가 중요하다는 문제제기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생명권을 위협하고 자의적 체포나 구금 등 신체의 자유의 침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분명 매우 심각한 문제다.
인권옹호자 특보는 또한 경찰의 직접적인 무력행사 외에도 집회나 시위 주변에 경찰버스를 줄지어 주차하는 관행을 지적한다. 버스들이 경찰들의 이동을 위해 쓰인다는 점은 인지하나, 이는 지나가는 사람들로부터 시위를 막거나 숨기고 집회나 행진 참여자들을 위협하는 효과를 낳기 때문이다(para. 44). 이와 관련해 평화로운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 마이나 키아이(Maina Kiai)의 보고서를 언급하고 있는데, 이 보고서는 집회나 결사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반드시 필요할 경우에만 가해지고, 추구하는 목적에 부합해야한다고 재차 언급한다(A/HRC/20/27 para. 40). 또한, 모든 제한적 조치는 표적대상이 보고 들을 수 있는 위치에서 촉진되어야 한다고 덧붙인다.
유엔 안보협력기구(OSCE) 산하 민주제도 및 인권사무소(ODIHR)의
‘평화로운 집회의 자유에 대한 가이드라인’에 따른 6가지 원칙
원칙1. 집회 보장을 위한 간주
기본적 권리로써 평화로운 집회에 대한 자유는 가능한 한 규제없이 향유될 수 있어야 한다. 법률에 명시적으로 금지되지 않은 한 허용된다고 간주해야 하고 집회를 열고자 하는 이들에게 허가를 받도록 의무화해서는 안 된다. 법률로써 해당 자유의 보장을 위한 간주를 명확하고 명시적으로 확립해야 한다.
원칙2. 평화로운 집회를 보호해야 할 국가의 의무
국가는 집회의 자유가 실질적으로 향유될 수 있고 부당하게 행정적 규제를 받지 않도록 보장하기 위한 적절한 체계와 절차를 수립해야할 의무가 있다.
원칙3. 적법성
어떠한 제한도 법률상 공식적인 근거가 있어야 한다. 법 자체도 국제인권법에 부합해야 하며 충분히 구체적이어야 한다. 따라서 개인이 스스로의 행동이 법에 위반되는지, 위반에 따른 결과가 무엇인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원칙4. (비례)적절성
집회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비례)적절해야 한다. 당국은 정당한 목표를 추구하고, 그 달성을 위해 가장 침해적이지 않은 방법을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집회의 해산은 오직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 따라서 (비례)적절성의 원칙은 당국이 일상적으로 행진경로를 도시 외곽으로 설정하는 등과 같이 행사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결과를 초래하는 제한적 조치를 취하지 못하도록 한다. 법적 규제를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과도하게 포괄적인 경향이 있으며, 개별 사례의 특수한 상황들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비례)적절성 기준에 어긋난다.
원칙5. 참된 행정
모든 사회구성원은 어느 기구가 집회의 자유를 규제하였는지 알아야 하고, 이는 법률에 명시되어 있어야 한다. 규제당국은 모든 사회구성원이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적절히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하고, 접근가능하며 투명한 방법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원칙6. 비차별
가. 평화로운 집회의 자유는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데 있어서 관련 당국은 인종, 피부색, 성별, 언어, 종교, 정치 또는 기타 사상, 출신 국가 또는 사회, 재산, 출생 및 기타의 지위를 기반으로 개인이나 집단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 공공 집회 조직 및 참여에 대한 자유는 개인과 기업, 소수자 및 원주민, (무국적자과 난민, 망명신청자, 이주민, 관광객을 포함한) 내국인과 외국인, 여성과 남성, 정신장애인을 포함하여 완전한 법적 권한이 없는 사람 등 모두에게 보장되어야 한다.
나. 법률은 평화로운 집회에 참여하고 조직할 아동의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 아동의 발달능력을 적절히 고려하여 주최자 연령제한 또는 부모나 법적 후견인의 동의 요구와 같은 제한을 둘 수 있다.
다. 경찰 또는 군인의 집회의 자유는 그들의 의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 직무를 고려하여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한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
5)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해서 인권옹호자 특보는 조심스럽게 평가하고 있다. 인권옹호자들을 위한 전담관을 두고 인권에 대한 인식제고 및 교육캠페인을 활발히 전개한 것에 대해서는 만족스러우나, 최근 정부와의 독립성에 대해 시민사회로부터 비판을 받아왔고 때로는 독립성이 흔들린 것처럼 보인다고 표현하고 있다(para. 56). 이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정부로부터 기능적 자율성이 보장되지 못하고 있고, 국제조정위원회 승인소위원회(Sub-Committee on Accreditation of the International Coordinating Council)가 우려한 바와 같이 위원장과 위원들의 임명에 있어서 공식적으로 시민사회와의 공적 협의 및 그들의 참여를 허용하고 있지 않은 점 때문이다(para. 57). 또한, 인권옹호자들이 제기한 진정을 부당하게 무시하고 기각하였으며 지나치게 결정을 연기하고 인권옹호자들의 요구를 무시하는 경향에 대해 지적한다(para. 59).
시민사회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옹호자 보호 의무를 방기하는 경향은 크게 세 가지다. (1) 정부나 기업이 인권옹호자들을 탄압해도 이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방식, (2) 인권옹호자 탄압에 대한 진정을 무기한 연장하며 결정을 내리지 않는 방식, 그리고 (3) 인권옹호자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인권옹호자를 직접 탄압하는 방식이 있다. 대표적으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고공 크레인 농성을 하던 김진숙 씨에게 회사가 전기를 공급하지 않아 요청된 긴급구제에 대해 ‘위법한 활동’이라며 기각한 사례, 마포구청이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옹호하는 현수막을 거는 것을 거부한 차별사건에 대한 결정을 ‘자료가 부족하다’며 5개월이 넘도록 내리지 않은 사례, 2010년 장애인권 활동가들이 현병철 위원장 사퇴와 장애인 3대제도 개선을 요구하며 점거농성을 벌일 때 단전과 난방 중단 등 인권침해를 한 사례 등이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1조에 따라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그 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고 민주적 기본질서의 확립에 이바지 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때 ‘인권’의 정의에는 한국이 가입‧비준한 국제인권조약 및 국제관습법에서 인정하는 권리들도 포함한다(제2조). 비록 그 권한이 준사법적으로 한정되어 있으나, 국가인권위원회는 인권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기구이자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차별시정 및 인권보호를 촉진해야 하는 기구이다. 이 때문에 그 독립성은 기본적인 인권상황 및 인권옹호자들의 활동환경과 직결되어있는 문제로, 인권옹호자 특보뿐 아니라 UPR과 유엔 인권조약기구 심의 등을 통해 받은 권고들을 신중히 고려하여 반영해야할 것이다.
참고자료
1. 인권옹호자 선언
(원문) http://www.ohchr.org/Documents/Issues/Defenders/Declaration/declaration.pdf
(한글번역본) http://www.ohchr.org/Documents/Issues/Defenders/Declaration/DeclarationHRDKorean.pdf
2. 2013 한국 인권옹호자 실태 보고대회 자료집
http://www.peoplepower21.org/?module=file&act=procFileDownload&file_srl=1028076&sid=99b5aef9cc412b0c660ff7c577df2a3e
3. ‘평화로운 집회의 자유에 대한 가이드라인’ 원문
http://www.osce.org/odihr/24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