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종차별 특별보고관 방한과 한국의 인종차별 실태

2014-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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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인종차별 특별보고관 방한과 한국의 인종차별 실태

 

홍승기(KOCUN 활동가)


유엔 인종차별 특별보고관 무투마 루티에레(Mutuma Ruteere)가 9월 29일부터 10월 6일까지 인종차별 상황을 조사하기 위해 한국을 공식 방문했다. 특별보고관의 방문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시민사회단체들이 공동사무국을 결성하여 올해 4월부터 준비를 해왔고, 보고대회 개최, 보고서 작성, NGO면담 개최 등의 활동을 해왔다. 특별보고관은 방한 기간 동안 정부부처, 국가인권위원회, NGO 등과 면담을 가졌으며 지역방문을 통해 현장에서 피해자들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무투마 루티에레(Mutuma Ruteere) 인종차별 특별보고관

 

특별보고관 방한 첫날인 9월 29일에 공동사무국 단체들은 특별보고관과 면담을 가졌다. 공동사무국 단체들은 한국의 인종차별 상황과 관련 사례를 알 수 있도록 발표를 준비했고 특별보고관의 이해를 돕기 위해 동영상과 사진 등의 시각자료를 제공했다. 한국에서의 인종차별의 특성, 미디어 속 인종차별, 이주노동자, 결혼이주여성, 인신매매 등의 주제로 발표가 진행되었다. 예상보다 면담이 길어졌지만 특별보고관은 끝까지 진지한 자세로 면담에 임했고 단체들이 준비한 자료에 대한 감사를 표하며 이후에 지속적으로 협력하자고 말했다.

 

특별보고관은 인종차별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 10월 3일부터 4일까지 지역방문을 했다. 먼저 부산에서 베트남 어업노동자들과 만나 피해 사례에 대한 발표를 듣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연근해어선에서 일하는 어업노동자들의 경우, 외국인들은 한국인들과는 달리 어획량이나 어획금액을 미리 약속한 비율에 따라 나눠가지는 생산수당도 받지 못하고, 한국인들에 비해서 낮은 최저임금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가장 힘든 일을 시키며 가장 불편한 곳에 자도록 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한다. 게다가 이들은 한국인 선주, 선장 또는 선원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당하는 경우가 잦으며, 특히 올해 초 한 인도네시아 선원이 한국인 선원들에게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하고 방치되어 결국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 어선 근무의 폐쇄적 특성상 이러한 인권침해를 외부에 알리고 도움을 받기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창원에서는 목욕탕 출입을 금지 당했던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여성과 지도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한 중국인 유학생과 면담을 가졌다.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여성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목욕탕 주인으로부터 목욕탕 출입을 거부당했다. 여성은 자신이 한국국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지만 주인은 여성이 외국인 외모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손님들이 함께 목욕을 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낄 수 있고, 외국인이 물을 더럽힐 수 있고 에이즈 감염의 위험이 있다는 등의 말을 하면서 출입하지 못하게 했다. 여성은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한국에 인종차별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이러한 행동을 제지할 수 없었다고 한다.


중국인 유학생들이 지도교수로부터 지속적으로 부당대우를 받아왔으며 성추행을 수차례 당했다는 사실이 올해 알려졌다. 피해자의 말에 따르면 교수는 외국인 유학생들에게만 부당하게 개인업무를 시켰고 회식자리 참석을 강요하면서 성추행을 일삼았다고 한다. 낮은 학점을 받고 졸업을 하지 못하는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참고 지내다가, 결국 이에 대해 학교 측에 알렸지만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피해자들은 이후 기자회견을 열어 이 사건에 대해서 알렸고 현재 교수는 검찰에 고발된 상태이다.



▲ (좌) 공동사무국 단체들과의 회의 (우) 안산 캄보디아 농업노동자들과의 면담


특별보고관은 안산에서 캄보디아 농업노동자들과 면담을 가졌다. 이때 50명에 가까운 노동자들이 참석을 했고 자신의 피해 사례와 열악한 노동 환경에 대해 알리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많은 이들이 휴일 없이 장시간 근무를 하며 잠은 비닐하우스와 같은 곳에서 자고 있다고 했고, 심지어 제대로 된 화장실도 없어 땅에 구멍을 파서 용변을 본다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고용주들에게 상습적으로 폭언을 들으며 신체폭력, 성폭력에도 노출되어 있다고 한다. 농촌의 지리적 폐쇄성 때문에 농업노동자들도 어업노동자들과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어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시설과 멀리 떨어져 있고 인권침해에 대해 도움을 구하기 어렵다고 한다.

 

특별보고관은 지역방문 동안 적극적인 자세로 여러 피해자들과 이야기를 나눴고 그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

 

방한 마지막 일정으로 내외신 기자, 공동사무국 단체 등이 참가한 가운데 10월 6일 출국 전 기자회견이 열렸다. 특별보고관은 정부부처 장관들과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방한 중에 직접 만나지 못한 것은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특별보고관은 한국에서 이주노동자, 결혼이주자 등이 겪는 인종차별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고, 지역방문 중에 만난 피해자들의 상황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특별보고관은 다문화정책에 반대하는 단체들의 존재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특별보고관은 한국정부의 다문화정책이 한국인들을 역차별한다는 단체들의 주장에 대해서 들었지만, 확인한 결과 이러한 역차별은 없고 한국인들도 다문화정책이 아닌 일반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똑같은 혜택을 받고 있다고 했다. 특별보고관은 정부가 나서서 이러한 잘못된 믿음을 타파하고 한국에서의 인종차별 및 혐오 확산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특별보고관은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늘고 있기 때문에 교육 강화, 차별에 대한 통계자료 확보, 고용 관련 국내법 개선, 인종차별과 혐오에 대한 대중매체의 감수성 강화 등의 조치를 통해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 문제에 대응하는 것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했다. 또한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에 관한 국제협약’의 비준을 권고했고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특별보고관은 우리나라에서 외국인에 대한 대우나 인종차별 상황이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되었다고 말했다. 이것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특별보고관이 방한 중에 만난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여전히 충격적인 인권침해 사건이 많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많은 피해자들이 자신이 받은 인권침해에 대해 알리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사건이 있을지 모른다. 특히, 외국인 혐오 단체들의 활동이 노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우려할 만한 부분이고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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