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 LGBT에 대한 폭력과 차별에 주목하다

2015-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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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이사회, LGBT에 대한 폭력과 차별에 주목하다


유엔이 창설된지 70년만에 처음으로 LGBT(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 앞글자를 딴 것으로 성소수자를 의미)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 논의의 중심이 되었다. 지난 8월 24일, 유엔 안보리에서 LGBT 인권을 주제로 한 회의가 미국과 칠레의 공동주최로 열렸다. 회의는 비공식, 비공개로 진행되었고 유엔 193개 회원국 모두 초청되었다.


8월 24일, 유엔 안보리 비공식 회의


안보리에서 LGBT 인권에 관한 회의가 열리게 된 배경에는 이슬람 국가(Islamic State of Iraq and the Levant, ISIL)가 있다. ISIL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영토를 점령하며 칼리프 국가 설립을 선언한 무장단체이다. 이들은 여성, 아동, 종교적 소수자뿐만 아니라 LGBT를 표적으로 삼아 인권침해를 자행하고 있다.

 

ISIL은 작년부터 최소 30명을 ''남색(sodomy)'' 혐의로 처형한 것으로 알려졌다. ISIL은 석살(stoning), 총살, 참수, 높은 건물에서 떨어뜨리는 방식 등으로 처형을 했으며, 이러한 처형의 모습을 영상과 사진으로 담아 온라인에 올리기까지 했다. ISIL이 점령한 지역의 LGBT 공동체는 이러한 탄압을 두려워하고 있어 신분을 밝히고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회의에서 이라크인 아드난과 시리아인 수비히 나하스가 자신들이 경험한, 또 여전히 이들이 살던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LGBT 탄압에 대해 증언을 했다. 이들은 게이라는 이유로 ISIL의 표적이 되었고 죽임을 당하지 않기 위해 살고 있는 곳을 떠났다. 수비히 나하스는 직접 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했고, 아드난 아직 안전이 완전히 보장되지 않은 상황 때문에 전화로 증언을 했다.

 

또 이날 LGBT 인권 보호를 위해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국제사회가 어떻게 대응하여 LGBT에 대한 편견과 폭력을 없앨 수 있는지, 어떻게 LGBT의 동등한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여전한 차별과 탄압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2011년에 발간한 LGBT에 대한 폭력과 차별에 관한 보고서에 의하면 76여개의 국가에서 합의하에 이루어진 동성 간의 성관계를 범죄화하며, 감옥형부터 시작해서 사형에 이르는 처벌을 가하고 있다. 한편, 법적인 처벌이 따르지 않더라도 사회적 차별이 존재하는 나라도 많다.

 

한국에서도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지난 6월 서울광장에서 열린 퀴어축제에 대해 김현웅 법무부장관은 “표현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하지만 사회·전통적 가치 규범에 맞지 않아 제한을 가해야 한다고 본다”라고 했으며, "우리나라는 여러 가지 상황으로 봐서는 동성 결혼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라는 발언도 했다.

 

또 최근 광복 70주년 행사를 위해 재미교포 4세 캐드린 시안이 초대된 일이 있었다. 캐드린 시안은 독립운동가의 후손으로 국가보훈처와 광복 70주년 사업추진회가 주관한 ‘국외 거주 독립유공자 후손 초청 행사’에 참가하게 되었다. 캐드린 시안은 동성 파트너와 동행을 하고 싶다고 사업을 추진하던 민간업체에 요청을 했으나 거절되었다. 막상 한국에 와보니 다른 초청자들은 모두 가족과 동행했다. 동행을 요청한 파트너와 합법적인 결혼 관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차별을 경험했다.

 

LGBT 인권 증진을 위한 노력


OHCHR에서는 2013년 LGBT에 대한 인식과 존중을 제고하기 위한 범세계적 교육캠페인을 개시했다. ‘Free & Equal’이라는 이름의 이 캠페인은 동성애 혐오(homophobia)와 트랜스포비아(transphobia)를 방지하기 위한 법 개혁과 공교육의 필요성과 LGBT 존중에 중점을 두고 있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올해 성소수자차별반대의 날 즈음하여 뉴욕 타임즈 스퀘어의 대형 전광판에 LGBT 인식제고를 위해 제작한 영상을 상영하기도 했다. 또 지난 8월 피지에서 ''Free and Equal''의 태평양 지역 캠페인 개시 행사를 개최했다.


 Free and Equal 캠페인 로고


미국 연방 대법원에서는 지난 6월 동성결혼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전까지는 일부 주에서만 동성 결혼이 허용되었지만, 이 결정으로 미국 전역에서 동성 결혼이 가능하게 되었다.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은 판결문을 통해 “결혼은 한 국가의 사회적 질서의 이정표”라며 “동성 커플이건 이성 커플이건 이러한 원칙을 존중하는 데에는 차이가 없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진선미 의원이 생활동반자법을 발의하려고 하고 있다. 생활동반자법은 동거·사실혼·동성커플 등 ‘법률이 인정하는 결혼’ 밖의 사람들에게 법적인 권리를 부여하는 법이다. 차별금지법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생활동반자법의 추진을 반대하는 움직임이 있어 상당한 난항이 있을 것이라 예상되지만, 앞으로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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