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33차 인권이사회 참관후기 - 반올림 권영은 활동가

2016-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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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3차 유엔 인권이사회 유해물질 특보 활동후기





권영은(반올림 집행위원장, 유엔인권이사회 참석 당사자)



     유엔인권이사회에 참석 전 강남역 8번 출구에 있는 반올림 농성장이 한참 분주했습니다. 방진복 소녀 배지, 다큐멘터리 <탐욕의 제국> CD, 방진복 소녀 피켓, 한국 중국 대만 유해물질 노출 피해자 사진, 방진복, 삼성전자 반도체와 LCD에서 일하다가 각종 암이나 희귀난치성 질환에 걸려 돌아가신 76명의 영정 사진이 담긴 현수막 등, 챙기다 보니 28인치 여행가방 한쪽이 가득찼습니다. 피해자 가족과 반올림 활동가들이 삼성직업병 문제를 잘 알리고 오라며 반올림에서 혼자가는 저를 위해 준비물을 살뜰히도 챙겨주었습니다.

무거운 짐에 20여 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스위스 제네바까지 간 이유는 유엔인권이사회에서 화학물질로 인한 인권피해를 고발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홍콩 활동가도 함께 하며 중국, 대만 등 동북아 노동자들의 유사 피해 사례도 알릴 예정이었습니다. 유해화학물질과 폐기물에 관한 유엔 특별보고관의 공식 보고서 발표에 맞추어 한국의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유엔인권정책센터와 중국의 Labour Action China 등의 공익 엔지오들은 제네바 현지에서 기자회견, 퍼포먼스, 토론회 등으로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기업과 정부 및 유엔 등 국제기구의 책임을 촉구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기자회견과 퍼포먼스

     9월 14일 (수) 오후 2시부터 International Service for Human Rights(ISHR) 회의실에서 언론 및 시민사회단체 초청 공개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한국,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스위스 한 공영 방송에서 관심을 갖고 취재했습니다. 작년 3월 황유미 8주기 행사에 참석하고 피해자들을 취재한 영상을 보여주며 삼성과의 교섭과 농성 상황을 궁금해했습니다. 위험이 한국에서 중국으로 규제가 더 약한 곳으로 이동하고 있는 점에 흥미로워했습니다.

이어 제네바 유엔본부 앞 Place des Nations 광장에서 진행한 유해화학물질 인권 피해 홍보 퍼포먼스에는 동북아시아에서 유해물질로 인해 건강과 생명을 잃은 이가 많다는 것을 알렸습니다. 삼성, 레킷 벤카이저, RCA 기업은 유해물질을 잘못 관리하여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고 있다고. 그럼에도 기업은 사과도 보상도 제대로 하지 않다고 방진복 퍼포먼스를 펼쳤습니다. 지나가는 시민들이 쓰러지는 퍼포먼스에 관심을 갖고 보기도 하고, 촬영도 했습니다. 유엔인권정책센터 유엔인권연수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과 홍콩 활동가가 자신의 몸에 돌아가신 분의 사진을 붙이고,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쓰러지는 장면은 퍼포먼스 내내 뭉클했습니다. 더이상 유해물질노출로 인한 피해가 나와서는 안 된다는 외침을 온몸으로 전하는 순간이었습니다.

9월 15일 (목) 유해화학물질과 폐기물에 관한 유엔 특별보고관 보고서 발표가 있었습니다. 유해물질 및 폐기물 처리 관련 바스쿠트 툰작 특별보고관은 지난해 10월 한국을 공식 방문해 삼성전자 반도체 직업병에 대한 조사를 벌인 뒤 권고사항을 포함해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33차 정기회의에서 이 보고서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보고서는 반도체 직업병, 가습기 살균제, 화학물질 정보공개, 산재보상 입증책임 등의 여러 이슈들에 대해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검토 내용과 권고 의견들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삼성전자직업병문제에 대해 영업비밀에 의한 화학물질 자료제출거부 및 정보은폐, 피해자 보상에 대한 일방성과 폐쇄성을 지적하며 개선을 권고하였습니다. 또한 한국정부에게는 직업병피해자들의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이 기업들보다 못함을 지적하며 개선을 촉구했습니다.


유엔특보의 이례적인 언급

     유해물질 유엔 특별 보고관은 “지난주 한국 언론들이 잘못 전달한 내용이 있어 이 기회에 특별히 한 가지를 강조하고 싶다”라며 “삼성전자나 대한민국 정부 어느쪽도 노동환경이 안전함을 입증하지 못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제네바에 오기 전까지 한국 언론의 오보로 걱정이 컸는데, 다행이었습니다.

 I would like to take this opportunity to emphasize one point in particular because it has been misrepresented in the Korean media the past week. neither Samsung Electronics nor the Government of the Republic of Korea demonstrated that working conditions were safe. They did not demonstrate that working conditions did not kill or injure over 120 victims that Samsung Electronics compensated recently.

33차 유엔인권이사회가 열리기 전 9월 11일 연합뉴스를 시작으로 30여개 언론사들이 일제히 약속이라도 한듯 [유엔인권보고서 '삼성의 백혈병 문제 해결 노력을 인정”]라는 제목과 관련 내용으로 왜곡보도들을 일제히 쏟아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에 대해서는 기업에 사과, 보상하라고 권고한 특보가, 삼성직업병 문제에 대해서는 삼성이 노력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니 믿기 힘든 기사였습니다. 또한 유엔인권이사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결과 보고서를 영어라는 이유로 엉터리로 전하다니 한국의 국민을 무시하는 일이었습니다. 한국 언론의 오보 소식은 특보에게 전해졌고, 특보는 33차 유엔인권이사회 자리에서 이례적으로 언급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한겨레 기고까지 합니다. [바스쿠트 툰작, 유해물질과 폐기물 처리 관련 유엔 인권특별보고관, [시론] 끝나지 않은 임무]


‘삼성전자’ 단어 하나 없는 한국 정부의 발언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한국 정부의 발언을 정리하면 “정부 노력 하고 있다. 유해물질 위험 관리하고 강제하고자 법과 제도도 만들었다. 문제가 재발 않도록 방지 노력하고 있다.”였습니다.

My Government has been making its best effort to implement the obligations to protect and promote human rights under the international human rights instruments. Recognizing that it is a primary duty of government to protect people from dangers of hazardous substances, the Korean Government has enacted necessary legislations, established relevant institutions, and applied measures to prevent and manage the risks of hazardous substances. We are reinforcing our efforts to prevent recurrence of incidents and to realize victims’ right to an effective remedy for the harm caused by hazardous substances.

문제의 주체와 내용, 해결 과정 모두 사라지고, ‘문제 없도록 하고 있다’는 발언이 다였습니다. 화가 났습니다. 정부 발언이 끝나고 “잘 들었다”고 인사를 했습니다. 국제기구 담당자(외교부)는 정부의 입장이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반올림이) 많이 애써달라. 그래도 국가인권위에서 잘 말하지 않았냐. 기업도 있고하니 고려해야 한다. 여론을 많이 의식하고 있다. 더디지만 변화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반올림이 삼성직업병 문제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며 삼성본관 앞에서 1년 가까이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농성 중에도 너무 애가 타서 삼성직업병 문제를 국제 사회에 알리려 왔는데, 정부 발언 듣고 더 애가 탑니다. 경제적 성장에 비해 인권 감수성이 너무 떨어진, 한국 정부 성숙해지길 바랍니다. 또 뵙겠습니다'라고 화를 누르며 말했습니다.

유엔인권이사회 건물 밖에 경치가 그토록 좋고, 경비가 왜 그렇게 삼엄한 지 알 것 같습니다. 전세계에서 일어나는 인권문제를 단 2주안에 다루며, 시민단체, 정부, 특보들이 보이지 않는 전쟁 중이니 머리를 식히고 마음을 가라앉힐 방법이 필요한 것 같았습니다.





언론, 삼성, 정부의 엉터리 3박자는 한국에서만

     유엔인권이사회에서 만난 인권전문가들은 한국의 언론 왜곡 사례에 대해 알고 있었고, 언론 현실에 코웃음을 쳤습니다. ‘삼성’ 단어를 한 번도 언급하지 않으면서 “기업이 법에 따라 잘 하도록 하고 있다”는 정부의 발언에도 ‘한국 정부가 그렇지’라는 반응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삼성직업병 문제를 9 년 동안 무시하고 돈으로 덮으려는 삼성, 제대로 관리 감독도 하지 않은 정부, 그리고 사실을 왜곡해온 언론의 3박자는 한국 안에서만 벌어지는 침묵의 카르텔이었습니다. 유해물질의 잘못된 관리로 인한 피해와 기업과 정부의 책임을 국제 사회는 이미 아는 것은 물론 해결방안을 고민해나가고 있었습니다.


유해화학물질 인권 피해 전시 및 토론회

     9월 16일 (금) 오후 3~4시 유해화학물질 인권 피해 전시 및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미리 유엔본부 곳곳에 붙여둔 홍보물을 보거나, ‘동북아 유해물질 인권침해’에 관심을 둔 국제기구, 시민단체, 언론 등이 참석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대만 RCA 피해자, 삼성직업병 피해자, 중국 유해화학물질 피해자 사진을 보드 두 개에 가득 붙이고, 76명의 삼성직업병 사망자 현수막을 큰 책상위에 펼쳐두었습니다. 그 옆에 자료집과 배지를 놓았습니다. 유엔특보의 발표와 홍콩 활동가의 중국, 대만의 사례 발표 이후 반올림 발표 차례가 되었습니다. 


‘영업비밀’과 ‘이중 잣대’

     삼성반도체와 LCD에서 일하다가 현재까지 각종 암과 희귀난치성 질환에 걸렸다고 반올림에 제보한 수만해도 230명이 넘고, 그 중 76명이 사망했습니다. 반올림에 제보한 삼성 출신의 피해자 중 단 4%만이 정부나 법원으로부터 산재로 인정받았을 뿐입니다. ‘입증책임과 ‘영업비밀’의 벽 때문입니다. 기업이 ‘영업비밀’을 남용하며 정보를 주지 않는대로 산재를 입증해야 하는 책임이 노동자에게 있다는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또 EU에는 신화학물질 관리법인 REACH 에 따라 2007년부터 “No data, No market' 슬로건을 걸고 유해물질 정보 없이 시장에 유통될 수 없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으나, 한국은 'No data, No problem”인 현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삼성직업병 문제는 유해물질에 대한 정보나 관리 없이도 얼마든지 유통될 수 있고 또 ‘영업비밀’로 얼마든지 책임을 피해나갈 수 있는 현실 때문에 벌어진 참사라고 언급했습니다.

피해자들이 거리에서 1년 가까이 삼성의 책임을 촉구하는 농성을 벌인다며 발표 사진을 농성장 장면으로 바꾸었다 그만 울컥해버렸습니다. 유엔의 목소리를 너무나 절실히 기다리며, 추석 명절인데도 매연 가득한 강남거리에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생각하니 눈물이 안 날 수 없었습니다. 울먹이며 특별보고관의 권고사항을 삼성과 정부는 성실히 수행하여 더 이상의 고통과 죽음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호소하였습니다.


그 외의 만남과 간담회

     국제노동기구, 기업과 인권 워킹그룹, 노동안전보건 국제 네트워크와의 만남도 있었습니다. 유엔특보가 한국을 방문한 이번 경우가 아니라도 삼성직업병 문제를 지속적으로 알리고, 전세계의 유해물질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고민을 나누었습니다. 한국정부가 유엔의 목소리를 좀체 듣지 않는다 하더라도 유엔 메커니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시민단체에 필요하다는 조언을 듣기도 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고, 발표를 준비했던 카페 곳곳은 우리처럼 공식 발표 2분의 기회를 위해 전세계에서 온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샌드위치를 먹으며 열심히 발표를 준비하거나, 자국의 상황을 진지하게 전하느라 늘 분주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와 삼성직업병 문제가 즉석에서 만나 얘기 나눌 수 있는 곳, 국내의 지난했던 문제가 짧은 글로 요약되어 전해지되 어떻게 하면 변화를 이루어낼 수 있을지 고민하는 자리가 유엔인권이사회였습니다.

이번 유엔인권이사회 참석은 유엔인권정책센터와 함께여서 도움이 컸습니다. 삼성직업병 문제를 알리려는 마음은 가득하지만, 능통하지 않은 영어와 익숙하지 않은 유엔메커니즘의 벽을 유엔인권정책센터가 허물어줬습니다. 또 반올림의 싸움을 이전엔 잘 접해보지 않았을 수 있는 유엔인권연수생들의 참여와 퍼포먼스는 훌륭했습니다. 우리 모두 유해화학물질의 잠재적인 피해자로, 위험을 줄이는 노력을 함께 하자는 퍼포먼스의 발언처럼 33차 유엔인권이사회 임무를 함께 잘 수행하고 왔습니다. 앞으로 유엔인권정책센터와의 연대가 더 깊어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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