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네비] 테러방지에 관한 국제인권원칙과 기준

2015-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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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 2015. 12. 2(수) | 03호 | 키워드 : 테러방지



테러방지에 관한 국제인권원칙과 기준



최근 이슬람국가(IS)가 자행하고 있는 특히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잔혹행위와 무분별한 테러 사건이 연이어 터져나오며 테러에 관한 국제적인 분노와 공포가 정점에 달했다. 이 때문에 테러방지는 각국 정부는 물론, 국제사회에게 있어서도 최우선순위 의제가 되었다.


그러나 유엔인권최고대표를 비롯한 유엔의 인권전문가들은 지속적으로 모든 유엔 회원국들이 국내 사회구성원들을 폭력과 공포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의무가 있음과 동시에 국제인권기준을 준수해야할 의무가 있으며, 인권을 타협하며 테러방지를 위한 법률 및 조치를 채택할 경우, 오히려 사회불안정이 심화되고 결코 테러방지 조치들의 효과성이 증대되지 않는다고 지적해왔다.


테러방지를 위한 노력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다만, 그 방법에 있어서 분명히 인권적인 접근이 존재하며 국가들이 이를 지키도록 촉구할 뿐이다.



원칙 1. ‘테러’의 정의는 명확해야 한다.


2010년, 유엔 테러방지와 인권의 증진 및 보호에 관한 특별보고관(이하 테러방지 특보)은 단순히 인질을 붙잡거나 한 명 또는 그 이상의 사회구성원이 사망 또는 부상을 입은 행위 또는 행위의 결과만을 기준으로 특정한 행위를 테러로 규정할 수 없으며 집단적인 공포 상황을 유발하는 등의 구체적인 목적과 고의성, 그리고 국제적 기준 및 국내법에 따른 위법성과 그 정도를 함께 고려한 매우 명확한 정의가 필요함을 이미 권고한 바 있다. 이는 테러의 정의가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을 시 국가에 의한 자의적이거나 차별적인 조치로 이어질 수 있음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원칙 2. ‘테러단체’가 자의적으로 지정되지 않도록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테러단체’는 명확하고 올바르게 정의된 테러를 직접 수행, 촉진했거나 그에 참여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이유에 기반하여 엄격하게 심의하여 지정되어야 한다. 즉, 단체에의 소속과 테러 간의 연계성이 명확하고 충분히 입증되어야 한다.


그러한 엄격한 과정을 거쳤다 하더라도 지정된 단체는 지정의 해제 또는 지정에 따른 불이익 및 제재조치의 집행을 중지하도록 요청할 수 있어야 하며, 그에 따른 결정은 다시 한 번 사법기관의 검토를 거치는 등의 2중, 3중의 보호막이 필요하다. 인권이 침해되었을 때 그에 대한 구제를 보장받아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특정 집단, 특히 사회적 소수자 집단에 대한 자의적인 ‘테러단체’ 지정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보장하는 효과적인 안전장치는 필수적이다.


원칙 3. 범죄 퇴치와 관련된 일반적 조치가 특수한 조치보다 우선이다.


‘테러방지’라고 해서 무조건 특수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대단한 착각이다. 테러방지 특보는 테러방지를 위한 조치가 가능한 최대한도로 범죄 퇴치의 기능을 수행하는 민정당국(civilian authority)이 일반적 권한을 행사하는 차원에서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비상지휘권 역시 당장 국가의 존립에 위협이 되는 공식적인 비상사태인 경우가 아니라면 단순한 테러의 발생이 그러한 권한을 촉발시키지 않는다고 분명히 한다.


원칙 4. 특수한 조치의 종료 시점 또는 조건이 명시되어야 한다.


2015년, 유엔인권최고대표는 테러에 따른 위기상황 또는 극단적인 정치적 긴장 상황이 영속적이지 않는 다는 점을 인지하고 반테러 조치가 구체적이고, 한시적인 적용 기간을 정해두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 때문에 테러방지법은 예외적인 조치에 대해 반드시 일몰조항(sunset clause)을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고 권고한다.


원칙 5. 정보기관의 역할 및 권한에 대한 견제는 필수적이다.


유엔인권최고대표는 또한 테러방지법에 따라 정보기관이 체포, 구금, 수색 및 압수 등에 대한 권한을 부적절히 부여받거나 권한의 남용으로 인한 인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장치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특히, 광범위한 감청에 따른 사생활에 대한 권리의 불법적인 침해와 정부기관 간 개인정보의 공유 확대 등의 조치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원칙 6. 입법 이전에 국제인권법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7개 국제인권조약의 당사국이다. 따라서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거나 기존의 법률을 개정할 때에는 예외없이 모든 비준한 국제인권조약과의 부합성을 검토하고, 그에 부합하지 않는 입법활동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보장할 의무가 있다. 정부는 서면을 통해 입법기관이 국제인권법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조항에 대하여 반드시 인지하도록 해야하며, 입법기관 역시 협약이행의무를 가진 주체로서 독립적으로 그에 대한 신중한 검토를 진행해야 한다.


원칙 7. 입법 이전에 모든 이해관계자와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협의를 해야한다.


우리나라가 유엔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써 주요하게 활동하고 있는 분야인 ‘인권, 민주주의, 그리고 법치주의’가 보장되는 사회에서는 모든 입법 및 정책 과정에서 사회구성원들과의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협의가 진행되어야 한다. 테러방지법의 경우, ‘국가안보’ 또는 ‘국민안전’이라는 모호하고 원론적인 가치를 앞세워 사회구성원들의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특히 높기 때문에,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완전한 참여에 기반한 충분한 협의를 보장해야 한다.


원칙 8. 테러방지를 위한 법과 조치는 정기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테러방지 특보는 정부가 테러방지법과 그 이행을 위한 조치들을 검토할 독립적인 개인 또는 기관을 임명하여 12개월마다 정기적으로 법률과 그 이행을 검토하고 행정 및 입법기관에게 보고할 의무를 부여할 것을 강조한다. 또한 특정 기관에게 특수한 권한이 부여되었다면, 그러한 권한은 효력이 발생한 지 12개월 이전에 입법기관이 갱신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지난 6월, 한국 정부는 유엔인권이사회 반테러에 관한 주제의 회의에서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는 반테러 조치를 취하겠노라 공언했다. 또한 올해 11월 가장 높은 수준의 국제인권기준을 지키겠노라 자발적으로 공언하며 유엔인권이사회 이사국 재임에 성공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테러방지법 제정안과 관련하여 한국 정부는 국제적 약속을 지켜야 할 것이며 더 늦기 전에 최소한의 국제인권기준을 준수하기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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