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네비] 용산참사 7주기, 정부를 위한 가이드라인

2016-01-22
조회수 1732


발행 : 2016. 1. 21(목) | 04호 | 키워드 : 주거권, 강제퇴거, 주거안정

  

용산참사 7주기, 정부를 위한 가이드라인

 

2009년 1월 20일, 6명이 목숨을 잃었고 23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른바 ‘용산참사’가 일어난 7년 전, 정부가 아래 내용들만 제대로 숙지하고 따랐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수 있는 일이었다. 영세한 세입자의 권리는 정부 및 기업의 개발사업에 있어서 걸림돌로 인식되어서는 안 되며, 정부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약칭 사회권규약) 비준 당사국으로써 모든 사회구성원들의 적절한 주거에 대한 권리를 보장해야할 의무를 가진 주체이다.

 

유엔 적절한 생활수준에 대한 권리의 한 요소로써의 적절한 주거와 그러한 맥락에서의 비차별에 대한 권리에 관한 특별보고관(Special Rapporteur on adequate housing as a component of the right to an adequate standard of living, and on the right to non-discrimination in this context, 이하 주거권 특보)은 2007년과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개발에 따른 강제퇴거와 도시빈민을 위한 주거점유의 보장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아래 내용은 두 가지 문서를 재구성하여 요약한 것이다.

 

강제퇴거와 주거점유 보장

 

국제인권법과 기준은 모든 형태의 퇴거를 금지하고 있지 않다. 다만 강제퇴거(forced eviction)를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그를 엄격히 금지한다.

 

주거권 특보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강제퇴거란 ‘개인, 집단 또는 지역사회를 그들이 점유하거나 의존하고 있던 주거지, 토지 및 공동소유자원으로부터 강제적 또는 비자의적으로 분리시킴으로써, 그들이 특정한 주택, 거주지 또는 장소에 거주하거나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제거 또는 제한하고 적절한 형태의 법적 또는 기타 보호에 대한 접근을 제공하지 않는 행위 또는 누락’이다.

 

강제퇴거를 금지하는 이유는 그에 따른 엄청난 인권침해에 있다. 개인의 입장에서는 적절한 주거, 식량, 식수, 건강, 교육, 노동, 개인의 안위, 주거 안전, 잔혹한, 비인도적이거나 굴욕적인 대우로부터의 자유, 이동의 자유 등을 포함하여 폭넓은 삶의 영역에서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더 나아가 사회적으로는 불평등과 사회적 갈등, 분리(segregation), 빈민화(“ghettoization”)가 심화되며, 특히 가장 빈곤하고 취약한 사회계층은 그 풍파를 면하기 어렵다.

 

만일 퇴거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면, 그것이 국제인권법상 금지되는 강제퇴거에 해당되지 않으려면 아래의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물론, 당사자가 해당 주택 또는 부동산에 대하여 소유권이 있는지 여부는 관계없다.

  • 법적으로 승인이 되어야 한다.
  • 국제인권법과 부합해야 한다.
  • 가장 취약한 계층의 인권보장을 촉진할 목적으로만 진행되어야 한다.
  • 합리적이고 비례적이어야 한다.
  • 완전하고 공정한 배상과 사회복귀(rehabilitation)가 보장되도록 규제되어야 한다.
  • 본 가이드라인에 부합하여 집행되어야 한다.

 

주거점유의 보장(security of tenure)은 적절한 주거에 대한 권리의 핵심을 이루며 다른 권리를 향유하는데 있어서 역시 필수적인 요소로 인식된다. 이 개념은 단순히 강제퇴거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신의 주거지를 접근하고 누리는 것을 넘어 이를 토대로 자신의 주택 및 생활조건을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을 포함한다.

 

소유가 아닌 점유에 주목한 이유가 있다. 보다 많은 사람들, 특히 가장 빈곤하고 취약한 사람들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때문에 주거권 특보는 다양한 점유 형태를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특히 다음의 형태를 언급한다.

  • 점유권(possession rights): 법으로 정해진 기간 동안 이른바 ‘불법 점유’를 통해 공적, 사적, 또는 지역사회의 토지와 주택을 점유한 경우, 거주자들의 권리를 부재한 소유자 또는 국가의 권리보다 우선시하는 것. 점유권 인정을 위한 행정적 및 사법적 절차는 간단하고 신속하며 저렴한 비용이어야 한다. 단, 소유자가 강제적으로 분리되거나 도피한 경우에는 점유권이 소유자의 ‘돌아올 권리(right to return)’를 막아서는 안 된다.
  • 사용권(use rights): 특정한 조건 하에서 주거에 대한 필요를 충족하기 위하여 공적 또는 사적 소유물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고 보호하는 것.
  • 임대: 정부는 공공임대 제공을 넘어 도시빈민을 위한 사적 임대를 촉진하기 위하여 다양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저소득 세입자에게 주거공간을 제공할 경우, 세제 혜택 부여, 임대료 미지급에 따른 보험 설계, 헌 건물 수리를 위한 보조금 또는 저금리 대출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저소득 세입자에게는 주거지원금을 제공하는 방법 등이 있다.
  • 자유소유권(freehold ownership): 개인 소유자들이 압류의 결과로서 주택을 상실하고 노숙 상태에 놓이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
  • 공동점유(collective tenure): 이에는 주거협동조합, 공동체토지신탁, 그리고 이 둘을 혼합한 형태 등이 존재한다. 공동점유의 경우 절차적 비용과 유지보수 비용 분담, 집단대출 가능성, 높은 안정성 등에 있어서 이점이 있다.

 

정부의 존재 이유는 소수자의 주거권 보호에 있다

 

우리는 주로 재개발 사업을 강행하는 모습의 정부를 봐왔기에 정부의 역할에 대한 상상력이 막히곤 한다. 그러나 본래 정부의 존재 이유는 사회구성원, 특히 소수자의 주거권 보호에 있다. 정부가 직접 사회구성원들의 주거권을 침해하지 않아야 됨은 물론, 정부는 기업과 국제금융기관, 토지소유주 등으로부터의 보호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또한, 비록 모든 퇴거가 금지되지 않는다 해도 정부는 강제성의 여부와 관계없이 가능한 퇴거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한 전략을 모색하는데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일례로, 사회권규약의 비준 당사국은 ‘가용자원의 최대한도(maximum available resources)’를 동원하여 규약상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데, 주거권 특보는 이러한 자원에 국가소유의 토지가 포함됨을 지적하며 그러한 토지에 거주하고 있고 다른 주거대책이 없는 가정과 공동체는 원상태 그대로 보호받아야 한다고 제시한다.

 

정부 차원에서 가장 선행되어야 할 것은 상황에 대한 조사이다. 현재 어떠한 점유형태가 존재하는지, 각 점유형태에 따른 안정성의 정도는 어떠한지, 그리고 주거 불안정성을 야기하는 원인은 무엇인지 등을 규명해야 한다. 당연히 조사의 결과는 접근가능한 형태로 공개되어야 한다.

 

만일 위에 언급된 요건을 충족하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로 퇴거가 진행되어야 한다면, 정부는 다음의 모든 절차를 빠짐없이 밟아야 한다.

  • 가능한 모든 대안책을 완전히 모색해야 한다. 퇴거 결정 이전에, 퇴거가 불가피하며 국제인권법과 부합함을 입증해야 한다.
  • 잠정적으로 영향을 받을 모든 사람들에게 퇴거가 고려되고 있음과 계획 및 대안에 관한 공청회가 있을 예정임을 적절히 고지해야 한다.
  • 퇴거와 관련한 모든 결정은 사전에 서면으로서 공표되어야 한다. 퇴거 고지에는 합리적인 대안의 부재, 구체적인 대안책, 대안책이 없는 경우 퇴거의 악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치 등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
  • 토지대장과 포괄적인 재정착 계획 등 관련된 정보를 사전에 효과적으로 배포해야 한다.
  • 제안된 계획에 대하여 공청회를 열고 의견을 교환하며 반대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두어야 한다.
  • 영향을 받을 사람들에게 자신의 권리와 선택권에 관한 법적, 기술적 및 기타 자문이 제공될 수 있도록 촉진해야 한다.
  • 당사자와 그들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퇴거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고 대안적 제안, 요구 및 개발 우선순위를 제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가장 기본적으로 단순히 퇴거뿐 아니라 도시개발의 전 과정에 당사자의 완전한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퇴거 집행에도 원칙이 있다

 

‘용산참사’가 ‘참사’가 된 직접적인 이유는 진압과정에 있었다. 이는 큰 범주에서 퇴거 집행단계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주거권 특보는 가이드라인에 퇴거를 집행하는 과정에서의 원칙도 포함했다.

 

우선 퇴거 집행 당시, 공무원 또는 그들을 대표하는 사람들은 필수적으로 현장에 있어야 한다. 그들은 퇴거를 당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야 하며 퇴거 행위에 대한 공식 승인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또한, 요청이 있는 경우 중립적인 참관자들이 현장을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무력의 사용은 철저히 필요성과 비례성의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 또한 퇴거는 궂은 날씨 속, 한밤중에, 축제 또는 종교 휴일, 선거 이전, 학교 시험 기간 직전 또는 도중에 집행되어서는 안 된다.

 

충분한 보상과 재정착 지원은 무엇인가

 

퇴거 직후 정부와 책임이 있는 주체들은 정당한 보상과 충분한 대안적 주거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재정착 공간은 국제인권법상 다음의 요건, 즉 적절한 주거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 주거점유 보장
  • 식수, 전기, 위생 및 세정시설, 식량보관 수단, 쓰레기 처리장, 하수시설, 긴급서비스 등의 기본적인 서비스, 물품, 시설 및 인프라
  • 감당할 수 있는 비용(affordable)
  • 적절한 공간, 추위·습기·열·비·바람 등으로부터의 보호 등을 제공하는 ‘살만한’ 공간
  • 취약계층을 위한 접근성
  • 고용 기회, 의료보건서비스, 학교, 아동보호센터 등 사회시설에 대한 접근성
  • 문화적 적절성

 

이러한 재정착은 절대 포괄적인 재정착 정책이 마련되기 이전에 이루어져서는 안 되며, 퇴거와 재정착에 따른 모든 비용은 법적으로 그를 제안하고 집행하는 주체가 부담해야 한다. 재정착을 하는 사람들은 생활조건의 지속적인 개선에 대한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하며, 근무지 또는 필수적 서비스를 접근하는데 과도한 시간적·경제적 부담을 안아서는 안 된다.

 

이와 더불어 강제퇴거가 집행된 경우에는 시의적절한 구제에 대한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적절한 구제에는 공정한 재판, 변호사에 대한 접근, 법적 조력, 귀환, 배·보상, 재정착, 사회복귀 등이 포함된다. 금전적으로 산정할 수 있는 배상에는 단순히 자산과 재화뿐 아니라, 신체적·정신적 손상과 손실된 다양한 측면의 기회들도 포함된다. 즉, 3개월 분의 휴업보상금과 4개월 분의 주거이전비는 택도 없었다.

 

7년 후 지금, 아직도 달라진 것은 없다

 

지금 이 시각, 당시 용산참사 발생 이후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한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은 경북 경주시 국회의원 예비후보로 나선 상황이다. 2013년, 그는 정권 교체와 함께 공기업 사장으로 취임하여 이미 한 차례 유가족들과 시민사회의 원성을 산 바 있다. 과잉진압과 폭력진압 논란을 빚었던 사건을 지휘하고 그 결과 6명이 목숨을 잃었던 것에 대한 책임과 무게가 한없이 가볍다. 불처벌의 문화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그래야 앞으로 제2의, 제3의 용산참사가 발생되지 않을 수 있다.


  • (04542) 서울시 중구 청계천로 100, 서관 10층 1058호(수표동, 시그니처타워)  
  • Tel. 02)6287-1210  
  • E-mail. kocun@kocun.org

  •  
  • 사무실 운영시간: 월-금 9:00 ~ 17:00 / 휴무. 토,일,공휴일  

  •  

(사)유엔인권정책센터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UN ECOSOC) 특별협의 지위를 획득한 비영리 민간단체입니다.


©KOCU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