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권학회, 사회권 일반논평 下

2016-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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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1: 일반논평의 의미와 활용방안

발제가 끝난 후 희망을 만드는 법의 류민희 변호사가 일반논평에 대한 평가를 나눴다. 류민희 변호사는 본 일반논평을 인권운동 실무에서 쓸 수 있는 종합적인 문서라고 평했다. 일반논평이 그 자체로는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 협약 31조에 따라 지속적인 해석을 요하는 문서이고, 조약기구에게 조약 해석 역할이 부여되기 때문에 매우 권위적인 문서라고 했다. 나아가 일반논평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NGO 등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했기 때문에 해석 권위의 정당성도 부여되었다고 했다.

한국이 낙태를 처벌하는 법조항을 재검토하라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의 권고를 받은 2011년 이후에도, 집행유예나 선고유예가 대부분이지만 꾸준히 낙태를 처벌하는 선고는 내려지고 있다고 한다. 국내적으로 낙태 운동이 정체된 상황에서 일반논평이 좋은 계기를 마련해주었고, 내년 여성차별철폐협약 심의에서 다시 문제제기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되었던 정부의 성교육 표준안이 유엔인구기금이나 유니세프가 말하는 포괄적 성교육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일반논평이 이에 대응하기 위한 중요한 문서라고 했다. 성소수자 중 간성인(intersex persons)과 전환치료 문제는 고문방지협약에서도 다뤄지는데, 이러한 내용이 일반논평에서 언급된 것이 인상적이라고 평했다.

일반논평의 활용방안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 교육부, 법무부 등 정부부처와 보건의료 서비스 제공자도 이 문서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이를 인권옹호의 기준으로 봐야 하며 지속적인 인식제고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다가오는 한국 조약기구 심의가 많다는 것을 언급하며, 모든 협약과 관련된 문서이기 때문에 앞으로 활용할 기회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토론2: 국가수준 성교육 표준안의 문제점

두 번째 토론에서는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이명화 센터장이 2015년 국가수준 성교육 표준안과 그 문제점에 대해 중점적으로 이야기했다. 현재 학교 내에서 성교육이 정규 과목이 아니고, 교육부 지침에 따라 1년에 15시간 성교육 및 성폭력 예방 교육을 하라는 지침만 있다고 설명했다. 이 15시간의 교육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를 담은 것이 표준안이라고 했다.

성교육 표준안은 교육부가 여성차별철폐협약 이행과제로써 만들었으나, 젠더에 기반한 관점이 반영되지 않았고, 남성의 성적인 욕구는 억제할 수 없고 여성은 소극적이어야 한다는 등의 문제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며, 성폭력 상황에서의 대처 방법도 실효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교육방법 자체도 인권침해적 요소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정교과서처럼 학교에서 정부의 표준안만 쓰도록 하고 민간단체에서 썼던 교육안은 검열하는 일이 생기고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교육부의 표준안을 폐지하기 위한 시민사회단체 연대체를 구성했다는 것도 언급했다.

이명화 센터장은 그 동안 성에 대한 정보권과 관련 근거들이 정책집행자와 프로그램 개발자에게 풍족하게 제공되지 못했다고 했다. 일반논평에서 정보 접근권이 많이 언급되고, 포괄적 성교육을 자체 필수 과목에 포함시킬 것이 명시되었는데, 이가 국가의 의무를 명확하기 위한 유용한 근거가 되었다고 말했다.

성교육 표준안에 대한 문제제기를 받은 후, 교육부는 개선을 위한 연구를 한다고 했지만, 개선이 단순히 문구를 고치는 수준에 그치고 전반적 교육 목표와 철학은 점검하지 않아서 포괄적 국제수준 성교육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또한 성교육은 교육부만이 아니라 여성가족부와 보건복지부도 담당을 했기 때문에, 3개 부처의 조정자 역할을 해줄 것을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들에게 제안했다.

질의응답

질의응답 시간에서는 아래와 같이 3가지 질문이 있었다.

1. 규범을 만들 때 구체화하는 것이 최근 흐름이다. 규범이 구체화되면 최소한의 의무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는데, 최대한 이상적인 기준을 목표로 세워놓고 도달하기 위한 시도는 없었는지?

2. 좋은 규범을 만들어도 실제로 이행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논평을 만든 후 실천적 조치에 대한 논의도 진행되고 있는지?

3. 작년에 미국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되었다. 최근에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도에서 성소수자 차별을 금지했지만, 오히려 주에서는 반대 입장을 유지하여 기업들이 투자를 철회하겠다고 한 경우가 있었다. 성소수자, 동성결혼이 경제적 문제로 이어졌다. 국가 주도 하의 변화도 있지만, 기업이 먼저 바뀌면서 국가가 바뀌는 경우도 생긴다. 이 사건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한국의 상황은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지?

류민희 변호사는 기업 주도의 변화와 관련하여, 미국의 기업들과 비슷하게 일본에서도 파나소닉, 아사히 신문 등의 기업이 성소수자 관련 혜택을 주는 등 주도적으로 성소수자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한국도 멀지 않았다고 본다고 했다. 또한, 공적 영역에서 성 권리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듀렉스 같은 콘돔 회사가 캠페인을 펼침으로써 청소년의 정보 접근권이 오히려 개선된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명화 센터장은 실질적 이행 관련 질문에 대해, 국제인권조약과 일반논평이 현장에서는 주장의 근거로 쓰인다고 했다. 유엔의 기준을 가지고 성 정보권이 청소년 건강권과 결정권에서 중요하다고 주장할 때, 반대 측에서 아이들의 성문란을 조장한다고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럼에도 일반논평과 같은 문서들은 포괄적 성교육의 효과성을 증명하는 연구 자료와 더불어 포괄적 성교육의 중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쓰인다고 했다.

신혜수 대표는 사회권 위원회의 한국보고서 심의 때, 해당 문제점을 넣어서 최종견해를 작성하고 일반논평 22호를 참조하라고 하는 것이 실질적 이행을 위한 가장 구체적인 방법일 것으로 보인다고 답변했다. 올해 3월 국가 심의 최종견해에는 이미 포함시켰으며, 한국은 사회권규약 선택의정서 미비준국으로 개인진정은 불가능하지만, 개인진정이 가능한 자유권규약이나 여성차별철폐협약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규범에서 최대치를 이상으로 삼을 수 있는지에 대해, 권고를 받는 국가의 반발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최대치 상정은 어렵지만, 기존에 있는 아동권리협약, 여성차별철폐협약 등의 기준 보다 낮추지 않고 조금씩 높여서 국가들이 따라오도록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일 것이라고 했다.

소감

일반논평의 채택 과정에 있었던 여러 뒷이야기와 일반논평이 현장에서 활동하는 이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들어볼 수 있어서 참가자들에게 유익한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국가와 국제기구, 그리고 다양한 시민사회단체들이 성과 재생산건강권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했고 어떤 논의들이 오고 갔는지도 흥미롭게 들었으며, 일반논평을 채택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는 과정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논평에 포함된 낙태와 성소수자 등의 이슈는 아직까지 국가들 간 의견이 분분하다. 한국의 국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논쟁적인 이슈나 특정 소수자 집단을 일반논평과 같은 국제인권문서에서 언급하면, 문제적인 관행이나 소수자 집단의 정체성을 조장한다며 이에 대한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경우가 흔히 있다. 그러한 입장일지라도, 성과 재생산 건강권과 같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면, 모두가 차별 받지 않고 동등한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근본적인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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