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제33차 유엔인권이사회 모니터링 보고대회

2016-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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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차 유엔인권이사회 모니터링 보고대회 후기


                                                                                                                            승기


요즘 시국도 어수선하고 세상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인권이사회가 끝난 후에 코쿤은 모니터링 보고대회를 개최한다는 것이다. 11월 9일에 있었던 33차 유엔인권이사회 모니터링 보고대회는 ‘기업과 인권’과 ‘국제정치’를 주제로 했다.

본격적인 주제 발표에 앞서 33차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이루어졌던 전반적인 활동과 유엔의 인권 메커니즘에 대한 설명이 있었고, 인권이사회에서의 NGO 구두발언, 유해물질 특별보고관 방한 대응 후속 활동 등 제네바 현지에서 이루어진 활동에 대한 이야기가 공유되었다.




‘기업과 인권’ 세션에서 유해물질과 선주민, ‘국제정치’ 세션에서는 민주적 국제질서와 일방적 강제조치에 관한 특별절차 보고서들이 다뤄졌다. 첫 번째로 진행된 유해물질 세션에서는 유해물질 특별보고관의 방한 보고서가 주로 다뤄졌기 때문에 여러 사람에게 익숙한 문제들이 많았다. 옥시 레킷 벤키저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삼성전자 반도체 노동자 직업병, 원자력 발전소 인근 주민 피해 등 한국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접했을 만한 이슈들이었다. 그러나 보령 공군기지나 김포 주물공장 등 오염원 인근 주민 피해, 구미 불산 누출 사고를 비롯한 전국의 크고 작은 화학물질 누출 사고, 아동의 학교 인조 잔디 유해물질 노출 등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사건들도 많았으며, 이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유해물질에 많이 노출되어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특별보고관은 유해물질 관련 국내 법률의 문제점, 유해물질 피해에 대한 예방이 부족하고 보상과 재발방지 대책 수립이 잘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점을 지적했고, 정부와 삼성전자 및 레킷 벤키저 등의 기업에게 개선 조치에 대한 권고를 내렸다.

선주민 권리 특별보고관과 민주적 국제질서 독립전문가 모두 이번 보고서에서 국제투자협정과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 제도가 인권에 미치는 영향을 다뤘다. 선주민 권리 특별보고관 보고서는 이러한 국제투자제도가 가장 취약한 집단 중 하나인 선주민들의 권리에 미치는 영향에 초점을 맞췄지만, 민주적 국제질서 독립전문가는 투자보호와 인권의 대립적 관계와 국제투자제도가 인권에 미치는 보다 폭넓은 영향에 중점을 뒀다.

많은 국제투자협정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당사자들과의 충분한 협의 없이 진행된다는 점과 당사자들에게 협정에 관한 정보가 잘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이 언급되었으며, 또한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 제도가 국가가 규제에 관한 법과 정책을 수립 또는 개정할 시, 투자자에게 배상을 지불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로 인해 사회적으로 필요한 부분에서의 변화를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점 등이 대표적인 문제로 지적되었다. 특히, 에이즈 복제 의약품을 보호하거나 WHO의 담배규제기본협약에 따라 흡연을 감소시키기 위한 국가의 규제도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 제도의 중재 절차에 따라 처벌을 받는 판결이 늘어나면서, 국가가 규제를 꺼리게 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주요 우려사항이었다. 중재 절차에서 선주민의 권리에 관한 국제인권기준들이 고려되지 않는 문제도 언급되었다.

더불어, 두 보고서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TPP)의 문제점이 언급되었는데, 한국도 TPP 참여를 논의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이는 국내 상황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TPP에는 인권 보호 의무에 관한 내용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것, 미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 TPP를 주도하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에 상당수의 선주민들이 거주하고 있음에도 선주민에 대한 보호 관련 내용이 거의 없다는 것이 주요 우려사항이었다. 민주적 국제질서 독립전문가는 협상 중인 모든 국제투자협정에서 국가의 인권보호 의무와 협정 내용이 상충할 경우 인권을 우선해야 한다는 명시적 조항을 포함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현 상황에서는 TPP 자체가 좌초될 수도 있지만, 이와 같은 유형의 대규모 협정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으며 한국도 얼마든지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일방적 강제조치에 관한 특별보고관은 절차 자체가 최근에 만들어져, 기본적인 개념 정립과 전반적인 문제 분석이 보고서의 주된 내용이었다. 일방적 강제조치는 일반적으로 한 국가가 다른 국가의 정책적 변화를 강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경제적 및 정치적 조치를 말하며, 무역 전면중단이나 재정 및 투자의 흐름 중단과 같은 무역제재,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개인의 자산 동결, 여행 금지 등이 포함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는 미국의 쿠바에 대한 경제봉쇄 조치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며, 쿠바인들은 통상금지로 인해 의약품, 과학 및 의료 기술, 식량, 식수 처리, 전기 등을 박탈당했다. 또 다른 예로 한국의 ''''5.24'''' 조치(2010년)가 있는데, 본 제재조치로 인해 남북교역이 전면 중단되었고, 대북 인도적 지원까지도 중단되었다. 이렇듯이 한 국가에 대한 일방적 강제조치는 그 영향력이 막대하며 생명권, 발전권, 적절한 수준의 삶에 대한 권리 등을 침해할 수 있다. 특별보고관은 일방적 강제조치가 인권향유에 악영향을 끼치기 삼가야 한다는 것은 물론,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따른 조치라도 제재국 국민의 인권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금까지는 인권이사회 모니터링 보고대회에서 자유권이나 사회권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주제들을 많이 다뤄온 것에 반해, 이번에는 해당 권리들과 연관되어 있지만 훨씬 큰 틀에서 대규모로 발생하는 또는 발생할 수 있는 인권침해에 관한 내용을 다뤘던 것 같다. 국제적인 차원에서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얽혀 있는 인권 침해와 관련된 내용들이다 보니 모든 보고대회 참가자들이 아주 쉽다고 느꼈을만한 주제는 아니었던 것 같다. 또한, 기업에 의한 인권침해도 반복적으로 언급된 주제였는데, 기업의 활동반경이 넓어지고 영향력이 커지면서, 기업이 인권침해에 연루되는 경우뿐만 아니라 피해의 규모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보고대회에서 다뤘던 보고서들에서도 기업 규제의 필요성이 여러 차례 강조되었다. 기업으로 하여금 ''''기업과 인권에 관한 이행원칙’을 이행하도록 강제할 필요성, 또 기업의 활동을 규제할 수 있는 구속력 있는 조약의 필요성이 주요하게 언급되었다.

개인적으로 이번 인권이사회에서 특별절차 임무수행인들이 국가들의 인권 의무 이행에 대해서 자주 언급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국제인권기준 이행의 중요성은 자주 언급되는 문제이지만 이번에는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된다’라는 입장을 비췄던 전문가들이 있었던 것 같다. 특히, 한 특별절차 임무수행인은 상호대화에서 특별절차와의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국가들이 합의 하에 절차를 만들었으면 해당 절차와 협력을 해야 하며, 만들어 놓기만 하고 구속력이 없다는 이유로 협력을 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했다.

그의 발언에서 국가들을 향한 분노와 실망감을 느낄 수 있었는데, 국제인권 활동을 하는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도 똑같은 감정을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정부 관계자들과 국제인권기준 이행 방안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거나 필요하지 않다는 직접적인 언급은 없을지라도, 항상 무시되거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듯한 인상을 받아왔다. 가끔은 ''''법적 구속력’을 운운하는 경우도 있지만, 구속력이 없다면 인권 증진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을 것인지 반문하고 싶다. 한국은 올해 인권이사회 의장국을 맡았음에도 인권 증진을 위한 노력에 있어서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고, 인권을 위한 논의의 장인 인권이사회를 정치적인 목적으로만 이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줘 국제인권 활동을 하는 많은 이들에게 큰 실망감을 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의장국으로서의 임무는 올해 끝나지만, 여전히 인권이사회 이사국 또 주요 국제인권조약 비준국으로서의 인권 보호와 증진에 대한 의무는 남아있다. 곧 다가올 2017년에 한국은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UPR)와 고문방지협약 및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관한 규약의 이행에 대해 심의를 받게 된다. 이에 따라 인권의 실질적 증진을 위한 의무 이행에 보다 힘쓰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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