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인종차별철폐의 날 기념] 이주배경 아동, 한국에서는 이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2016-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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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엔 이주노동자권리위원회(Committee on the Protection of the Rights of All Migrant Workers and Members of their Families, CMW)와 아동권리위원회(Committee on the Rights of the Child, CRC)는 이주배경 아동(children in the context of international migration)의 권리에 대한 공동 일반논평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며,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했다. 2016229, 코쿤은 국내 시민단체, 공익법률단체와 함께 공동의견서를 준비하여 제출하였는데, 국문최종본이 없는 관계로 이 지면을 통해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 유엔인권정책센터


이주배경 아동, 한국에서는 이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KOCUN 기원


내전, 박해, 가난 또는 굶주림을 피해 떠나는 이들, 학업을 계속하기 위해 떠나는 이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기 위해 떠나는 이들. 이주의 이유와 이주자의 모습은 각기 다양하다. 그러나 모두는 결국 더 나은 삶을 좇고 있다. 그리고 뿌리내린 곳을 떠난다는 것은 어느 누구에게도 쉽지 않다.

 

그런데 누구의 입장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까? 부모 또는 친척의 손에 이끌려 낯선 곳으로 오게 된 아동, 이주한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아동, 이주하는 과정에서 부모를 잃어버린 아동, 부 또는 모가 일하기 위해 떠난 후 남겨진 아동. 이들은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이주배경 아동이 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책임이 아닌 일에 대해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만 한다.

 

우리나라에는 약 12만명~14만명의 이주아동이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정확한 숫자를 집계할 수 없는 이유는 다양한 이유로 등록되지 못한 아동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이들은 공통적으로 사회적 낙인과 차별, 그리고 제도적 장벽들을 자라면서 끊임없이 마주해야만 한다. 특히 미등록인 경우에는 추가적으로 단속과 추방의 위협에 일상적으로 시달려야 한다.

 

지배적인 이유 중 하나는 아동에 관한 다양한 법과 정책이 한국 국적을 가진 아동에게만 적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저소득층의 의료비를 지원하기 위한 의료급여법은 국민 외에는 오직 난민만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 교육기본법역시 의무교육 대상을 국민으로 한정하고 있으며, 아동복지법에 따라 특수한 보호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아동도 한국 국적의 아동뿐이다. 심지어 외국인 아동은 부모의 출신국 대사관이 출생등록을 해주지 않을 경우, 그 어디에도 출생을 등록할 수 없다. 이러한 배제적인 정책은 결국 등록된 이주민이라 할지라도, 자녀와 함께 살 수 있는 제반조건을 허용하지 않는 것과 다름 아니다.

 

등록된 이주아동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가 전무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 법적 기반이 없는 내부지침 또는 프로그램인 경우가 많으며,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많다. ‘외국인 근로자 등 의료지원사업근로자에 한하여 지원을 제공하는데, 이전 또는 현재 사업장에서 고용증명을 해주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고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병원의 수가 적어 접근성이 떨어진다. 체류자격과 무관하게 의무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유일하게 명시하고 있는 다문화학생 학적관리 매뉴얼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내부지침으로, 법적으로 강제할 수 없다. 물론, 이 모든 정책에서 미등록 이주아동은 제외된다.



(출처: 답(DAP)하다 캠페인)

 

이주의 과정을 따라 이주배경 아동이 겪어야 하는 상황을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물론 이는 제도적인 문제들을 보다 쉽게 알 수 있게 정리한 것이므로, 실제 아동의 정신적, 정서적, 신체적, 사회적인 경험의 복잡성과 다양성을 담고 있지 않다.

 

우선 부모의 출신국에서 태어난 아동은 부 또는 모가 고용허가제를 통해 이주하기로 결심했다면, 최대 98개월 동안 생이별을 해야한다. 고용허가제는 자녀와 가족의 동반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부모가 체류자격이 있는 한 체류자격은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되었듯, 부모가 일을 하러 갔을 때 돌봐줄 친척도, 양육지원도 없다. 어떻게든 자라서 학교를 가고 싶어도 이는 철저히 학교장의 재량에 달려있는데, 받아주지 않는 곳이 많다. 그래서 결국 부모의 출신국으로 돌려 보내지는 아동이 많다.

 

미등록 이주아동은 한국에서의 출생 여부와 관계없이 오직 추방의 대상일 뿐이다. 이들은 그마저 있는 이주민을 위한 정책과 프로그램에 접근할 수 없고, 출생조차 등록되지 못했다면 분명 살아있는데도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다. 부모가 행여나 단속, 구금, 그리고 추방에 처해질 경우, 아동으로써의 보호조치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면서 함께 추방되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홀로 남겨져 미등록 지위를 짊어진 채 자신의 삶을 책임져야 한다.

 

여기서 기억해야할 것은, 유엔 아동권리협약이 비준국에게 관할권 내 모든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도록 의무를 부과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한국 정부는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모든 이주아동에게 협약에 담긴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해야한다는 것이며, 아동 자신 또는 그 부모의 체류자격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이는 아동의 상황이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음을 인정하고, 최소한의 최소한으로 생존과 성장, 그리고 발달에 대한 기회가 박탈되어서는 안 된다는데 기초한다.

 

당장은 이주민과 그 가정에 대한 지원이 값비싸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차별과 배제가 낳는 사회적 불안정의 대가가 훨씬 비싸다. 영문도 모른 채 혹은 나의 잘못이 아님에도 각종 수모와 어려움을 언제까지고 겪어야 한다면, 보통의 사람은 당장은 좌절을 느끼더라도 이후 원망과 분노를 쌓아가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전개일지 모른다. 물론, 대부분의 이주민과 난민은 묵묵히 견디며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견디며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현재 상황을 모르는 척 넘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나라에 있는 이주배경 아동들의 삶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부모의 출신국에서의 갈등과 분쟁을 야기한 세력들이었을까. 그저 더 나은 삶을 꿈꾸었던 그의 부모였을까. 국민정서를 앞세워 이주민과 난민을 위한 정책에 소극적인 정부였을까. 이주민과 외국인에 대한 혐오를 방조한 사회구성원들이었을까. 이후 발표될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와 이주노동자권리위원회의 공동 일반논평이 시원한 한방을 날려주길 바래본다


참고


이주배경 아동의 권리에 관한 의견서 전문(영문): 

http://ohchr.org/Documents/HRBodies/CMW/JointGC_CRC_CMW/NetworkKorea.d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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