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분야에서의 첫걸음을 KOCUN에서 시작하다
- 이지은 (2012 하반기 KOCUN 인턴/ jieunleejeannie@gmail.com)
9월 18일 첫 근무 일부터 올해 밸런타인데이까지 다섯 달의 인턴 업무를 마치고 후기를 쓰고 있는 지금, 사무국장님을 비롯한 활동가 선생님들과 따뜻한 분위기에서 즐겁게 일했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이 후기를 마지막으로 유엔인권정책센터에서의 임무가 끝이라는 생각에 조금 서운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코쿤에서의 인턴 활동은 가치관을 재정립하는 것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진로 계획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이 되었다고 믿습니다.
대학교에서 사회과학을 공부하는 제가 코쿤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학교에서 배우는 이론이 현장에서는 어떻게 활용되는지 경험해보려는 지극히 이기적인 동기에서 출발했습니다. 인턴 업무는 처음인지라, 일을 시작하고부터는 어렵게 얻은 기회를 최소한 망치지는 말자는 각오로 활동에 임했던 것 같습니다. 코쿤 활동을 통해서는 결과적으로 분쟁지역 난민 인권에 집중되어있던 편협한 시각이 확대됨과 동시에, 관심 있는 정책 디자인 분야 외에도 입안된 정책을 감독하는 과정 역시 주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았습니다. 특히나 이제 공부를 시작하는 학부생으로서 국제 문제에 대해 갖고 있던 어설픈 현실주의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한참 부족했던 인권 감수성을 기르는 등 예상치 못했던 부분에서 상당한 깨우침을 얻었습니다. 비상근 인턴임에도 연속성 있는 업무를 통해 공부할 기회를 충분히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점에 모든 활동가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인턴 업무는 첫 날 사무국장님으로부터 유엔 인권 메커니즘에 관한 설명을 듣고, 그 후 틈틈이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홈페이지에 게재된 뉴스, 본회의문, 결의안과 다양한 보고서를 읽어보며 국내외 인권 현안에 익숙해지는 것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부끄럽지만 인턴을 하기 전에는 OHCHR을 알지 못 했고, 인권 분야에 관심이 있다고 얘기하면서도 국제적인 수준에서 문제가 거론되는 경로에 대해서도 무지했습니다. 그래서 자료를 찾아 읽으면서 바로 며칠 전 올라온 따끈따끈한 회의록을 붙들고 있다는 사실에 쉽게 감동받았던 것이 떠오릅니다. OHCHR의 다양한 활동 중 특히 UPR을 중점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지난 12월에 있었던 유엔인권권고 분야별 이행사항 점검 심포지엄에 참석하면서 인권이사회 활동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
결혼이민자를 위한 현지사전교육 강사 워크숍을 준비하면서는 개인적으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왔던 부분에 코쿤이 직접 관여하는 것을 보며 시민사회의 영향력을 체감했습니다. 무엇보다 결혼이주여성 출신국 공무원이 결혼이주의 경제적 동기와 결혼이주여성이 갖는 한국인 남성에 대한 허상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한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만약 저였더라면 목적국(country of destination)의 행정을 문제 삼는 데 집중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동일한 업무에 임하는 서로 다른 문제의식과 상이한 입장을 목도하면서 더욱 다층적인 국제사회 분위기를 그려보기도 했습니다. 학업과 인턴을 병행하였기에 안타깝게도 워크숍에는 하루 밖에 참여하지 못했는데, 수행 통역을 맡아 하던 중 결혼이주여성은 지원대상이 아니라 마땅한 권리를 요구할 수 있는 독립된 권리 주체라는 견해를 들었을 때는 제가 그간 갖고 있었던, 어떻게 보면 오만하다고까지 할 수 있는 얕은 접근법을 깊이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자료집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워크숍 이후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상세한 통계자료까지 수록된 완성된 자료집을 받아볼 때는 현지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이 얼마나 지난한 과정을 거치는지 간접 체험해볼 수 있었습니다.
무수한 인권 이슈를 접하기에 다섯 달의 활동 기간은 당연히 부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업무 중 다뤄보지 못한 장애인 인권, 노인여성 인권, 학생 인권 등에 대해서는 아직도 경험해보지 못한 데에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인턴 기간의 거의 막바지에는 강제 출국된 몽골 청소년 복교 및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연대 활동을 보조하면서 수학 공식을 처음 배우고 나면 연습 문제를 풀어보듯이, 인권 문제가 발생했을 때 문제의 초점을 정확히 짚어내는 연습 아닌 연습을 할 수 있었습니다. 미숙한 점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격려를 받으며 짧은 의견을 제안할 기회가 있었기에 특히 보람을 느꼈습니다. 업무 활동에 구심점이 있었기 때문에 본인의 포트폴리오라고 생각하여 초심을 잃지 않고 재미를 더해갈 수도 있었습니다. 연대 활동과 관련해서 아직까지 주효한 반응이 없었던 데에 책임감을 느낌과 동시에, 조만간 보람 있는 소식이 있기를 고대합니다.
여성폭력근절 주간에 1인 시위에 참여한 이지은 인턴
일을 하면서 새삼 인턴 지원이 잘한 결정이라고 느꼈던 순간은 굉장히 많지만, 그 중에서도 인턴에게 다양한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데 큰 고마움을 느낀 것 같습니다. 인턴의 주된 역할은 업무 보조이지만 코쿤에서는 인턴에게 유익한 학습 기회를 보장하며 저도 마찬가지로 빈번한 라운드테이블과 연대 회의, 앞서 말한 인권권고 이행사항 점검 심포지엄이나 가장 대규모였던 인권정책 아카데미에도 참여해볼 수 있었습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 시간이 흐르고 난 현재 시점에서, 활동을 종료하고서야 깨닫게 되었지만 인권 분야에 관심을 두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가 시민사회와 코쿤이었다는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코쿤의 활동을 전해 들으며 인권을 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인권 분야에서의 첫걸음을 KOCUN에서 시작하다
- 이지은 (2012 하반기 KOCUN 인턴/ jieunleejeannie@gmail.com)
9월 18일 첫 근무 일부터 올해 밸런타인데이까지 다섯 달의 인턴 업무를 마치고 후기를 쓰고 있는 지금, 사무국장님을 비롯한 활동가 선생님들과 따뜻한 분위기에서 즐겁게 일했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이 후기를 마지막으로 유엔인권정책센터에서의 임무가 끝이라는 생각에 조금 서운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코쿤에서의 인턴 활동은 가치관을 재정립하는 것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진로 계획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이 되었다고 믿습니다.
대학교에서 사회과학을 공부하는 제가 코쿤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학교에서 배우는 이론이 현장에서는 어떻게 활용되는지 경험해보려는 지극히 이기적인 동기에서 출발했습니다. 인턴 업무는 처음인지라, 일을 시작하고부터는 어렵게 얻은 기회를 최소한 망치지는 말자는 각오로 활동에 임했던 것 같습니다. 코쿤 활동을 통해서는 결과적으로 분쟁지역 난민 인권에 집중되어있던 편협한 시각이 확대됨과 동시에, 관심 있는 정책 디자인 분야 외에도 입안된 정책을 감독하는 과정 역시 주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았습니다. 특히나 이제 공부를 시작하는 학부생으로서 국제 문제에 대해 갖고 있던 어설픈 현실주의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한참 부족했던 인권 감수성을 기르는 등 예상치 못했던 부분에서 상당한 깨우침을 얻었습니다. 비상근 인턴임에도 연속성 있는 업무를 통해 공부할 기회를 충분히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점에 모든 활동가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인턴 업무는 첫 날 사무국장님으로부터 유엔 인권 메커니즘에 관한 설명을 듣고, 그 후 틈틈이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홈페이지에 게재된 뉴스, 본회의문, 결의안과 다양한 보고서를 읽어보며 국내외 인권 현안에 익숙해지는 것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부끄럽지만 인턴을 하기 전에는 OHCHR을 알지 못 했고, 인권 분야에 관심이 있다고 얘기하면서도 국제적인 수준에서 문제가 거론되는 경로에 대해서도 무지했습니다. 그래서 자료를 찾아 읽으면서 바로 며칠 전 올라온 따끈따끈한 회의록을 붙들고 있다는 사실에 쉽게 감동받았던 것이 떠오릅니다. OHCHR의 다양한 활동 중 특히 UPR을 중점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지난 12월에 있었던 유엔인권권고 분야별 이행사항 점검 심포지엄에 참석하면서 인권이사회 활동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
결혼이민자를 위한 현지사전교육 강사 워크숍을 준비하면서는 개인적으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왔던 부분에 코쿤이 직접 관여하는 것을 보며 시민사회의 영향력을 체감했습니다. 무엇보다 결혼이주여성 출신국 공무원이 결혼이주의 경제적 동기와 결혼이주여성이 갖는 한국인 남성에 대한 허상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한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만약 저였더라면 목적국(country of destination)의 행정을 문제 삼는 데 집중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동일한 업무에 임하는 서로 다른 문제의식과 상이한 입장을 목도하면서 더욱 다층적인 국제사회 분위기를 그려보기도 했습니다. 학업과 인턴을 병행하였기에 안타깝게도 워크숍에는 하루 밖에 참여하지 못했는데, 수행 통역을 맡아 하던 중 결혼이주여성은 지원대상이 아니라 마땅한 권리를 요구할 수 있는 독립된 권리 주체라는 견해를 들었을 때는 제가 그간 갖고 있었던, 어떻게 보면 오만하다고까지 할 수 있는 얕은 접근법을 깊이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자료집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워크숍 이후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상세한 통계자료까지 수록된 완성된 자료집을 받아볼 때는 현지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이 얼마나 지난한 과정을 거치는지 간접 체험해볼 수 있었습니다.
무수한 인권 이슈를 접하기에 다섯 달의 활동 기간은 당연히 부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업무 중 다뤄보지 못한 장애인 인권, 노인여성 인권, 학생 인권 등에 대해서는 아직도 경험해보지 못한 데에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인턴 기간의 거의 막바지에는 강제 출국된 몽골 청소년 복교 및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연대 활동을 보조하면서 수학 공식을 처음 배우고 나면 연습 문제를 풀어보듯이, 인권 문제가 발생했을 때 문제의 초점을 정확히 짚어내는 연습 아닌 연습을 할 수 있었습니다. 미숙한 점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격려를 받으며 짧은 의견을 제안할 기회가 있었기에 특히 보람을 느꼈습니다. 업무 활동에 구심점이 있었기 때문에 본인의 포트폴리오라고 생각하여 초심을 잃지 않고 재미를 더해갈 수도 있었습니다. 연대 활동과 관련해서 아직까지 주효한 반응이 없었던 데에 책임감을 느낌과 동시에, 조만간 보람 있는 소식이 있기를 고대합니다.
여성폭력근절 주간에 1인 시위에 참여한 이지은 인턴
일을 하면서 새삼 인턴 지원이 잘한 결정이라고 느꼈던 순간은 굉장히 많지만, 그 중에서도 인턴에게 다양한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데 큰 고마움을 느낀 것 같습니다. 인턴의 주된 역할은 업무 보조이지만 코쿤에서는 인턴에게 유익한 학습 기회를 보장하며 저도 마찬가지로 빈번한 라운드테이블과 연대 회의, 앞서 말한 인권권고 이행사항 점검 심포지엄이나 가장 대규모였던 인권정책 아카데미에도 참여해볼 수 있었습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 시간이 흐르고 난 현재 시점에서, 활동을 종료하고서야 깨닫게 되었지만 인권 분야에 관심을 두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가 시민사회와 코쿤이었다는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코쿤의 활동을 전해 들으며 인권을 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