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신혜수의 사회권위원회 이야기 (5)

2011-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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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수의 유엔 사회권위원회 이야기(5)

 

영토 밖에서의 사회권 보장:

새로운 국제기준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다

 

네덜란드 남쪽 맨 끝에 위치한 인구 12만 정도의 대학도시 마스트리히트(Maastricht)에서 사회권(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 관련 회의가 9월 26-28일 3일 동안 개최되었다. 우리에게는 좀 생소한 “영토 밖에서의 사회권관련 국가의 의무(Extra-Territorial Obligations of States in the area of Economic, Social and Cultural Rights)에 관한 전문가회의”였다. 마스트리히트 법과 대학과 국제법률가위원회(International Commission of Jurists; 제네바에 본부를 둔 국제NGO) 공동주최였는데, 대략 세 그룹의 전문가들 37명이 참가하였다. 즉, 국제인권법 학자들과 인권기구대표들, 유엔의 전, 현직 특별보고관들과 조약기구위원들, 그리고 국제NGO의 대표들이었다.

 

결론적으로는 “영토 밖에서의 사회권관련 국가의 의무에 관한 마스트리히트 원칙”을 채택하는 것으로 회의는 종결되었다. 그러나 “마스트리히트 원칙(Maastricht Principles)'의 주된 내용인 42개항에 달하는 본문은 격론 끝에 채택하였지만, 전문은 내용적으로만 합의하고 구체적 문안은 아직도 다듬고 있는 중이어서 10월 10일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사회권과 관련된 여러 조약기구(사회권위원회는 물론이고, 아동, 여성, 장애인권리위원회) 위원들에게도 보내 더 많은 서명자를 확보하고, 2012년 3월 유엔 인권이사회가 개최될 때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것으로 일정을 잡고 있다.

 

“영토 밖에서의 사회권관련 국가의 의무에 관한 마스트리히트 원칙”이 포괄하는 내용의 골격은 다음과 같다.

I. 일반원칙(General principles): 인권의 기본 원칙을 천명.

II. 영토 밖 국가의무의 범위(Scope of extra-territorial obligations of States): 영토 밖 의무에 대한 정의, 관할권의 범위, 국가의 책임, 비국가 행위자의 행동에 대한 국가의 책임, 국제기구의 일원으로서 국가의 의무 등등

III. 존중의 의무(Obligations to respect): 일반적 의무, 직접적 개입, 간접적 개입, 제재 및 그에 상응하는 조치들

IV. 보호의 의무(Obligations to protect): 일반적 의무, 규제의 의무, 보호의 기초, 영향을 미치는 위치, 협력의 의무

V. 실현의 의무(Obligations to fulfil): 일반적 의무, 국제적 환경조성의 의무, 조정과 책임의 분담, 역량과 자원, 협력의 원칙과 우선순위, 국제적 지원제공의 의무, 국제적 지원 요청의 의무, 지원과 협력에 대한 요청에의 응답

VI. 책임성과 구제(Accountability and remedies): 책임성, 일반적 구제 제공의 의무, 효과적 구제와 배상, 국가 간 진정 장치, 비사법적인 장치, 보고와 모니터링

VII. 기타(Final provisions): 영토 밖 사회권관련 의무에 대한 제한 등

 

초안을 놓고 논의할 때 본인이 일부 기여한 부분이 있다. 국가가 자국영토 밖에서도 사회권 보호의 의무를 지니고 있는데, 국가기관에 의한 사회권침해는 물론 당연히 막아야 하지만, 비국가 행위자에 대한 것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었다. 초안에는 “초국적기업 등 국가가 규제할 위치에 있는 비국가 행위자...”라고 되어 있었는데, 개인과 단체도 포함시킬 것을 본인이 제안하였다. 다국적기업이 기업 활동을 하면서 임금을 체불하거나 어린이노동 등 착취를 막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동시에 골프관광객이 캐디를 성희롱하거나 심지어는 국제NGO가 사회권을 침해하는 것도 국가가 개입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개인을 포함시키는 것은 쉽게 동의를 받았으나 단체를 포함시킬 경우 일부 인권단체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권위주의적 정부에게 NGO탄압의 구실을 줄 수 있으므로 반대한 사람도 있었다. 본인이 강하게 포함시킬 것을 주장하자 인권단체도 실무자의 월급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동조해 준 참가자도 있어서 결국 “개인과 단체, 그리고 초국적기업 등...”으로 정리되었다. 물론 이밖에도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킨 부분이 문건에 여러 군데 있다.

“마스트리히트 원칙”이 마련되기까지에는 10년간의 밑받침 작업이 있었다. 1999년부터 사회권위원회가 보고서심의를 하면서 간헐적으로 다자간, 또는 양자 간의 국제관계에 대한 질문과 언급이 있었는데, 2001년부터 NGO들이 NGO보고서를 작성, 제출하면서 영토 밖에서의 사회권보장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2003년 마스트리히트 대학에서 “인권협약과 영토 밖 의무”에 대한 국제회의를 시작으로 이에 대한 연구가 꾸준히 지속되었고, 식량권문제 특별보고관이 보고서에서 영토 밖 의무에 대해 분석한 것을 포함시키기도 하였다. 본격적인 논의는 2007년부터 시작되었는데, 30개 NGO가 “영토 밖 의무 컨소시엄(ETO-Consortium)”을 구성하였다. 현재는 70개에 달하는 NGO, 대학, 인권기구 등이 ETO-컨소시엄에 속해 있다. 지금까지 4번의 ETO-Consortium 회의를 개최하였고, 9개 단체나 대학의 대표들로 운영위원회가 구성되어 있는데, 사무국은 FIAN International(식량권 전문단체; FoodFirst Information and Acton Network)이 맡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논의된 초안은 런던정경대 교수, 엠네스티 등 6명으로 구성된 초안 작성 그룹에서 1년여 기간 동안 작업하였고, 여러 번의 검토회의를 거쳐 마련되었다.

 

아직까지 인권에 관한 국제기준은 압도적으로 서구 선진국의 백인들이 주도하고 있고,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의 인권전문가들은 초청받아 참여하는 수준에 있다고 보여진다. 즉 국제인권기준을 새로 만드는 리더들과 이를 따라가는 그룹으로 나눌 수 있겠다. 앞으로 한국의 인권전문가들도 새로운 국제기준을 선도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1) 국제NGO로는 대표적인 인권단체인 Amnesty International과 Human Rights Watch, 독일의 Bread for the World 등에서 참가하였고, 유엔 조약기구에서는 자유권위원 2명, 사회권 위원 4명(본인과 전직 위원 2명 포함), 그밖에 전.현직 특별보고관 3명, 학자/교수 들은 주로 영국, 독일, 노르웨이, 벨기에, 네덜란드의 법대 교수들이 참가하였는데, 각 대륙을 포괄하기 위한 노력으로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에서 소수가 참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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