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CUN 칼럼] 신혜수 이사장_BTS와 미.트. , 그리고 코로나 블루

2020-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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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와 미.. , 그리고 코로나 블루

 

신혜수 (유엔인권정책센터 이사장; 유엔 사회권위원회 위원)

 

몇 년 전부터 BTS, 방탄소년단의 팬이 되었다. 공연마다 열광하는 전 세계의 청소년들, 공연장 주위에서 텐트치고 노숙하며 몇 백 미터나 줄을 서고 기다린다는 뉴스를 보고 유튜브에서 노래를 찾아 듣기 시작했다. 유튜브에서 보니 난리도 그 난리가 없었다. 새로운 곡이 발표될 때마다 공식적인 공연 영상은 물론, 공연을 관람한 팬들이 찍은 영상, BTS의 노래를 듣고 리액션하는 영상들이 끝도 없이 올려져 있었다. ‘DNA’, ‘Not Today’, ‘마이크 드롭’, ‘불타오르네등등을 여러 번 듣고 칼군무에 감탄했다. 미국과 영국의 여러 유명 방송 프로그램이 앞다투어 초청해서 MC가 춤동작을 배우고, 마침내 유엔 유니세프 행사에 초대되어서 리더인 RM이 연설하는 것도 들었다. 자신을 사랑하라는 메시지, 꿈을 찾아 노력하는 모습, 그리고 팬과의 가식 없는 소통 - 아직 7명 모두를 정확히 파악하지는 못해도, 또 굳즈를 사며 열광하는 아미에 속하지는 않아도 나 역시 나름대로 팬이다. 사이먼과 가펑클, 비틀즈가 전 세계를 휩쓸었던 시대에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나로서는 요즈음의 BTS의 세계적인 인기에 감회가 새롭다.

 

또 최근 한국을 휩쓴 트로트열풍에 나도 동참하게 되었다. 미스 트롯을 우연한 기회에 준준결승전부터 보게 되었는데, 진을 한 송가인의 노래 솜씨와 수년간의 무명시절을 견뎌온 끈기, 어머니가 무속인으로 사회적 차별을 겪었던 집안 내력을 알게 되었다. 그 뒤 송가인이 전국을 순회 방문하며 사연을 받고 노래로써 힘든 사람들을 위로해 주는 프로그램에 나도 깊이 위로를 받았다. 미스 트롯의 후속으로 나온 미스터 트롯은 비교적 중반부터 보게 되었다. 그리고 결승전 때 막걸리 한 잔으로 유명한 영탁에게 내 생애 처음으로 시청자투표도 했다. 미스터 트롯은 미스 트롯보다 훨씬 더 진화해서, 경연이 끝난 후 Top 7이 출연하는 고정프로그램이 생겨 시청자들의 신청을 받아 노래를 불러준다. 다양한 시청자들의 고단한 삶의 얘기와 세상사는 이야기가 나름 재미있고, 미스터 트롯의 노래에서 위안을 받는 시청자의 사연에 공감하고 같이 위안을 받고 있다. 사실 나는 예전에는 트로트를 무시 내지는 멸시(?)했었다. 그런데 듣다 보면 가사에 녹아있는 이야기가 우리네 인생살이라는 걸 새삼스레 발견하게 된다. 가장 많은 내용은 물론 사랑과 이별이지만, 사회 밑바닥 인생의 설움, 좀 고상하게 표현하면 차별과 인권을 노래하는 것도 적지 않다.

 

요즘의 코로나19 시대에 그나마 있던 비정규직 일자리마저 잃을 때, 가난한 사람이 더 가난해질 때, 소상공인들이 가게 문을 열어놓고 손님이 없어 한숨 쉴 때, 사람들은 어디에서 희망을 찾고 인내해야 할까? 코로나19는 내가 활동하고 있는 유엔 사회권위원회의 중요한 의제다. 사실 이미 금년 3월 코로나 사태 초기에 사회권위원회가 일찍이 성명서를 발표했었다. 코로나19는 사회권규약, 정식으로 말하자면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의 제12조에 규정되어 있는 건강권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코로나 블루는 그 중에도 정신건강의 문제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일자리를 잃는다면 이는 제6조 노동권의 문제이고, 넘쳐나는 물량으로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택배기사의 문제는 제7조 정당한 노동조건에 위배되는 것이며, 외국인 이주노동자라서 배척을 당한다면 이는 제2조의 차별금지 조항 위반이다. 재난지원금을 배분하는 문제는 제9조 사회보장에 대한 권리, 11조 적절한 생활수준을 보장받을 권리의 문제가 된다. 모두가 집콕하는 와중에 주부가 가족들의 하루 세끼, 자녀들 온라인 교육 등 가사와 육아를 온전히 떠맡아 힘들어진다면 이는 제3조 성평등 원칙의 위반이다. 그리고 학교도 못가고 온라인 교육조차 제대로 받지도 못하는 아이들은 제13조에서 보장하는 교육권을 침해당하는 것이고, 교육환경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학력이 뒤처지는 아이들은 차별을 당한 것이 된다.

 

코로나19로 인해 정말 많은 분야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다. 928일부터 시작된 유엔사회권위원회 정기회의는 제네바에서 개최되지 못하고, 화상으로 매일 4시간씩 꼬박 3주간 계속될 예정이다. 한국은 지구 동쪽 맨 끝에 위치하고 있으니 새벽1시에 회의가 끝나게 된다. 이번 회의에서 국가보고서 심의는 못하지만, 진정서 심의와 앞으로 심의받을 국가에 보낼 질의서 작성, 여러 문제에 대한 내부 논의가 있을 예정이다. 코로나19도 사회권위원회의 의제로 올라있다. 상황이 정상화되어 (제발 그날이 앞당겨지길!) 국가보고서 심의가 재개되면 지금의 코로나19 사태를 각국이 어떻게 대처했는가, 그 부정적 영향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가는 당연히 중요한 과제로 될 것이다.

 

BTS나 미..는 현재의 우울하고 답답한 코로나 블루 시대에 정말 나에게, 또 많은 이들에게 커다란 위로를 주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문화가 가진 힘을 느끼게 된다. 가장 최근의 BTS 노래 다이나마이트가 염원하는 것처럼 우리의 삶이 다이나마이트처럼 밝아질 날이 언제나 올 수 있을까? , 사회권규약 제15조는 누구나 평등하게 문화생활에 참여할 권리도 보장하고 있다. BTS나 미..처럼 정상에 있는 가수들과 모든 분야에서 잘 나가는 몇몇 사람들과 업체들, 재택근무 하면서 월급 꼬박꼬박 받는 사람들 빼고는 모두에게 참 힘든 시기이다. 기본 인권이 위협받는 이 시기에 잘 나가는 사람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창의력, 생명력을 가진 사람들과 업체들이 자신의 상업적 이익만을 추구하기보다는, 한숨짓고 눈물 흘리는 약자들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이들을 위로해 준다면 좋겠다. 제 역할을 못하는 정치권의 빈자리를 조금이나마 메워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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