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와 코로나
정진성(유엔인권정책센터 대표,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 위원)
필자가 일하고 있는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 내에 ‘조기경보 및 긴급행동절차 실무그룹(Working Group on Early Warning and Urgent Actions Procedure, EWUAP)‘이라는 소그룹이 있다. 이것은 그룹 이름에서 볼 수 있는 대로 빠른 조치를 요구하는 인종차별문제를 다루며, 더 심각한 결과를 미리 차단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1993년에 만들어진 조직이다. CERD 위원 중 지역별로(북미/서유럽, 동유럽, 중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한사람씩 지정하여 5명으로 구성된다. 필자는 아시아 위원으로 이 실무그룹에서 일해 왔는데, 올해부터는 실무그룹 책임자가 되어 보다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대체로 피해를 당하고 있는 집단의 상황을 시민단체(NGO)가 대변하여 CERD 사무국에 서류를 접수한다. 실무그룹은 CERD 전체회의가 열리기 전에 이메일 등을 통해 자료들을 검토하여 어떤 행동을 택할 것인지 정한다. 정보가 좀더 필요한 경우 자료를 보낸 NGO에 정보를 요청하기도 하고, 해당 정부에 서신을 보내 이 사안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한다. 심각한 경우 강한 결정(Decsion)을 내릴 수 있고, 이러한 절차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태도에 변화가 없을 때 성명(Statement)을 발표한다. 경우에 따라 피해자와 NGO가 실무그룹을 방문하여 설명을 하고 실무그룹이 해당국을 방문하기도 한다. 이러한 CERD의 행동은 해당국 내에서 피해자와 시민단체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대체로 이 실무그룹에 보낸 호소문들을 보면, 선주민(indegenous people) 집단이 정부 기획 프로젝트에 따라 수세대 살아온 거주지를 몰수 당하는 경우가 많다. 마치 한국이 일제시기에 토지조사사업에 따라 대대손손 물려받아 살던 토지를 빼앗긴 것과 같은 경우인데, 이러한 사태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알라스카 원주민, 인도네시아의 칼리만탄 지역, 태국의 카엥크라찬 국립공원 등등.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4월 CERD 정기회의는 열리지 못했고 8월 정기회의가 온라인으로 열렸다. 정기회의에 보고하기 위해, 실무그룹이 사전에 회의를 열었을 때, 11개의 새로운 호소문이 들어온 것을 보았다. 이전에 처리하지 못한 여러 건이 더해져서 실무그룹은 정신을 차릴 수 없이 바빴다. 특히 올해 들어온 케이스에는 코로나와 관련된 경우가 많았다. 그중에서도 페루와 브라질의 경우는 선주민 집단의 존재 자체가 사라질 위험을 경고했다. 페루의 아마존 지역에 거주하는 선주민 집단은 정부의 적절한 건강 관리를 받지 못하여 외부로부터 전파되어오는 질병에 매우 취약한 중에, 이번 코로나로 인하여 거의 집단이 파괴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실무그룹은 서신-->결정-->성명의 통상적인 단계적 과정을 생략하고 매우 강한 성명을 페루정부에 보냈다. 브라질 경우는 선주민 중에서도 특히 여성이 처한 더욱 열악한 상황을 매우 긴급한 사태로 보는 세계 유수의 국제NGO들이 공동으로 호소문을 보내왔다.
실무그룹은 코로나가 다른 모든 위기에서와 마찬가지로 평등하게 확산되고 치료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고찰했다. 병에 견딜 수 있는 면역력은 사회적 계층과 직결되어 있으며, 그것을 관리할 정부가 오히려 질병치료에서조차 불평등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다. CERD는 특히 인종차별이 이러한 사회적 불평등의 주요 요인이 되고 있는 사실에 주목하는데, 인종과 젠더, 장애인, 노인, 환자 등 다양한 요인들이 교차하여 더욱 비참한 현실을 만들고 있는 현실에 대하여 세계사회에 경종을 울리고자 노력한다.
우리 사회에는 이런 불평등이 없는가. 요양원과 격리된 병원, 열악한 환경의 거주지에서 발병율이 높고, 장애인 확진자들에 대하여 적절한 처우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유엔은 멀고, CERD는, 더욱이 조기경보 실무그룹은 더욱 이 긴급한 상황에 대처하기에는 멀어 보인다. 우리 사회 내에 이와 같은 조기경보 시스템을 구축하여 유엔까지 가지 않아도 해결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이러한 국제인권규범과 유엔의 절차가 우리 사회에 익숙하게 인지되고 사용되는 것은 우리의 인권 현실을 개선하는데 중요한 도구가 될 것으로 믿는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와 코로나
정진성(유엔인권정책센터 대표,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 위원)
필자가 일하고 있는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 내에 ‘조기경보 및 긴급행동절차 실무그룹(Working Group on Early Warning and Urgent Actions Procedure, EWUAP)‘이라는 소그룹이 있다. 이것은 그룹 이름에서 볼 수 있는 대로 빠른 조치를 요구하는 인종차별문제를 다루며, 더 심각한 결과를 미리 차단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1993년에 만들어진 조직이다. CERD 위원 중 지역별로(북미/서유럽, 동유럽, 중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한사람씩 지정하여 5명으로 구성된다. 필자는 아시아 위원으로 이 실무그룹에서 일해 왔는데, 올해부터는 실무그룹 책임자가 되어 보다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대체로 피해를 당하고 있는 집단의 상황을 시민단체(NGO)가 대변하여 CERD 사무국에 서류를 접수한다. 실무그룹은 CERD 전체회의가 열리기 전에 이메일 등을 통해 자료들을 검토하여 어떤 행동을 택할 것인지 정한다. 정보가 좀더 필요한 경우 자료를 보낸 NGO에 정보를 요청하기도 하고, 해당 정부에 서신을 보내 이 사안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한다. 심각한 경우 강한 결정(Decsion)을 내릴 수 있고, 이러한 절차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태도에 변화가 없을 때 성명(Statement)을 발표한다. 경우에 따라 피해자와 NGO가 실무그룹을 방문하여 설명을 하고 실무그룹이 해당국을 방문하기도 한다. 이러한 CERD의 행동은 해당국 내에서 피해자와 시민단체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대체로 이 실무그룹에 보낸 호소문들을 보면, 선주민(indegenous people) 집단이 정부 기획 프로젝트에 따라 수세대 살아온 거주지를 몰수 당하는 경우가 많다. 마치 한국이 일제시기에 토지조사사업에 따라 대대손손 물려받아 살던 토지를 빼앗긴 것과 같은 경우인데, 이러한 사태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알라스카 원주민, 인도네시아의 칼리만탄 지역, 태국의 카엥크라찬 국립공원 등등.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4월 CERD 정기회의는 열리지 못했고 8월 정기회의가 온라인으로 열렸다. 정기회의에 보고하기 위해, 실무그룹이 사전에 회의를 열었을 때, 11개의 새로운 호소문이 들어온 것을 보았다. 이전에 처리하지 못한 여러 건이 더해져서 실무그룹은 정신을 차릴 수 없이 바빴다. 특히 올해 들어온 케이스에는 코로나와 관련된 경우가 많았다. 그중에서도 페루와 브라질의 경우는 선주민 집단의 존재 자체가 사라질 위험을 경고했다. 페루의 아마존 지역에 거주하는 선주민 집단은 정부의 적절한 건강 관리를 받지 못하여 외부로부터 전파되어오는 질병에 매우 취약한 중에, 이번 코로나로 인하여 거의 집단이 파괴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실무그룹은 서신-->결정-->성명의 통상적인 단계적 과정을 생략하고 매우 강한 성명을 페루정부에 보냈다. 브라질 경우는 선주민 중에서도 특히 여성이 처한 더욱 열악한 상황을 매우 긴급한 사태로 보는 세계 유수의 국제NGO들이 공동으로 호소문을 보내왔다.
실무그룹은 코로나가 다른 모든 위기에서와 마찬가지로 평등하게 확산되고 치료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고찰했다. 병에 견딜 수 있는 면역력은 사회적 계층과 직결되어 있으며, 그것을 관리할 정부가 오히려 질병치료에서조차 불평등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다. CERD는 특히 인종차별이 이러한 사회적 불평등의 주요 요인이 되고 있는 사실에 주목하는데, 인종과 젠더, 장애인, 노인, 환자 등 다양한 요인들이 교차하여 더욱 비참한 현실을 만들고 있는 현실에 대하여 세계사회에 경종을 울리고자 노력한다.
우리 사회에는 이런 불평등이 없는가. 요양원과 격리된 병원, 열악한 환경의 거주지에서 발병율이 높고, 장애인 확진자들에 대하여 적절한 처우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유엔은 멀고, CERD는, 더욱이 조기경보 실무그룹은 더욱 이 긴급한 상황에 대처하기에는 멀어 보인다. 우리 사회 내에 이와 같은 조기경보 시스템을 구축하여 유엔까지 가지 않아도 해결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이러한 국제인권규범과 유엔의 절차가 우리 사회에 익숙하게 인지되고 사용되는 것은 우리의 인권 현실을 개선하는데 중요한 도구가 될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