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KOCUN 칼럼]박진영 활동가_영화<브로커>와 '보편적 출생 등록'

2022-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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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로커>와 ‘보편적 출생 등록’


박진영
코쿤 본부 활동가

최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한국 영화 <브로커>는 주연배우였던 송강호가 한국 배우 최초로 칸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브로커>는 이전 작품에서 주로 가족과 관련된 소재를 다뤄왔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성향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영화이다. 영화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세탁소를 운영하지만 늘 빚에 시달리는 ‘상현’(송강호)과 베이비 박스 시설에서 일하는 보육원 출신의 ‘동수’(강동원). 거센 비가 내리는 어느 날 밤, 그들은 베이비 박스에 놓인 한 아기를 몰래 데려간다. 하지만 이튿날, 생각지 못하게 엄마 ‘소영’(이지은)이 아기 ‘우성’을 찾으러 돌아온다. 아기가 사라진 것을 안 소영이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솔직하게 털어놓는 두 사람. 우성이를 잘 키울 적임자를 찾아 주기 위해서 그랬다는 변명이 기가 막히지만 소영은 우성이의 새 부모를 찾는 여정에 상현, 동수와 함께하기로 한다…”

이 영화에서는 청소년 임신·출산, 아동 유기, 불법 거래, 베이비 박스 등의 이슈를 주로 다룬다. 이를 통해 아동과 여성의 인권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한국 사회의 민낯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각 인물들의 서사와 이야기를 통해 생각할 수 있는 인권 제도가 있는데, 바로 ‘보편적 출생 등록’이다. 이 글에서는 보편적 출생 등록 제도란 무엇이고, 이에 대한 국내법 및 외국 아동에 대한 처우는 어떤 것이며, 이에 대한 대안은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1. 보편적 출생 등록 제도란?

‘보편적 출생 등록 제도’ 또는 ‘보편적 출생 신고 제도’는 모든 아동이 출생 후 즉시 등록될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제도를 의미한다. 이는 아동의 권리 보장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여겨진다. 아동이 태어났다는 사실을 국가가 파악하지 못하게 되면 국가 안전망 안에 포함되지 못하기 때문이다.출생신고가 되지 않는다면 영아매매의 대상이 되거나 의무교육을 이수하지 못해도 국가가 알 방법이 없다. 신분을 증명하지 못하여 의료 진료 및 사회보장에 대한 접근이 제한된다. 형사미성년자임에도 나이를 증명하지 못해 어른으로 처벌될 수도 있고, 그 외 취업, 결혼 등 일상생활에도 큰 지장을 겪을 수밖에 없다.

유엔 아동권리협약 제7조 제2항은 “아동은 출생 후 즉시 등록돼야 하며, 출생 시부터 성명권과 국적 취득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은 “모든 어린이는 출생 후 즉시 등록되고 성명을 가진다(제24조 제2항)”고 규정한다. 그러나 법원행정처 가족정보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 간 미등록 된 아동의 수는 약 4만 명에 이른다. 자신의 출생을 증명할 수 없어 국가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아동들은 ‘그림자’ 인생을 살게 된다. 

2. 국내 이주아동의 출생 등록

보편적 출생 등록 문제는 한국 부모에게서 난 아동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외국 국적 아동들의 출생 등록도 심각한 문제이다. 한국 정부는 국내에서 태어난 외국 국적 아동들의 등록에는 직접적인 관여를 하지 않고 있다. 외국인의 출생 등록은 본국의  대사관에서만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이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본국 정부의 고문·체포 등의 박해를 피해서 한국으로 도망친 난민들, 아직 난민 지위가 결정되지 않은 난민 신청자, 인도적 체류자 등 자녀의 출생을 신고하기 어려운 외국인이 많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아이의 출생 신고를 포기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자신과 무관한 사정으로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들은 사실상 무국적 상태에 놓여 어느 국가의 보호도 받지 못하는 처지가 된다.


3. 정책적 대안

미등록 아동의 방지를 위한 방안으로 보건복지부에서 지난 5월에 발표한 ‘포용국가 아동 정책’에 포함된 ‘누락 없는 출생 등록’이 있다. 아동의 출생 사실을 부모의 선택과 무관하게 국가가 인지할 수 있도록 의료기관에 ‘출생 사실 통보 의무’를 갖게 한다. 즉, 분만에 관여한 의사 등 의료기관이 공공기관에 아동의 출생 사실을 통보하게 하는 것이다. 일단 출생 사실을 인지한 공공기관은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신고를 조속히 하도록 촉구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아동의 출생 신고의 책임을 1차적으로 부모에게 맡기고, 부모가 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 지방자치단체장이나 검사가 아동의 출생 신고를 대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러한 사례는 없다.

이러한 제도가 전면적으로 시행되면 최소한 의료기관에서 출생한 아동들의 출생 등록은 보장될 수 있을 것이다. 또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신뢰 출산제’ 등 보완적인 장치의 도입을 논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1990년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비준한 국가이다. 그에 따라 앞서 ‘보편적 출생 등록 제도란?’에서 언급한 규약의 조항을 따라야 할 의무가 있지만한국 정부는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에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규약 위원회, 유엔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규약 위원회,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등 각종 유엔 인권기구들로부터 외국 국적 아동에 대한 ‘보편적 출생 등록 제도’를 도입할 것을 계속적으로 권고 받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대사관에 출생 신고하면 된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외국 국적 아동에 대한 출생 신고 제도를 도입하지 못하는 이유로 ‘사회적 합의의 부재’라는 이유를 대고 있을 뿐이다.


4. 글을 마치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우리 인간의 삶이 ‘피투(被投)’되었다고 한다. 인간 개인의 존재는 세상에 '던져짐(투)', '당한(피)' 것이다. 자신의 뜻대로 세상에 나온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자의와는 무관하게 세상에 난 아동들을 보호하고 그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것은 부모와 국가에게 책임이 있다. 수많은 인권 단체들이 국내에 보편적 출생 등록 제도 도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큰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어떠한 이유를 막론하고 모든 인간은 존엄성과 자유, 권리에 있어서 평등하다. 살아있어도 살아있음을 인정받지 못하는 인생이 아닌 자신의 뜻대로 꿈을 그려나갈 아이들을 위한 법과 제도의 보호가 조속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참고 문헌> 

 - 김종환(2021), '태어났지만 서류에는 없다.. 출생 미신고 ''그림자 아동'' 한해 8000여 명',               

 <일간경기> (https://www.1gan.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5013).

 - 이탁건(2016), “보편적 출생 신고, 모든 아동 인권의 시작”, 재단법인 동천       (http://www.bkl.or.kr/bbs/board.php?bo_table=B14&wr_id=16).

 - 이탁건(2019), “보편적 출생 등록, 모든 아동의 권리”.국가인권위원회     (https://www.humanrights.go.kr/site/program/webzine/subview?menuid=003001&boardtypeid=1016&boardid=7604343&searchissue=7604358). 

 - 네이버영화[웹사이트]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196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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